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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스타카토 -2- : 낯선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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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포근함'이었던 적이 있었다. 그 포근함을 뒤로 한 채 문 턱 넘어 세상을 나갈 수 있었고, 내 마음 한 가득 기대감을 안고 다시 문턱을 넘어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집이란 건 틀림없이 그런 거였다. 그런데 왠지 요즘에 나는 그 문턱을 넘을 자신이 없다.

 

열쇠로 돌리면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는데, 왠지 낯설다... 낯선 느낌이 들어 문손잡이를 향해 뻗은 손 하나가 잡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다. 나도 참, 문에게도 손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한없이 무심했던 두 눈이 지금에야 문의 곳곳을 어루만진다. 이 손 하나 제대로 감싸주지 못했던 시절들에 나는 오롯이 나만 알았다.

 

내 삶으로부터 ''이 되고나서야 소중함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다. 헛된 바람이지만, 이 문을 열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기를 바란다.

 

 

"잘 지냈어?"

 

 

당연히 기다릴 대답은 없다. 지금은 나 혼자니깐. 문에 난 작은 렌즈가 나를 바라본다. 야속하게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긴 한 숨을 뒤로하고 바지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열쇠를 꺼네든다. 열쇠 구멍에 열쇠를 맞춰 본다. 손목에 힘을 주어 문을 연다. 열린다. 열렸다.

 

먼지 내려앉은 거실을 지나 방으로 향한다. 방 안에 모든 것들은 사람의 손길을 잊은지 오래다. 깊게 잠들어있는 그들 가운데 나도 조용히 침대에 몸을 눕힌다. 항상 그래왔지만 나를 반기는 것은 베이지색 천장이다. 천장과 하는 눈의 대화는 때로는 반나절을 넘기는 때도 있다. 뭐가 그리 말하고 싶었던 걸까. 뭐가 그리 듣고 싶었던 걸까. 끝나지 않을 대화가 지겨워질 때면 나는 몸을 돌려 웅크리다 잠을 청한다. 새벽녘에야 무겁게 감기는 눈 사이로 뭔가가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햇살이 더 찾아오기 전에 나는 잠들어야만 한다.

 

어떤 영화 속에 주인공의 대사가 떠오른다.

"예전에는 어둠이 찾아오는 게 무서웠는데, 지금은 빛이 찾아오는 게 무서워요."

 

흘릴 눈물이 내게 남아있다면 가슴에 양보하고 싶다. 가슴이 아프다. 안쓰럽게도 이 녀석은 아파도 낫게 해 줄 치료비가 없다. 그냥 아픈데로 버티고 있어라. 오늘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조금은 나아지겠지.

 

참 지랄 맞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을 내가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적 없는데... 잠이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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