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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자 님의 서재입니다.

무인도에 간 재벌악역의 삶이 너무 행복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역사자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3
최근연재일 :
2022.05.29 01:59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6,027
추천수 :
229
글자수 :
126,501

작성
22.05.14 02:07
조회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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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1-02

DUMMY

일단 여자들의 호감을 사자.

시청자들이 NTR 당하지 않게 미리 차단하자.


“그쯤 했으면 됐어요. 제가 해볼게요.”


싱긋 웃으며 다가가 김철인이 비비던 나무때기를 뺏었다.


“제가 할 수 있는데...”


“저도 한 번 시도 해 볼게요.”


“힘들게 식량도 구하셨는데...”


“괜찮습니다. 해보고 안 되면 다시 교대하죠. 어이구 땀 좀 봐. 잠깐 쉬세요.”


김철인이 불을 피우던 도구를 살펴봤다.

나무때기의 끝이 뭉뚝하다. 던져버렸다.

나무토막이 너무 두껍고 평평하다. 던져버렸다.


장작더미에서 적당한 것을 찾았다.

반대쪽으로 작은 구멍이 난 나무토막.

바닥의 모래를 파서 나무토막을 올리고, 구멍 밑에 잘 마른 먼지들을 깔았다.


단단하고 끝이 날카로운 꼬챙이를 나무토막 위에 세웠다.


“채유설씨. 로프 좀 줘보세요.”


“네. 여기요.”


채유설의 목소리에 기대감이 섞여있다.


로프로 나무대기를 한 바퀴 감았다.

한쪽 끝을 잡고 반대쪽 끝을 이지선에게 건넸다.


“지선아 여기 잡어.”


“네. 오빠.”


로프 양쪽을 당겨 팽팽하게 만들었고.


“채유설씨. 이 돌로 꼬챙이 위쪽을 눌러주실래요? 너무 세 개는 말고 튕겨나가지 않을 정도로만... 됐어요. 잘했어요.”


김철인은 혼자 했지만 난 여자 둘과 함께 한다.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선 함께 해야 한다.


“지선아. 나는 하나에 당길 거야. 박자를 기억해.”


줄을 당기니 나무가 스르르르 돈다.


“둘에는 네가 당겨.”


이지선이 줄을 당겼다.

스르르르.


“이렇게 박자 맞춰서 당기다가 조금씩 속도를 올리자. 할 수 있지?”


“네.”


자기에게 말시키는 게 좋은지 이지선의 목소리가 밝았다.


“하자.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하나 둘.”


서로 교대로 당기며 속도를 올렸다.


핫두핫두핫두핫두핫두.


고작 3분 후.


화르륵!

나무토막 아래에서 작은 불빛이 생겨났다.


“어맛. 붙었다.”

“잔가지. 불쏘시개.”

“바람 불어. 후우~ 후우~”

“꺄아아 성고옹!”

“밥이다아~”


불이 붙었고, 신난 여자 둘이 달려와 안겼다.


이게 인생이지.

이게 섹스지.


무인도 시나리오 써보겠다고 자료 조사한 보람을 여기서 느끼네.

후후후.


왠지 시무룩해 보이는 김철인의 표정이 기분은 두 배 좋게 만들었다.


또 악마의 편집이 되겠지만 알게 뭐냣.


곧장 식량을 구웠다.


지글지글 구운 손바닥만한 피래미 스무 마리.

돌을 올려놓고 구운 새끼손가락만한 가재 열 마리.


피래미가 꽁치처럼 가늘어서 딱 한입거리다.

먹긴 했는데 배가 부른 정도는 아니다.

뼈 채 삼키고도 아직 부족한 채유설은 나와 이지선이 버린 생선대가리를 아쉬운 눈으로 보고 있다.


“미안해요. 세 명인 줄 알았는데.”


김철인에게 꼽을 줬다.

김철인의 실수는 시간 날 때마다 상기시켜줘야지.

어차피 드라마에선 신께서 알아서 편집해 영웅주인공으로 조형할거야.


“앗.. 아앗. 저 때문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사람이 먼저죠. 야밤에 추가로 구하기도 힘들 것 같으니 비상식량 하나 열죠.”


“그럴까요?”


내 말에 채유설이 반색했다.

채유설을 꼬시려면 먹는 걸로 꼬시는 게 직빵이다.


비상식량의 비닐포장을 조심해서 뜯고 안에 있는 비스킷과 초콜릿 등을 나눠먹었다.

작아도 열량폭탄이니 허기는 면할 수 있다.


단 맛이 들어가니 다들 센티해졌는지 조용히 모닥불만 바라보고 있다.


타닥, 타닥.


불멍.


좋구나.


엊그제만 해도 방구석에서 드라마갓에게 악플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미녀들과 모닥불멍이라니.


“우리... 돌아갈 수 있겠죠?”


말을 꺼낸 건 의외로 채유설이었다.

씩씩하게 할 일에 집중하던 여자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이지선도 그런가 해서 옆을 보니 근심걱정 하나 없는 얼굴로 날 보고 있다.

그래 이 해바라기는 지금 상태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갈 수 있어요. 분명 갈 수 있어요.”


조심스레 손을 올려 채유설의 어깨를 토닥여줬다.


채유설이 멍하니 고개를 돌려 내 신념에 찬 눈을 보고는 억지로 미소 지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미래그룹의 유람선이 침몰했어요. 다음 일정이 없던 것도 아니니 금방 알아냈을 겁니다. 지금이 1800년대도 아니고 위성으로 모든 섬을 감시할 수 있어요. 불만 크게 피워도 알아낼 거예요.”


“아. 그렇군요. 이 곳이 무인도가 아닐 가능성도 있고요.”


채유설을 위로하려 했던 말인데 고자 김철인 선생이 받았다.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채유설에 대한 위로여~


“네. 그러니까 다치지 말고, 굶지 않고, 몸 성히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네.”


김철인이 대답하니 채유설이 다른 걱정거리를 꺼냈다.


“그런데 원주민과 마찰을 빚으면? 도련님의 재산을 노린 강도가 습격하면?”


“네? 도련님이라뇨? 누가 또 있어요?”


저 눈치 고자.


“제가 미래그룹 계승자예요. 실무를 배우려고 신입사원이 되었죠.”


재벌2세라는 단어는 어감이 매우 좋지 않으니 계승자라는 멋진 단어를 썼다.


“앗.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김철인이 잽싸게 고개를 숙였다.


“아뇨. 이렇게 무인도에 떨어졌는데 무슨 의미 있겠어요? 사회적 신분 전부 버리고 다 같이 힘을 모으죠.”


“오. 훌륭한 마인드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호칭부터 정리할까요? 김철인 씨는 스물 네 살이죠?”


“네. 하핫. 동기들 중 제가 가장 젊을 겁니다.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저 나이면 젊긴 하지만 역시나 눈치고자.


“전 스물두 살입니다. 제가 형으로 부를게요. 형은 말 편하게 놔요.”


“네? 아니...”


“위기상황이잖아요. 사회에서 관계 모두 내려놓고 힘을 합칩시다. 형.”


“네. 어... 그래. 대학은 조기 졸업? 굉장하네.”


내가 대학을 나왔나?

일단 무시.


“채유설 신입사원연수원 교육관님도 누나라고 부를게요. 누나도 나한테 말 놔요.”


이제야 채유설을 봤는데 채유설의 표정이 이상하다.

못 볼 걸 본 표정.

내가 뭘 잘못했나?

반대편 이지선을 보니까 놀람을 넘어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어? 왜? 지선아.”


“너... 너 누구냐? 누군데 내 오빠의 몸을 차지한 거냐!”


두둥.


들켰어? 들켰다고?


놀라서 채유설 쪽을 돌아보니.


“뭐야? 반말 찍찍 하고 쌍욕 하던 사람이 왜 존댓말 해. 기분 나쁘게. 누나라니...... 아 소름 돋아.”


내가 존댓말해서 기분이 나쁜지 혼자 중얼거린다.

어두워서 내가 보고 있는 걸 모르나?


내 캐릭터가 너무 변해서 혼란을 줬구나.

날 잘 모르는 김철인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이지선과 채유설은 예전의 악역 고운석을 알았으니 혼란스러울 만 하지.

지금까진 정신없어서 눈치 채지 못했나보다.


수습해야 한다.

어떻게?


여기가 드라마속이라는 걸 이용하자.


“사실... 저 기억상실증에 걸렸어요.”


개연성? 그딴 건 드라마 갓한테 따져라.


“......”

“......”


“유람선에서 충격 받아서인지 그때부터 기억이 안 나요. 부분부분 기억나는 게 있긴 한데 거의 다 모르겠어요. 내가 스물두 살인 건 아는데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어라? 유람선에서 사고 나기 직전부터 존댓말 쓴 것 같은데요. 그래서 그때부터 쭉 기분 나빴는데요.”


이봐요 채유설씨. 넌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아니에요. 잘 생각해봐요. 사고 난 직후부터예요.”


“어라? 그런가?”


“그래요.”


“그렇구나.”


될 때까지 우기면 안 되는 것 없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기억을 잃은 것 때문에 실수하면 바로 말해주세요. 당장 의사도 없으니 어떻게 고칠 수 없잖아요.”


“어... 네.”


채유설은 설득했는데 옆을 보니 이지선이 걱정가득한 눈으로 그렁그렁 울고 있다.


“오빠 괜찮아요? 머리가 아파요? 통증은요? 다른 데는? 또 어디 아픈데 없어요?”


예쁘고 착하고 헌신적이다.

이런 여자를 매도하고 욕하고 내쫒고 바람이나 피우던 고운석 너란 새끼...... 잘 뒈졌다.


“어... 어. 괜찮아. 아프지 않아. 그냥...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약간 불편할 뿐이야.”


“어떡해에. 어떡하지?”


“나중에 시간 나면 네가 알고 있는 나의 과거를 말해줘. 듣다보면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까? 드라마에서도 곧잘 그러잖아.”


나는 과거의 고운석을 모르기 때문에 선수 쳐야 한다.

드라마니까 써먹을 수 있는 편의적 기억상실.


“어. 알았어요. 내가 자세하게 말해줄게요.”


“그래. 일단 제가 이런 상태니까 채유설 교육관님을 누나라고 부를게요. 누나.”


“흐잇.”


채유설은 소름끼치는지 어깨를 움츠렸다.


“왜 그래요?”


“너무 변해서. 예전 얼굴과 똑같은데 그런 말을 들어서요.”


“과거의 내가 어땠길래...”


“그냥... 좀.”


“솔직하게 말해 봐요. 기억상실이잖아요. 도움이 될 지도 몰라요.”


“기억을 찾지 않는 게 도움 될 듯 한데요......”


너무하시네요?

라고 말하기엔 내가 아는 고운석은 그 정도다.

잘 뒈졌다 악역새꺄.


“대체 어땠길래. 솔직하게 말해줘요.”


나에 대한 평가를 알아야 공략이 쉽지.


“엄청 찌질하고...”


채유설이 말했다.


“엄청 냉철한데...”


이지선이 반박했다.


“엄청 쪼잔하고...”

“매우 냉엄하고...”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본 두 여자의 시선이 번쩍 부딪쳤다.


“엄청 껄떡대고...”

“엄청 신사적이고...”


“사람을 막 괴롭히고...”

“위엄있게 호통을 치고...”


“게으르고...”

“사색을 즐기고...”


“나태하고...”

“관대하고...”


“비겁하고...”

“현명하고...”


“술여자담배좋아하고...”

“호탕하고...”


어질어질하네.


두 여자가 경쟁이 붙었는지 끝도 없이 쏟아낸다.

내가 아닌 악역 고운석이 싸지른 똥이지만 내가 민망해서 죽겠다.


그보다 이지선에게 씌워진 콩깍지는 얼마나 두꺼운 거지?

이런 게 드라마적 허용이라는 건가.


“자, 자. 진정하시고. 난 어차피 기억 안 나니까 나중에 구출 된 후 생각하죠. 일단은 생존만 생각합시다.”


“네.”

“흐잉. 억울해. 왜 울 오빠를 이상한 사람 만들어......”


채유설은 귀찮으니 넘어가자는 투였고, 이지선이 억울해했다.

이건 되려 채유설이 억울해할만한 일이니까 지선아 조용히 해.


잠자리를 만들었다.

모닥불을 나눠서 위아래에 두개 피웠다.


그 사이에 넷이 나란히 누웠다.


나-이지선-채유설-김철인


여자들을 가운데에 눕히려니까 김철인이 여주 옆에 붙네.

기분이 나쁘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며 내 양쪽에 여자를 눕히면... 그래도 김철인이 누군가에 붙네.

기분이 나쁘다.


모닥불이 타닥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밤하늘을 봤다.


밤하늘을 보고 있으니 없던 별이 계속 생겨난다.

백 개의 보석이 천 개가 되고 만 개가 된다.


저게 은하수인가.

하늘에 우유를 뿌린 것 같은 뿌연 강이 흐른다.


엄마, 나 은하수 처음 봤어.

엄마......

보고 싶네.

서른네 살 드라마보조작가로 돌아가긴 싫지만...

엄마는 보고 싶다.


악역 고운석의 삶.

얼마 후 미래그룹 회장이 되고.

장차 세계 최고의 명사가 되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삶.


나 자산의 삶을 즐기고.

동시에 드라마의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고.

끝없는 시즌 연장을 이어가게 만드는 삶.


복잡하지만 할 수 있다.


엄마.


멋지게 즐기다가 드라마를 성공시킨 후 돌아갈게.

그때가 되면... 현실의 나도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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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1-03 +1 22.05.16 235 6 13쪽
8 7. 무김치 season.1 무인도 편 ep.03 +2 22.05.15 253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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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02 +2 22.05.14 306 13 11쪽
5 4. 무김치 season.1 무인도 편 ep.02 +3 22.05.13 354 12 13쪽
4 3.1-01 +1 22.05.12 386 18 14쪽
3 2.1-01 +2 22.05.11 436 22 12쪽
2 1. 무김치 season.1 무인도 편 ep.01 +2 22.05.11 559 3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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