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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님의 서재입니다.

먼치킨이 아카데미에 입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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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작품등록일 :
2022.11.11 12:44
최근연재일 :
2022.11.1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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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354

작성
22.11.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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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이글거리는 불길이 몸을 감쌌지만 뜨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뜨겁지 않은 불꽃이 신기해서 뱀처럼 기어다니는 불꽃을 만지작거리는 중에 넋이 나간 서하가 중얼거렸다.


“진짜 양도했어.......”


“원래 계획은 시험을 통과한 다음에 신기를 전달하는 것이었지만 부득이하게 일정을 바꿨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있는 듯, 임시교사가 손목시계를 힐긋 보고 말했다.


“어젯밤, 지원 군이 제압했던 테러리스트가 교도소에서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신기....... 프로토타입 식스. 한 번만 빌려달라고 사정해도 구경도 안 시켜주던 식스를. ......에? 탈옥? 탈옥?!”


심각한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알아듣기 힘든 말을 중얼거리던 서하가 냉수라도 맞은 듯 정신을 차렸다.


“스케일 8등급 이탈자가 탈옥하도록 뒀다고요? 마술연합이?!”


“지원 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만. 너무 철저하게 제압했던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기억에는 없는 일이지만, 나는 그 놀이공원에서 격투 계열 마술사인 테러리스트의 오른팔을 잘랐다고 한다.


신체의 영구적 결손에 더해 화신 자체에도 회복 불가능한 충격을 가했다. 격투계 마술사가 지닌 회복 능력의 근원인 화신을 파괴당한 이상 마술사로서의 수명은 사실상 끝난 것이었다.


설령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을 들여 마술사로서 재기하더라도 전성기의 반의반도 못 미치는 스케일밖에 낼 수 없었다.


“반군의 테러리스트 피넛은 아예 마술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저항 의지도 전무했습니다. 연합은 위험성이 제거된 피넛을 최고 보안을 자랑하는 시설인 ‘뇌옥’에 감금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그것이 실책이 되었습니다.”


잠깐 말을 끊고 시계를 살폈다. 어지간히도 급한 일이 있는지 그녀의 말하는 속도가 두 배는 더 빨라졌다.


“테러리스트가 수감된 교도소에는 반군의 ‘협력자’가 있었습니다.”


협력자라는 워딩이 마음에 걸렸다.


반군이 교도소에 미리 심어 놓은 사람이었다면 첩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협력자라는 표현은 달리 말해 연합 내부에 반군을 따르는 배신자가 있다는 뜻이었다.


이것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임시교사의 시간이 너무 촉박해 보였다. 우선은 그녀가 할 말을 전부 하게 둔 다음에 질문하려고 했다.


“피넛은 협력자의 도움을 받아 교도소에서 탈출했습니다. 현재 테러리스트의 위치는 불분명한 상태이며, 저는 탈출한 테러리스트 피넛을 쫓기 위해 한동안 지원 군을 가르치는 업무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신기를 미리 전달하러 온 겁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표현은 그런 뜻이었나.


오해의 여지가 있는 단어를 쓴 임시교사에게도 적잖은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며 물었다.


“테러리스트를 쫓아야 한다면 신기는 저보단 선생님이 갖고 계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


임시교사의 눈썹에 꿈틀거렸다. 내 말이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신호였다.


“아니요. 저는 오른팔을 잃은 격투 마술사에게 신기를 써야 할 만큼 약한 마술사가 아닙니다.”


“그런가요, 무시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쓰는 것보다는 지원 군에게 있는 게 나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확인된 테러리스트의 위치는 환일 아카데미 내부였으니까요.”


서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강한 부정을 담아 말했다.


“그럴 리가. 환일까지? 연합의 보안이 어떻게 한 번에 두 개씩이나 뚫릴 수 있는 거에요?”


“──실로 인정하지 않고 싶은 사실입니다만. 반군 측의 준비가 매우 주도면밀했습니다. 저는 환일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지원 군은 테러리스트의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럴 것 같네요.”


비록 악인이라지만, 그녀가 가졌던 힘 자체는 경의를 표할 만한 것이었다. 절대로 공짜로 얻은 것은 아니었겠지.


나는 그녀, 테러리스트 피넛의 마술을 부쉈다. 잘못을 저질렀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테러리스트가 나에게 원한을 품는 건 당연하다.


“신기는 혹시 모를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데에 사용해 주십시오. 시험장 내부에서야 별 일은 없겠습니다만, 밖으로 나가게 된 뒤에는 테러리스트가 붙잡혔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주위를 경계해 주십시오.”


임시교사가 다시금 시계를 살피곤 검지와 중지로 별 모양 제스처를 취했다.


허공에 나타난 홀로그램 패널을 조작하자 푸른 불꽃이 피어나더니, 결계에 들어올 때와 같은 네모난 문이 생겨났다.


“그럼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해 주십시오.”


임시교사가 불꽃의 문에 다리 하나를 걸쳤을 때 우물쭈물하던 서하가 말했다.


“저기! ......오해해서 죄송했습니다.”


“이해합니다."


다행이다. 하고 작게 중얼거리는 서하를 향해 임시교사가 묘하게 장난기 어린 말을 던졌다.


"귀하가 저지른 무례를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지만요.”


“네?!”


“지원 군에게 마술을 가르쳐 주시겠다면야 이야기가 달라지겠습니다만. 패왕무, 라고 했던가요. 저조차도 모르던 미등록 마술의 이름을 알고 계시던 분 아니십니까.”


“에엑. 그것만큼은 싫은데........ 왜 조건을 걸어도 그런 걸........ 저도 남을 가르칠 주제는 못 되는데요, 변변찮은 물질변환술이나 힘겹게 쓰고 있는 못난 응시생인데요!”


“그런 말은 저 검들부터 어떻게 없앤 다음에 하시는 게 나았을 것 같군요.”


서하가 하늘에 떠 있는 검을 올려보더니 돌처럼 굳었다.


“어, 어라? 저게 뭐라암. 그러니까 저건. 제 비밀병기였달까, 앞으로 두 번은 못 쓰는 최종병기랄까.”


“보아하니 꽤 사연이 있으신 분 같으십니다. 뭐, 숨기고 있는 사정 한두 개쯤 가지고 있는 마술사는 흔할 것도 없습니다만, 개인적인 궁금증을 위해 귀하의 신원을 조사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훗.”


서하가 꼬리를 내렸다. 도도하고 냉철한 이미지였던 임시교사는 백기를 든 서하에게 잘난 체하는 웃음을 날렸다.


원래 저런 캐릭터였나? 잠깐 딴생각에 빠진 사이에 임시교사가 사상결계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앗.......”


허공에 나타나 있던 문은 임시교사가 나가자마자 촛불 꺼지듯 밤의 어둠에 녹아 사라졌다.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지만, 뭐, 피넛의 탈출을 도운 것이 첩자였는지 배신자였는지는 나에게 있어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알더라도 뭔가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물어봤더라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일주일 동안 배운 바에 의하면, 임시교사는 쓸 데 없는 데에 시간을 쓰는 마술사가 아니었으니까.


목표를 잃어버린 빛의 검들이 뻘쭘하게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간다.


“......엄청 좋은 분이셨네.”


서하는 먼 산, 정확히는 약속 장소였던 검은 기둥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며 뺨을 긁적이다가.


“신기까지 주고 가 버리면 천하의 범죄자 취급했던 게 미안해지는데. 미안해지기 이전에 무지 쪽팔리는데! 나 혼자 심각해져서 헛발질했잖아......?”


서하가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흑역사 영구 봉인. 오늘 봤던 건 잊어버리기로 하자.”


“난 쪽팔릴 건 없다고 보는데. 걱정해 줘서 한 일이었고.......”


“오늘 처음 본 남자를 진지하게 걱정해서 헛발질한 기억을 지우고 싶어! 원래 이렇게 쉬워 보이게 말하고 다닐 줄은 몰랐거든?! 부끄러우니까 잊어버려!”


“잠시만. 무슨 말을.......”


“아니내가무슨말을미쳤나봐. 봉인. 봉인. 흑역사 영구 봉이이인!”


거의 절박하기까지 한 외침에, 그냥 진정될 때까지 입을 닫고 있는 게 최선이라는 지혜로운 결론에 도달했다. 서하는 성난 황소처럼 식식거리다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면을 바꿔 쓰기라도 한 것처럼 거칠어진 숨도 바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상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태연하게 역사 조작을 시도했다.


“응. 난 처음부터 너한테 마술을 가르쳐 주고 싶었어. 네 스승도 분명 훌륭한 사람이었을 거라고 말했지.”


황야에 부는 바람에 삐걱거리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정표처럼 태도를 바꾸는 서하였다.


“......좀 그렇지 않냐.”


“흑역사 영구 봉이인....... 영구......”


이젠 거의 애원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설마 미나의 신기까지 뜰 줄은 누가 알았겠냐구.”


내 몸을 감았던 불길은 어느새 사그라든 상태였다. 서하의 반응으로 봐서는 엄청난 물건이라는 건 확실해 보였지만 여전히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대단한 거야?”


“......미안한데, 내일 이야기하자. 신기의 효과 같은 걸 설명할 기력이 없어.”


그래 보이긴 했다.


“뭣보다도 네 앞에서 얼굴 들고 있을 낯이 없어! 여러모로 부끄러워! 오오오...... 대마술의 반동이이....... 난 빨리 들어가서 쉬어야겠어. 최소한 열두 시간 넘게 이불 안에 처박혀 있어야겠어.”


서하가 흐느적거리면서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서하가 펼쳤던 빛의 검들은 전부 사라졌고, 나는 다시 어둠 안에 혼자 남았다. 조금 전과 비슷한 구도였지만 마음은 훨씬 가벼웠다.


“어지러운 하루였어.......”


환일 입학시험에 도전한 지 이제 하루.


겨우 하루 만에 어지러운 헤프닝이 몇 번이나 일어났다. 목숨이 위태로워지나 싶었던 사건들까지 끼어 있을 정도였다.


계속 이러진 않겠지.


임시교사가 전한 테러리스트 탈옥 소식에 불안해진다. 지금 일어난 일들은 앞으로 내가 겪을 다사다난한 사건에 비하면 비교적 잔잔한 축에 속하는 서장 같은 게 아니었을까. 같은 불길한 상상이 스쳤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아무렴.”


서막은 무슨. 인생 살면서 겪을 온갖 사건들을 첫 날에 몰아서 맞은 셈 치자.



***


사상결계에 의해 구현된 솔로몬 탑 6층. 대설산의 한 봉우리.


“이야. 진짜 찾기 힘든 곳에 잘도 숨으셨구만. 찾느라 고생 좀 했어?”


가사를 입은 노인이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지옥에 어울리는 마를 품은 자여.”


인류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진리강도가 금강저를 든 부처의 형상을 일으켰다.


“그대는 누구인가?”


밤하늘에 뜬 별들이 무수히 많은 검으로 변했다.


사상결계로 구현된 대신화병기 솔로몬 탑의 관리자 권한을 지닌 무오이기에, 그가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의 총량은 대천사와 동등했다.


대천사의 마력으로 펼치는 부처의 화신은, 무오의 거처에 찾아온 불청객에게 세계 전체가 살의를 보내는 듯한 압력을 가했다.


그럼에도, 침입자는 고리 달린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여유롭게 웃었다.


“바스커빌의 어금니. 해피.”


“쾌락을 위해 무고한 인명을 빼앗는 금수의 무리로구나.”


무오는 실로 오랬만에 긴장감을 맛봤다. 그가 세계 최고의 화신술사라면.


상대는 최악의 살인마였다.


“금수라....... 인간도 딱히 다를 바는. 아니지. 너랑 철학에 대해 토론하자고 온 건 아니었지. 그것도 재밌을 것 같긴 하지만 시간이 촉박하니까. 먼저 약속했던 일부터 처리해야지.”


손가락에 끼워 놓았던 단검을 역수로 쥔다. 무오의 코 끝에 짙은 피냄새가 스쳤다.


“지금은 반군에 고용된 몸이니까. 나 참, 탈옥에 암살에. 아주 제대로 부려먹히는구만.”


살인귀는, 거대한 압력 속에서 산책을 나온 것처럼 사뿐히 걸음을 놀리며 무오를 향해 다가간다.


별이 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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