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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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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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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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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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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7)

DUMMY

“전하, 대신들이 입조하였습니다.”


이곳은 조선, 고종은 신료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군란이 일어나 나라가 뒤집혔으니, 앞으로 어떻게 나라를 개혁할 것인지 교지를 내리고 백성들을 다독여야 하지 않겠나.


왕이 명령을 내리면 그 뜻을 받드는 건 신료들,


문제는 그 방향성이었다.


“최근 세상의 형세가 옛날과 전혀 다르다. 예전에는 중화가 홀로 천하에 높았으나 지금은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같은 나라들이 정교한 기계를 만들고 부국을 추진하였다. 그들이 만든 철선(鐵船)이 지구를 돌아다니며 세계 국가를 조약으로 연결하니, 마치 춘추 시대의 시대와 같다. 따라서 우리 조선도 그들을 본받아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가.


철선을 타고 바다를 누비고, 서양식 기계를 도입하면 되는 건가.


김윤식을 대표로 하는 온건 개혁파는 그 정도로 충분하다는 입장,


박영효 – 민영익으로 대표되는 급진 개혁파는 조선의 모든 것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앞세웠다.


“전하, 신(臣) 한성판윤 박영효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말해 보라.”

“조선은 오랫동안 청의 그늘 아래에 있었고, 지금도 그들은 우리 조선을 신하국으로 취급합니다. 개혁이란 단순히 무기를 사고 파는 것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며 체제를 바꾸려면 청과의 관계를 끊고 일본과 교류해야 합니다.”


싸늘해지는 분위기,


온건파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박영효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조선이 독립하려면 일본의 힘을 빌려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일본의 목표는 아시아주의를 실현하는 겁니다. 서양의 침략에서 벗어나려면 동양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러려면 일단 조선이 청나라의 그늘에서 벗어나 그들과 동등한 지위를 얻어야 합니다. 청나라는 대국이니 조선과 일본이 힘을 합쳐야만 균형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개화파가 말하는 아시아주의는 사실 ‘정한론’을 근거로 했다.


조선을 정복해 일본의 보호국으로 두자는 정한론, 그런데 어떻게 이게 아시아 국가들이 힘을 합쳐 서양에 대응하자는 사상으로 변질된 건가.


그 배경은 대략 이렇다.


메이지 유신을 완수한 일본의 다음 목적은 대륙 진출,


그런데 내실을 다지고 조선으로 진출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 조선으로 출정할 것인지가 문제가 됐다.


대륙진출론자들은 한반도를 거쳐 만주 – 중국 – 시베리아 – 몽골 - 동남아시아, 인도를 점령해 경영한다는 야망을 불태웠지만, 이런 급진적인 제국주의는 당시 일본 입장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정한론이 폐기처분 당한 것,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아시아주의다.


“아시아의 모든 나라는 마치 이와 입술, 광대뼈와 잇몸처럼 서로 운명을 함께 한다. 한 – 중 - 일 세 나라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인종적으로 뿌리를 같이하고 있고, 불교와 유교와 한자로 이어지는 동일 문명권에 있으니 서로 협력하여 아시아의 발전을 이뤄야 한다.”


이건 정한론보다는 그럴듯한 논리,


일본이 동아시아를 점령한다는 건 너무 괴팍한 논리지만,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 서양과 맞선다는 건 굉장히 평화적인 전개 아닌가?


이 논리에 감명을 받은 게 훗날 신해혁명을 일으키는 쑨원과 조선의 개화파들, 겉으로는 대아시아주의를 외치는 것 같지만 결국 일본의 주도 하에 아시아 질서를 주도하겠다는 의도는 변한 게 없다.


하지만 그 의도를 순진한 개화파들이 어찌 알겠는가.


박영효는 청나라는 조선을 속국으로 여기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논리를 반복했다.


문제는 청나라를 의지해야 한다는 온건 개혁파의 주장도 근거가 확실하다는 것, 사방에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전하, 청나라에 의지할수록 조선은 더더욱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놓일 것입니다. 청나라는 대국이니 지금은 일본과 손을 잡아 균형을 이뤄야 할 줄 아옵니다.”

“참으로 딱하신 말씀을 하시는군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역해서 얻을 이익이 뭐가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전하, 청나라가 강국이라는 건 일본도 알고 있는데, 왜 조선이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민영익 협판의 말에 따르면 청나라의 세수입은 1억 냥(1냥은 200원)이 넘습니다. 그에 비하면 일본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청나라와 일본의 재정 격차,


이 시기 일본은 국민을 쥐어 짜(세금 80%) 10억 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그에 반해 청나라는 압도적인 인구와 상업화를 앞세워 약 200억 원의 예산을 확보,


중간에 관료들이 떼어 먹는 게 많다고 해도, 일본이 경제적으로 청나라를 이길 수 있나?


최소 10배 이상은 차이 나는 양국의 재정 격차, 일본도 이걸 알기 때문에 지금 당장 청나라와 붙는 생각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주의를 앞세워 조선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누가 봐도 청국의 위세가 압도적인데 일본 따위와 손을 잡는 게 무슨 이득이 있나?


온건개혁파의 역공이 시작됐다.


“일본에서 차관 300만 원을 빌려와 개혁을 하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맞습니다. 일본은 조선에 300만 원은 커녕 50만 원도 줄 여력이 없습니다. 그런 나라와 손을 잡고 나라를 개혁하겠다니요?”

“전하, 일본과 손을 잡는 건 나라를 망국의 지름길로 이끌 뿐입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아닙니다 전하, 일본은 분명 조선에 300만 원을 빌려 줄 겁니다. 여기서 청국에 손을 벌리면 조선은 영원히 청나라의 속국이 될 겁니다.”


신하들의 대립에 고종은 진땀은 흘렸다.


근대화를 이룬 일본이 300만 원도 못 빌려 준다니,


그런데 청나라의 세 수입은 200억이 넘는단 말인가?


청나라를 다녀온 이조판서 민영익은 그게 사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하, 청나라는 뤼순에서만 3억 원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조선의 개혁에 필요한 300만 원 정도는 기꺼이 빌려 줄 겁니다.”

“그게 사실인가?”

“예, 차관을 얻어 오지 못한다면 소신의 목을 쳐 거리에 내거십시오.”

“좋네, 그럼 이번 차관 문제는 이조판서에게 맡기도록 하지”


이렇게 조선 조정은 청나라에서 차관을 빌려오기로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뤼순 군벌에서 얻어오는 차관, 설마 일개 군벌 따위가 저 정도 자금력을 보유했을까?


아직 현실 파악이 덜 된 개화파들은 그런 전개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 ⁕ ⁕


“전에 말한 대로 자네에게 손을 벌리러 왔네”

“얼마나 필요하나?”

“300만 원”

“좋아, 주도록 하지”

“하하 ~ 정말 인가?”

“나는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네.”


이곳은 뤼순,


나는 조선에서 돌아온 민영익과 얼굴을 마주했다.


300만 원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조선 조정,


이 당시 조선의 세 수입은 대략 2200만 원 정도로 알고 있다.


문제는 이게 온전히 중앙 수입으로 들어오냐는 것, 돈이 있다면 고종과 민 씨 일파가 매관매직으로 재정을 마련하겠나?


여기저기서 뜯어 먹는 도둑놈들이 판이 넘친다.


그렇다면 내가 힘을 보탤 수 밖에, 390만 원을 민영익 뒷주머니에 찔러넣었다.


“나는 300만 원을 달라고 했는데 왜 90만 원을 더 주는 건가?”

“자네가 도중에 떼어 먹을 걸 생각해서 주는 거네.”

“이 사람이!! 날 도대체 어떻게 보고 이러는 건가?!!”


발끈하는 민영익,


하지만 나는 코웃음을 쳤다.


“조선 백성 중에 민 씨 가문이 도둑질을 해서 나라의 국고가 텅 비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정말이지 ··· 자네는 너무 직설적이야 ··· ”

“난 사실을 말한 것 뿐이네. 적당히 좀 해 먹으라고, 자네 가문은 너무 지나쳐, 고작 300만 원이 없어서 조정이 타국에 손을 벌리다니 이게 무슨 꼴인가? 조선의 세도가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민영익은 먼 곳을 바라봤다.


조선 세 수입이 2200만 원인데 300만원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쥐구멍이 있다면 거기에 머리를 박고 싶겠지,


현실을 알고 있는 민영익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끄럽구만, 자네도 조선인인데 ··· 조선인에게 이런 말을 듣다니”

“내가 왜 조선을 등지고 청나라에 몸을 맡겼는지 잘 생각해 보라고, 난 자네의 친구이자 조선인으로서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어. 앞으로 자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바뀌는 거야. 90만 원은 뇌물로 줄 테니, 300만 원은 꼭 개혁에 쓰라고”

“걱정하지 말게, 이 90만원도 내가 꼭 개혁에 쓸 테니까.”

“그 말 반만 믿도록 하지”

“하하 ~ 자네 정말 날 어떻게 보는 건가?”

“이런 말 듣기 싫으면 보란 듯이 조선을 바꿔보라고, 난 분명 기회를 줬어. 자네가 실패하면 내 입장도 곤란해지니까 알아서 잘 하라고”


따지고 보면 이건 나한테도 도박이다.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300만원이나 되는 돈을 민영익에게 내주겠나.


지금 조선이 일본에서 차관을 받아오면 조선은 일본에 예속 될 뿐, 그래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걸 알고도 300만 원을 빌려주는 거다.


조선을 떠났지만 조선인으로서 조선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당연, 뭣보다 동아시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조선은 중립국이 돼야 한다.


조선에 대한 차관 지원은 우창칭도 허락한 일,


하지만 조선이 개혁에 실패하면 내 체면은 땅에 떨어지고, 뤼순 군벌 내에서의 영향력도 줄어들 거다.


민영익도 그걸 잘 알고 있는 입장,


그렇게 390만 원을 들고 조선으로 돌아갔다.


⁕ ⁕ ⁕


“장군, 전인환 그 자, 너무 오만한 거 아닙니까?”

“그게 무슨 소린가?”

“이번에 조선에 차관 390만 원을 빌려주지 않았습니까? 누가 조선인 아니랄까 봐 중국의 돈을 마구 쓰는 것 같습니다.”

“어허 ~ 또 그 소리인가? 내가 알아듣게 설명을 하지 않았나?”


이곳은 뤼순 군벌의 본거지,


우창칭은 수하들의 반발에 둘러싸였다.


전인환의 활약으로 뤼순의 세력이 급격히 불어난 건 사실, 하지만 그 자가 군벌의 예산을 좌우하는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조선에 차관을 지급하는 건 우창칭도 납득한 일,


조선이 일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면 그 정도 지출은 해야 한다.


문제는 이걸 장군들이 고깝게 보고 있다는 것, 조선에 줄 돈이 있으면 차라리 장군들이 한탕 챙기는 게 낫지 않나?


우창칭도 사실은 예산을 빼돌리고 싶었지만 진심 어린 충언에 막혔다.


“장군, 지금 청나라는 프랑스라는 강적과 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군비에 투자해야 하는 이 때에 예산에 손을 대시겠다는 겁니까?”

“아니 ··· 그게 아니라 ··· 조금은 더 괜찮지 않나?”

“장군, 정신 차리십시오. 청나라가 패하면 일본은 군을 이끌고 북상할 것이고 그동안 쌓아 올린 장군의 명성도 무너지는 겁니다.”

“알겠네. 알았어, 자네는 너무 잔소리가 심하다고”

“잔소리를 안 하게 하시면 되잖습니까? 전에 제가 900만 원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돈은 어쩌셨습니까?”

“크흠 ~ 이 사람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목소리 좀 낮춰”

“900만 원이면 조선 전체 세수의 절반입니다. 제발 적당히 드십시오. 제가 돈을 안 드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알겠네, 알았다고, 거참 ··· 무슨 말을 못하겠군.”


그렇게 우창칭은 소소하게 900만 원만 횡령했다.


그렇게 횡령해도 표도 안 나는 뤼순의 예산, 이러니 다른 장군들도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거다.


총대장이 이 모양이니 다른 장군들도 우리도 좀 먹자고 달려드는 것,


조선도 막장이지만 뤼순 군벌의 상황도 그렇게 좋진 않았다.


이 막장 세력을 멱살 잡고 끌고 가는 건 전인환이라는 이름의 조선인,


어찌어찌 예산을 보존해 군비에 투자했지만 장군들의 횡포는 계속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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