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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백 님의 서재입니다.

혈마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서준백
작품등록일 :
2012.08.27 20:47
최근연재일 :
2012.08.02 19:51
연재수 :
2 회
조회수 :
9,572
추천수 :
33
글자수 :
6,299

작성
12.05.24 14:57
조회
4,613
추천
17
글자
7쪽

3권 1장 : 포섭

DUMMY

천마교를 지탱하는 통칭 구대신마(九代神魔)는 모두 제각각 독립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고 오직 천마의 명에 따라서만 움직인다.

수라혈마였던 내가 구대신마로 활동할 당시 나머지 신마들이다.


수라혈마修羅血魔

투검패마鬪劍覇魔

환영마왕幻影魔王

거령마군巨靈魔君

호면수라虎面修羅

옥수나찰玉手羅刹

칠보추혼七步追魂

귀적신마鬼籍神魔

만수무탐녀萬手武貪女


이들은 내당의 속한 이패와 칠절의 정예들 중 가리고 가려 뽑은 인재들로써 자리를 물려줄 구대신마들의 제자가 된다. 그들만의 도제 운영 체제를 확립한 것이다. 더욱이 그들의 운신은 천마교 그 어떤 무인들보다 자유로웠다. 천마의 명이 있을 때만 움직이면 되니 홀로 수련을 하거나 교 밖으로 나가서 자신을 보필할 대대(大隊)를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나를 따르던 수라흑마대(修羅黑魔隊)도 그러한 맥락이었다.

다만, 수라흑마대의 정예들은 옥수獄囚였다.

내가 직접 가리고 뽑은.


“하루 정도면 당도하겠어. 어디로 갈 생각이야?”

배를 타기 위해 단강구(丹江口)로 향하는 길목에서 유월랑이 백연심에게 물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심각했던 얼굴은 이미 지워진지 오래였다.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정리한 까닭이다.

더욱이 유월랑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앞으로 피로 얼룩진 길을 걸어가려하는 백연심의 뒤를 쫓아간다면 대천불구의 원수인 흑사채를 만날 수 있을 것임을.

그래서 초조하고 급해진 마음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백연심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떤 생각에 계속 잠겨 있었다. 가끔은 먼 산을 응시하듯 어딘가를 바라보더니 또 어떤 때는 눈가를 찡그리며 인상을 쓰기도 했다.

잊어버린 기억을 힘겹게 떠올리는 것처럼.

“그래.”

이윽고 쥐어짜듯 나지막이 중얼거린 그의 음성에 잠자코 걸어가던 유월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데?”

“기억이 필요했다.”

깊어진 눈동자로 유월랑을 마주본 백연심이 대답했다. 그의 표정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그러자 유월랑이 피식 웃으며 입을 뗐다.

“잊은 연인이라도 떠오른 거냐?”

그의 질문에 백연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가 없다면, 넌 또 다시 위험에 처할 것이다. 이 아이도 마찬가지.”

냉담한 백연심의 시선이 뒤에서 봇짐을 끌어안고 있는 수련을 향했다. 그의 시선에 잘게 어깨를 떤 수련이 조용히 고개를 떨어트렸다. 그녀도 자신이 백연심에게 짐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탓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왜 굳이 끄집어내는 거야?”

수련의 심사가 복잡해보이자 유월랑이 도리어 백연심을 타박하며 물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끄집어내어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것이 필요치 않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연심은 유월랑의 말은 아랑곳 않고 뒷말을 덧붙였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이야기다. 이 아이를 지키면서, 천마교의 정예들과 싸우겠다는 건 자살행위다. 허나 난 네가 경지를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때까지 기다려 줄 시간이 없다. 정확히 너의 재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하늘만이 알 테니까.”

“요점이 뭐야?”

유월랑은 백연심이 하려는 이야기가 자못 궁금해졌다. 백연심이 평소 필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까닭이다. 동시에 유월랑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숫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나뭇가지 한 개를 부러트리는 것보다, 한 묶음을 부러뜨리는 것이 더 힘드니, 나는 너를 한 묶음에 속하게끔 만들 생각이다.”

“한 묶음?”

“언제까지고 따라다니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연심의 시선이 다시 수련을 향했다. 그의 시선을 다시 느낀 수련은 고개를 여전히 숙인 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거듭 생각해도 백연심의 말은 틀리지 않다.

다만, 마음이 아플 뿐이다. 맞는 말을 하는데도 가슴이 아픈 건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윽고 수련이 처음으로 입을 열어갔다.

“무공을 배우고…싶어요. 저…배우고 싶습니다.”

무겁게 고개를 들어올린 수련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혔다. 그녀의 음성에 시선을 돌린 유월랑의 눈이 동그래졌다.

“너 무슨 소리야.”

유월랑이 펄쩍 뛰며 말하자 수련은 이미 마음을 굳혔는지 백연심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

“제게 가르쳐주세요. 공자님.”

백연심은 대답하지 않고 무심한 눈길로 수련을 내려다봤다.

그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땅 위로 흘러 떨어지는 수련의 눈물을 바라보다, 뒷짐을 지고 돌아설 뿐이었다.

지켜보던 유월랑이 그 때서야 수련의 팔을 잡고 일으키려 했다.

“일어나.”

“놔주세요. 아재.”

힘으로 유월랑을 이길 수 없었기에 거의 반 강제로 일으켜진 수련이 애절한 눈동자로 유월랑을 마주 바라봤다. 유월랑은 그런 수련의 눈동자를 마주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입만 벙긋거릴 뿐.

“내가 널 지켜주면 돼.”

유월랑이 깊은 한숨이 배인 목소리를 씹어 뱉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젓고는 천천히 유월랑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덮어 그의 손을 밀어냈다.

“시간이 없다. 이제부터의 수련은 네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다. 일정 경지까지 오르기 전까지는 사지가 찢어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할 테냐.”

“할게요. 하겠어요.”

“…그리 하여라.”

이어지는 백연심의 대답에 유월랑이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무슨 짓이야! 사람 한 번 죽여본 적 없는 애야! 이 핏덩이 같은 아이를 네 혈로(血路)에 희생양으로 쓰겠다고? 미치지 않고서 사람이 이럴 수는 없는 거야!”

“네 알량한 생각으로 저 아이를 판단하지 마라.”

“뭐?”

“스스로 정한 길이다. 무엇이 됐든, 저 아이의 선택을 무시하는 처사는 이미 저 아이의 선택이 틀렸다고 지껄이는 것 밖에 더 되지 않는다. 지금 넌…틀렸다.”

백연심의 말을 듣는 순간 유월랑은 돌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분명 그의 말이 옳다. 지켜주기 위한 방법은 많다. 지금 자신의 생각대로 수련을 움직이게 하는 건, 수련을 꼭두각시 취급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건 수련을 이미 가슴으로 받아들인 탓이다. 자신이 지켜주지 못해 세상을 떠난 친동생처럼 수련을 잃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더 컸다는 이야기다. 그런 그를 지켜보던 수련도 조용히 손을 늘어뜨린 채 침묵을 지키는 그에게 다가갔다.

“알아요. 아재의 마음. 정말 알고 있어요.”

그녀는 유월랑의 잘게 떨리는 손을 붙잡아주었다. 그러면서 이미 등을 지고 걸음을 떼는 유한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작가의말

휴, 2박 3일간 동원훈련을 다녀왔네요. 그 사이 1,2 권이 출간된지 몇일이 흘렀고 여러가지 바쁜 일도 정리중입니다.
연재를 시작한 추범단은 약속드린대로 이번 달 말일이 끝난 뒤에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편은 3권의 1장 도입부분입니다.
1,2권은 즐겁게 읽으셨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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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혈마도 - 5권 +3 12.08.02 1,525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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