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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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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nse0597
작품등록일 :
2021.07.24 17:01
최근연재일 :
2021.10.31 21:4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117
추천수 :
0
글자수 :
8,762

작성
21.07.24 17:17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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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4쪽

외로운 언덕

작가는 저만 있는 게 아닙니다.




DUMMY

"아들아... 너는 비록 몸이 차갑고 딱딱하지만, 우리들은 너가 따뜻한 마음을 가질 거라 믿는다."


한 부부의 말에 거대한 기계가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계는 깨어나고, 자신의 부모를 보았다. 이 인간들이 나를 만든.. 아니 태어나게 해 주신 걸까... 그들이 부모인 것을 알아본 기계는 이내 기쁜 아이처럼 그들을 살포시 껴안았다. 비록 깡통 같이 차가운 몸이라도 그들은 가족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1년 뒤


쿵! 쿵! 쿵!


"이봐요!!! 문 좀 열어봐요! 마을 사람들이랑 상의도 안하고 저런 걸 만든겁니까!? 얘기 좀 합시다!!!"


1년의 세월 동안 기계는 가족의 따뜻함 속에서 평범한 아들로서 지냈다. 아버지를 따라 밭을 갈고, 농작물을 키우며, 그 농작물로 움직일 에너지를 만들고... 하지만 그렇게 지냈기 때문인지 마을 사람들에게 금방 들켜 결국 집에 찾아온 것이었다.


매일 아침이 시끄럽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님만 아니었으면...


스윽...


어머니는 아들의 고통을 달래기 위해 머리에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 말 없는 쓰다듬은 아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부정적인 생각들은 그저 깡통의 아래에 깔려 썩어갈 뿐이었다.


"여보! 아들 어디 갔는지 알아?"

"밭에 간거 아니였어? 설마....!"


쾅!


아들을 찾는 어머니의 문을 여는 소리 만큼 큰 소리가 마을을 울렸다. 기계의 발걸음에 마을 주민들은 모두 놀라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그들의 손과 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렸고, 그들의 얼굴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스윽...


한 소녀가 기계의 다리를 만졌다. 평범한 아들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어깨에 얹고서는 대화했다. 한 평범하며 순수한 마을 소녀와 좀 독특하고 차갑지만 평범한 아들의 대화... 그 대화는 마을 주민들의 긴장을 풀어주었고, 이내 그는 이웃들과 친해졌다. 그 뒤로 부모가 뛰어왔지만, 그들은 대화하고 있는 아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기계와 평범한 마을의 시끄럽지만 따뜻한 일상은 그렇게 계속되었....


으면 좋겠지만, 아들의 부모가 너무 유능했던 걸까, 기나긴 시간에 마을의 주민들은 모두 늙고, 죽고, 젊은 이들은 떠나고... 그러한 마을의 상황 속에서 아들은 멀쩡한 깡통으로서 부모의 끝을 지켜 보고서는 최초의 절망을 느꼈다. 그가 느낀 절망은 어떤 늪보다도 깊고 찐득하였으며, 한낱 인간이란 것들이 이해할 수는 없었나 보다.


그는 텅 빈 자신의 집을 부쉈다.


쾅!


그는 텅 빈 언덕을 무너뜨렸다.


쿠웅!


그는 마을에 내려갔다.


쿵...


"너도 떠나는 거니...?"


마을 소녀는 아들에게 조심히 질문했다.

어두운 아들은 그녀를 다시 번쩍 들어 올리고서는 어깨에 얹고, 숲에 들어갔다.


그녀도 이제 한 가정을 꾸려야겠지... 나의 마지막 대화 상대이겠지...

그 둘은 숲 속에서 마을의 마지막 주민들이기에 심정은 비슷했을 것이다.

지저귀는 새들... 숲을 가르는 바람 소리... 시끄럽지만, 한적한 차가운 숲 속에서 그들은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으로 웃고, 울고, 화내며, 서로를 안아 주고서는 소녀는 마을에서 떨어진 도시로 발을 옮겼다.


남겨진 아들은 너무나도 슬펐다. 부모가 가고, 마을이 없어지고, 자신의 우정마저 떠났다.


자신은 뭘 하랴...

그렇게 그 숲 속에는 거대한 언덕이 생겨났다




저만 작가가 아닙니다.


작가의말

작가: Basinse0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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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밑바닥 창관에서 21.10.31 16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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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계신 이야기 21.07.25 21 0 2쪽
» 외로운 언덕 21.07.24 24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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