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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황 님의 서재입니다.

조선공주는 상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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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황
작품등록일 :
2022.06.18 19:01
최근연재일 :
2023.09.13 16:18
연재수 :
1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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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7,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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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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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5화 바람몰이(5)

DUMMY

양반들의 망자들처럼 백정의 망자들도 장례를 치러주었다.

살아서는 짐승보다도 더 못한 삶이었지만, 저승 가는 길만큼은 챙겨주었다.

구조일의 역할은 컸다.



“죽은 자가 이렇게 해주는 것을 알까??”

“몰라도 괜찮아. 살아있는 자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니까.”



“저 형님은 백정으로 죽었지만 여한은 없을 것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백정들이 죽으면 어찌 이렇게 할 수가 있데요. 죽어서도 그대로 백정으로 가야되는 것인데···”

“법이 그러한 것을 어쩌겠나.”


“아무튼 저 형님은 병판대감마님의 술도 받아보고······”

“그래서 뭐 부럽다는 것이여??”


“아주 특별난 대접을 받으면서 저승길로 떠난 것은 사실이잖아요.”

“저승길이 아무리 화려해도, 이승길보다 어찌 좋겠는가.”

“그건 그래요.”


구조일은 두 백정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해 주었다.

백정도 분명코 사람이었기에 구조일은 기꺼이 사람대접을 해주었다.



***



구조일은 세 아이들을 불렀다.

백정들의 죽음에 대한 것들을 통해서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자 함이었다.


“스승님, 왜 그리 얼굴이 어두운 것인지요?”

구조일의 힘든 마음을 은궐이가 가장 먼저 알아챘다.


“으음~ 숨기려고 했는데···”

구조일은 은궐이의 걱정 어린 마음을 에둘러서 말했다.


“저희들을 부른 것은?”

은궐이가 물었다.


“너희들도 이제는 어린 아이가 아니다!”

구조일은 세 아이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14살이면 장가도 가야할 나이니까요. ㅎㅎㅎ.”

사영이가 싱겁게 웃으면서 구조일의 말을 빠르게 받았다.


“스승님 말씀의 뜻은 그런 것이 아니잖아!! 어쩜 너는 변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싱겁게 말한 사영이에게 은궐이의 말은 까칠했다.


“분위기가 좀 칙칙해서 농담으로 한 말인데 뭘 그리 신경질을 내는 것이래.”

오히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사영이가 되받아쳤다.


“그만들 해라!”

구조일이 두 아이들의 입씨름을 중간에서 잘랐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끝까지 두었을 것인데 오늘은 차단을 시켰다.


“오늘 너희들을 부른 것은 이제는 세상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해서이다.”

구조일의 목소리가 침울했다.



“저희들이 스승님의 마음을 힘들게 한 것입니까?”

은궐이가 눈치 빠르게 구조일의 말에 대응했다.



“너무나도 잘 해주고 있는 너희들인데 뭔 마음이 힘든 것이 있겠느냐. 무예를 수련한지도 8년이나 되었고.”

구조일은 세 아이들을 칭찬했다.


“그럼 무엇입니까?”

입을 다물고 있던 민도가 구조일을 쳐다보면서 물었다.


“너희들이 살아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고 싶은데······”

구조일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금 그렇게 만들어가고 있지 않나요?”

은궐이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걸림돌이 너무 많아! 방해꾼들의 힘도 만만치가 않고.”

언뜻 들으면 구조일의 하소연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것은 아니었다.

세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함이었다.


“스승님, 장애물 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는지요?”

은궐이가 강하게 되물었다.


“제 생각도 은궐이와 같아요.”

민도가 은궐이의 말에 강하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사영이는 어찌 생각하느냐?”

“늘 스승님이 말씀하셨던 열릴 때까지 두드려라, 그러면 반드시 열린다고 한 말씀을 저는 기억합니다.”

사영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우~ 사영이 제법인데. 그런 것까지 기억을 하고 말이야.”

은궐이가 웃으면서 사영이를 칭찬했다.


“내 기억력도 그리 나쁘지 않아. 너희들이 내 기억력보다 아주 조금 더 나은 것뿐이거든. ㅎㅎㅎ.”

사영이는 은궐이의 칭찬을 거부하지 않았다.

사영이는 아주 솔직했다.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강하게 드러냈다.


“나와 민도는 네가 기억력이 좋지 않다고 말한 적이 없었는데?”

은궐이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뭐~ 나만의 생각일 수도 있고··· 너희들에 비해서 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잖아.”

“뭔 소리를 하고 있어! 너는 우리들과 가장 친한 친구인데!!”

민도가 사영이의 말에 격하게 반응했다.


“나도 민도와 같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 쭉 갈 것인데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어야!!”

은궐이도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더 매진을 할게. 그래야 똑똑한 너희들과 보조를 맞출 수가 있잖아. ㅎㅎㅎ.”

사영이의 웃음은 가벼웠다.

어떠한 속셈도 없었다.

기분이 좋아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세 아이들에 동안의 시간이 만들어 낸 돈독함이었다.



구조일은 세 아이들이 시원하게 말을 하도록 그냥 두었다.



“그래, 내가 너희들을 잘 이끌어왔구나!”

구조일의 어두운 얼굴에 엷은 웃음이 번졌다.



“스승님의 얼굴이 그리 밝아지니 제 마음도 환해졌어요.”

은궐이는 올라오는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즉시 드러냈다.


“오늘 너희들을 통해서 다시금 힘을 받는구나. 너희들의 우정은 죽을 때까지 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구조일은 말을 하면서도, 꼰대 같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 아이들이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


“너희들은 형제나 다름없다. 그러니 어떠한 것들에도 흔들려서는 아니 된다.”

구조일은 신분의 차이를 염두하고서 한 말이었다.

곽사영이 그러했다.


“스승님의 말씀 잘 새기겠습니다.”

은궐이가 답했다.


“우정에는 사회적 신분 같은 것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갈 것입니다.”

민도가 구조일이 말하는 행간을 빠르게 알아챘다.


“근심들이 모두 다 날아갔다. 너희들을 보니 새로운 힘이 마구 솟는구나! 하하하.”

구조일은 백정들의 죽음에서 힘들었던 마음이 녹아내렸다.


“스승님, 우리 세 사람이 힘을 모으면, 세상 겁나는 것이 없습니다.”

은궐이가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우리 세 명 중에서 우두머리는 당연히 은궐이고요.”

사영이가 은궐이의 말을 받았다.


“사영이의 말이 맞아요!! 남자들인 우리들보다 통이 훨씬 크니까요. ㅎㅎㅎ”

민도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원래 통은 큰데 뭐~~ 그렇다고 우두머리까지는 아니지.”

은궐이는 민도의 말을 기분 좋게 받아넘겼다.


“앞으로 해야 되는 역할이 각기 달라질 수 있으니, 굳이 우두머리라고까지는 아니다 싶다.”

“그렇죠!! 역시 우리 스승님의 안목은 대단해요.”

은궐이는 구조일이 균형을 맞추어주고자 하는 말에 너스레를 떨었다.


***


두 백정들의 장례를 치른 지 보름이 지났다.

나두치(=백두)가 구조일을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인가?”

“동안에 저도 정신이 없다보니 따로 연락을 드리지 못하고 이리 불쑥 찾아왔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야 좋은 것이지.

구조일은 나두치를 반갑게 맞이했다.


“오늘 형님을 이리 찾아 온 것은 드리지 못한 말이 있어서입니다.”

“나에게 다하지 못한 말이 있다고?”


“형님에게 일부러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겠지. 무슨 말인지 궁금하네.”

나두치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조선 8도에 백정들을 대표하는 8멍의 두령들을 통괄하고 있었습니다.”

“전국 8도에 백정들의 두령이라고?”


각 도마다 지역을 총괄하는 두령들이 있다는 것도, 그 두령들을 전체 관할하고 있다는 나두치의 위치도 믿기지가 않았다.


“왜 그런 조직들을 만들어 놓은 것인가?”

나두치의 생각이 궁금했다.


“새로운 세상을 간절하게 원하니까요!”

“백정들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구조일은 나두치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정말로 궁금해졌다.


“그래서 형님을 머리역할로 모신 것이 아닙니까?!”

“권력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퇴물인 나를 너무 높게 본 것이 아닌가?”


“이미 형님은 충분히 보여주었습니다.”

백정들의 장례를 챙겨준 것만으로도 백정들에게 구조일은 구심점이 되었다.


“ 그 백정들이 그냥 죽은 것이 아니잖은가! 챙겨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당연한 것을 하지 않는 인간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닐세. 내가 좀 학문을 한 것뿐이고, 세상을 먼저 태어난 것뿐이야.”

구조일은 몸을 한없이 낮추었다.


“쩝~~ 형님 같은 자들만 있다면 억울한 자들이 넘쳐나지는 않을 것인데요.”

나두치는 입맛을 다셨다.


“곁가지 이야기는 그만하고,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구조일은 본론을 듣고 싶었다.


“8도에 있는 8명의 두령들을 소집시켰습니다.”

“왜 소집을 시킨 것인데?”


”이번 백정의 죽음으로 그들의 행동들이 상당히 거칠어질 것 같습니다.“

“그들을 통괄하는 것이 자네이지 않는가?”


“그들의 생각을 굳이 막을 생각은 없습니다.”

나두치는 그들의 집단행동을 막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무엇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인가?”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형님이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나을 듯해서요.”


“어쩌다가 자네하고 엮여서 이리도 짐을 짊어지는 것인지!”

말은 이러했지만 얼굴 표정은 무겁지 않았다.


“그들을 내일 당장 이곳으로 모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나는 상관없네.”

구조일은 나두치의 의견을 즉각 받아들였다.


***


다음 날 남촌의 세심당 뒤쪽 토굴에 각8도를 대표하는 두령들이 마주했다.


“인사치레는 생략하고, 그대들의 말을 먼저 듣고 싶네.”

구조일은 긴 말을 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대감마님! 이제는 우리들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

구조일은 잠시 침묵했다.


“어찌 소리를 낸다는 것인데??!!”

구조일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신중하게 생각을 하라는 신호였다.


“집단적인 행동으로 백정들도 사람임을 알리는 것입니다.”

“그 집단적인 행동의 구체적인 모습은 어떤 것인데??”

그들은 감정에 너무 치우쳤다.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했다.

집요하게 물어보는 구조일에게 기대하는 답을 시원하게 주지 못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마구잡이식으로 해보겠다고??”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도 해낼 수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내가 자네들을 사람으로 대우해주고 있으니까 다른 이들의 생각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싸늘한 기운이 토굴 안을 짓눌렀다.


“지금 뭔가 착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빨리 꿈에서 깨어들 나게!!”

단호하게 말하는 구조일의 눈빛은 강렬했다.

짙은 눈썹이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렸다.


“급하게 가야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풍채와 용모가 뛰어난 두령이 구조일의 말에 즉각 대답했다.


“그대만의 생각인가?”

“8도의 두령들의 생각입니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구조일의 말은 짧았다.


“과일이 제 맛을 내려면 어찌해야 하는 것인가??”

이들이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었다.


“적당하게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그것을 아는 자들이 어찌 이렇게 행동을 하는 것인가!!”

“그 때라는 것이 언제입니까??”

두령들은 구조일의 모호한 말에 아주 예민하게 대응했다.


“무한정 기다릴 수도 있는 것입니까?”

“우리 세대에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하면 되는 것이고······.”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 구조일은 말했다.

“세상은 온통 기다림의 연속인 것인데 어찌하여 그리도 급한 것인가?”


“지금의 상황에서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다리는 것입니까?”

볼멘 목소리이다.


“답답한 마음이 왜 올라오지 않겠는가!

“······.”

각 8도의 두령들은 답답한 마음을 침묵으로 대신했다.

구조일은 반복되는 이야기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떨까??”

그들의 시선이 구조일에게로 순간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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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4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2) 23.04.30 28 0 12쪽
113 113화 멈추지 않는 은궐이(1) 23.04.27 32 0 11쪽
112 112화 진짜, 바람몰이다(3) 23.04.25 29 0 10쪽
111 111화 진짜, 바람몰이다(2) 23.04.23 31 0 11쪽
110 110화 진짜, 바람몰이다(1) 23.04.21 29 0 11쪽
109 109화 전쟁을 벌이다(3) 23.04.20 32 0 11쪽
108 108화 전쟁을 벌이다(2) 23.04.19 2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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