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an******* 님의 서재입니다.

전체 글


[내 일상] 스타카토 -1- : 독방살이

-독.방.살.이-



누구도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재가 되어있을 줄... 창가에 걸터앉은 채 인사를 건넨 햇살이 이내 내 방 거울 앞에서 울음을 터뜨린다. 찡그린 눈에 아른거리는 햇살의 울음 소리가 그저... 귀찮을 뿐이다. 방 안에 갇혀 뒤척이는 것도 지겹다. 근데 이런 지루한 내 일상에 한 가지 변화를 줄 수 있다면 뭐가 있을까. 그렇다고 딱히 갈 때도 없더라... 보채는 햇살에 이끌려 커텐을 치려고 이르킨 내 몸 앞에 나를 바라보는 무언가를 마주한 듯 하다.


“그래서 뭐?”

신경질적으로 혼잣말을 하고 이내 돌아서 누워버린다. 언제쯤이면 이 모든 게 끝나갈까? 계속되는 지루한 기다림이... 기다릴 대상도 없는 이 진한 기다림이 나를 원망하게 만든다. 마치 인생에 기다림이 숙명처럼 되어버린 듯 나는 오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지긋이 기다린다. ‘산다’는 것으로부터 지쳐갈 때 쯤 오랜만에 울려오는 전화기 사이에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감사합니다! 그럼 준비하도록 할게요. 들어가세요!”

일거리가 하나 들어왔다. 그래, 먹고는 살아야지. 그래도 당장 며칠은 연명할 자금이 마련된 것 같다. 그런데 앞으로 난 뭐 먹고 살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적도 있었다. 그 시절에 나는 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게 좋았다. 그리고 찾아온 긴긴 어둠 속에서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를 끊임없이 되짚어봐야 했다. 분주했던 시절에 내가살아 숨 쉼을 느낄 수 있었던 과거의 체취를 다시한번 느끼고 싶었다. 이맘 쯤이면 내게 찾아오는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의 나는 뭐지?

시간이나 보낼 겸 해서 외출을 준비해 보려한다. 나의 집에서 목욕을 하려면 거쳐야 할 의식이 하나 있다. 내가 가진 냄비중 가장 큰 놈을 골라 물을 가득 붓는다. 그리고 전기 스토브에 올리고 물을 데필 때 까지 나는 잠자코 그놈을 기다려야 한다. 냄비에 김이 날 즈음해서, 나는 이제 그놈을 잡고 한 사람 겨우 들어가는 화장실로 데려가 차가운 물에 조심히 섞는다. 목욕은 끝났고, 벗은 몸으로 나는 화장실을 빠져나온다. 다시 혼자가 된 냄비는 언제 뜨거웠냐는 듯 차갑게 식어버린 채 다른 날에 나를 기다리겠지...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4 내 일상 | 스타카토 -4- 모노로그 18-01-12
3 내 일상 | 스타카토 -3- 무제1 18-01-07
2 내 일상 | 스타카토 -2- : 낯선사람 18-01-07
» 내 일상 | 스타카토 -1- : 독방살이 18-01-07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