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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체의 서재입니다.

던전 진행하는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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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체
작품등록일 :
2019.08.12 21:40
최근연재일 :
2019.10.07 23:5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25
추천수 :
8
글자수 :
107,065

작성
19.10.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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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4층 백작

DUMMY

“저기······ 어떻게 알았어?”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


뺨에 주근깨가 가득한 아이다.


안에서 만났던 여덟 중 한 명의 옷.


보스의 약점을 어떻게 알았냐는 뜻이리라.


이름은 13층 문을 닫으며 답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냥, 어, 그런 꿈을 꿨거든.

이 층 보스를 꿈에서 봤어.”



말해도 되나 싶다.


하지만 물어보는데 무시하는 것도 이상하다.


사실 그대로 답해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엘리베이터 옆에서,



“아, 역시 그랬구나.”



해맑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다.


역시?


이름은 그 말을 곱씹었다.


이런 게 당연하다는 건가?



“무슨 뜻이야?”



반대로 질문을 건넬 차례다.


아이는 두꺼운 옷을 여미며 말했다.



“다들 가끔 그럴 때가 있다더라고.

나는 한 번도 그래 본 적 없지만.”


“그래?”


“응. 무슨 힌트가 아닐까?”


“흐음······.”



좋은 정보를 얻었다.


이름은 잘 기억해 두었다.



“고마워. 그럼 갈게.”



말을 남기며 아이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문이 닫혔다 곧 다시 열리고,


승강기 안에는 아무도 없다.


이름은 1층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저기 말이야.”



방에 앉아 아무도 없는 공간에 말을 건다.


대답이 머릿속에 글자로 들어왔다.



[네.]



이름의 열쇠가 대답했다.


글자를 알게 되는 느낌은 여전히 이상했다.


대화도 아니고 읽는 것도 아닌 감각.


어쨌든 소년은 물어보았다.



“왜 보스들은 여기 있는 거야?”



전부터 생각하던 근본적인 질문.


그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놓는다.



“2층에서 그랬지.

여기는 원하는 걸 잃어버리는 장소라고.

그러려고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보스를 쓰러트리면 돈 같은 보상을 준다.

그러는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



보스를 쓰러트려야 하는 이유가 있거나,


도전자가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거나.


둘 다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뭐라도 그냥은 아닐 것이다.



[보스 분들이 여기 계시는 이유 말이죠.

도전자 분들과 비슷하겠지만, 잘 모릅니다.]



이름은 눈치 챘다.


어딘지 열쇠의 글투가 꼬여 있다.


글이 머리로 들어오면서 느껴지는 건데,


정보가 있는데도 다 알려주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이랬던 것 같다.


답답함이 올라온다.


바닥을 박차고 자세를 펴면서,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아니면 대답하는 게 싫은 거야?”



소년은 확실해진 의구심을 내밀어 추궁했다.


열쇠는 의외로 선선히 실토했다.



[둘 다입니다.

답에 상위 단계의 정보가 있는 질문이라서,

저는 방금 질문엔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 일부는 진행하심에 따라 해금되지만,

이 질문의 답엔 제한이 걸려 있습니다.

제가 답하려면 더 진행하셔야 하고,

또 정보료도 건물에 지불하셔야 합니다.]


“얼마인데?”


[현재 진행 단계론 터무니없이 부족합니다.

금액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진행할수록 정보가 풀린다는 뜻이다.


거꾸로 말하면, 알고 싶으면 진행하라는 것.


이곳은 나아가는 걸 권하고 있다.


이름은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알았어. 그러면 다른 걸 물어볼게.

아는지 모르지만 보스에 대한 꿈을 꿨는데,

다른 사람들도 간혹 그런다고 하더라.

이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게 있어?”



차칵거리는 음 같은 것이 지나가고,


열쇠가 또박또박 대답했다.



[정보 ‘건물의 현상 2’가 해금되었습니다.

기록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보는 저에게 물어보면 해금되는 것으로,

말해주신 것으로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오?”



이번에는 뭔가 예감이 좋다.


이름은 생각을 기울였다.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곳에서 주무시거나 꿈을 꾸실 경우,

간혹 보스와의 공명이 일어납니다.

건물에서 일어나는 특별한 현상 중 하나로,

보스에 관한 이야기를 아시게 됩니다.

어떤 내용, 어떤 보스인지는 완전 무작위로,

몇 층인지 알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내용도 공략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며,

사소한 이야기만 알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이상입니다.]


“아하.”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다음이 어떤 보스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것.


알고 싶으면 정보를 2층에서 사야 하는데,


어림으로 들어도 분명 정신 나간 금액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단서가 주어지고,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언제 올지 모르는 힌트를 기다릴 수만 있다면.


마치 원의 끝을 잡으려는 짓.


그러다간 평생이 가도 모자랄 것이다.


이름은 한 층 한 층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힘.


갈망을 현실로 만들어 줄 촉매.


소년은 흐르던 생각을 내뱉었다.



“저기 말이야,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앞으로도 이렇게 무턱대고 갈 순 없잖아.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올라왔지만······.”



끝나려던 말이 줄어들었다.


13층에서 꾸었던 기분 나쁜 꿈.


그 꿈에서 자신은······



“······.”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곧 열쇠가 대답을 얹었다.



[무기가 될 만한 걸 사시는 건 어떻습니까?]


“무기?”


[네. 2층에서는 무기도 취급하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한 번 보시는 걸 추천 드리죠.]


“그렇구나. 그럼 가 볼까?”



이름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열쇠의 글자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실 것까진 없을 것 같은데요.

가지고 계시는 걸로도 충분할 것 같군요.

그렇기에 아무 말도 드리지 않았던 건데.]


“······무슨 소리야? 나한테 그런 건 없는걸.”


[있습니다.]



이름은 괜히 자신을 훑어보았다.


무기가 짐 안에 없는 건 확실하다.


다룰 줄 몰라 칼 같은 건 챙겨오려다 말았다.


그런데도 열쇠는 그렇다고 한다.



“어디에?”


[주머니에 가지고 계십니다.]



이름은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익숙하게 잡히는 감각이 있다.


바로 꺼냈다.



“이거라고?”



신사에게 받은 보물.


주머니에는 그 하나뿐이다.


이름이 아니라고 말하기 전에,



[그렇습니다.]



열쇠가 확인해 주었다.



“말도 안 돼.”



소년은 딱 잘라 말했다.


어떻게 무기가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열쇠를 추궁한다.



“이게 뭔데?”


[모릅니다.]


“그럼 이걸로 충분한지 어떻게 알아?”


[모릅니다.]


“방금은 그냥 말 안 한 거지?”


[모릅니다.]


“너 혹시 그 신사를 알아?”


[모릅니다.]


“너 사실 아무것도 모르지?”


[모르는 것 빼고는 압니다.]


“······.”



장난처럼 글자들이 지나갔다.


이름에게 그런 생각이 든다.


무슨 만담도 아니고.


대답 오지 않는 질문은 관두기로 했다.


딱 하나만 하고서.



“그러면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예전부터 궁금하던 것을 드디어 물어본다.



“너는 뭐야?”



소년은 그렇게 질문했다.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저는 당신의 열쇠입니다.]


“그러니까 내 열쇠인데, 너는 말을 하잖아.

나 있던 데에서 열쇠는 말을 안 하거든.

이상하지 않아?”


[글쎄요.]



글자가 웃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 됐어.”



제대로 된 답을 받으리란 기대는 없었다.


글자로 말하는 열쇠쯤이야 대수가 아니다.


여기는 많은 것이 이상한 곳이었으니까.


이름은 일어나 열쇠를 챙겨 방을 나섰다.


괜히 흔들어 주고 싶은 욕구가 올라오지만,


타격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시간 낭비였다.


전부터 생각하던 것을 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진행에 한계가 왔다.


살던 곳과 비슷한 곳이라 13층은 쉬웠다.


적응할 것도 없이 날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힘들었다.


꿈의 단서가 없었으면 통과하지 못했다.


이대로 다음 층을 갈 순 없었다.


정보라도 필요했다.


그래서 우선 이곳을 자세히 연구하기로 했다.



“이 ‘건물’이라는 곳은 던전이고,

도전자가 보스를 쓰러트리는 것이 던전······”



2층에서 알려줬던 사실들을 소리로 외운다.


놓친 것이 없는지 지식을 되새긴다.


이름은 엘리베이터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오른쪽으로 꺾는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하얀 계단이 보였다.


엘리베이터라는 훌륭한 이동 수단이 있고,


새 층은 무조건 엘리베이터로 가야 하는데,


왜 이런 게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있는 건 있는 것이다.


이름은 계단을 올라가 보기로 했다.






“음?”



그런 소리가 내려오며 눈이 마주쳤다.


13층 계단 위에서 이름은 누군가를 만났다.



“어?”



무심코 소년의 목소리가 났다.


이름은 위쪽을 보았다.


나이가 있는 신사적인 중년 남성이다.


눈매도, 수염도, 머리색도 짙은 그림자.


계단 중간에 무심하게 걸터앉은,


정중한 건지 퍼져 있는지 모를 자세.


그런데도 초라하다는 느낌은 없다.


화려하고 격식 있는 옷차림.


흘러내리는 검은 망토와 날카로운 손톱.


위압적이고 어딘가 무서운 느낌도 들지만,


위험하다는 불안이나 두근거림은 없다.


그가 지그시 이름을 바라보았다.



“자네는 누군가?”



위엄 있는 말투로 내려다보는 깊은 목소리.


무릎이라도 꿇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이름은 굳이 서서 대답했다.



“······그냥 지나가는 도전자입니다.”



의지로 그런 것이 아닌 굳은 것에 가깝다.


그는 잠시 동안 소년을 내려다보다가,



“그렇군.”



기품 있게 한 마디 뱉었다.


이름은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시 내려가는 것도 말을 거는 것도 힘들다.


뭔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압력.


갑작스레 닥친 상황에 생각이 멈춘 동안,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이 위층에 가려는 것인가?

계단으로는 가지 못하는 걸로 아네만.”



어떻게든 눈을 맞추며 이름은 답했다.



“14층에 가야 하긴 하지만,

그냥 둘러보고 있어요.”



그 말에 귀족적인 사내는 소년을 더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돌렸다.


무관심을 드러내며 다른 곳을 본다.


이름은 과감히 결정을 삼켰다.


지나가야 했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다.



“그런데 누구신가요?”



사내는 다시 소년을 보았다.


언어가 서서히 흘러나온다.



“나 말인가?

······이런 자리에서 격식은 필요 없지.

그저 14층의 백작일세.”



소년이 말의 뜻을 머리에 넣기도 전에,


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내 층에 도전하려는가?”



이름의 표정이 경계로 확 변했다.


놀라서 뒤로 물러나려던 발을 디뎠다.


즉 그 말은, 이 사람이,


14층의 보스라는 것이다.


소년의 생각이 비명을 질렀다.



“왜 보스가 이런 데 나와 있는 거야?!”



아.


입이 같이 움직여버렸다.


이름의 눈에는 당황한 기색.


사내는 그것을 빤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얼굴이 놀란 듯 샐쭉 움직이더니,


잠시 뒤 등을 구부리고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민망해서 이름의 볼이 붉어졌다.


소년이 부끄러움을 필사적으로 삼키는 동안,


백작의 웃음이 잦아들었다.



“기분 전환으로 나와 있었네.

도전자들 상대하는 것도 좀 지겨워서 말이야.”



그러면서 다음에 꺼낸 말은,


이름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파격.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운이지.

그냥 지나가게.”


“네······?”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물어보았다.



“도전자를 통과시키는 것도 나의 권한.

자네를 그냥 보내주겠다는 말이네.

아니면 싫은가?

내 층은 상당히 악명 높다고 들었는데.”



그러면서 백작은 장난스레 턱을 괸다.


이건 분명히 흔치 않은 기회.



“······아뇨, 좋아요!”



이름은 재빨리 대답했다.


소년에게 위엄 넘치는 즐거움이 화답했다.



“알겠네. 14층의 문은 열지 않아도 좋아.

그러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도전자여, 즐거운 만남이었네.

그대의 무운을 빌지.”



뒤돌아 선 망토에 새겨진 것은 용의 심장.


송곳니처럼 벼려진 피와 재.


철과 비명이 담긴 발소리를 뚜벅거리며,


그는 안개처럼 위쪽으로 사라졌다.


뒤따라간 곳에서 나온 복도는,


어째서인지 다시 13층.


이름은 엘리베이터로 돌아갔다.






14층의 문이 열렸다.


보라색 복도는 우아하면서도 불길하다.


닿아오는 시야는 빛을 일그러트리는 어둠.


깔릴 것 같은 압력이 숨마저 누른다.


사방에서 소리가 이상하게 날개치고,


닿는 잔향은 마치 박쥐와 늑대의 울부짖음.


하지만 거기에 적의는 없다.


거친 중력에 뒤뚱거리며 복도로 나섰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힘이다.



“으윽······!”



이름은 애써 나아갔다.


그런데 그 무게가 조금씩 사라진다.


걸을 때마다, 걸을 때마다.


문에 가까이 다가갔을 즈음엔,


숨을 쉬는 것이 원래처럼 편해졌다.


이름은 문을 잠시 보다가 열쇠를 꺼냈다.


약속했던 대로, 14층의 불이 꺼졌다.



“······.”



잠시 동안 말없이.


소년은 열지 않은 문을 바라보았다.


이내 뒤돌았다가 다시 뒤를 향했다.


감사 표시로 문에 인사를 남겼다.


그곳을 떠났다.


작가의말

사실 이걸 쓰게 된 계기는 꿈입니다.

여기까지가 꿈에 나왔던 부분입니다.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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