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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님의 서재입니다.

얼음산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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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팀
작품등록일 :
2022.05.11 22:48
최근연재일 :
2022.08.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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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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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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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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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얼음산의 주인 38화

DUMMY

“제기랄, 끝도 없이 오는 구만.”

산적 하나가 계단에 걸터앉아 투덜거렸다.

“저 양반은 대체 언제 시작해? 아까부터 손만 흔들고 있어.”

산적들은 몸을 북북 긁으며 미적거리는 황제를 욕했다. 이른 아침부터 쭉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느라 지쳐있던 그들은 어서 이 일을 끝내고 쉬고 싶었다. 또한, 그들이 쫓아낸 사람들이 욕을 하며 지나갈 때마다 확 패버리고 싶은 걸 참는 것도 꽤나 고역이었다.

산적 하나가 길게 하품을 하다가 한 무리가 비장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걸 발견했다.

그는 옆에서 졸고 있던 동료를 툭툭 쳐 깨웠다.

“야, 온다.”

그들은 다시 한번 행인들을 내쫓기 위해 출동했다. 그러나 몰려오던 사람들이 뒤에서 긴 장대를 꺼내자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눈을 홉떴다.

“어, 뭐야. 막아!”

산적들과 황제파가 충돌했다.

황제파는 긴 사거리의 이점을 활용하여 산적들을 뒤로 밀어냈다. 산적들은 뒷걸음치면서도 찔러 들어오는 장대를 빼앗으려고 손을 휘적거렸다.

텅!

그 사이, 유리는 위층 벽에 붙어 있는 사다리를 한 손으로 낚아챘다.

“유리 씨, 먼저 가세요.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유리는 사다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황제파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유리만 위층에 올라가는 이유는 저 위에 있는 사람이 진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만약 율켄이 잘 훈련된 암살자를 고용한 거라면, 그는 단순히 활만 잘 쏘는 사람이 아니라 대단히 위험한 사람일 것이 분명했다. 반면, 유리와 함께 있는 이 사람들은 황제파 중 그나마 힘을 잘 쓰거나 무기를 다뤄본 적이 있는 사람들을 뽑은 것으로, 능력이 뛰어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최대한 빨리 해치워야겠어.’

유리는 동료들이 싸우는 소리를 뒤로하고 사다리를 올랐다. 이윽고 아담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

역시나 위에 사람이 있었다.

유리는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으나, 암살자임에 틀림없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암살자는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말했다.

“왔군.”

그 태연한 모습에 유리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 암살자 주제에 당당하네? 도망가지 않아도 돼?”

암살자는 유리를 앞에 두고도 편안하게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내가 왜 도망을 가야 하지? 꼭 네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군.”

“어. 나 뭐라도 돼. 후회할걸?”

유리는 자신 있게 말하며 그녀의 양손검을 뽑아 들었다.

“그렇다면 덤벼라. 네놈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하다는 걸 일깨워주지.”

“그러시던가.”

유리는 바로 덤비는 대신 어깨를 한 번 으쓱해주고 허공에다 칼질했다. 아무런 의미도 없어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투툭-.

탄력을 잃고 바닥에 나풀나풀 내려앉은 것의 정체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가는 철사였다. 암살자가 유리를 보고도 자신만만했던 이유는 바로 이 철사 때문이었던 것이다.

“역시. 내가 도발에 넘어가 달려들면 이 철사에 걸려 나무토막처럼 썰리기를 바랐던 거겠지. 나한텐 이런 거 안 통하는데 어쩌나?”

유리는 양손검을 붕붕 돌리며 입이 떡 벌어진 암살자를 비웃어주었다.

“그럼 이것도 피해 봐라.”

말을 마친 암살자는 손에 들고 있던 표창을 던졌다. 수십 개에 달하는 검은 환영이 유리에게 날아들었다.

유리는 침착하게 표창을 칼로 쳐내거나 피했다. 이 정도는 그녀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그리고 이는 상대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뭐가 더 있어.’

마침, 엉뚱한 궤도로 날아가 천장에 박히는 표창 몇 개가 유리의 눈에 띄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뒤로 젖혔다. 뭔가 반짝 빛난다 싶더니 유리의 속도를 미처 따라오지 못한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암살자는 두 번째 노림수마저 피한 유리를 보고 순수하게 감탄했다.

“과연, 감이 좋은 놈이군. 오만하게 군 이유가 있어.”

유리는 허리를 튕겨 일어나며 앞에 있던 철사를 검으로 내려쳤다. 그녀가 투덜거렸다.

“아오, 귀찮아!”

암살자의 수법은 이제 알았다. 표창은 단지 눈속임일 뿐이고, 상대가 표창을 피했다고 안심해서 한 발짝 앞으로 내딛는 순간 그 뒤에 연결된 철사에 목이 잘리는 구조다.

기껏 없애버린 함정이 원상복구된 셈이었다. 자르면 다시 생기고, 또 자르면 또 생기고. 이런 식으로 유리는 암살자에게 조금도 다가가지 못한 채 제자리에서 시간만 허비했다.

유리는 참다 참다 폭발했다.

“돌아버리겠네! 본인이 비겁하다는 생각 안 드냐!”

“비겁하다는 건 나에게 칭찬이나 다름없다. 네놈이 어디서 뭘 알고 여기까지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이 끝날 때까지 거기 갇혀서 아무것도 못 할 것∙∙∙.”

유리가 칼로 자신의 손등을 베었다.

암살자는 그 기행을 보고 하던 말을 멈추었다.

“뭐∙∙∙ 하는 짓이지?”

“아∙∙∙.”

유리는 피가 흘러나오는 손등을 보며 나지막하게 한숨 쉬었다.

“케인에게 혼나겠는데.”

유리는 손을 휘둘러 앞에 피를 뿌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허공에 반짝하고 붉은빛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 짧은 시간도 그녀에게는 충분했다. 유리가 붉은 잔상을 베며 조금씩 전진했다.

“어딜!”

그제서야 그녀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아차린 암살자는 표창을 마구 뿌렸다. 철사가 먹이를 노리는 거미줄처럼 유리의 주위를 휘감았지만, 검의 거센 날갯짓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져 내렸다.

찢고, 베고, 가르던 유리의 검이 마침내 암살자에게 닿았다.

“컥!”

암살자를 쓰러트린 유리는 바로 창가로 달려갔다. 창가에는 아까부터 유리를 신경 쓰이게 한 석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유리는 석궁에 장전된 화살을 없애버리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녀의 팔을 덥석 잡아 제지했다.

‘다가오는 기척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

위험을 감지한 유리가 곧바로 발차기를 날리려 했으나, 그전에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여 가까스로 멈출 수 있었다.

멀끔한 인상의 남자가 유리에게 말했다.

“앤 씨. 이건 함정입니다. 만지면 안 돼요.”

유리는 떨떠름하게 그의 이름을 입 밖으로 꺼냈다.

“매튜?”

“다치셨군요.”

매튜는 피가 흐르는 유리의 손등을 보고 품 속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유리는 황당했다. 술집에서 만난 경비대원이 뜬금없이 나타나 그녀의 손에 손수건을 매어줄 거라곤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저기? 황궁에 보고하러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다 됐다-. 하고 유리의 손을 놓아준 매튜가 말했다.

“제 할 일은 다 마치고 온 겁니다.”

“지금 본인이 얼마나 수상해 보이는지 알고 있습니까?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일단은 여길 나가고 나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좋아요.”

안 그래도 아래에서 싸우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었던 유리는 군말 않고 돌아섰다.

“매튜, 할 것 없으면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유리는 혹시나 남은 철사가 있을까 봐 검으로 허공을 가르며 신중하게 걸었다.”

“죄송합니다.”

“뭘 죄송까지야∙∙∙.”

괜찮다며 뒤를 돌아본 유리가 본 것은 창밖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매튜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막으러 달려갔을 땐 이미 늦어, 화살이 목표를 향해 쏘아진 뒤였다.



율켄이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폐하?”

멋들어진 미소에 가까이 있던 이들이 감탄했다.

크세르트가 그의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말했다.

“율켄, 그대가 나를 죽이려 한다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나?”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서는 어김없이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 번 시험해 보지. 그대가 출혈로 죽는 것과 내가 화살에 맞아 죽는 것 중 뭐가 더 먼저인지 말이야.”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 아래, 성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미는 힘과 막는 힘 간의 치열한 싸움이 진행되고 있었다.

율켄이 남몰래 이를 갈았다. 그의 의복을 물들인 피가 그의 옆구리에서 나온 것인지, 손에서 나온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안타깝습니다, 폐하. 이토록 생각이 짧고 어리석으시다니. 화살은 안 쏘면 그만입니다. 제가 신호하지 않는 한 화살은 발사되지 않으니까요.”

율켄은 단도를 쥔 손에 힘을 줘 황제의 몸을 거칠게 밀어버렸다.

“폐하는 그냥 정신이 불안정하여 충신을 찌른 미치광이 황제가 될 뿐입니다.”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환호가 뚝 멎었다. 숨 막히게 고요한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우뚝 선 율켄은 승리를 직감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봐라-“

팍!

황제의 가슴에 화살이 박혔다. 그 모습이 율켄에게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뚜렷하게 보였다.


“어, 어, 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연극인가?”

“황제 폐하께서 지금 화살에 맞으신 거야?”

“폐하가 화살에 맞았대!”


사람들은 연달아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웅성거렸다.

광장에서 흘러나온 웅성거림은 천막을 정리하고 나오던 루제르트와 롬의 귀에도 들어갔다.

롬의 손에서 도끼가 쾅 떨어졌다.

“어∙∙∙ 지금 뭐라고?”

롬의 눈이 벌게졌다.

“지, 지금 황제 폐하께서 화살에 맞았다고 한 겁니까? 제가 들은 게 맞아요?”

롬은 옆에 멍청하게 서 있는 루제르트를 잡아, 마구 흔들었다.

“이러지 말고 뭣 좀 해 보세요, 제발!”

루제르트도 들었다.

꿈틀.

루제르트는 간신히 굳어 있던 손가락 하나를 움직였다.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져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혀∙∙∙ 형님이.”

유리가 실패한 걸까?

그렇다면 크세르트가 정말로 죽은-

“여봐라! 율켄 후작이 나를 암살하려 했다. 어서 죄인을 잡아들여라!”


“화, 황제 폐하께서 무사하시다!”

“들었어? 율켄 후작이 황제 폐하를 암살하려 했대!”

“그, 그럼 어떻게 하지? 막아야 하는 거 아니야?”

웅성웅성-.


“롬!”

루제르트의 외침에 롬이 퍼뜩 놀랐다.

“예, 예?”

“나를 왕관 위로 올려줘!”

“옛!”

롬은 후다닥 왕관 앞에 서서 자리를 잡았다.

루제르트는 전속력으로 달려 롬의 팔을 딛고 왕관의 꼭대기로 비상했다.

롬은 루제르트가 사라진 뒤에야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였다는 걸 깨달았다.

“어라∙∙∙? 방금 내가 뭘∙∙∙.”

허공에 뛰어오른 루제르트는 난간을 향해 손을 뻗었다. 높이가 살짝 부족했으나 그는 손에 닿은 벽돌을 손가락이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마침내, 두 발이 딱딱한 바닥에 닿았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루제르트는 포효했다.

“나, 루제르트 힐은!”

매튜의 멱살을 잡고 있던 유리도, 사람들 틈에 섞여 있던 제레미 일행도, 황제파도, 광장에 모인 제국민들도, 그리고 그의 형 크세르트도 모두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반역자 율켄을 제압하고 황제 폐하를 구하러 왔다!”

머리에 얹어진 주황색 가발이 바람에 흩날려 그의 이마를 간지럽혔다.

“제군들이여, 나를 따라 황제 폐하를 구하라!”


-

----와아아아아!

황제 폐하를 구하자!

함성이, 진동이 되어 수도를 뒤흔들었다.


작가의말

드디어 표지가 생겼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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