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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준의 웹소설 공작실

빌런은 생각보다 흔하게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복세준
작품등록일 :
2022.05.29 13:36
최근연재일 :
2022.06.16 15: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628
추천수 :
104
글자수 :
132,604

작성
22.06.1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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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2회 4라운드(3)

DUMMY

“3번요?”


눈이 동그라진 미영이 성규에 물었다.


“네 3번. 한 번 영화속에 대사를 잘 떠올려보세요.”


성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작게 속삭이고 있었지만 듣고 있는 명열도 미영도 모두 성규의 자신만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때 동민이 원래 앉아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아이고 뭔 얘기들을 그릏게들 하고 있노.”


동민이 자리에 앉으며 연신 목을 돌리면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아. 우리끼리 추리를 좀 하고 있었습니다.”


“추리? 뭐 그리 쓸 데 없는 소리를 하고 있노. 그냥 마 대충 찍으믄 되지.”


쓸 데 없는 일을 왜 하고 있느냐는 투로 동민이 말했다. 성규는 기분이 살짝 나빠졌으나, 아랑곳 않고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초반부 장면에서 주인공 내레이션이 나오죠?”


“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미영은 머릿 속으로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끝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난 완전히 실패했다. 어제도, 1년 전도, 2년 전도. 이렇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성규가 진지하게 내레이션을 흉내내듯이 말했다. 이 순간만큼은 마치 메쏘드 연기를 하는 배우처럼.


“거 나 빼놓고 작당모의라도 하나보지?”


2번 문 앞에 퍼질러 앉은 국진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아 뭐 마음대로 해. 난 2번 방 무조건 선택할 거니까. 중복 선택도 된다고 했으니까 쫄리면 나 따라오고.”


또 한 번 성규는 불쾌했다. 본인이 이야기 좀 하려고 할 때마다 태클을 걸 듯이 끼어드는 것도 모자라, 흐름을 완전히 깨버렸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자. 아까 내가 했던 대사. 어제도, 1년 전도, 2년 전도 실패했다.”


“세 번이네요.”


“그렇죠 그렇죠. 바로 그겁니다 미영씨. 실패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게 세 번이잖아요. 저희가 잘못 고르면 미션 실패가 되는 거고요.”


성규는 비로소 마음이 풀렸다. 나의 이 훌륭한 추리를 이렇게 빠르게 캐치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기사 자기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일단 그 자체만으로 마음이 놓이는 일이다.


“저기 그런데.”


침묵을 하고 있던 명열이 입을 열었다.


“그런 걸로 단정할 수 있습니까.”


나지막한 명열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성규는 실망을 했다. 대체 형사가 영화를 뭐 어찌 안다고··· 영화를 보면 얼마나 봤다고 이러나.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단정이 아니라 해석입니다. 영화는 소설처럼 읽을 수 있는 거거든요.”


차분함을 보이려고 애쓴 티가 역력한 성규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말에도 명열은 여전히 긴가민가하는 표정이다.


“그렇게 따지면 1번이 함정 아닐까요?”


“어··· 근거가 어떻게 되시죠?”


성규는 간신히 쏘아붙이려는 충동을 참고 명열에게 물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은 이미 한 번의 삶을 실패한 상태에서 자살을 선택한 거잖아요. 그럼 첫 번째 삶이 실패한 거니까, 1번이 답 아니겠습니까?”


“듣고 보이 이기 더 설덕력이 있네!”


동민마저 맞장구를 치자 성규는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듣고보니 반박할 수가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남자는 키우던 애완견의 도움으로 또 한 번의 인생을 살 기회를 받았다.


그것이 환생을 의미하건, 극단적 선택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난 것을 의미하건 첫 번째의 삶은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 그러니 첫 번째가 미션실패라고 해석해도 맞는 이야기다.


성규는 한 방 얻어맞은 듯 할 말을 잃었다. 규묵이 죽은 이후로 자신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머리를 쓰는 일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 믿음에 균열을 내는 일이 방금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이야기를 잘 해서 설득을 해야할까. 이런 생각으로 영화의 나머지 내용을 떠올리며 할 말을 떠올리고 있는데,


“아유 이제 5분 밖에 안 남았네. 그만 두고 선택들 합시다. 뭘 그렇게 고민들을 하시나?”


국진이 네 사람을 한심 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하품을 크게 하고 기지개까지 켜면서.


“마 시끄릅다. 우리는 알아서 할테니까, 니나 나중에 마음 바꾸지 마라!”


동민이 일갈하자, 국진이 그제서야 입을 꾹닫고 등을 다시 돌린다.


명열은 1번, 미영은 2번, 성규는 3번이 미션을 실패하는 번호라고 각자 말한 상황. 명열이 의외로 설득력 있는 말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혼선이 펼쳐진 상황이다.


“어이 깡패. 너는 몇 번 같냐?”


명열이 동민을 보며 물었다.


“아 몰라. 보통 모를 때는 3번으로 찍지 않나?”


- 3분 남았습니다.


스피커에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이제는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안내 방송을 듣자마자 미영이 입을 열었다.


“저는 3번만 아니면 됩니다.”


성규가 그렇게 말하자, 명열이 성규를 보며 이야기한다.


“그럼 1번으로 하시죠. 제가 3번 할테니까.”


“자 그라믄 짭새가 3번, 밴호사가 1번. 어이 공장. 니는 몇 번할래?”


어째 동민이 정리를 하는 모양새다. 미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우물쭈물 한다.


“됐고 가위바위보 하자. 가위바위보!”


동민의 말에 얼떨결에 미영은 가위를 내밀었고, 동민은 주먹을 냈다.


“마 남자는 주먹이지. 내가 5번 할테니까 니 알아서 하래이!”


그러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5번 앞에 서는 동민이다.


이제 모두가 자신이 들어갈 문을 정했다. 1번은 성규, 2번은 국진, 3번은 명열, 5번은 동민. 미영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명열의 뒤에 서면서 4번 문에는 아무도 서지 않았다.


스피커에서 띠이이이잉 하고 농구에서 작전타임 끝나는 알람소리가 울린다.


자 이제 각자 문을 여십시오.


그 때 문 앞에 선 남자들이 일제히 문고리를 잡고 돌린다.


철커덕. 문이 열린다.


국진은 막상 문을 열었지만 긴장이 됐는지, 다른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동민, 성규와 달리 국진은 들어갈까 말까 머뭇거린다.


활짝 열린 3번 문 앞. 명열을 들어가려다가 뒤를 돌아본다.


“먼저 들어가실래요?”


미영은 오히려 그 말에 안도하는 듯 굳어졌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네.”


미영이 먼저 들어가자 명열이 뒤이어 들어가고는 문을 닫았다.


1번, 3번, 4번, 5번 문이 닫힌 가운데 2번 문만 열린 상태로 아직까지 국진은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었다.


- 30초 내에 선택해 주십시오. 곧 모든 문이 잠깁니다.


그 말에 순간적으로 놀라 국진은 2번 문을 벌컥 닫아버렸다. 그리고 3번 문 앞으로 섰다가 최종적으로는 4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에는 또다시 어두컴컴한 통로가 나왔다. 한 10미터 정도 길이가 되어보이는 통로 끝에는 등이 하나 켜져 있었고, 또 다른 문이 하나 있었다.


3번 문으로 들어온 미영은 쉽게 걷지 못하고 한동안 멈춰서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명열이 기다리고 서 있었다.


“문이 잠긴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명열은 문고리를 손으로 돌리며 확인시켜줬다.


“제가 앞장설까요?”


“아. 네.”


미영은 벽으로 몸을 기대 명열이 빠져나가게 한 후, 명열이 앞장 서자 뒤따라 갔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명열과 미영이 순서대로 또다른 문앞에 섰다. 하지만 막상 명열도 문 앞에 서니 문을 여는 것이 망설여졌다.


“저기 그런데 말입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뱉은 후 명열이 입을 열었다.


“만약에 변호사 그 양반이 말한 것처럼 3번이 함정이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오늘 명열이 보여준 것 중에서 가장 진지한 말투다. 미영은 그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래서 답도 빠르게 나온다.


“2라운드 끝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고 있잖아요. 너무 걱정마세요.”


그러면서 명열을 지나쳐 또다른 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눈을 감은채 문고리를 돌리고 문을 열었다.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미영의 눈에 보이는 것은 동민과,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있었던 방과 비슷한 모양의 방이었다.


“퍼뜩 일로 안 오고 뭐하고 있노?”


동민의 말에 굳었던 몸이 마치 풀리기라도 하듯이 미영은 명열과 방안으로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문 네 개가 보였다.


‘살았구나.’


명열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살아남은 거 맞죠?”


그래도 불안한지 미영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문 다섯 개 중에 하나만 뒤지는 거라메? 그럼 니나 내나 이래 보고 떠들고 있겠나? 비명 지르면서 눈물 콧물 질질 짜고 있었겠제!”


표정에 여유를 되찾은 동민이 생글거리면서 미영에게 말한다.


“아이고 마. 윗도리가 허전한데, 티셔츠 같은 거는 하나 안 주나.”


동민이 주먹을 쥐고 팔로 어깨를 뒤로 젖히면서 말하는데, 상반신에 이레즈미로 그려진 용이 마침 꿈틀거리는 느낌이다.


철컥.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맨 오른쪽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은 바로···.


<22회 끝>




※ 이 웹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단체, 기타 회사나 법인 등의 이름은 실제와는 무관하며 순수 창작물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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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회 4라운드(4) 22.06.12 3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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