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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준의 웹소설 공작실

빌런은 생각보다 흔하게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복세준
작품등록일 :
2022.05.29 13:36
최근연재일 :
2022.06.16 15:1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626
추천수 :
104
글자수 :
132,604

작성
22.06.09 13:53
조회
29
추천
2
글자
10쪽

17회 3라운드(2)

DUMMY

다들 또다시 나타난 통로를 보며 멈칫했다. 그 안은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이거 혹시 빠져나가는 문인가?”


성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막상 들어가기가 주저되었다. 어쩌면 함정일지도 모르니까.


“만약 그랬다면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미션 종료라고 얘기를 했던가 아니면.”


명열이 잠깐 머뭇거리다 말을 이어갔다.


“저기로 나가라고 지시를 했겠죠.”


동민은 책장 옆에 기대서서 고개를 쭉 내밀고 새로 나타난 공간에 뭐가 있는지 보려고 애썼다. 뭔가 저 끝에 비닐 같은 게 어렴풋이 보일 뿐,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


“제가 한 번 들어가볼게요.”


“그러세요.”


미영이 고민 끝에 들어가보겠다고 말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답하는 성규였다.


사실 미영도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 한 명쯤은 함께 들어가 볼 것이라고 예상했건만, 다들 여기 와서 죽을 고비를 넘기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미영은 아차 싶었지만 다들 기대하는 얼굴로 미영을 쳐다보자 어쩔 수 없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역시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한숨을 후하고 내뱉고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보니, 일단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뜬 후에 벽을 짚으면서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는데, 타닷 하면서 안에 있던 등이 켜진다.


“꺄아아아악.”


미영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남자 셋이 모두 안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미영은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주저앉아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마치 비닐로 시체 두 구를 덮은 듯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안심하세요. 저건 더미*입니다.”


*더미: 인체 모형. 촬영이나 연출을 할 때 사람 시신 대신 쓰기도 한다.


“우··· 움직이고 있다고요!”


당황해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미영의 목소리.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세 사람이 천천히 더미들이 놓여있는 곳으로 다가가보니 과연 시신을 재현한 더미 중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때였다.


쾅!


책장이 다시 닫혔다. 뒤늦게 동민이 달려가 책장 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열려고 애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에이 씨발!!”


화를 참지 못한 동민이 책장을 주먹으로 치기 시작한다. 여러 번 쳤음에도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지 발로 까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장 뒷면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명열과 성규는 또다시 더미 하나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명열이 앞장서서 다가가 쭈그리고 다가가더니 덮여 있던 비닐을 확 제꼈다.


그런데, 눈 앞에 나타난 것은 눈과 입이 가려진 채로 손발이 결박되어있던 웬 남자였다!!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온다.


- 30분 남았습니다.



* * *



대장은 다시 김PD의 뒤에서 뒷짐을 진 채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비닐에 덮여있던 남자가 발견되자 방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다들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었다.


“1라운드부터 같이 미션을 시키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요?”


김PD가 대장에게 돌아보며 묻는다.


“난 반대요. 처음부터 무슨 사건 때문에 왔는지 알았으면, 저 사냥감들이 미션을 수행하는 데 의욕이 낮았을 수도 있습니다.”


남박사가 반론하듯이 말했다.


“어쨌거나 저 사냥감들은 벌을 받고, 자신의 죄를 깨우치고, 진실도 고백하고 사건을 해결할 단서도 내놓아야 하는 거죠. 그게 저희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 아니었습니까?”


김PD가 남박사에게 반박을 하려는데 대장이 제지한다.


“남박사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네 대장.”


“그럼 처음부터 피해자나 피해자 유족을 데려다놓고, 가해자들이 데쓰게임으로 몰리는 상황을 만든 다음에 그걸 구경시키게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겠습니까?”


대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비록 지금 예상과는 조금 다른 전개로 흘러가고 있다해도, 자신의 기획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해당 사건은 영원히 세상에 묻힐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결국 반대하셨던 거고요.”


남박사가 침착하게 다시 자기 의견을 말한다.


법이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악당들을 소탕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나왔던 소재이지만, 결국 결말은 숨겨 있던 비리나 부조리를 캐내어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렇게 해야 악당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전국민이 알게 되고, 되풀이 하지 않을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해자들이 고통을 똑같이 당한다거나 죽는다면, 보는 입장에서는 통쾌할 수 있지만 운좋게 복수를 피할 수 있다면 사이다 같은 청량함은 그냥 그 때뿐이다.


어쩌면 피해자나 피해자 유족들에게는 또다른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고 말이다.


남박사는 이렇게 대장의 기획에 동의하지만, 기본적인 철학에서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피해자나 유족들이 참관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던 것은 남박사였기에, 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남박사의 말이 끝나고도 대장은 한동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냥 차라리 이들에게 잔뜩 고통을 준 다음, 고백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지난 번 여중생 집단 강간 사건에 연루되었던 사냥감들처럼, 아무도 죄를 고백하지 않는다면 그냥 내가 세상을 대신해서 벌을 주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나.


내가 이들을 벌하는 것은 어떻게 정당화가 되나.


침묵이 길어지자 김PD는 다시 모니터 쪽으로 몸을 돌렸고, 이작가는 탕비실로 자리를 옮겼다.


남박사 역시 논쟁에서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버린 채, 고민하는 대장을 마치 배려하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장이 입을 연다.


“그래요. 남박사가 옳아요.”


그 말에 김PD도 남박사도 뜻밖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탕비실에서 막 나오던 이작가는 내가 방금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하는 얼굴이다.


“어쩌면 내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 사냥감을 중간에 투입시키는 것도 잘못일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온 대장이 남박사를 보며 말을 이어간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남박사?”



* * *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하는 미영과, 바닥에 자빠져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동민. 성규도 뒷걸음질 치는 와중에, 명열은 침착하게 남자의 결박부터 풀었다.


남자는 손과 발이 자유로워지자 입에 물려있던 재갈부터 풀었다.


“살려줘, 살려··· 살려주세요!!”


목이 많이 쉰 듯한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말하던 남자가 눈가리개를 풀려는데,


“잠깐만, 지금 풀면 안 돼요. 시력이 상할 수도 있어!”


명열이 제지하자 멈췄다. 다들 조금은 진정이 됐는지 남자쪽으로 서서히 다가가보는데,


- 25분 남았습니다.


스피커에서 다시 안내방송이 나온다.


“진정하시고, 여기 어떻게 왔는지 아니 누구인지부터 말씀해보세요.”


“나, 나는··· 근데 당신들은 누구야?”


떨리는 목소리로 남자가 말한다.


“저희도 여기 잡혀왔어요. 한 명은 죽었고요···.”


“네 맞아요. 저는 공장에서 퇴근하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여기였고요.”


명열에 미영까지 말을 보태자, 남자의 몸에서 긴장이 조금 풀린다.


“혹, 혹시 남자 셋에 여자 하나야?”


“네. 맞습니다. 근데 그건 왜···.”


갑자기 남자가 살려달라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 시작한다.


문득 다리가 자유로워졌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던 남자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가 저려 다시 주저 앉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 구석진 벽을 향해 기어가는 남자.


“마! 니 와 그라노!? 으잉? 뭐 잘못 뭇나?”


그런데 덜덜 떨면서 방 구석진 곳으로 향하던 남자가 동민의 목소리를 듣자 갑자기 멈춘다.


“호, 혹시 방배동 꼬마?”


그 말에 동민의 표정이 싹 굳는다.


“마. 니가 우째 내가 생활할 때 이름을 알고 있노?”


그 때 동민의 머리에 문득 스치는 것이 있다.


“니··· 혹시 글마가 어? 한보물산 둘째 아들래미?”


간신히 벽에 기대앉은 남자가 서서히 눈가리개를 푼다. 눈을 꼭 감았다가 서서히 뜨는데, 다행히 빛이 눈에 따갑게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 때였다. 남자를 확인한 명열이 거칠게 멱살을 잡는다.


“야이 새끼야! 넌 여기 왜 왔어!?”


“다, 당신은 이형사?”


“이 씨발 새끼야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어. 알어 어?”


그러고보니 성규도 저 남자를 어딘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아마 가상 운전을 할 때 조수석에 있었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성규는 비로소 깨달았다. 바로 저 남자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을.


남자는 국진(남, 38세). 한보물산 3형제 중에 차남. 이미 20대 초반부터 마약을 상습적으로 복용하여 집안의 골칫거리로 자리한 지 오래였다.


동민은 일단 명열과 국진의 뜯어 놓았다. 멱살을 잡혔단 국진이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한다.


“야이 짭새 새끼야. 너는 씨발 나한테만 돈 받아 쳐먹었니? 그 전부터 비리 존나게 저질렀잖아.”


저 싸가지 없는 말투에 재수 없는 얼굴을 보자, 미영 역시 가상 운전 속에 나왔던 인물임을 알아채었다. 저 사람하고 같이 살아나가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뭔가 구역질이 난다.


“정국진. 너 이 개새끼야! 니가 혹시 불지른 거 아냐!?”


그 말에 깐족거리던 국진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17회 끝>




※ 이 웹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단체, 기타 회사나 법인 등의 이름은 실제와는 무관하며 순수 창작물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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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회 파이널 라운드(3) 22.06.13 24 2 10쪽
27 26회 파이널 라운드(2) 22.06.13 19 1 11쪽
26 25회 파이널 라운드(1) +2 22.06.12 29 2 10쪽
25 24회 사실, 내가 가장 악마였다! 22.06.12 31 1 10쪽
24 23회 4라운드(4) 22.06.12 32 1 10쪽
23 22회 4라운드(3) 22.06.12 21 1 9쪽
22 21회 4라운드(2) 22.06.12 32 1 10쪽
21 20회 4라운드(1) +2 22.06.11 35 3 10쪽
20 19회 작전타임 22.06.10 33 2 10쪽
19 18회 3라운드(3) 22.06.10 34 2 10쪽
» 17회 3라운드(2) 22.06.09 30 2 10쪽
17 16회 3라운드(1) 22.06.07 41 2 10쪽
16 15회 패자부활전(3) 22.06.07 42 2 11쪽
15 14회 패자부활전(2) 22.06.06 45 2 11쪽
14 13회 패자부활전(1) 22.06.06 48 2 10쪽
13 12회 2라운드(6) 22.06.05 53 2 9쪽
12 11회 2라운드(5) 22.06.05 53 2 9쪽
11 10회 2라운드(4) 22.06.04 43 2 9쪽
10 9회 2라운드(3) 22.06.04 4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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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회 1라운드(4) +2 22.06.01 59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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