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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송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방 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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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송
작품등록일 :
2021.08.22 12:06
최근연재일 :
2021.08.31 14: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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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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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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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다 된 밥에 주교 뿌리기

DUMMY

"무진, 나 배불러."


만석진을 가동하고 오랜 시간이 흘렀다.


꾸역꾸역 만석의 기운을 흡수하던 꼬마 정령이 주저앉았다.


장장 수십분 동안 날아다니는 기운 덩어리를 낚아 채 입안에 쑤셔 넣었다.


아무리 정령이 자연의 기운을 좋아한다 해도, 이건 선을 넘은 거다.


꼬마 정령은 불뚝해진 배를 두드렸다. 당장에라도 목으로 넘긴 기운들이 역류할 것만 같다. 연신 헛구역질이 나왔다.


"몸에 좋은 건 입에도 쓴 법이야. 더 먹어."


하지만 무진은 멈추지 않았다.


당연했다.


어떻게 가동한 만석진인가? 상급 마나석을 두 개나 때려 박았다. 뽕을 뽑아야 했다.


마법사들이 자연의 마나를 흡수해 몸에 써클을 만들 듯이, 정령은 자연의 기운을 흡수한다.


흡수한 기운을 정령력으로 변환하는데, 이것이 정령의 강함을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꼬마 정령은 만석에서 추출한 기운 덩어리를 먹고 있다. 자연의 기운을 기겁할 만한 속도로 흡수하는 것이다.


"배부르단 말이야."


꼬마 정령이 투정을 부린다.


"이거 나중에 먹으면 안 돼? 지금 꼭 다 먹어야 하는 거야?"


간절한 물음에 무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안다.


만석이 하나도 아니고, 자그마치 다섯 개다. 그 안에 든 기운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몽땅 흡수할 수 있을까.


다만 이대로 진을 해체하기엔 아쉬움이 컸다.


'상급 마나석 두 개.'


속이 쓰리다.


"거기! 사제들!"


탈진할 듯한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진을 가동하는 사제 무리가 보인다.


"진 해체하고 모여."


진이야 아깝지만 우선은 상황을 정리하고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한다.


슬리피우드와 같은 생기의 정령을 찾았다. 그리고 녀석에게서 보옥석도 발견했다.


이 모든 게 다 우연일까?


무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꼬마 정령은 슬리피우드의 안배다. 녀석에게 감춰진 비밀을 밝혀내야 한다.


일단은 세력을 형성하는 게 먼저다. 혼자선 월교에 맞서기 힘들다.


마침 정령방을 만든다고 했으니..


'사제 넷.'


그리고 엎어진 주교 녀석. 버리긴 아깝다. 정령방을 유지하기에 좋은 일꾼들이다.


"무진, 무슨 생각해?"


혼자만 재밌는 생각하는 거야?


그 물음에 꼬마 정령을 향해 고개를 돌린 무진은 흠칫 놀랐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강해졌다.


정령의 등급은 축적된 정령력의 양에 따라 정해진다.


소정령, 중정령, 대 정령, 정령왕.


꼬마정령은 가장 낮은 정령 등급 중에서도 하급 소정령이었다. 권능도 없고, 정령력도 느껴지지 않는 별거 없는 정령이었다.


슬리피우드처럼 생기를 지니지 않았다면, 무진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그러나 잠깐 동안 만석의 기운을 흡수한 것으로 축적된 정령력의 양이 늘었다.


순식간에 중급 소정령이 되어 버렸고, 지금은.


'상급 소정령인가?'


엄청난 성장이다.


무진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일반적으로 하급 소정령에서 상급 소정령이 되기까지는 반 백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꼬마정령은 단 몇십분 만에 반 백 년이라는 시간에 버금가는 성장을 이룬 것이다.


허.


만석의 기운이 성장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예측은 했지만, 이것은 무진의 예측을 아득히 뛰어넘는 상황이었다.


헛웃음을 짓는 무진의 앞으로 사제 무리가 다가왔다.


"진의 해체가 끝났습니다."


"잠깐 있어 봐."


만석의 기운이 예상보다 효과가 좋다.


월교에 쫓기는 처지에선 꼬마 정령이 한시라도 빨리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정령의 성장은 매우 긴 시간을 거치며 이루어진다.


어쩌면 무진이 살아 있는 동안 꼬마 정령은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그게 큰 걱정거리였다.


그런데 이제 괜찮다. 만석이 있지 않은가?


꼬마 정령에게 도움이 될지는 알았지만 그렇게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지 몰랐다.


무진의 눈이 빛났다.


'사제 새끼들.'


잡아야 한다.


녀석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너희."


흠흠.


"만석진, 그거 다시 만들 수 있어?"


무진의 물음에 사제들이 열성적으로 대답한다.


"옙!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다시 만들게 해주십쇼!"


"만석진의 술식이 눈앞에 선합니다!"


"아아악! 만석진 그리고 싶습니다."


이 새끼들 뭐지? 왜 이렇게 적극적이지?


살짝 감동.. 아니다. 짐작되는 이유가 떠올랐다.


"니들. 살고 싶지?"


이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옆에서 기사들이 저 세상 가는 것을 목도했으니까. 이번에는 자신들의 목에 검을 들이밀까 걱정하는 거다.


자신들의 가치가 사라지면 죽게 될 게 뻔하니까.


누가 검을 겨누고 죽이려든 상대를 살려 두겠나.


하지만 아니다.


다행히도 그들은 무진의 처지에서 아주 쓸모가 많은 노예, 아니 인력이 되어 줄 수 있었다.


"아까보니 진에 마나석을 두 개나 때려 박던데, 원래 진이 그렇게 마나를 잡아 먹나?"


가성비 좋지 않는 놈들이라면 당장 처리해 주겠다!


제멋대로 해석한 사제들이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다.


"아닙니다! 마나석 하나도 필요 없습니다! 이 새끼..아니 이 친구가 서두르느라 실수를 해서 마나로 떼웠습니다."


"억울합니다! 벌레가 콧구멍에 들어가 잠시 집중이 흔들렸던 것뿐입니다!"


아아. 일단 닥치고.


"그래서 마나석이 필요한 건 아니다?"


"네네. 그렇습니다!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마나석 없이 진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무진의 미간이 풀어졌다.


설마 진을 설치할 때마다 마나석이 필요하다 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그 비싼 마나석을 어디서 구하겠는가.


일단 고비는 넘겼다.


"내 말 잘 들어. 너희들은 지금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진의 표정이 풀린 것을 보고 내심 안심했던 사제들이다.


그런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죽인다는 건가?


사제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렀다.


"아닙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모든 건 주교님의 독단이었습니다!"


"우린 따르지 않으면 벌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따랐을 뿐입니다!"


의리없는 놈들.


무진은 삐딱하게 서서 입에 침을 튀기며 고자질하는 사제들을 지켜봤다.


"조용히 안 해!"


누가 시켰건 간에, 교주의 독단이던 간에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무진을 향해 검을 겨눴다는 것이며, 먼저 죽이려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응당 그 값을 치러야 한다.


전생에 무진은 단신으로 제국에 반기를 둔 7인 중 하나였다. 덕분에 위기로 점철된 순간을 수도 없이 겪었다.


목숨을 노리는 이들은 물론, 하다못해 무진을 반 병신이라도 만들어 제국에 그 공로를 인정받으려는 이들이 차고 넘쳤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무진이 세운 원칙은 하나다.


받은 만큼 돌려 준다.


목숨을 취하러 온 자들에게 갱생을 허락해 줄 필요가 있는가?


단연코 아니다. 자비를 베풀면 그들은 더 철저히 칼을 갈아 나타났다.


먼저 이를 드러낸 이상, 자비는 사치다. 죽거나, 죽이거나. 복종하거나 지배하거나. 그 외의 선택지는 없다.


오금을 떨며 불안한 눈빛으로 무진을 올려다보는 사제들.


그들은 이끄는 주교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풀 위에 꼬구라진 채다.


"이제부터 월교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곳에서도 너희의 흔적이 발견되어선 안 돼."


왜냐하면 앞으로는 월교의 사제가 아니라 노예, 아니 훌륭한 인력으로서 살아갈 거거든.


"월교가 너희를 죽은 것으로 알고 완전히 추적을 끊어 놓아야 한다!"


사제들이 동요했다.


"저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가장 젊어 보이는 사제 하나가 침을 꿀꺽 삼키고 무진을 바라봤다.


겁에 질린 기색이 완연하다.


"말해 봐."


"저는 월교 슈딜발군 교구의 중급사제 하리스입니다. 앞으로 저희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사제들의 목숨을 쥐고 있는 이는 무진이다.


그리고 사제들은 기사들이 무참히 도륙 당하는 꼴을 두 눈으로 생생히 확인했다.


그런데도 담담하게 질문 한다?


하리스에 대한 무진의 인식이 달라졌다. 이놈은 쓸 만한 녀석이다.


"만석의 기운을 모두 추출할 때까지는 데리고 다닐 생각이다."


만석의 기운을 모두?


수십, 아니 어쩌면 수 백 년을 거치며 기운을 쌓아온 만석이다.


그 방대한 양을 모두 추출한다고?


이건 당분간은 생명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몇몇 사제들이 안도하려는 그때,


"그다음에는 죽여야지 뭐."


무진의 납덩이 같은 말이 꽂힌다.


"네, 넷? 그게 무슨 말씀..."


잘못 들었나?


죽인다고?


우리를? 전부?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게 묻는 사제들을 보며 무진은 한숨을 셨다.


"말귀 더럽게 못 알아듣네. 죽인다고."


너희를.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사제들에게 떨어졌다.


다른 이가 말했다면 협박이라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상대는 무진이다. 중급 기사 여럿을 순식간에 절명시킨 검사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사제 여럿을 처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제들이 패닉에 빠졌다.


"말도 안 됩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하리스가 순식간에 엎어진다.


두 무릎을 땅에 댄 그는 열변을 토했다.


"이제 와서 목숨을 구걸하는 게 염치 없다는 걸 알지만, 한 번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다른 방법으로 속죄를 원하신다면 무슨 일이라도 가능합니다!"


발작하듯 외치는 그 모습에,


"무슨 일이든 시켜 주십쇼!"


"목숨만 보장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든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발가락도 핣을 수 있습니다!"


뭔가 이상한 게 껴있는 것 같은데?


다른 사제들도 덩달아 엎드려 외쳤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본다면, 사이비 교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광경이다.


"진정해라!"


무진이 울고불고 기는 녀석들을 향해 호통쳤다.


툭 내밭은 말인데 반응이 과하다.


'목숨이 달린 일이니 당연한가?'


하지만 애초부터 죽인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사제들은 귀중한 노예, 아니 인력이다.


가진 것이라곤 딱딱한 몸뚱이가 전부인 기사 따위보다 훨씬 쓸모가 있는 놈들이다.


기사가 진을 설치하는가?


아니다. 허구한 날 진에 갇혀 빌빌댄다.


기사가 상처를 치료하는가?


개뿔. 상처를 냈으면 냈지.


괜히 뭣도 아닌 일에 흥분해서 달려들고 다투다가 피떡이 된 채 신전으로 업혀 온다.


덕분에 사제들 인건비만 치솟았지.


하급 사제도 간단하게 사용하는 마법도 못쓰고, 그저 검만 휘두르는 게 기사가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강하면 말도 안해요.


당장 무진에게 탈탈 털린 놈들을 굳이 살려서 데리고 다닐 필요가 있나?


식충이를 데리고 다니는 꼴이다.


그래서 죽였다.


아무 미련도 없다는 듯 깔끔하게 썰어 버렸다.


단지 그뿐인 일이다.


만일 기사가 무진에게 있어 효용이 되는 존재라면 한 번쯤은 망설였을 거다.


애초에 무진이 가진 원칙은 받은 만큼 돌려주는 거다.


죽이려 들었다고 반드시 죽음으로 돌려 줘야 할 필요가 있나?죽음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돌려주면 되는 법이다.


전생에도 그랬다.


생명을 버릴 각오로 덤벼드는 녀석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 준다며 목을 취하면 무엇이 남나?


무진이 생각하는 목숨의 가치와 녀석들이 생각하는 목숨의 가치는 달랐다.


그들에겐 목숨을 도외시할 만큼 소중한 것들이 있었다. 그런 녀석들에게 선고하는 죽음이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히 수고를 들여 후회를 남겨 줬었다.


감히 무진을 건드린 것에 대한 후회를.


때로는 그들의 재산을 재로 화하게 만들었고, 때로는 그들의 가솔들을 도륙냈다.


처참한 후회 속에서 그들이 무진에 대한 복수만을 불 태울 때,그래서 가진 것이라곤 복수를 위한 그들의 생명이 전부일 때,


그제야 무진은 그것을 취했다.


사제들도 다를 건 없다. 무진을 죽일 생각으로 대산림까지 쫓아왔으니 그 정성을 봐서 죽을 만큼 굴리면 된다.


죽이지 않고 죽을 만큼만.


죽고 싶을 만큼 굴리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후회하지 않을까?


사제들은 무진의 끔찍한 생각을 모르고 눈만 껌뻑였다.


저 괴물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이판사판이다. 어차피 죽는다면 죽을 각오로 발버둥 칠 생각이다.


"내가 너희를 뭘 믿고 살려 두지?"


사제들이 침을 꿀떡 삼켰다.


대답을 잘해야 한다. 지금 한 마디로 생과 사가 갈린다.


사제들의 눈이 뒷목 잡고 쓰러진 주교를 향한다.


앰병. 답이 없다.


한때나마 저 주교를 진심으로 존경하던 자신이 부끄럽다.


숲속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오묘한 대치가 이루어진다.


이윽고 하리스가 입을 열었다.


"월교에는 서약의 진이라는 특별한 진법이 있습니다."


그 순간 다른 사제들의 얼굴에서 경악에 물들었다.


오호라?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무진이 씨익 웃었다.


이거 생각보다 좋은 걸 발견한 듯싶다.


"계속 말해 봐라."


"진에 대고 서약하게 되면 서약자는 결코 그것을 어길 수 없게 됩니다. 만약 어기게 되면.. 진이 발동해 그 사람의 생명을 앗아 갑니다."


월척이다!


무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오냐. 그런 편리한 방법이 있단 말이지?


굳이 피를 보지 않아도 되고,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단 말이지?


사제들이 아무리 부려 먹기 좋은 노예, 아니 일꾼이라 해도 인간인 이상 배신의 가능성이 존재했다.


그럴 때마다 뒤통수를 조심하고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기는 너무 큰 심력 낭비다.


무진이 자리를 비웠을 때, 이들이 꼬마정령을 인질로 잡는 사태라도 벌어지면?


혹은 슬리피우드의 보옥석을 알아보고 그것을 훔쳐 도주한다면?


사제들의 쓰임성은 확실했지만, 그만큼 무진도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조금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 방법이 있었단 말이지?"


무진의 물음에 사제들이 똥 씹은 표정이 된다.


'젠장!'


'망할 하리스 녀석!'


하리스를 향해 곱지 못한 눈총이 쏟아진다.


'그럼 어쩌라고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습니다.'


하리스는 조용히 사제들을 쏘아 붙이며 무진을 바라봤다.


비장의 수로 내놓은 방법이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제안이었다.


무진이 거부하면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제발 받아들여라. 제발!


하리스의 목울대가 넘어간다. 그것을 본 다른 사제들 또한 바싹 긴장했다.


무진의 대답이 생사를 가름짓는 판결이 될 테니까.


"좋은 방법이군."


사제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받아들이도록 하겠..."


됐다.


목숨을 부지했다.


어떤 대우를 받게 될 진 모르지만 당장은 살았다. 사제들이 몸의 긴장을 풀며 한숨을 쉬려던 그때,


"우어어! 이런 천인공노할 검사새끼!"


죽은 듯이 풀밭에 쓰러져 있던 주교가 깨어났다.


"죽여 버릴 테다!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어찌나 열이 뻗치면 깨어나자 마자 상황 파악도 안 하고 소리칠까 싶었다.


"안 되겠다. 너희에게 갱생의 기회는 사치야. 그냥 죽어라."


하지만 뭐가 대수인가? 덕분에 모두 죽게 생겼는데.


무진이 등을 돌렸다.


그리고 아무 미련 없다는 듯이 꼬마정령을 향해 걸어간다.


하리스를 비롯한 사제들의 눈에서 스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우리 이왕 죽게 된 거, 저놈만 패죽일까요?


사제들의 눈이 막 깨어나 헐떡거리는 주교를 향한다.


'그러자.'


'저놈 턱주가리만 날린다면 여한없이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선빵은 내가 갈기지.'


한 마음으로 뭉친 사제들이 주교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뭣, 뭔일인가!"


불길함을 직감한 주교가 바락 외쳤지만,


"주교님, 이 악 무세요."


생글생글 웃는 사제들 사이에 둘러싸여 버렸다.


곧이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슈딜발군 대삼림에 누군가의 외마디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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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알, 박살 났었다. 21.08.30 9 0 19쪽
8 와인 한 잔, 필랑델피아 21.08.29 8 0 13쪽
7 무너지는 세계 21.08.28 10 0 15쪽
6 주교 조련하기 21.08.27 17 0 13쪽
» 다 된 밥에 주교 뿌리기 21.08.26 15 0 15쪽
4 남의 떡 뺏어 먹기 21.08.25 16 0 16쪽
3 남아 있는 흔적 21.08.24 21 0 20쪽
2 무진, 회귀하다. 21.08.23 26 0 16쪽
1 들어가는 장. 21.08.22 42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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