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진 주인 강대한?
'그 여성을 건네주기만 하면 브리가니는
마왕님께 협력을 할 것입니다.'
"아..... 진짜! 미치겠네!
누님은 왜 그런 말을 해 가지고
사람을 머리아프게 만드는 거야?"
무거운 분위기로 진행되었던
마계 첫 번째 공식회의가 종료된 후,
대한은 무거운 몸뚱아리를 이끌고 2층짜리 허름한
오두마ㄱ왕성으로 돌아와 머리를 싸매쥐며 괴로워 했다.
사실 눈 딱 감고 레아를 보내버리기만 하면,
손쉽게 강력한 우군을 얻을 수 있는 일이었다.
대한이 레아하고 무슨 특별한 사이도 아니고,
어제사 겨우 몇 마디를 나눴을 뿐인
생판 모르는 남남사이가 아닌가.
다음 신마대전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마리안의 말대로 서둘러 전력보강을 하지 않으면
언제 대한의 모가지가 떨어질지
모르는 일.
레아의 처지도 불쌍하기는 했지만,
일단 내가 살고 봐야 되는 거 아니겠는가!?
그랬다.
지금의 대한에게는
남을 신경써줄 만한 여유가 없는 것이었다.
착한 것도 좋지만,
내가 죽어버리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레아에게는 정말로 미안하기는 했지만,
대한은 자신의 목숨이 달린 일이기에
어쩔 수 없이 레아를 브리가니에게 넘기기로 하고,
그 전에 마지막으로 레아의 모습을 보기로 했다.
대한과 꼴뚜기들이 회의를 끝내고 마왕성으로
돌아온지도 제법 시간이 지난터라,
다들 좁아터진 자기방으로 돌아가 잠들어 있는 시간.
대한은, 넓은 자기 방을 내 주겠다는 것을 마다하고
아메리아와 함께 지내게 된,
레아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조심스럽게 아메리아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휴......
지구상에 존재하는 남자중에서
그 장면을 보고도 레아를,
삼국지의 동탁같은(?) 놈이라는 소문이 자자한
브리가니에게 넘기려는 녀석이 있을까?
장담하건데 여인시대의 심양선생을 제외한다면
그런 정신나간(?) 자는 없을 것이었다.
그것은 대한도 마찬가지라,
두근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마왕성 밖으로 달려나온
마계의 대마왕 강대한께서는,
괜히 혼자서 달밤에 국군도수체조를 하고
마왕성 주위를 돌며 군가를 불러제꼈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헥... 헥..."
현역시절에는 그래도 몇 소절까지는 버틴
대한이었건만, 제대한 이후로
다시 살이 불어나 버린데다,
운동이라고는
쥐뿔도 한 적이 엄쓰신 강돼한께서는,
마왕성 주위를 겨우 세바퀴 정도 돌고 기진맥진해져서는
숨을 헐떡이며 메마른 땅바닥 위에 쓰러졌고,
마왕성 바깥 텐트에서 자고 있던
병사들은 달밤에 뻘짓(?)을 하고 있는
마왕님의 몰골을 보고는,
잠시 의아해 하다가 마왕님께서 뭔가
큰 뜻을 가지고 하시는 일일거라 생각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하아...... 하아......."
땅바닥에 살덩이와 함께 뭉개져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열심히 숨을 고른 대한은,
몇 분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이 된 모양인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뭔가 결심한 듯 비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싸나이가 자존심이라는 게 있지.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가냘픈 여자아이를 팔아 넘기려고 해?
대한아 정신차려라! 그러고도 니가
세계 일류선진국가 중 하나인 대한민국의 사나이냐?!"
대한은 누가 들으라는 건지 그렇게 외치며
B컵 정도는 되어보이는 가슴팍을 탁탁 두드렸고,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긴 채 대한의 하는 양을
지켜보던 마리안은 복잡한 감정이 담긴 탄식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참으로 어질고 올곧으신 마왕님이시구나.
그런 것도 모르고 신하된 자가
잘못된 말로 마왕님의 귀를 어지럽히다니
부끄럽구나....."
대한이 생각을 왜 바꿨는지 알리가 없는 마리안은
그런 대한의 모습을 보며 감동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대한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운기조식을 하며, 머리속에 들어찬
마귀를 퇴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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