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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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일행이 하피들의 둥지 근처에서 주둔한지도
어느덧 3일차.
아직까지 정체불명의 적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마왕군이 이 곳에 온 이후로
하피들의 알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휘하 병사들이,
날짜가 지날 때마다 하나씩 없어져
어느덧 실종자가 셋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하루에 한 건씩 벌어진
병사실종사건(?)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실종자 셋 모두가
이번에 새로 합류한 데몬 병사들이었다는 점.
세 병사 모두 탈영의 징후는 보이지 않았으며,
아침점호시간에만 해도 분명히 있었다고 하는 점이었다.
"으아악! 미치겠네!
아니,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일이야?
어떻게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히 있었던 애가
그 새 이렇게 증발해 버리는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나름 오래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해 온
올코트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 모양인지,
난감한 얼굴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고
이러다 자칫
부대원들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대한은,
큰 일을 볼때처럼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아직 정체불명의 적을 찾아내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냥 돌아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고 이대로 있다가는
병사들의 동요가 더 심해질 터였다.
대한이 '생각하는 돼지상'처럼 포즈를 잡고
고뇌하고 있을 무렵,
아침나절에는 보이지 않았던 모구리가
또 다시 어디선가 나타나 레아의 팔 위로 기어올라왔다.
"또 왔구나. 밤 중에는 어디에 갔었던 거니?"
안 그래도 실종된 병사들의 일로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대한은,
며칠전부터 나타나 레아의 팔과 가슴(?)을
독차지하고 있는 빌어먹을(?) 모구리를 째려보다가,
문득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하고
소설책이나 읽던 잉여돼지다운 상상력을 발휘해
말도 안 되는 어떤 가설을 하나 세우고는,
부하들을 모아놓고
오늘의 행동방침을 지시했다.
대한이 세운 방침이라는 것은
오늘은 아무런 탐색활동을 하지 않은채,
마왕군 전원이 이 곳 숙영지에 대기하는 것.
빠르게 상대를 찾아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낸 간부도 있었지만,
결정권은 대한에게 있었기 때문에
결국 오늘은 아무 행동을 하지 않고
모두 숙영지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한가한, 그러나 은근한 긴장감이 흐르는 시간이 흘러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식사준비를 하고 있는 레아를 제외한
나머지 간부들을 조용히 한 곳으로 부른 대한은,
조금 전에 자신이 생각한 말도 안되는 가설(?)을
들려주었고,
대한의 이야기를 들은 간부들은
설마 그렇기야 하겠느냐는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너무 터무니 없어서 말이 안나오니?"
"그야.... 쉽게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지 않습니까."
올코트를 비롯해 레다에르와 데릭은
대한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운 모양인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다만 샬럿만이 대한이 제기한 터무니 없는 가설에
동의를 하는 모양인지,
대한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마왕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샬럿찡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구나!
흑흑..... 난 아무도 이걸 이해해 줄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정말 고마워 샬럿찡."
대한은 자기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단 하나의
우군을 만나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들떠 샬럿을 껴안으려고 했고
샬럿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는지
역시 자기도 모르게 대한의 복부를 제대로 강타해 버렸다.
"쿠헥..... 컥!"
샬럿의 강력한 한 방을 얻어맞은 대한은
꼴사나운 모습으로 한 동안 방바닥을 뒹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모여있던 간부들에게 어떠한 지시를 내렸다.
"크흠. 다들 알아 들었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꺼니까,
오늘 저녁만 좀 고생해 주기 바란다."
"예, 폐하."
대한의 지시를 받은 간부들은 곧 식사준비를 돕기 위해
천막의 밖으로 나섰고,
홀로 남은 대한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중얼거렸다.
"너 이 XXXXX 쉐끼!
여태 레아씨 품에 숨어서 기분 내느라 좋았지?!
내가 오늘 안으로 널 잡는다! 딱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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