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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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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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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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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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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4)

DUMMY

“조선에서 일어난 군란은 어떻게 됐는가?”

“예 각하, 주동자인 대원군을 잡아들이고 국왕의 친정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흐음 ~ ”

“각하, 뭔가 마음에 걸리십니까?”

“사방에서 소란이 일어나고 있으니 마음이 편치가 않다.”


이곳은 청나라의 수도 자금성,


북양대신 이훙장은 심각한 표정을 유지했다.


북양대신은 총리아문의 총책임자로 황제를 대신해 대외통상 업무를 담당하는 중책,


아편 전쟁 이후에는 허베이성 - 랴오닝성의 통상 - 군사까지 책임지는 감국(총독)으로 권한이 더욱 확대됐다.


이건 청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모두 북양대신이 전담한다는 뜻, 당연히 조선에서 일어난 사건도 이훙장의 책임이다.


대원군이 압송되고 국왕의 친정이 시작됐으니 이제는 아무 걱정 없는 거 아닌가.


하지만 이훙장은 몇 수 앞을 내다봤다.


“앞으로는 일본이 더더욱 날뛰겠구나.”

“네? 그럴리가요. 우리 군대를 보고 도망치기 바빴던 놈들 아닙니까?”

“놈들은 눈치를 보고 있는 거다. 우리가 조선을 두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말이다.”


10년 전, 청나라는 야쿱 벡의 반란이라는 큰 사건을 겪었다.


신강에서 이슬람 교도들이 일으킨 반란,


숨기고 싶은 사실이지만 당시 청나라는 반란을 토벌할 여력이 없었다.


원군을 제 때 보내지 못해 만주족 수비대 8천 명이 반란군 손에 전멸 당했으니 무슨 말을 더 하겠나.


물론 소를 잃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는 법, 뒤늦게라도 대군을 보내 반란을 진압하면 되는 거 아닌가.


문제는 청나라 조정엔 외양간 고칠 돈도 없었다는 것, 세금 징수가 안 되니 군대가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신강을 포기하고 내실을 다집시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신강은 우리가 어찌 할 수 있는 땅이 아니오. 차라리 러시아에 팔아넘기고 내실을 다지는 게 낫습니다.”


당시 이훙장은 신강을 포기하고 내실을 다지자고 주장했다.


돈이 없는 조정은 차관을 빌려 군대를 파견해야 하는 신세, 그럴 바엔 신강을 포기하고 내실을 다지는 게 어떨까.


하지만 그걸 용납 못한 청나라 조정은 거액을 빌려 군대를 보냈다.


그래서 돈을 쓴 만큼 본전은 뽑아냈을까.


뒤늦게 원군으로 참전한 러시아 제국은 청나라가 반란군과 싸우는 동안 오히려 신강 일부를 점령, 그걸 자기들의 공으로 포장해 청나라에 넘겨주고 배상금을 받아냈다.


배상금 일부를 깎아줬다고 해도 결국 러시아는 남의 땅으로 장사한 것,


이 꼴을 지켜본 이훙장은 가슴을 쳤다.


신강은 러시아 입장에서 안 먹어도 그만인 지역, 실제로 당시 러시아는 튀르크 제국과 싸우느라 깊숙이 개입할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도 배상금을 받아냈다는 것 자체가 러시아의 승리, 청나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만 반복하고 있다.


이훙장의 입장은 지금도 굳건, 포기할 건 포기하고 받아낼 건 받아낸다는 전략이다.


청나라가 지금 조선 따위에 군대를 보낼 입장인가.


인도를 두고 영국과 다투던 프랑스는 이제 베트남으로 눈을 돌린 상황, 베트남을 번국으로 두고 있는 청나라는 프랑스군을 상대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은 정말 청나라 군대에 겁을 먹고 도망친 건가. 아니면 청이 조선 에 어디까지 개입하는지 지켜보는 건가.


청나라가 임오군란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 3천을 파견한 건 사실, 하지만 오래 머물지 않고 고종의 친정을 회복한 뒤 본대를 뤼순으로 물렸다.


조선 정세에 깊게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


이걸 보고 일본이 가만히 있겠나?


이훙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북양대신 각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냐?”

“일본이 조선에 배상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배상금?”

“예, 조선 군인의 반란으로 일본 공사관이 불타고 장교들도 죽고 다쳤으니, 조선이 그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겁니다.”

“세상에 ··· ”

“이럴 수가 ··· ”


청나라 관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청군이 등장하자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던 일본군, 그런데 청군이 물러나자 이런 짓을 벌였다는 건가.


이훙장의 예측이 정확히 들어맞은 것, 사방에서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북양대신 각하, 이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즉시 군대를 남하 시켜 조선을 접수해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물러나면 왜놈들은 더 기고만장할 겁니다.”

“내 말을 제대로 듣고 있었나? 분명히 말했네, 우리는 조선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이야. 지금 프랑스가 베트남을 노리고 있는데 그런 말이 나오나? 일국의 관료들이라는 자들이 어찌 이렇게 한 치 앞도 못 본단 말인가?”


북양대신의 꾸지람에 신료들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지금 청나라는 조선에 신경 쓸 입장이 아니다.


조만간 터질 프랑스와의 전쟁이 급한 입장, 다행히 이훙장은 일본이 조선을 독식하지 못하도록 미국과 조선이 수호조약을 맺도록 했다.


조선은 당분간 이대로 둬도 되겠지, 이훙장은 뤼순에 있는 우창칭에게 조선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북양대신의 명을 받든다는 건 우창칭이 조선 담당 사령관이 됐다는 뜻,


당연히 조선은 뤼순 감국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갔다.


⁕ ⁕ ⁕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이 조선을 먹기 위해 우리 청국과 일전을 벌일 거라고 생각하나?”

“하나 하나 따져보면 답은 분명 합니다. 청나라는 영토가 넓으니 전략적인 방어를 해야 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죠. 솔직히 청나라가 조선을 잃는다고 무슨 큰 손실이 있겠습니까? 지금은 프랑스와의 싸움에 집중할 때죠. 하지만 일본은 아닙니다. 일본이 노릴 땅은 조선 뿐이죠.”

“허허 ~ 참으로 건방진 말을 하는 구나.”

“듣기 거북하셔도 감국께 충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알고 있다. 그 놈 참 말이 많구나.”


이곳은 뤼순,


나는 우창칭이 주관하는 전략 회의에 참석했다.


자기가 뤼순의 감국이 됐다고 기뻐하는 우창칭,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이훙장이 우창칭에게 바라는 건 일본을 견제하는 것 뿐, 여기서 조선 정치에 개입하면 일본이 조선에 개입하는 명분을 줄 뿐이다.


일본이 배상금 문제로 꼬투리를 잡아도 조선의 상국은 청나라,


이건 미국은 물론 조선과 수교한 열강들도 인정한 거다.


청나라는 급할 게 없는 입장, 그렇다면 지금 우창칭이 해야 할 일은 조선 조정을 안정시키는 것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북양대신에게 칭찬을 듣겠지,


우창칭은 다행히 내 말을 받아들였다.


청나라 군대는 이후 조선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방관자 입장을 유지, 청나라가 중립을 지키자 조선 조정은 알아서 기었다.


일본이 배상금 문제로 계속 압박하는데 그럼 조선이 어느 쪽에 붙겠나?


흐름을 읽으면 미래가 보이는 법,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장군, 기왕 이렇게 됐으니 이곳을 장군의 본거지로 만드십시오.”

“그게 무슨 소리냐?”

“청나라는 야쿱 벡의 반란을 토벌하기 위해 난주에 제조국을 설치하고 무기를 양산하지 않았습니까? 그것처럼 일본의 침략에 대비해 이곳에 제조국을 설치하고 군대를 양성하셔야 합니다.”

“흐음 ~ 그런데 그걸 북양대신께서 허락하시겠느냐?”

“조정의 명을 받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죠. 외국인 사업가를 모집하는 겁니다.”


제조국을 설치하려면 청나라 조정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거기다 예산도 투입돼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차관까지 빌린 청나라 조정이 뤼순에 세금을 부어줄까?


어림도 없는 소리,


결국 뤼순에서 군사력을 키우려면 사업가들을 모집해야 한다.


문제는 우창칭에게 그런 권한이 있냐는 것, 일개 장군이 그런 짓을 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나는 명분을 제공했다.


“지금 북양대신 각하는 조선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십니다. 그건 조선에 관심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죠.”

“그 ··· 그렇다면 ··· ”

“당분간 이곳엔 조정의 눈이 들지 않을 겁니다. 거기다 북양대신 각하도 장군께 조선에 대한 감시를 맡기지 않았습니까? 군대가 주둔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실 겁니까? 이건 북양대신이 장군께 이곳의 징수권을 위임한 거 아닙니까?”

“허허 ~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이곳은 이제 장군의 땅입니다. 그렇다면 세금을 거두고 외국인을 끌어들여도 되는 것 아닙니까?”

“옳거니, 네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구나.”


우창칭은 이날부터 지역 주민에게 세금을 거두기 시작했다.


중앙도 제대로 못 다루는 청나라가 이런 변방까지 손을 쓰겠나.


나는 이후에도 우창칭이 군벌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언을 거듭했다.


“조선의 백성들은 오래 전부터 만주로 넘어와 농사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포섭하면 세금을 거두고 장군의 세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 일은 네게 맡기겠다.”

“알겠습니다.”


우창칭의 허락을 받아낸 나는 만주의 조선인들을 끌어 모았다.


만주는 청나라 황실의 고향, 황족들은 자기 고향이 중국인들에게 잠식되는 게 불만이었는지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거듭된 반란으로 중국이 혼란에 빠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만주로 이주, 그 중에는 조선인들도 적지 않다.


이들을 포섭할 수 있다면 뤼순 일대에 세력을 구축할 수 있겠지,


내친 김에 만주로 넘어온 중국인들까지 군벌의 기반으로 끌어들였다.


‘네가 준 돈은 내가 유용하게 써주지’


나는 이 과정에서 고종이 대주는 유학자금까지 투입했다.


조선은 일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청나라의 힘이 필요한 입장, 그럼 내가 뤼순 군벌의 힘을 키워놓는 게 결과적으로 조선을 위하는 길 아닌가?


그렇게 나는 수많은 조선인들이 뤼순에 자리를 잡도록 도왔고, 이 소문은 조선 조정 귀까지 흘러들어갔다.


⁕ ⁕ ⁕


“전인환이 뤼순에서 큰 일을 하고 있다고?”

“예 전하, 여기 조선의 백성들이 전하께 올린 상소문입니다.”


이곳은 경복궁,


고종과 민 씨 일가는 뤼순에서 온 사신을 극진히 대접했다.


청나라 군대가 들어왔으니 이제 조선의 운명은 끝장난 건가.


하지만 예상과 달리 청나라는 순순히 군대를 물렸고, 조선에 아무런 위해도 가하지 않았다.


베트남에 신경 쓰느라 조선을 무시하는 것 뿐인데, 청나라가 조선을 먹을 생각이 없다고 착각하는 중,


그렇게 착각에 빠진 인간들은 듣기 좋은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전하, 청나라를 믿으셔야 합니다. 지난 임오년의 군란에서 대원군을 압송하고 전하의 친정을 회복한 게 누구입니까? 청나라는 먼 발치에서 조선을 바라보지만 일본은 지금도 조선에 개입할 틈을 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조선이 주권을 유지하려면 청나라의 뤼순 통치에 힘을 보태주셔야 합니다. 지금 만주에는 중원의 혼란을 틈 타 도망친 주민이 200만 명이나 되고 그 중엔 조선인들도 섞여 있습니다.


이들이 뤼순에 정착하면 감히 일본이 조선을 넘보겠습니까?]


고종은 이 계책을 채택했다.


그건 민 씨 일파도 마찬가지,


적지 않은 물자와 인력을 뤼순에 파견했다.


자금에 여유가 생긴 뤼순 군벌은 본격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 제조국을 세우고 스스로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에 전력을 다해야 할 청나라가 뤼순에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나.


그렇게 우창칭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신의 왕국을 건설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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