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응식 님의 서재입니다.

마나는 없는데 마기는 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응식
작품등록일 :
2022.11.17 18:33
최근연재일 :
2022.12.09 19:00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1,097
추천수 :
2
글자수 :
83,066

작성
22.11.17 19:00
조회
107
추천
0
글자
10쪽

002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없어진 감각들이 눈을 뜨듯,

천천히 돌아온다.


차례에 맞춰 계단을 오르듯 감각이 돌아왔으며,

원래라면 논페인으로 인해 느껴지지 않았어야 했을 고통들이 밀려온다.


마치 이전에 받은 고통들을 지금 몰아서 받기라도 한다는 듯.


쇼크사로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상할 수 없는 고통들이 파도치듯 몸을 휘감았는데.


비명 따위는 나지 않았다,

비명을 질러 소리를 낼 목 부분이 없었거든.


감각이 돌아오고 시야가 천천히 돌아왔지만,

나를 구성하고 있던 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하듯,

영혼만 쏙 빠져나온듯한 모습.


그렇게 시야를 가리는 뿌연 안개 같은 것은 점차 사라지며 앞을 밝혔고,

그와 동시에 청각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쇠를 긁는 듯한 기괴한 비명의 울림이나,

까마귀나 박쥐를 연상케하는 할로윈 테마에 어울릴법한 짐승들의 하울링.


하늘은 어둡고도 새빨갰으며,

곳곳에 알 수 없는 검은 기둥들이 솟아있었고,

그런 기둥들에 검붉은 액체들이 파도처럼 거칠게 휘몰아쳤다.


지옥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풍경.


그런 지옥 속에서 찢어질 듯한 고통을 잠재우던 그때,

뒤편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경치 좋죠?"


찢어진 여우상의 눈에 뒤로 넘긴 금발,

비열해 보일 법 한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신사적으로 승화한 세련된 옷차림.


마치 집사와 같은 와이셔츠와 흰색 포인트가 섞인 검은 정장.


"아, 소개가 늦어 죄송합니다. 지옥 직속 영혼 인도자 제일이라고 합니다."


애써 인사라도 받을까 말해보려 했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아 참, 그쪽 죽으셨습니다. 몸이 없으니 말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는 거죠."


영혼만 남은 상태이기에,

지금처럼 보고 듣는 거만 가능하다고 한다.


"당신은 이례적이십니다,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 아닌, 자격을 얻어 초대받은 손님이기 때문이죠."


아무래도 마지막에 뜬 메세지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 모양인데...


도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일단 여기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마땅하지 않네요. 선택받은 자여, 죄악들의 성으로 모시겠습니다."


딱-


제일의 핑거 스냅이 튕겨지며,

청아한 소리를 기점으로 시야가 일그러지듯 반전되었다.


***


현대에서 흔히들 상상하는 웅장한 칠흑빛 마왕의 성.


그런 상상 속 성과 매우 흡사한 모습에,

더한 위압감을 가지고 있는 성으로 시야가 이동됐다.


"죄악의 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선택받은 손님이시여."


원탁에 배치된 의자에 각자의 개성에 따라 앉아있는 6명의 사람들.


아니,

사람이 맞을까?


머리에 무서운 뿔이 자라나 있다거나,

박쥐의 그것과 같은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악마에 가까운 형상을 지닌 자들.


그런 악마들 사이에 몇몇 의자는 비어있었고,

내 옆으로 제일과 같은 옷을 입은 인도자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러니까......'


여긴 마지막에 보였던 메세지에 출력된 마왕성이며,

저들은 악마인가.


제일은 죄악의 성이라고 한 걸로 보아,

여러 명칭으로 불리는 듯한데...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하기도 잠시,

의자에 앉아 있던 이들 중 한 명이 나에게 뛰어왔다.


총총총-


얼핏 보기엔 작은 여자아이 같지만,

다리까지 내려오는 분홍빛 머리카락에 머리에 솟아나 있는 작고 붉은 뿔 한 쌍.


"인간? 인간이 왜? 여기 왜 왔어?"


분홍 소시지를 닮은 소악마는 나를 신난다는 듯 쳐다보면 말을 걸어댔는데,

뽈뽈거리며 뛰어다니고 통통거리며 튀는 모습이 정신 나갈 거 같았다.


그런 그녀의 등장에 자연스럽게 소개를 해주는 제일.


"시기의 죄이십니다."


‘시기의 죄······’


역시 이 말랑하게 생긴 분홍 햄이 악마란 말인가,

뿔이 있긴 했지만 전혀 악마 같지 않은 모습.


"아 참! 그 상태에선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그녀는 그런 말과 함께,

일전의 제일이 했던 것과 같이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같은 핑거 스냅임에도,

제일의 것과는 다르게 분홍빛 스파크도 튀며,

크게 울려 퍼지는 공명음.


'저 고사리 같은 손에서 잘도 큰 소리가 나네......'


그런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나를 기점으로 검붉고 불길한 기운이 휘몰아쳤는데.


발끝부터 천천히 점점 원래의 모습을 찾아 구성되어가는 칠흑의 덩어리들.


그렇게 기분 나쁜 기운이 휘몰아치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육체가 만들어졌다.


'설마 지금 손가락 한번 튕긴 거로 없던 육체가 생긴 거야?'


그런 당황스러운 심정으로 몸 상태를 점검해 본 결과.


온전한 재생은 아닌,

급조하게 만들어진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더듬거리며 몸을 체크하고 있으니,

또다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종일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있던 긴 흑발에 적안을 가진,

남자가 봐도 잘생겼다고 생각되는 차가운 외모를 한 남자.


"급조하게 만들어진 고기 인형일 뿐이다."

"맞아! 그거 여기서만 잠깐 유지되는 거야!"


하긴,

그렇게 쉽게 살아났으면 모두가 영생을 누렸겠지.


"저분은 교만의 죄이십니다."

"쓸데없는 소리를······"


그런 짧은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그새를 못 참고 있던 분홍 햄이 다시 한번 방방 뛰었는데.


"맞다! 상태창! 상태창 켜 볼래? 궁금해!"


‘아 맞다.’


분명 이곳으로 오기 전에 뭔가 심상치 않은 메세지를 많이 봤던 거 같은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태창 켜 볼 생각을 못 했다.


'근데 내 상태창을 왜 궁금해하지...?'


일반적으로는 상대의 상태창을 볼 수 없다,

무언가 아이템이나 스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 터인데.


저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아,

아무래도 상태창을 훔쳐볼 수 있는 스킬 같은 게 있는 모양이겠지.


저, 저 눈빛들 좀 봐라,

주위 악마들의 살벌한 눈빛이 나에게 집중됐다.


‘안 보여주면 큰일 나겠지···?’


나는 그런 살벌한 분위기 속,

반강제로 상태창을 켰다.


10등급 - 마력 없는 자 [ 김무이 ]


마력: 0

근력: 20

민첩: 15

감각: 8


포인트: 51,030


패시브 스킬

신 - [ 마신 엘보시드의 가장 큰 파편 ] [NEW!]


액티브 스킬

없음


그렇게 켜진 상태창은 이전의 볼폼없던 나의 상태창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바뀐 거라곤 기존엔 없었던 스킬 하나가 생긴 거뿐인데,

그 누구에게도 생겼다는 정보가 없던 처음 보는 등급으로 표기된 알 수 없는 스킬이었다.


그런 스킬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클릭하는 순간.


파직-


"앍-"


스킬을 클릭함과 동시에 뇌에 강렬한 스파크가 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짧고 강렬한 벼락이 치는 듯한 고통.


그와 동시에 눈앞에는 새로운 메세지가 떠올랐는데.


「시스템창과 메세지가 [ 마신 시스템 ]으로 교체됩니다.」


그런 메세지가 끝나기 무섭게 눈앞의 상태창이 사라졌다.


"어...?"


사라지기 무섭게 다시 한번 스파크를 일으키며 켜지는 상태창.


지직-


기존에 밝고 푸른색의 상태창이 아닌,

강렬한 주황색의 어딘가 불길한 상태창.


10계층 - 예비 마신 [ 김무이 ]


마력: 0

마기: 15

신력: 20

민첩: 15

초감각: 8


포인트: 51,030

마전: 0


패시브 스킬

신 - [ 마신 엘보시드의 가장 큰 파편 ] [NEW!]


액티브 스킬

없음


갑작스럽게 바뀐 상태창은 무언가 많이 달라져있었다.


등급으로 표기되는 것은 계층으로 바뀌어 있었고,

마력 밑에 마기라는 새로운 스탯이 개방되어 있었다.


그리고 근력을 대신해 신력이,

감각을 대신해 초감각이 생겨있는 모습.


그런 완전히 뒤바뀐 상태창을 확인하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스킬 설명창이 켜졌다.


신 - [ 마신 엘보시드의 가장 큰 파편 ]

악의 근원이자 태초라고 할 수 있는,

이제는 잊혀지다 못해 지워진 마신 엘보시드의 가장 큰 파편입니다.


마신 엘보시드의 사념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봉인 해제 조건

마기 획득 - [ 완료 ]

마기의 이해 - [ 1/5 ]

마신 엘보시드에 대한 단서 - [ 1/3 ]


마신 엘보시드.


들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마신의 존재.

그런 마신의 가장 큰 파편이 나에게 깃들었다니.


당황을 넘어서 어이가 없었다.


‘개꿈인가?’


그런 현실 자체를 의심하던 그때,

갑작스럽게 큰 함성과도 비슷한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 너 이 자식 뭐냐아아아아악!"


붉은 근육질 몸에 누더기 같은 옷을 풀어헤친,

커다란 칠흑색 뿔 한 쌍을 가진 빨간 바바리안 같은 악마.


"어... 어...?"


그런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잠시.


쿵-!


쿵-!


빨간 바바리안이 무시무시한 대검을 치켜든 채,

원시인이 처음 사냥하듯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어···? 어어어!”


저 미친놈 왜 나한테 달려와.


‘내가 뭘 잘못했나? 문제가 있나? 나 죽나?’


순식간에 머릿속을 뒤덮은 답 없는 의문들.


그런 의문들이 머리속을 가득 채울 때쯤,

어디선가 제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 분노의 죄이십니다!"


시종일관 평온하던 제일의 목소리가 살짝 떨린다,

아마 제일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겠지.


누가 보더라도 나를 향해 쇄도하는 매서운 대검.

피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하......”


지옥에서까지 죽으면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다음 도착지는 천국인 것일까.


"내 손으로 그분을 해방할 것이다아아악!"


귀가 찢어질 거 같은 빨간 돼지의 고함을 마지막으로,

서슬 퍼런 대검이 내 머리로 휘둘러졌다.


쇄애애애액-!


“니미럴······”


현실에선 마법에 뒤지고,

지옥에선 대검에 반으로 갈라지게 생겼다.


다음은 어디서 어떻게 죽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마지막으로 해탈한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휘몰아치는 바람.

건물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흉폭한 흔들림.


논페인이 없음에도 이상하게 이전과 같은 통증이 없었다.


그런 이상함을 느낀 나는,

질끔 감았던 눈을 뜨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았다.


자욱한 연기가 피어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연기가 걷히며 누군가의 잔상이 모습을 들어냈다.




댓글, 선작, 추천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나는 없는데 마기는 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 017 22.12.09 26 0 10쪽
17 016 22.12.08 32 0 10쪽
16 015 22.12.07 35 0 11쪽
15 014 22.12.06 36 0 13쪽
14 013 22.12.02 38 0 11쪽
13 012 22.12.01 37 0 9쪽
12 011 22.11.30 42 0 13쪽
11 010 22.11.29 45 0 11쪽
10 009 22.11.28 49 0 9쪽
9 008 22.11.25 51 0 10쪽
8 007 22.11.24 55 0 9쪽
7 006 22.11.23 54 0 11쪽
6 005 22.11.22 62 0 10쪽
5 004 22.11.21 74 0 10쪽
4 003 22.11.18 91 0 10쪽
» 002 22.11.17 108 0 10쪽
2 001 22.11.17 112 1 10쪽
1 프롤로그 22.11.17 151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