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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시상에 님의 서재입니다.

에델크로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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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시상에
작품등록일 :
2018.03.17 23:14
최근연재일 :
2018.03.21 22:00
연재수 :
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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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24,939

작성
18.03.1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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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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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화 균열

DUMMY

『반, 그대의 활약은 잘 들었네. 역시 최고다웠어.』

“점점 버그가 많아지는 것 같아. 대체 관리자들은 뭘 하는 거야?”

『모두 곤란해 하는 것 같아. 시스템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며...』

“그럴 거면 모두 집어치우라고 해.”

홀로그램에 띄워진 남자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난색을 표했다.

『알잖아 이쪽도 일손이 부족하다는 거?』

“그럼 통신은 이만 끊지.”

『아 잠깐 반! 그전에...』

뒤에 남자가 뭐라 하려 했지만 반이라는 남자는 그대로 통신 시스템을 꺼버렸다. 그러자 아무런 불빛도 없는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졌고 남자는 그런 어둠속에서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시선이었다. 마치 과거의 어느 시점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같았고 혹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늘은 어떤 색이지?”

그리고 남자는 그렇게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어둠속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


기억이 없었다. 남자가 기억하고 있는 건 지난 3년간의 기억뿐이었다. 그가 기억하는 것은 그의 이름과 그가 해야 할 ‘임무’에 관한 것뿐이었다. 그의 이름은 ‘반’. 그것이 성인지 이름인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기억나는 건 그가 ‘에델크로츠’의 일원이라는 것. 그것이 정확히 어떤 조직인지도 알지 못했다. 다만 이 세계에 등장하는 버그들을 처치하는 조직이라는 것만이 그의 뇌리에 각인처럼 남아 있었다.

그가 아는 이 세계에는 관리자라 불리는 존재가 있었고 그 관리자를 대신해 버그를 제거하는 것이 바로 에델크로츠였다.

그는 이 세계 속에 살면서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고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않았다. 그는 마치 유령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럼에도 그는 그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어떠한 사명감이나 사람들에 대한 연민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존재의 이유를 그것에서만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와하하 그래서 말이야.”

“어, 영희야 나 지금 가고 있어. 어 금방 가.”

“네 사장님! 지금 출장 중이라....”

수많은 군중 속에서 남자는 오늘도 멍하니 벤치에 걸터앉아 있었다.

“으...왜...왜 이래 대체? 으...으으아아..”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오늘은 그나마 운이 좋은 건지 다른 곳도 아니고 그의 눈앞에서 버그가 발생하고 있었다.

그는 회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었다. 길을 걷던 중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은 후 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잠시 뒤 남자의 얼굴에 수많은 수포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점차 온 얼굴이 일그러져갔다. 그것은 ‘변이’의 시작이었다.

“사...살려줘! 내가 대체 왜 이러는 거야!?”

“꺄아악!”

남자 변해가는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이마에 솟아나는 두 개의 뿔, 그리고 등에 생겨나는 날개는 결코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그 장면을 보던 반은 코트의 주머니에서 담배하나를 꺼내 물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악마의 형상인가?”

그러며 그는 손을 뻗어 백색의 검을 소환해 냈다. 그는 이 검에 ‘백귀’라는 이름을 붙였다.

“크아아!”

완전히 변해버린 남자의 모습은 신화 속에 나오는 악마의 모습이었다. 버그의 형상은 언제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으로부터 생성되기도 했고 곤충이나 들짐승으로부터 변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같았다. 모두 파괴적이고 통재불능이란 점이었다.

“꺄아악!”

“크아아!”

악마가 근처에 있던 한 소녀에게로 다가가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그에 소녀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는데, 겁을 집어먹어 움직일 생각도 못하는 것 같았다.

“귀찮게 하는 군.”

반은 그에 급하게 바닥을 박차고 악마를 향해 튕기듯 몸을 날렸다. 그러며 그는 자신의 손에 들린 백귀를 당차게 횡으로 휘둘렀는데, 단번에 악마를 베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악마는 반의 검을 피해내며 하늘로 훌쩍 날아올랐다.

“잽싼 녀석이군?”

“키헤!!”

반의 공격에 화라도 난 것인지 악마는 괴성을 지르며 빠르게 반을 향해 하강하기 시작했다. 반은 그에 가소롭다는 듯 픽 웃음을 지으며 왼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서 붉은색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붉은 색 빛살이 그의 손으로부터 빠르게 뻗어나갔다.

퍽!

“크아아아!”

그 기운에 악마의 오른쪽 날개가 관통되었다. 악마는 그대로 균형을 잃고 바닥에 추락했고 반은 천천히 악마가 있는 위치로 걸음을 옮겼다.

“세번이나 움직이게 하다니 정말 귀찮은 녀석이군.”

그러며 반의 검이 빠르게 악마의 목으로 휘둘러졌다. 잠시 뒤 먼지처럼 흩어지는 악마의 모습. 상황 종료였다.

“뒷 처리 부탁하지.”

반의 말이 떨어지자 시계가 멈춘 듯 세상이 정지되었다. 버그로 인해 손상이 간 부분은 원래의 형태로 돌아갔으며 그를 목격한 사람들의 기억은 하나둘 삭제되어갔다.

아마도 악마로 변한 남자의 존재도 이 세계에서 삭제될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깨끗하게 삭제될 것이다. 그것이 관리자들의 일이란 것을 반은 알고 있었다.

잠시 뒤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역시나 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반은 그 후 목적지 없는 걸음을 옮기려 했다.

“저기.”

처음이었다.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 반의 무표정하던 얼굴에 찰나의 감정이 꿈틀하고 드러났다. 그것은 의아함의 표현이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의 앞에 나타나 우물쭈물하며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교복을 입은 10대의 소녀였다. 단발머리에 동그란 눈을 가진 소녀는 추운 겨울의 날씨 때문인지 얼굴일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바로 조금 전 악마에게 공격을 받을 뻔한 소녀였다.

“뭐지?”

소녀의 기억이 삭제되지 않은 건가? 반은 처음 접하는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질문을 던지고 말았다.

“그런데, 혹시...”

그때 반은 소녀의 눈빛과 마주쳤다. 어째서인지 소녀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천사신가요? 방금 악마를 처치하시는 걸 보고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그런 거 아니니까 큰 소리 내지마.”

소녀의 흥분된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소녀와 반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뭔가 착오가 있었나? 어이 응답해. 여기 문제가 있는데 말이야?”

잠시 뒤 반은 ‘관리자’에게 이 상황을 알리려 했으나 어쩐 일인지 누구의 회신도 오지 않았다.

“통신장애인가?”

“저기...”

그러던 중 소녀가 한걸음 반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에 반은 자기도 모르게 황급히 소녀로부터 뒤로 물러났는데, 반사적인 그의 행동에 오히려 소녀가 더 당황해할 정도였다.

“죄, 죄송해요. 가까이서 봐보고 싶었어요.”

“이봐...”

『2B-17 구역 버그 발생.』

하지만 반이 채 뭐라 하기도 전 반에게 통신이 전달되었다. 다른 구역에 버그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어이 그보다 여기 문제가 아직 해결 안 되었어!”

『2B-17 구역 버그 발생. 치이이익 반 듣고 있어?』

“이봐! 내말은 들리는 거야!?”

『치이익 반? 이봐 반?』

반은 짜증이라도 난 듯 미간을 찌푸린 후 소녀를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일단 여기서 기다려, 급한 일이 있어서 어디 다녀와야 하니까.”

“네?”

“기다리라고 내가 올 때까지.”

그러며 반은 버그가 발생한 지역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죠?”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힘없이 소녀가 한 말이었다.


***


어두운 방안, 이제는 그만의 공간이 된 이 폐쇄적인 장소에 돌아온 반은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자 자신을 기억하는 소녀의 얼굴이 스치듯 그의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대체...”

그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갔을 때 그 소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어이 반, 오늘은 활약이 대단했다지?』

“오늘만 두 건이야. 뭐 문제라도 있는 거 아니야?”

『이쪽도 원인을 찾고 있는데, 상당히 힘든 실정이야. 오전에 통신 장애도 있었다지?』

“그뿐만이 아니라...”

그러다 반은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 왠지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좀 더 확실해지면 말을 하자라고 생각하며 말을 줄인 것이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쉬어. 내일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아 그리고 여기서는 확인이 안되는 시스템 이상이 있으면 즉각 보고해주길 바래.』

“그러지.”

그러며 다시 어두운 방안으로 정적이 찾아왔다.

“...그것도 시스템 이상일까?”


***


집으로 돌아온 소녀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그러며 그녀는 주섬주섬 신발을 벗고 아무렇게나 가방을 내팽개치며 방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엄마! 오늘 있잖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나 오늘 천사를 본거 같아!”

그녀는 방안으로 들어선 후에도 연신 입을 조잘거리며 신기했던 그녀의 경험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글쎄 그러더니 그 천사가 이만한 검을 들어서 악마를 휙하고 베어버리는데, 정말 난 심장이 이렇게 두근두근 뛰었다니까? 그리고 그 천사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알아?”

많아봐야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녀는 배식 미소를 지으며 방안의 화장대 앞으로 다가갔다. 대답이 없는 그녀의 엄마에게 얼굴을 보이기 위함이었다. 사진 속 그녀의 엄마는 언제나와 같이 그녀를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천사도 있고 악마도 있는 거면, 역시 저승이라는 곳이 있는 거겠지? 그럼...나도 언젠가 다시 엄마를 만날 수 있는 거네?”

그러며 소녀는 화장대 앞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와는 달리 밝은 느낌의 콧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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