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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시상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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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시상에
작품등록일 :
2018.03.17 23:14
최근연재일 :
2018.03.21 22: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440
추천수 :
0
글자수 :
24,939

작성
18.03.19 20:48
조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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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화 균열(4)

DUMMY

감시라는 거 솔직히 해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멀찍이서 지켜만 보는 게 감시가 맞는 걸까? 반은 미나의 집 근처 건물의 옥상에서 내내 미나의 집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주말이라 그녀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 그녀는 내내 집안에만 있는 것 같았다.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도 없는데, 제대로 감시하고 있는 거 맞겠지?’

-와장장

그때 유리등이 깨지는 소리가 미나의 집에서 들려왔다. 반은 최대한 그녀의 집으로 기감을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 작은 소리도 감지 할 수 있었다.

‘뭐하고 있는 거야?’

-엄마야!

-꺅!

이따금 미나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누군가 침입을 한 거는 아니었다. 목소리도 겁을 먹은 목소리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뭘 하고 있는 거야?

결국 궁금함에 반은 훌쩍 옥상에서 뛰어내려 미나의 집 근처로 다가갔다. 그래 호기심 때문이었다. 정말 호기심 딱 그 정도였다.

그렇게 반은 미나의 집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당연히 창문에는 커튼이 처져있어 안이 보이지 않았다.

‘여자애 혼자 사는데 당연히 창문 같은 건 단속을 잘하겠지.’

막상 감시를 하려는데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이쪽 사람들을 이런 걸 스토킹이라고 하나?’

왠지 죄를 짓는 기분까지 들었다.

‘모르겠다.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게 낫겠...’

벌컥

그때 그의 의도와는 달리 그가 들여다보려던 창문이 벌컥하고 열리며 미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콜록 콜록.”

그와 동시에 매캐한 연기가 창밖으로 피어올랐는데, 불이라도 난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 순간 눈이 마주치고 만 건가?

“어?”

“음...”

“언제 왔어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미나를 보며 반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접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어겨버렸군. 이런...’

“그럼 이만.”

“잠시만요!”

서둘러 이 자리를 피하려던 반을 불러 세운 것은 미나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언제나 기다려주지 않고 훌쩍 사라지는 반 때문에 다급하게 그를 부른 것이었다.

“집에...”

“뭐?”

“집에 차가 있는데, 마시고 가실래요? 천...사님?”

아직도 내가 천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반은 그런 미나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어보였다.

“난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네네 알아요! 잠시만요 잠시만!”

거절해야 하는데, 거절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데, 반은 예전과 같이 안개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자신을 느꼈다.

‘내가 뭘 하는 거지?’

“한번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그래서 감사의 인사라도 하려고 제가...그러니까...쿠...쿠키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사람하고의 대화가 어색하기라도 한 걸까? 미나의 말투가 참 서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 반은 미나가 연 창문을 통해 미나의 집안으로 들어섰다.

‘이렇게 보이는 곳에서 감시하는 게 나을 것 같긴 하군.’

물론 그는 스스로 그렇게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


그래서, 그 쿠키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그 난리를 피웠던 건가?

-와장창!

지금도 주방에 들어가 쿠키를 만들고 있는 미나는 각종 기구류를 바닥에 내던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괜찮아요! 전 괜찮아요!”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안부까지 알리면서 말이다.

‘혼자 사는 건가?’

집안의 분위기가 썰렁했다. 조금 어두침침한 것 같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면 어디서 버그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숙주가 정말 맞는 걸까?’

그러는 사이 미나가 주방에서 나왔다. 그녀는 커피잔이 놓인 쟁반을 들고 와 반의 앞에 놓았다.

“우선 커피부터 드세요. 조금만 있으면 쿠키가 구워질 거예요.”

“혼자 사나?”

“...아...네.”

왜 그런 걸 물었을까? 반은 홀로 그런 생각을 했다. 역시 반도 사람과의 대화가 어색하기만 했다.

“작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혼자 살고 있어요...”

슬픈 듯 씁쓸한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에 반은 시선을 돌렸다. 괜한 걸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님은 그런 괴물 같은 걸 잡으러 다니시는 거예요? 악마 뭐 그런 건가?”

그런 미나의 질문에 반은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나도 몰라. 내가 뭘 하고 다니는지.”

“저도 그래요.”

“뭐가?”

“저도 제가 뭘 하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가끔은 그냥, 저만 빼고 시간이 흘러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미나라는 아이 정말 시시각각 표정이 변하는 것 같았다. 환하게 웃었다가 한없이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사람은 원래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한 걸까?

“이렇게 누군가랑 대화를 오래 나눠보는 것도 오래간만이에요.”

“피차일반이다.”

그 후 약속이라도 한 듯 둘은 말이 없었다. 애초에 반의 단답형 대답은 대화로 이어지기 힘들었다. 후루룩하고 미나가 커피를 마시는 소리만이 방안의 정적을 깰 뿐이었다.


그러길 얼마가 지났을까? 주방에서 오븐의 타이머 소리가 들리며 미나가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다됐다!”

이윽고 미나가 주방에서 접시위에 쿠키를 담아왔는데, 그를 본 반의 눈썹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죄, 죄송해요. 그만...”

검은 숯덩이만 가득 담겨있는 접시였다.

“버그를 양산해 내는 건 맞는 것 같군.”

“네?”

“아니다. 신경 쓰지 마.”

『...칙....바...반...칙...치이익』

그때 반의 귓가로 관리자의 통신 메시지 소리가 들려왔다. 통신장애가 있는 것인지 계속 끊기는 소리에 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신 장애가 이렇게 빈번하게 일어났던가?’

그러다 반은 문득 앞에 있는 미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전에도 그랬다. 이 아이와 가까이 있으면 항상...’

“잠시 나갔다 오지.”

그러며 반은 미나의 집 창문을 통해 훌쩍 밖으로 나왔고 안개처럼 사라져 처음 미나의 집을 감시했던 옥상으로 장소를 옮겼다.

『반! 왜 이렇게 통신이 안 돼! 2B-18구역 버그 발생이야! 서둘러!』

역시 미나로부터 멀어지니 통신이 정상적으로 되었다. 그의 가설이 맞는 것이었다.

‘정말로 그 아이가...’

“곧 이동하지.”

그러며 반의 모습이 다시 안개와 같이 사라졌다.


#


그가 버그 발생 지역에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이 정리된 후였다. 네발 달린 공룡 모양의 버그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서서히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것이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대체 누가?

“헤이, 이쪽 구역 담당자신가?”

그때 반의 귓가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 순간 반은 급하게 등을 돌려 상대를 살폈다.

“뭘 그렇게 놀라시나?”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누군가 자신의 등 뒤로 다가왔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상대가 일부러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면 등 뒤에서 칼을 맞아도 모를 상황이었다.

“누구지?”

반은 자신의 등 뒤에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 검은 양복에 창백한 얼굴을 가진 남자. 길게 찢어진 눈이 어딘가 소름끼치는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얘기 못 들었나?”

혹시 그 특별팀?

“이 구역 담당자가 하도 연락이 안 된다기에 직접 왔지. 어디서 짱박혀 있다 이제 온 거야?”

잠시 뒤 그 남자의 양옆으로 두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들도 검은색 양복을 입은 자들이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둘 다 흰색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길게 얘기할 거 없고. 어딨어?”

“뭘 말하는 거지?”

“어딨냐고 그 숙주녀석?”

진한 살의가 느껴지는 미소를 머금은 그를 보자 반은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다.

“왜 입을 꾹 다물고 있어? 앙!”

퍽!

그리고 그 순간 남자의 발이 반의 복부를 향해 날아왔다. 워낙 빠른 움직임이라 반은 방어할 새도 없이 복부를 맞아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다행히 금세 자세를 잡고 착지를 하여 바닥을 뒹구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너 같은 C급 구역 관리자가 나 같은 B급 특수 관리자의 시간을 빼앗는 건 낭비라고 낭비. 어서 말해. 그 녀석 지금 어딨어?”

C급? B급? 그런 게 있는지는 처음 알았다. 그보다 저 녀석 말투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나만 묻지.”

“뭐야 C급?”

“그 아이를 찾으면 어쩌려는 거지?”

왜 자신이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그야 당연하지.”

씩 남자가 웃는다. 여전히 진한 살의가 느껴지는 미소였다.

“산체로 잡아다 연구해야지. 흐흐흐. 버그 발생의 중요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실험체니까.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할 거야 아마.”

꿈틀. 이 녀석,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 말대로 내가 이쪽 구역의 관리자라면, 내 관리 구역 내 사건은 내가 끝내야겠지? 미안하지만 상부와 직접 얘기해 보겠다.”

“크흐흐. 재밌는 놈이로군.”

분명 이정도 도발이면 상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터, 반은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자세를 잡으려 했다. 그래 충분히 상대의 공격을 예상하고 움직였다. 그런데...

“어이, C급. 어딜 보고 있는 거야?”

언제...놈이 뒤에?

쾅!

그 순간 남자가 반의 뒤통수를 잡아 그대로 그의 머리를 바닥에 내리찍어버렸다. 반은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그런 그의 귓가로 남자의 목소리가 흐릿하게 들려왔다.

“뭐 됐어. 너 따위 도움은 필요 없을 거 같군. 희미하지만 버그의 기운이 저쪽에서 느껴지는 것 같군. 그럼 C급, 푹 쉬고 있으라고.”

그 말을 끝으로 남자와 그의 일행이 안개와 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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