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인도카레 님의 서재입니다.

먼치킨이 아카데미에 입학함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인도카레
작품등록일 :
2022.11.11 12:44
최근연재일 :
2022.11.14 01:3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285
추천수 :
0
글자수 :
88,354

작성
22.11.13 21:53
조회
13
추천
0
글자
14쪽

10.

DUMMY

퇴로를 차단하며 사방을 조이면서도, 내가 누워 있는 범위는 정확히 공격의 사각으로 남겨 뒀다. 경이로운 캐스팅 속도와 컨트롤이었다. 내 눈에는 임시교사가 공격을 피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회피 동작도 방어 마술도 펼치지 않고 제자리에 두 발을 붙이고 서 있을 뿐이었다.


아무런 대처를 할 필요도 없었다는 듯이, 서하의 마술은 임시교사의 몸에서 1c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소멸했다.


모든 응시생들에게 걸려 있는 개념적 방어. 응시생들은 사상결계 내부에서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서하는 포기하지 않고 금빛 구체를 만들어냈다. 아무 의미도 없을 발악이었다.


시험관의 금강저가 파괴한 첫 번째 개념방어는 처음부터 파괴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응시생이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는 규칙은 불변의 위상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일순 서하의 기세가 변했다. 그녀 주위의 풍경이 아지랑이처럼, 어렴풋한 꿈의 파편들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예리한 칼 한 자루와 서하가 같은 장소에, 어느 쪽이 환영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하게 서 있었다.


개연성의 마술이 빚어낸 금빛 구체에, 진리를 담은 화신의 검이 깃든다.


섭리에 기록되지 않은 현상. ──혼돈의 극치.


서하의 주위에 생겨난 황금의 검이 임시교사를 향해 겨누어졌다. 저건 뭔가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 때, 임시교사가 서하를 향해 말했다.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을 만들었군요. 죄송합니다.”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서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향해서도 사과했다.


“급작스럽게 수업을 진행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리겠습니다. 마술사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르치기에 너무나 시의적절한 순간이었던 터라.”


임시교사가 쓰러진 나를 일으키기 위해 손을 뻗었다. 영락없이 암살을 하러 나타났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반응이 늦었다.


“당신, 누구야?”


서하는 검의 수를 늘리면서 물었다. 밤하늘을 밝히는 금색 광채가 강해질 때마다 형언하기 힘든 불길한 느낌이 강해지는 가운데, 화영이 말했다.


“이 응시생의 마술교사입니다.”




“무슨 상황이야?”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현성이 수풀 사이에서 중얼거렸다. 목표물이 금발 머리와 한바탕 싸우고 떨어져 있길래 드디어 공격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시험장에 난입했다.


“누나가 왜.....?”


화영은 환일의 부총장이었다. 시험장에 자유롭게 출입할 권한 정도는 가지고 있으리라고 보는 게 타당했다. 문제는 왜 이 자리에 나타났느냐는 점이다.


혹시라도 기척을 들키지 않기 위해 멀리서 지원이 머무르는 숙소를 지켜보기만 했지만, 화영이 나타난 이상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들어야만 했다. 현성은 소리를 죽이고 화영이 있는 곳으로 접근하며 생각했다.


십자교 측에서 누나에게도 접근한 건가?


아버지를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현성보다는 화영과 접근하는 쪽이 확실하기는 했다. 화영이 지원을 공격할 때까지만 해도 십자교의 암살의뢰와 관련된 일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숙소에서 나온 금발 머리와 나눈 대화가 현성의 예상을 부쉈다.


“이 응시생의 마술교사입니다.”


‘스승이라고?’


──미안하지만.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우선 가르침을 구하기에 알맞은 실력을 기르고 찾아오라고 몇 번은 말했을 텐데.


──포기해. 넌 재능이 없어.


‘스승이란 말이지. 나한테 그딴 식으로 말해 놓고 저 자존심만 센 바보를 가르쳤다고.’


현성은 으스러져라 이를 악물었다. 하마터면 밖으로 나가서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소리지를 뻔 했다.


하지만 마술사인 이상 끝까지 냉정해야 했다.


“그 쓰레기 같은 마술을 당신이 가르쳤단 말이지.”


금발 머리가 분을 죽이며 말하자 다른 것들보다 더욱 거대한 빛의 검들이 나타났다.


눈을 한 번 깜빡일 때마다 늘어나는 검들은 이제는 수를 가늠하기도 힘들 만큼 많았다. 검이 내고 있는 빛이 밤의 어둠을 걷어내고 숙소 앞 공터를 대낮처럼 밝히고 있었다.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실속은 하나도 없는 마술이다. 빛의 검 하나하나에 저장되어 있는 에너지는 딱 형광등 조명으로 써먹고 말 수준이었다.


빛을 검 모양으로 조형하느라 쓸 주문으로 증폭 수식을 하나라도 썼다면 조금이나마 위력이 나왔겠지만, 지금 저 마술로는 갓 태어난 강아지도 죽이지 못할 것이다.


“무슨 의도로 미등록 마술을 가르친 거야? 패...... 액티브 존에 모은 마력을 폭발시키는 기술. 실전에서 쓰면 반드시 신체가 손상된다는 걸 몰랐다고 하진 않겠지.”


“미등록 마술을 가르치기는 했습니다만. 정중한 사과에도 반말이나 지껄이는 입으로부터 저를 변호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윽. 반말은.... 으음. 이건 내 실수긴 한데....... 그치만 이상한 마술을 가르치는 게 더 나빠!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하면 끝까지 범죄자로 취급하겠어.”


금발 머리가 만들어내는 검의 개수는 끝을 모르고 늘어나고 있었다.


아무리 형광등 수준이라지만 이 수는 이상한데. 단순한 물리력 이상의 뭔가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신기를 활성화해보려던 차에 화영이 말했다.


“......파티원을 아꼈기에 흥분했다. 마술사에게 권장할 만한 행동양식은 아닙니다만....... 그런 마음가짐만큼은 나쁘지 않습니다.”


“하.”


현성이 냉소했다. 동료를 아끼는 게 뭐가 어쨌다고?


너를 동경하던 동생의 목에 화살을 댄 사람이 할 말은 아니잖아.


“네. 지원 군에게 가르친 마술은 연합에 공식적으로 등록되어 있는 마술이 아니며, 매우 자기파괴적인 마술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현성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대목이었다. 얼마나 강한 마술사인가. 얼마나 큰 재능을 품고 있느냐. 그것이 저 인간이 타인을 판단하는 유이한 기준이었다.


저런 얼뜨기에게 제대로 된 마술을 가르쳤을 리가 없다──


“하지만, 숙련도를 높이면 표준적인 마술에 비해 월등히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는 마술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제자가 이 마술을 소화할 만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가르친 겁니다. 충분한 설명이 되었습니까?”


“───.”


재능이 있다고?


나한테는 없는 뭔가가 저 자식한테 있다고? 웃기지 말라 그래.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마술을 수련해 놓고 스케일 1등급도 못 쓰는 게 대체 무슨 재능이냐!


혹시 미쳐 버린 거 아니야? 천재와 둔재를 바꿔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그런 게 아니고서야 나를 무시하고 저딴 자식을 가르칠 리가 없잖아.


“허울 좋은 변명일 뿐이야. 그만한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당신이 어떻게 판단하고 책임질 건데? 나중에 폐인이 돼서 당신을 원망할 수도 있어. 그 때가 되어서야 네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면 망가진 몸이 되돌아오기라도 해?”


“이것은 제 짐작입니다만. 귀하는 자기파괴적 미등록 마술의 피해자입니까?”


“그래. 하필이면 지원이랑 똑같은 마술로 신세를 망친 몸으로서, 당신 같은 사람은 절대 가만 못 둬.”


“그렇습니까. 같은 마술 때문에 피해를 입으셨다면 귀하가 제 제자의 일에 격분하는 것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귀하에게 마술을 가르치지는 않았습니다만, 교육자의 사명을 가진 자로서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쟤한테 쓸 데 없는 마술을 배우느라 낭비한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 건지나 말해.”


“보상하지 않을 겁니다. 다른 마술을 가르칠 필요도 없습니다. 귀하께는 실례되는 말입니다만, 단언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제자의 제능은 반드시 귀하의 그것보다 뛰어납니다. 마술의 부작용에 폐인이 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랄하지 마.


너한테 인정받으려고 훈련했던 건 나야. 한 번이라도 너를 넘어 보려고 발악했던 건 나란 말이야.


시험장에서 처음으로 너를 넘는 기록을 내고도, 왜 이런 더러운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건데. 내가 왜? 왜? 왜?!


움켜쥔 주먹이 손바닥에 상처를 냈다. 이 순간 현성이 품은 분노의 크기는 그가 일평생 느꼈던 모든 부의 감정을 합친 것보다 컸다.


화영이 저토록 강한 확신으로 자신의 재능을 단언하는 모습을, 자신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모습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 증거도 없어. 너 혼자만의 망상일 뿐이야.”


“제 제자가 마술의 부작용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은 증거를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가지고 있습니다. 마술의 부작용 정도는 장비로 커버하면 그만 아닙니까?”


“장비로? 웃기지 마. 패왕무가 배틀슈트를 몇 개나 부숴먹을 줄 알고 그런 말을 해. 장비 값을 댈 수나 있겠어?”


“댈 수 있습니다.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화영이 정장 안주머니에서 종잇조각을 던졌다. 명함을 받은 서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환일 부총장......? 이거 진짜야?”


“내가 보긴 진짜인 것 같더라. 내 응시 자격도 이 사람이 즉석에서 만들어 줬어.”


“가짜였다면 자유로이 시험장에 입장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귀하라면 제 기척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사실 정도는 인지하셨을 텐데요?”


“에엑. 어. 그니까. 다른 생각하느라 못 느꼈는데....... 가 아니라. 장비 값을 대줄 수 있는 거랑 진짜로 대주는 거랑은 다르지. 내가 공급을 끊어 버린다고 협박하면 한 번에 실직자가 되는 거잖아? 약점 잡고 종처럼 부려먹으려는 거 아냐?”


“제가 그런 추잡스러운 행동을 할 사람으로 보이시는가봅니다.”


“아니요, 인상은 꽤 괜찮은 편이신데. 어....... 그래도! 뭐든 의심하고 봐야!”


화영이 고집을 부리며 비난을 쏟아 대는 서하를 무시하고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어둠을 몰아내는 자. 프로토타입 식스 가동 개시.”


화영의 손바닥 위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액티브 존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강렬한 마력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푸른 불꽃이 화영의 전신을 휘감자 현성의 혼에 깃든 마력이 공명했다. 신기가 신기에게 공명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둠을 몰아내는 자.... 마도공학자 미나가 만든 마지막 신기?! 그거 설마 진품이야?”


“솔로몬 탑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때 연합에게서 수여받은 물품입니다. 비록 미나가 개발 도중에 폐기한 프로토타입이지만, 이것은 마스터피스에 도달하기 직전에 만들어졌던 갑옷. 성능이라면 전선에서 제 목숨을 몇 번이고 구해낸 성과로 보증하겠습니다.”


“부, 부, 부럽다. 진짜엄청나게부럽다저것만있으면나도다시현역으로! ..........가 아니라! 신기를 꺼내서 뭐 어쩌겠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거야 뭐야?”


설마.


그건 아니겠지.


하지 마.


“그럴 리 없잖습니까. .......하긴, 신기인 만큼 남에게 양도한다는 발상을 못 할 만도 한가.”


부탁이니까 하지 마.


왜 내가 아닌 거야.


왜 하필이면 내가 비웃던 마술사인 거야.


“설마. 그걸 쟤한테 주신다는 건가요 부총장님? 진짜로?”


“존댓말을 쓰시는 걸 보니 이 정도면 보증이 된 모양이로군요.”


“자, 잠시만. 갑자기 무슨?”


화영의 몸을 감싼 푸른 불길이, 바닥에 쓰러진 채 일어날 타이밍을 못 잡고 있던 약간 멍한 마술사에게로 전해졌다.


“신기를 양도해? 미나가 만든 건데? 다른 신기도 아니고 ‘어둠을 몰아내는 자’를? 진짜로? ......이거 꿈인가?”


부동의 정신을 갖춘 검의 화신조차도 자기 뺨을 잡아당기면서 멍하니 중얼거리는 가운데, 정작 신기를 양도한 장본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저는 이 학교의 부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후방에서 마술사 육성에 힘을 쏟기로 다짐한 이상 이 신기는 저에겐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가 없다면 차라리.


“────.”


현성은 풀숲을 박차고 도망쳤다. 화영이 있는 곳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했다.


걷잡을 수 없이 강한 증오의 불길로부터 도망쳐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검을 뽑고 화영에게 덤비게 될 것 같았다.


그래. 신기까지 내 줄 수 있을 만큼 아낀단 말이지.


그렇다면 내가 죽여 버리겠어. 네가 그토록 믿고 있는 재능의 화신을 내 손으로 죽여주마.


네 인정 따위는 필요 없어. 신기라면 나한테도 있다. 놈을 죽이기 위해 벼려진 신기가.


아.


날듯이 밤하늘을 질주하면서, 현성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죽여야만 하는 인간이, 미치도록 죽이고 싶은 인간이다.


이걸로 아무 죄책감 없이 선을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충분히 멀리 떨어졌다. 이 거리에서는 화영도 내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그런 확신이 들자 현성은 참고 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왜 울음도 아닌 웃음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좌절했는데도, 가슴이 끓어오르는데도, 그 모든 게 왠지 모르게 웃겼다.


“워. 좋아서 죽네. 별로 건드린 것도 없는데 말이지.”


이봐. 비웃던 세뇌에 당한 기분이 어때?


꼭 좀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 나서서 판을 깰 수는 없었다.


“어쨌든 웃으면 좋은 거지 뭐. 그 근육덩어리는 아직도 딱딱한 얼굴인 게 좀 아쉽지만. 그럼 나는 테러나 도우러 가 볼까.”


바스커빌의 어금니 해피는 고리 달린 단검을 손가락에 끼우고 빙글빙글 돌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먼치킨이 아카데미에 입학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3. 22.11.14 10 0 11쪽
12 12. 22.11.13 14 0 10쪽
11 11. 22.11.13 8 0 12쪽
» 10. 22.11.13 14 0 14쪽
9 9. 22.11.13 9 0 17쪽
8 8. 22.11.12 10 0 11쪽
7 7. 22.11.12 10 0 17쪽
6 6. 22.11.12 9 0 22쪽
5 5. 22.11.11 11 0 20쪽
4 4. 22.11.11 9 0 10쪽
3 3. 22.11.11 12 0 18쪽
2 2. 22.11.11 14 0 13쪽
1 1. 22.11.11 156 0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