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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202_덱빌딩 님의 서재입니다.

대항해시대 식인종 입맛이 까다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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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4.1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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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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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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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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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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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요리사로 살아남기 (7)

DUMMY

“후욱 후욱 큰일 날 뻔 했어.”


자리를 박차고 나와 맑은 공기를 들이켜자, 서서히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고기 냄새가 사라져서일까?

‘전사’테펙의 식인본능은 곧 가라앉았고, 덕분에 현대인의 냉철한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자칫 도덕성이 무너질 뻔한 위험한 순간이었다.

식인은 생각보다 아즈텍인들의 삶 깊은 곳까지 맞닿아 있었던 것 같다.

이츠테펙 자신의 본능까지 잠식하고 있었으니까.


“이보게! 이츠테펙, 자네 어디를 가는 거야!”


멀리서 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먼 거리를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을 남성 몇 명과 함께 뒤쫓아온 모양이었다.


“어째서 도망친 건가! 사람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았네.”


촌장이 소리쳤다.


“자네를 위해 특별히 데려간 자리였어. 그런 자리에서 도망치다니 도대체 내 체면을 어디까지 깎아내릴 셈인가?!”


자신의 호의(인육 제공)를 무시했다고 화를 내는 촌장.


인육을 안 먹는다고 짜증을 내는 게 맞는 짓인가?

순간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에게 쏘아붙였다.


“사람이 사람을 먹는 게 말이 됩니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건 짐승만도 못한 짓입니다.”


그래 인신 공양까지는 백번 양보해서 ‘이해’해 줄 수 있다.

포로 포획과 전쟁을 통한 이들의 ‘통치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으니까.

실제로 인신공양 풍습 자체는 아메리카 대륙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문화였다.


여기서 백 번 더 양보해서 일부 식인 풍습까지도 이해해 줄 수 있었다.

식인이라는 것이 끔찍하기는 해도 이들이 아직 ‘계몽’되지 않은 상태라는 건 감안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식인을 강요하려는 듯한 촌장의 태도는 분명히 선을 넘은 거다.

그의 악랄한 태도에 분노했다.

상대 역시 분노한 건 마찬가지였는지 거친 말투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자네···! ‘비식인주의자’였군?! 그래··· 그런 거였어. 그 겁쟁이놈들과 붙어먹은 한 통속이었던 거야, 이딴 놈을 우리 마을에 들이다니, 내 손으로 큰 실수를 했군.”


촌장은 적대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비식인주의자’라니 그럼 ‘식인주의자’도 있다는 말인가?

미친 소리를 정말 그럴듯하게도 하는군.

저런 놈들에게 더 이상 존대를 해 줄 필요는 없겠지.


“비식인주의자니 하는 건 관심도 없고, 내 목적은 너희가 더 이상 식인을 못 하게 막는 것뿐이다.”

“이게 어디서 반말을··· 말 곱게 안 하냐?”

“좋게 좋게 대해주니까 자꾸 기어오르네, 형님 한 번 밟아줍시다!”


촌장 근처에 있던 남성들이 주위를 둘러싸면서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다.

녀석들을 훑어보았다.


‘체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나름대로 몸 쓰는 녀석들로 데려왔을 테니 제국 평균보다는 큰 키일 테지만, 전근대의 열악한 영양상태를 고려해 볼 때 체격이 좋을 수는 없었다.

실제로 그들 대부분은 마른 농부의 몸이었으니까.


반면에 이쪽은 강인한 ‘전사’테펙의 신체. 흔히 장사체형이라고 불리는 몸이었다.

저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180대의 신장, 3대 500은 칠 것 같은 우람한 근육질의 체형을 가졌다.

더군다나 이태백 시절 수년간 태권도를 수련한 기억이 있다. 싸움에서만큼은 질 것 같지 않았다.


“말이 안 통하니까 주먹을 쓰겠다 이거냐? 시정잡배놈들답군.”

“이 자식이···! 뒤지려고.”


패거리 녀석중 한 명이 발끈해서 달려들었다.

흑요석 단검을 꼬나쥔 남성.


“뒤져엇!”


적당히 넘어가려고 했더니만 칼까지 뽑아 들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무력으로 제압하는 수밖에.

녀석의 손을 향해 오른발 돌려차기를 날렸다.


퍼억!


“으악!”


댕그르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단검을 놓치는 남성.

그를 향한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오른발로 땅을 디딘 뒤 그 발을 축으로 삼아 몸을 회전시켰다.


빙글


회전하는 몸을 따라 빠르게 휘둘러지는 왼발.


빠악!


“크아악!”


뒤후려차기로 녀석의 머리를 가격했다.


우당탕


고통에 신음하며 땅바닥에 나뒹구는 남성.


“혀··· 형님!”

“정신 차리십시요!”


이츠테펙을 둘러싸고 있던 남성들은 서둘러 쓰러진 녀석에게 달려갔다.

순식간에 정리된 상황. 정적만이 감돌았다.


“또 덤빌 새끼 있으면, 덤벼봐.”

“크흑 젠장!”

“애들아 연장 들어라!”


뭉둥이나 장대를 하나씩 꺼내 드는 상대 패거리.

언제 싸움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모두 그만!”


촌장이 나서서 남자들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표정을 가다듬었는데 어딘가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미소였다.

그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말투에는 여전히 적대감이 담겨있었다.


“난 처음부터 사람들이 이 맛있는 걸 어째서 즐기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네. 그래서 이 단체를 조직했지. 더욱더 많은 사람이 맛볼 수 있도록 말이야.”


그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 나갔다.


“이츠테펙 자네는 식인이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나는 다르게 생각하네. 이들은 모두 정당하게 신들께 바쳐진 ‘제물’일 뿐이야. 오히려 먹지 않는 편이 ‘제물’에게 실례가 되는 행동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너의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하지 마라.”

“뭐어? 크하하하핫”

“으하하하”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


“왜 웃는 거지?”


그를 향해 물었다.


“왜 웃느냐고?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우리 멕시카인들은 이러한 생활을 수세대 동안 이어왔네. 이는 우리에게 일상일 뿐이야. 변화를 강요하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이츠테펙 자네 아닌가? 애초에 합리화는 이쪽이 아니라 자네가 하는 거라네.”

“하하하 맞습니다. 촌장님, 애초에 요리사가 고기를 피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어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비웃으며 조롱하는 패거리들.

말이 안 통한다. 이들에게 식인은 당연한 ‘일상’이었으니까.

답이 안 나오는 상황.

지기들 스스로 인신공양과 식인이 유구한 전통이라는데 어쩌겠는가.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

어떻게 이 상황을 파훼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찰나.

촌장이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아무래도 우리 사이에 큰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한 가지 내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내기라면?”

“자네가 자신 있어 하는 요리로 우리를 만족시키면 되는 아주 간단한 내기일세. 할멈의 음식보다 뛰어나다는 것만 증명하면 되는 일. 자네가 이기면 더 이상 간섭지 않겠네, 다만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식인주의자’들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거지. 어때 받아들이겠나?”


무언가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실제로 별다른 수도 없었고, 이 결투는 사람의 고기보다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조건은 어떻게 되나?”

“마을에서 가장 솜씨 좋은 할멈은 고추와 토마토, 고기만을 사용해서 요리했지. 실제로 우리 마을 사람들도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지 않아. 오히려 단순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선호하지. 어떤가? 자네도 동일하게 3가지 재료만을 가지고 요리를 하는 것이?”


의도한 바가 이건가?

실제로 식재료 3가지만 가지고선 할 수 있는 요리가 그리 많지 않다.

상당한 제약인 셈. 그렇지만 못할 것도 없다.

장난질에 어울려주지.


“좋다, 제안을 받아들이지.”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오는 패거리들의 웃음소리.


“킬킬킬, 형님! 우리 요리사 양반께서 ‘고기’를 상당히 무서워 하지 않습니까? 저희가 특별히 배려해서 물고기나 짐승의 고기 같은 건 치워드립시다.”

“핫핫핫 그것참 좋은 생각이구나 아우야! 겁쟁이라는 걸 잠시 잊어버렸어.”

“겁먹지 않게 풀 쪼가리들로만 남겨 둡시다.”


이딴 식으로 나온다고?

어이가 없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꿍꿍이가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까지 추잡하게 나올 줄이야.

남은 재료들을 둘러보니 전부 잡초들뿐.

식재료라고 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억까도 이런 억까가 없었다.


“그나마 쓸만한 건 이것들밖에 없어.”


강낭콩과 땅콩, 옥수수였다.


“재료는 전부 골랐는가?”


촌장이 물어왔다.


“그렇소, 강낭콩과 땅콩, 옥수수로 하도록 하지.”

“크흐흐 그럼 맛있는 음식 기대하도록 하지.”


촌장은 비열한 표정으로 말했다.

속으로는 전혀 다른 마음을 품으면서.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온다고 하더라도 평가하는 건 우리들이다. 맛없다고 잡아떼면 그만이지. 건방진 놈 다시는 대들지 못하게 밟아주마.’



***



내기를 벌일 장소는 이츠테펙의 집으로 정했다.


“촌장님, 모두 확인했습니다. 숨겨둔 식재료는 없더군요.”


혹시 모를 부정행위를 대비해서 주방을 샅샅이 뒤진 남성은 말했다.


‘참 꼼꼼하게도 살펴보는구나, 개자식들.’


상대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치졸하게 행동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장소를 그의 집으로 정한 점이다.

이츠테펙이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더라면 대결 장소도 분명 하자가 있는 곳으로 선정되었겠지.


“어찌 되었든 지금은 요리에 집중하자.”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할 것인가?

이곳 사람들이 익숙하게 먹을 수 있는 맛이면서도 색다른 느낌을 주어야 한다.


“일단 한식이 좋을 것 같은데.”


무거운 종류의 음식은 아즈텍인들의 위장에 부담을 줄 것이다.

지금의 재료로는 만들 수 있는 음식도 없을 테고.

무엇이 있을까.


“그래! 콩국수를 만드는 거야.”


무더운 기후를 이겨내는데 시원한 콩국수만 한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만주 원산의 대두(大豆)가 아니라 강낭콩이지만, 땅콩까지 더하면 고소한 콩국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냄비에 물을 끓여 강낭콩과 땅콩을 삶았다.


“맛있게 삶아지는 동안 면을 만들어야겠어.”


면(麪)은 아즈텍에는 없는 개념.

처음으로 시도되는 조리법이다.


“일반적으로는 밀가루나 쌀가루를 이용해 만들어지지만, 여기선 옥수숫가루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옥수수로도 쫄깃한 면발이 나올 거야.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옥수수 알갱이를 제분해야 한다.


이곳의 맷돌은 메타테(Metate)와 마노(Mano)라고 불리는 것.

움푹 파인 접시 형태의 밑돌 메타테와 으깨기 위한 용도의 윗돌 마노로 구성된 형태다.

아쉽게도 효율적인 형태는 아니지.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이 소모될 거다.


“그래서 특별히 제작해 둔 게 있다.”


두꺼운 원판형의 돌 두 개가 겹쳐 있는 모습.

윗돌에는 나무로 된 손잡이까지 달린 형태.

바로 한국식 맷돌이다.

알갱이를 넣고 손잡이를 돌려주자, 순식간에 가루로 갈려서 나왔다.


“성능 좋네, 이래서 국산을 사용해야 해.”


잡다한 혼잣말을 하며 갈다 보니, 옥수수는 전부 제분된 상태.

여기에 물을 넣고 치대주면 반죽이 완성되지.

밀가루처럼 글루텐 형성은 되지 않기에 갈라지는 반죽들.

조심스럽게 밀대로 펴준 뒤 칼국수처럼 면발을 잘라주었다.


“이쯤이면 콩도 다 삶아졌겠어.”


삶던 강낭콩과 땅콩을 건저 내 준 뒤 찬물에 헹궜다.

마찬가지로 맷돌에 갈아주면 고소하고 걸쭉한 콩물이 되어 나오지.

물을 타서 콩국물의 농도를 맞춰주었다.

삶던 옥수수면도 찬물에 헹궈주고 콩국물과 함께 그릇에 담아내면

무더운 여름철 더위 날려줄 시원한 콩국수 완성이다.


작가의말

실제로 아즈텍 제국 민간에서 단체를 조직할 정도로 식인이 성행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이는 픽션이며 감안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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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요리사로 살아남기 (3) +6 24.04.13 351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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