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마교졸개 님의 서재입니다.

비급 추적자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마교졸개
작품등록일 :
2015.09.07 16:25
최근연재일 :
2016.01.21 19: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39,585
추천수 :
5,657
글자수 :
325,670

작성
15.12.03 19:00
조회
3,235
추천
67
글자
10쪽

12.풍류기인(豊流奇人) 환공자

DUMMY


“...”


자신을 풍류기인이라 칭한 환공자의 소개를 들은 지산은 말없이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소개를 들었으니 무어라고 대답은 해야 할 텐데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흠...소개가 부족했소? 나름대로 잘한 것 같은데.”


아무런 말없는 지산의 모습에 환공자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지산은 한 숨을 내쉬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 물었다.


“그러니깐 댁이 풍류기인...이란 말이오?”

“그렇소!”


지산의 물음에 환공자는 쾌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지산은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 자는 가까이 해서는 안 될 자라고.


“그렇구려. 그럼 이만.”


지산은 곧장 환공자를 지나쳐 난환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지산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잠입이다. 이렇게 이목을 끌어 모으는 특이한 자와는 함께 있어봐야 좋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재빠르게 떨어지려고 하는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하지만 그런 지산의 바램과 달리 환공자는 지산의 어깨를 잡아 세웠다. 지산은 부디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노골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또 뭐요?”

“그렇게 떠나다니. 풍류기인인 나를 얼마나 무례한 자로 만들 셈이오!”


조금 격분한 듯한 환공자의 표정. 그에 지산은 어이없는 얼굴로 자신의 어깨를 움켜진 손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행동이 무례한 것은 알고 있소?”

“이 나에게는 은혜를 갚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무례한 짓이요!”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환공자의 모습에 지산은 쉽사리 떨어질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경우는 마냥 밀어내기보다 적당히 상대해주다 자연스럽게 때내는 것이 편하다. 지산은 한 숨을 내쉬며 환공자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 거요?”

“보아하니...그러고 보니 존성대명을 여전히 알려주시지 않았구려.”


뭐라고 말을 하려던 환공자는 지산의 이름을 듣지 못했음을 깨닫고 물어왔다.


“장위소요.”

“장공자였구려. 흠흠. 보아하니 장공자께서는 이 난환도에 풍류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것 같은데 맞소?”

“환락가의 섬에 찾아올 일이 그게 아니면 무엇이 있겠소.”


퉁명스러운 지산의 대답에 환공자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렇다면 이 환모가 한 턱 쏘는 것으로 은혜를 갚고 싶은데 허락해주겠소?”

“...알아서 하시오.”


어차피 허락하지 않더라도 강행할 인물이다. 지산은 순순히 환공자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에 환공자는 입가를 말아 올렸다.


“고맙소이다. 그럼 이 환모만 따라오시오!”



*



지산은 환공자를 따라 다시 거리의 입구 쪽을 향해 걸어갔다. 두 사람이 거리로 들어서자 자연스럽게 또 다시 시선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산도 그렇지만 환공자의 옷 또한 만만치 않게 고급스러웠기 때문에 아까보다 더더욱 열띈 시선이 모여들며 호객행위가 이어졌다.


“하핫. 장공자와 함께하니 눈길이 더욱 뜨겁구려!”

“그렇소?”


지산은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비급 추적자들의 시선을 느꼈다. 본래라면 난환루에 있어야할 그가 왜 이곳으로 돌아왔는지 의아한 눈빛인 듯 했다. 그에 지산은 쓴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자. 이쪽으로 오시오.”


환공자는 기루 사이의 골목길 안으로 들어섰다.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선 지산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바깥의 화려한 거리와 다르게 골목길의 내부에는 토사물과 드러누운 취객들로 난장판이었던 것이다.


“난환도의 거리는 본래 이렇소이다. 바깥은 화려하고 내부는 추잡하지.”


지산의 표정을 흘끔 본 환공자가 담담히 설명했다. 그에 지산도 납득하는 바였다. 기루와 도박장 등 환락가가 모여 있는 곳이 완전히 깨끗하기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골목길 이곳저곳을 누비며 걸음을 옮기던 환공자의 걸음이 멈춰 섰다. 그에 지산이 앞을 보자 작은 크기의 가게가 골목길 사이에 끼어있듯 있었다.


“바로 이곳이오. 보기에도 누추하고 기녀도 없지만 맛은 상당히 뛰어난 가게라오.”


환공자의 말에 지산은 어깨를 으쓱였고 두 사람은 가게의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에는 여섯 개의 탁자밖에 없었고 장식이라 할 것도 없었지만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가득 풍겨나 있었다. 한 빈 탁자에 앉아 있던 늙은 노인이 두 사람을 보고는 천천히 일어나 다가왔다.


“또 오셨소?”

“하핫. 이 집의 음식 맛이 너무 맛있어 잊히질 않아서 그렇소이다.”

“너무 그런 소리 하지 마시오. 할망구가 들으면 정말인지 안단 말이오.”


정말로 단골이었는지 노인과 환공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에 지산은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런...내 손님이 있다는 것을 까먹다니. 이쪽으로 오시오.”


지산의 존재를 기억해낸 노인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비어있는 탁자로 안내해주었다. 앞의 기루들과 비교하면 무척이나 낡고 초라한 가게였지만 내부는 상당히 청결했다.


“어떻소? 장공자. 겉보기에 비해 좋은 가게 아니오?”

“그럭저럭 좋지만 내 돈을 내고 오기에는 여전히 망설여지는 정도요.”

“하핫. 음식이 나온다면 생각이 바뀔 것이오.”


퉁명한 지산의 반응에 환공자는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모습을 흘끔 본 지산은 속으로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적이 아닐까 했는데...오해였나?’


갑작스러운 만남에서부터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려는 환공자의 모습에 지산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자신의 정체를 파악한 적이었다. 그래서 골목길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도록 은연중에 내공을 운공시키고 있을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자니 정말로 성격이 특이한 자에 불과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잠시 고민하던 지산은 이내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직은 확신해선 안 된다.’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지산은 환공자를 바라보았다. 아직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면 알아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난환루에서 뛰쳐나오듯이 튕겨져 나오던데. 무슨 일이 있었소?”

“아...그게 말이오...”


지산의 물음에 방금 전의 일을 떠올렸는지 환공자가 조금 곤란한 듯 대답을 망설였다. 그 모습에 지산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흘끔 바라보며 눈치를 보더니 이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흠흠...풍류를 즐기다보면 흥이 날 때도 있지 않소? 그게 조금 과했는지 다른 이들이 나의 흥을 따르지 못해 흥이 떨어져 내가 나왔다오.”

“...”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하는 환공자의 모습에 지산은 그의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과음을 하여 주정을 부리다가 쫓겨난 거군.’


방금 전 대답으로 지산은 환공자에 대해 약간의 의심만 남기고 모두 사라졌다.이번 술자리만 주의하면서 넘기고 빠르게 헤어지면 그만이리라. 지산은 그렇게 결정하고 이죽거리는 표정으로 환공자를 바라보았다.


“환공자는 풍류기인이 아니오. 보통 이들이라면 환공자의 흥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소?”

“흠흠...일단 이전의 이야기는 넘겨두고 함께 술잔이나 기울이는 게 어떻소.”


지산의 말에 환공자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터트리며 말을 돌렸다. 아무리 쾌활한 이라고는 해도 주정을 부려 쫓겨났다는 것은 어지간히 부끄러운 모양인 듯 했다. 그 모습에 지산은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대가라고 생각하며 입가를 말아 올렸다.


“여기 음식 나왔소이다.”


그 사이 준비가 끝났는지 탁자위로 노인이 가져온 음식과 술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어향장육 하나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술병, 그리고 술 잔 두 개 뿐. 조촐하기 짝이 없는 상이었지만 음식에서 올라오는 향내에 지산의 표정이 꿈틀거렸다.


“이건...”

“하핫 내 말하지 않았소. 좋은 가게라고.”


거들먹거리는 환공자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지만 지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풍겨오는 향만으로 이렇게 맛있게 느껴지기란 힘든 법이다. 지산의 모습을 본 환공자는 씩 웃으며 술병을 집어 들었다.


“내 장공자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선 술잔부터 채워야 하지 않겠소?”

“...내 마음이 무엇인지 환공자가 어찌 아시오.”


지산은 퉁명스럽게 말하며 잔을 들어올렸다. 그에 환공자가 술을 따랐고 이후 반대로 지산이 환공자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술로 가득 찬 잔을 들어 올린 두 사람은 잔을 가볍게 서로를 향해 들어 올린 뒤 한 번에 들이켰다.


지산은 조금 머뭇거리듯 먹어 술의 상태를 파악해봤지만 어디에도 독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기에 안심하고 단숨에 마셨다. 저렴해 보이는 술병과 다르게 맛은 뒤끝 없이 청렴했으며 여운을 남기는 맛이었다.


“...인정해야겠소. 좋은 가게요.”

“하하하! 은혜를 갚기엔 충분한 듯 하구려.”


지산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환공자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본 지산도 조금 미소를 지었다. 조금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그럭저럭 즐길 수 있는 술자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례하겠소.”

“실례합니다.”


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려왔다. 환공자에게 술을 받던 지산은 그에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고, 그곳에는 자신의 사부였던 공문진과 신세를 졌던 류연이 함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급 추적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비급 추적자는 이것으로 완결입니다. +7 16.01.21 5,185 0 -
공지 앞으로는 화목에 꼬박꼬박올리겠습니다 15.11.30 1,334 0 -
공지 28화 뒷부분하고 29화 약간 수정했습니다 15.11.08 2,735 0 -
57 15.신투(神偸) 원일(原壹) +2 16.01.21 3,424 38 11쪽
56 15.신투(神偸) 원일(原壹) 16.01.20 2,502 38 9쪽
55 15.신투(神偸) 원일(原壹) +1 16.01.19 2,481 38 16쪽
54 15.신투(神偸) 원일(原壹) +4 16.01.18 2,387 42 10쪽
53 14.적랑참수(赤狼斬首) +2 16.01.16 2,490 101 17쪽
52 14.적랑참수(赤狼斬首) +6 16.01.15 2,453 41 17쪽
51 14.적랑참수(赤狼斬首) 16.01.14 2,457 41 15쪽
50 14.적랑참수(赤狼斬首) 16.01.13 2,636 40 10쪽
49 14.적랑참수(赤狼斬首) +4 16.01.12 2,599 44 15쪽
48 13. 난환혈겁(難幻血怯) +2 16.01.11 2,839 45 15쪽
47 13. 난환혈겁(難幻血怯) +6 16.01.07 2,909 45 13쪽
46 13. 난환혈겁(難幻血怯) +6 15.12.24 2,825 55 14쪽
45 13. 난환혈겁(難幻血怯) +5 15.12.22 3,073 61 16쪽
44 13. 난환혈겁(難幻血怯) +5 15.12.17 2,793 55 11쪽
43 12.풍류기인(豊流奇人) 환공자 +3 15.12.15 3,090 55 12쪽
42 12.풍류기인(豊流奇人) 환공자 +4 15.12.10 2,785 70 12쪽
41 12.풍류기인(豊流奇人) 환공자 +2 15.12.08 3,030 59 13쪽
» 12.풍류기인(豊流奇人) 환공자 +4 15.12.03 3,236 67 10쪽
39 12.풍류기인(豊流奇人) 환공자 +1 15.12.01 3,501 72 11쪽
38 11. 표행(鏢行) +2 15.11.26 3,355 77 13쪽
37 11. 표행(鏢行) +4 15.11.24 3,115 93 15쪽
36 11. 표행(鏢行) +4 15.11.19 3,346 87 9쪽
35 11. 표행(鏢行) +4 15.11.18 3,650 84 10쪽
34 11. 표행(鏢行) +4 15.11.16 3,912 88 8쪽
33 10. 암시장(暗市場) +7 15.11.13 3,848 81 11쪽
32 10. 암시장(暗市場) +6 15.11.12 3,627 87 14쪽
31 10. 암시장(暗市場) +4 15.11.12 3,880 8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