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292 회
조회수 :
2,568,310
추천수 :
63,529
글자수 :
1,813,839

작성
15.02.21 16:30
조회
11,353
추천
269
글자
10쪽

54

DUMMY



54


"하앗!"

"카카캉!"

연무대에선 칼과 레온이 한창 대련 중이었다. 레온은 작심한 듯 처음부터 자신의 장기인 쾌검을 뿌려대고 있었다. 작년처럼 힘을 이용한 공격에 더 이상 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지 힘으로 맞서는 바인딩도 마다하지 않았다.

한층 향상된 레온의 검술에 소년들은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쳐다보고 있었다.

"챙!"

바인딩에서 물러선 레온은 검을 중단도 상단도 아닌 어중간한 가슴 높이에서 비스듬하게 잡고는 측면공격에 들어갔다.

"또 저거야, 어때. 보여?"

쌍둥이들이 서로에게 물었다.

"아니, 난 도저히 모르겠다."

"넌 어때 펠릭스?"

"… 나도 잘 모르겠어."

펠릭스는 충격을 받아 풀이 죽어 있었다.

레온의 공격은 페인트에서 시작했다. 비스듬히 쥐고 좌측면을 공격하는 듯 하다가도 우측으로 들어왔고 때로는 페인트 같으면서도 바로 들어오기도 했다. 이 기술은 전날 펠릭스와 대련을 할 때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기술이었던 것이다.

"일정한 패턴도 없고, 쾌검에 저런 기술을 섞으면 상당히 상대하기 어렵지…."

"작년엔 무식하게 힘으로 밀어붙여서 밖으로 밀어 내면 됐는데."

"올해는 체력단련도 열심히 하고 온 모양이더라!"

레온은 올해 힘으로도 밀리지 않았고 심지어 장기인 쾌검을 뿌리면서도 제법 묵직한 검격을 날려 왔다.

"칼도 위험한 거 아냐? 저 봐, 슬슬 밀리는 거 같은데?"

연무대의 칼은 슬슬 뒷걸음질 치며 물러서고 있었다. 페인트가 섞인 레온의 검을 나름 잘 막아내고는 있었으나 가끔 아슬아슬한 상황을 연출해 내기도했다.

"흠… 아냐. 괜찮아. 칼이 이길 거야."

세비안이 확신하자 다들 세비안을 쳐다봤다. 그러자 세비안은 연무대를 가리켰다.

"봐!"

막 앞으로 내딛으며 페인트자세를 잡던 레온 앞으로 불쑥 칼의 찌르기가 들어왔다. 페인트 자세를 취하는 만큼 공격의 속도가 늦어졌던 것이다.

"오! 역시!"

"이겼ㄷ…. 앗, 위험해!"

그러나 그 순간 레온이 검을 비스듬히 쥔 자세 그대로 검면으로 찌르기를 막아내며 칼에게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치치직!"

두 사람의 검이 마찰하자 불꽃이 비산하며 사방으로 튀었다. 찌르기를 하던 칼의 검은 어느새 왼쪽으로 파고들어오는 레온을 밀어내는 자세로 바뀌었다.

이대로 칼이 레온을 밀어내면 레온은 볼썽사납게 바닥을 구르게 될 것이고 레온이 칼의 검을 이겨내고 파고 들어가면 칼의 허리를 베어 넘길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무승부로 보였다. 어느 쪽도 상대의 검을 밀어내지 못했다. 마지막에 두 사람은 서로가 살짝 밀어냈을 뿐이었다.

'됐다! 이겼다!'

레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비록 허리를 베지는 못했지만 상대의 좌측면을 통과해 뒤로 넘어와 있었다. 이대로 돌아서면 칼의 좌측후방에 서게 된다. 상대의 배후를 잡은 것이다. 초반에 자신의 페인트를 이용한 쾌검이 통하지 않자 생각해낸 수였다. 서로가 등지고 있었지만 자신이 훨씬 유리한 위치였다. 상대보다 먼저 돌아서서 베던 찌르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자세였다.

"끝장이다! 이녀….."

"퍽~!"

봐 줄 생각은 없었다. 어디가 부러지던 설령 실수로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있는 힘껏 벨 생각이었다.

그러나 몸을 트는 순간 갑자기 가슴에 격통이 느껴졌다. 볼썽사납게 데굴데굴 굴러 장외로 떨어진 것은 레온 자신이었던 것이다.

"와하하하!"

"하하하하!"

사방에서 웃음소리가 퍼졌다.

정신을 차린 레온이 일어서서 가슴을 바라보자 작년 칼에게 당한 것처럼 자신의 흉갑에는 발자국이 그려져 있었다. 다만 작년과 다른 것은 이번에는 발끝이 비스듬히 아래로 그려져 있는 것뿐이었다.

"…."

분명 둘 다 자세가 흐트러져 있었다. 그 상태에서 레온은 검을 휘둘러 벨 생각을 하고 있었고 상대도 분명 검으로 방어하거나 자세를 먼저 바로할거라 생각했다. 그러려면 자신보다 선공 할 수는 없었다. 그랬는데 설마 검이 아니라 뒤차기를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연무대를 올려보니 작년처럼 칼은 검을 내리꽂은 상태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거봐! 내가 이길 거라고 했지?"

"훗, 그 찌르기는 실패 아니었어?"

세비안의 말에 맥스가 토를 달았다.

"그거야 그렇지만…. 아무튼 내 말대로 이겼잖아?"

"뭐야? 대 검호이신 우리 세비안경께서는 그 앞이 보였다는 거야?"

"허허허! 하긴. 우리같이 레온 녀석에게 장외 패나 당하는 녀석들이 감히 높으신 세비안경의 혜안을 알 수 있겠나?"

맥스와 쌍둥이들이 세비안을 놀리기 시작했다.

"니들, 그쯤 해 둬!"

그 뒤에서 알리시아가 웃으면서 말리고 있었다.

"칼, 레온과 그 마지막에…. 노린 거였어?"

"음? 마지막?"

"발차기 말이야."

펠릭스가 칼에게 물었다. 표정이 상당히 심각했다.

"흠, 반 정도는 그랬다고 해야 할까?"

"반 정도?"

"녀석의 페인트 공격이 나한테 통하지 않으면 뭔가 다른걸 할 거라 예상했지…."

"그럼 그 찌르기는?"

"녀석이 하도 들어오지 않기에 역으로 내가 녀석의 약점을 한번 찔러본 거야."

그러자 세비안이 끼어들었다.

"거봐! 그 찌르기는 실패가 아니었다니까!"

"엉? 좀 전엔 그야 그렇지 라고 긍정했잖아?"

"아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결국 언제나처럼 맥티어넨이 모두를 중재했다.

"자! 자! 펠릭스가 진지한 거 같으니까 다들 조용히 좀 해봐!"

그제야 다들 칼과 펠릭스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자 되레 칼이 긴장했다.

"커험! 이거 괜히 긴장되는군…."

"훗, 그냥 평소처럼 설명해봐 뭣하면 내가 또 레온 역을 해 줄까?"

맥스가 다시 장난스럽게 레온의 흉내를 내며 일어섰다. 그러자 친구들이 우우 하며 야유를 던졌다.


"펠릭스, 레온에게 이겨야겠다고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지 마! 그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어."

칼의 설명을 듣고 나서 서로 해어지기 전에 세비안이 해 준 충고였다. 그러고 보면 교관들도 늘 하는 소리였다.

"야~ 나는 레온의 그 기술에 그렇게 빈틈이 많은 줄은 몰랐어!"

"나도 칼의 설명을 듣기 전엔 짐작조차 못했던 것들이었어."

맥티어넨과 펠릭스는 기숙사 방에 누워 잠들기 전이었다. 펠릭스는 낮에 칼의 설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선 들어오는 타이밍이 늦어지지. 선공을 할 기회를 놓치게 돼. 진짜 페인트의 고수라면 자세로 페인트를 거는 게 아니라 공격자체에 페인트를 걸며 들어올걸? 그리고 그런 상대에게는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수가 있지"

"살을 주고 뼈를 깎는 다라…."

펠릭스가 그 말을 하자 맥티어넨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너 설마 다음번에 레온하고 할 때 써먹으려는 거 아니지?"

"설마…. 설령 하려고 한다고 해도 우선은 녀석의 쾌검을 제대로 막아낼 실력이 되고나서 얘기겠지…."

비록 레온이 작년에 힘에 밀리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상대에게서였다. 펠릭스는 그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그룹에 가까스로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레온의 쾌검을 막아내기 벅찼던 것이다. 거기에 오늘 처음 보여준 레온의 검술은 아마도 칼을 상대하기 위한 비장의 수로 생각되었다. 자신과의 대련에선 사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봐서 자신은 처음부터 철저히 무시당한 셈이었던 것이다.

"아서라 펠릭스, 알리시아를 생각해서라도 참아!"

"…."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보다 요즘 녀석들, 묘하게 조용하지 않아?"

"글쎄? 베릴이야 원래 그렇고 다른 녀석들은 작년에 가문에서 주의를 들어서 그런 거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만… 세비안의 말로는 이럴 때야말로 뭔가 있다고 하던데 내 생각에도 뭔가 있는 거 같단 말이야."

펠릭스는 가만히 생각 해 봤다. 확실히 뭔가 수상하긴 했다. 작년 같으면 대련에서 패한 레온이나 알렉시스는 검을 던져버리고 마구 욕을 하거나 성질을 부렸다. 그러나 오늘 레온은 분노한 기색이 역력하긴 했지만 검을 던지지도 성질을 부리지도 않았다. 알렉시스도 마찬가지였다. 최근엔 극한의 대련도 피하는 거 같았다. 질것 같으면 일부러 코너로 가서 장외패를 자처했다.

"제발 조용했으면 좋겠는데…."

잠들기 전 펠릭스는 조용히 내뱉었다.


"연락이 닿았어?"

"으응, 이번 주말에 접선 할 수 있대…."

"흥, 겨우 녀석을 손봐줄 수 있게 됐군."

"저기… 레온, 그 죽이는 건 역시 좀 그렇지 않아?"

겁을 먹었는지 베릴이 우물쭈물 물어보자 옆에 있던 알렉시스가 끼어들었다.

"무슨 소리야 베릴, 처음 소개한건 너야."

"그, 그건 그렇지만…."

"괜찮아 베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레온은 불안해하는 베릴을 보며 말했다. 그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레온은 칼에게 패하며 나름 깨달은 게 있었다. 작년에는 체력 탓이라고 변명이라도 가능했지만 오늘의 패배는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오늘을 대비해 숨겨왔던 비장의 기술도 통하지 않았다. 완벽한 패배였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비참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칼의 그 자신감에 찬 눈빛이었다. 그 눈빛은 자신의 기억에 있는 눈빛과 닮아있었다.

"필립… 이번에는 기필코…!"

펠릭스 따위는 그냥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칼 녀석은 반드시 실력으로 꺾을 생각이었다. 그래야했다. 죽어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그 악몽을 잊기 위해서라도….

"아직은 끝난 게 아니야!"

레온의 손에 희미하게 오러가 맺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펠릭스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56 +4 15.02.23 10,902 258 8쪽
56 55 +8 15.02.22 11,003 248 7쪽
» 54 +8 15.02.21 11,354 269 10쪽
54 53 +6 15.02.20 11,835 274 9쪽
53 52 +8 15.02.18 12,277 296 10쪽
52 51 음모 +8 15.02.16 12,972 318 9쪽
51 50 +4 15.02.15 12,357 309 11쪽
50 49 +6 15.02.14 12,965 287 12쪽
49 48 +4 15.02.13 13,244 313 7쪽
48 47 +10 15.02.11 13,148 312 8쪽
47 46 +4 15.02.09 14,006 333 8쪽
46 45 남부 연합 +8 15.02.08 14,711 349 8쪽
45 44 +6 15.02.07 14,006 404 9쪽
44 43 +8 15.02.06 13,715 338 8쪽
43 42 +6 15.02.04 13,802 311 10쪽
42 41 2학년 신학기 +10 15.02.02 14,053 320 7쪽
41 40 +8 15.02.01 14,235 382 10쪽
40 39 +8 15.01.31 14,372 392 10쪽
39 38 +10 15.01.30 14,309 355 11쪽
38 37 +12 15.01.28 14,503 35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