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막장추리(?)극 - 과자저택 절도사건 (4)
[16:19 - 과자의 저택 안 파티홀]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
차려놓았던 음식들이 제법 줄어들었을 무렵.
창가쪽에 앉아 고상한 표정으로 다과를 즐기고 있던
마리안에게,
조니가 쫄래쫄래 걸어가더니
인형처럼 귀여운 얼굴로 위를 올려다보며,
할 말이 있다는 듯 마리안을 빤히 쳐다보았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장이라도 끌어안아서 볼에다 뽀뽀세례를 해주고 싶을만큼,
귀엽고 깜찍한 조니의 모습에
무심한 듯 하던 마리안도 곧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조니 린덴 탐정님?"
분명 자신을 소개했던 기억이 없는 마리안이
자신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는 것을 들은 조니는,
놀란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절.... 어떻게 아세요?"
"조금 전에 저쪽에서 이야기하던 걸 조금 들었거든요."
"근데... 어떻게 린덴이라는 것 까지?"
조니가 그것만은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으니,
마리안은 파티홀 한 쪽 벽에 걸려있는
중년 남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분의 이름이 마르틴 린덴이라고 적혀 있길래,
저택의 주인인 디엔님과 무슨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 건데, 운 좋게 맞았던 모양이네요."
마리안의 대답에 조니는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어딘가로 달려가 버렸고,
몇 분 정도가 지난 뒤
근처에 있던 대한이 마리안에게 와서 물었다.
"누님, 혹시 리엔씨 어디에 갔는지 아세요?
안 보이는 것 같던데."
"조금 전에 정원쪽으로 가는 걸 봤습니다.
아직 돌아오지는 않은 것 같지만."
마리안에게 리엔의 행방(?)을 들은 대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근데, 조금 전에 그 애 하고는
무슨 이야기 하신거에요?"
"특별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폐하. 드릴 말씀이......"
마리안이 대한에게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려고 할 참에,
저택에서 일하는 여시종 하나가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오더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건네고는 말했다.
"혹시 마리안님이 이 중에 계십니까?"
"네, 접니다만. 무슨 일이시죠?"
"디엔님께서 마리안님을 만나고 싶어하십니다."
"저를요?"
마리안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지만,
여시종은 별다른 표정변화 없이 대답했다.
"네, 디엔님께서 2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역시 저 보다는 누님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이네요.
헤헤. 다녀오세요 누님."
속도 모르고 대한이 등을 떠미는 바람에,
마리안은 별 수 없이 여시종을 따라
2층으로 향했고,
혼자 남은 대한은 마리안이 조금 전까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배를 두들겼다.
"흐아아-암. 아..... 좋구나.
맛난 것도 많고, 이쁜 누님들도 많고.
매일 이렇게만 살면 좋겠네."
느렁지게 기지개를 켠 대한은 멍한 눈으로
창 밖을 보다가 곧 의자에 기대 잠이 들었고,
여시종을 따라 2층의 어떤 방 문 앞에 다다른 마리안은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을 억누르고,
천천히 문을 열어제꼈다.
마치 육중한 철문이 움직이는 듯,
서서히 움직인 문이 완전히 열렸을 때.
열린 문 사이로, 누군가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고,
놀랍게도 그것은
조금 전에 정원으로 나갔던 리엔이었다!
"리엔!?"
동생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자
마리안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방 안으로 달려가,
쓰러져있는 동생을 끌어 안았지만
곧바로 손과 피부에서 느껴지는,
물컹물컹한 감촉과 함께
리엔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보니
왠 젤리같은 덩어리라는 것을 깨닫자,
아차 싶어 뒤를 돌아보았고,
이미 바깥쪽에서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은 마리안은
마법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전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레나린*이 있는 방인가......
완전히 당해 버렸네."
(*레나린 : 마력을 흡수하는 마석.
크기에 따라 마력을 흡수하는 양이 달라짐.)
마리안이 마계에서 손가락안에 꼽히는
강자라고는 하지만,
그 힘의 대부분은 마력에서 오는 것이라
마법을 쓸 수가 없게 되면,
평범한 여성과 큰 차이는 없는 상황.
마리안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창문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 주저앉았다.
"리엔... 부탁한다. 폐하를 지켜줘..."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