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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님의 서재입니다.

기억상실 걸렸는데 아카데미 1등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인도카레
작품등록일 :
2022.07.18 13:53
최근연재일 :
2022.08.26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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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7,175

작성
22.08.2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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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물러나세요."


다빈이 앞으로 성큼 나서며 말했다.


내 눈에는 그녀가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술에 의해 감정이 억제되어 있을 텐데도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라면. 상대가 다빈과 비슷하거나, 그녀보다도 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리라.


여름옷 여자가 살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여어. 금방 다시 만났네. 생각했던 것보다 10분 20분 정도는 빨랐어."


"오후 공연이라고 했던 게 이거였어?"


"아니. 원래 예정이랑은 좀 다르게 진행되는 중. 원래 지금쯤이면......"


다빈이 여름옷 여자의 말을 끊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신원을 밝히세요."


"꼭 누군지 알아야 하나? 신비종 경보에 놀ㄹ라서 중앙광장으로 대피하는 민간인이지."


"웃기지 마십시오."


다빈의 엄지와 검지가 황금으로 된 묵주알을 짚었다. 그러자 서른에 가까운 금빛 십자가들이 나타나 다빈의 주위를 둥글게 감쌌다.


"그 옷차림, 그 여유로운 태도, 마력이 강하게 깃든 무기와 제 빈틈을 찾는 두 눈! 그 모든 것들이 당신이 마술사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호오. 시선까지 눈치챘어? 디폴트로 경계심이 강한 건 줄 알았는데, 감이 좋은 거였구나?"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벌레나 약한 동물이 죽어가는 모습을 즐겁게 구경하는 듯한, 순수한 가학심을 담은 미소였다.


"묻겠습니다. 당신은 놀이공원의 결계에 생긴 이상과 관련이 있는 자입니까?"


"그렇게 묻는다면, 밀접한 관련이 있지. 까놓고 말해서 내 작품이야. 놀이공원에 온 사람들을 중앙광장에 대피시켜 놓고, 일반인인 척 들어간 뒤에 방호 결계를 장악. 대피소 안에 갇힌 사람들을 하나씩 죽일 계획이었어."


나지막하지만, 신비종의 등장을 경계하고 있던 마술사들에게도 충분히 들릴 성량이었다.


"그 말, 장난으로 한 말이더라도 흘려넘길 수 없겠는데요?"


주위를 경계하던 마술사 중 하나가 티셔츠 여자에게 장창을 겨누며 말했다.


"정말 당신이......"


마술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마술사가, 뒤늦게 통증을 느낀 듯 눈알을 아래로 굴렸다.


그제야 자기 목에 박혀 있는 단검을 확인한다.


마술사가 손으로 자기 목을 감싸는 찰나, 다빈의 십자가들이 90도 기울어지더니 활강했다.


"진짜로 멍청하다니까."


여름옷 여자── 테러리스트가 오른팔을 반 바퀴 크게 휘둘렀다.


손은 텅 비어 있었지만, 무언가를 쥐고 끌어당기는 듯한 동작이었다.


다빈이 내 머리를 향해 손을 뻗는다. 억지로 내 머리를 숙이려는 것이다.


나는 다빈의 손보다 빨리 움직였다.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리더니 잘린 머리카락 몇 가닥이 떨어졌다.


다빈이 신체 능력을 강화시켜 두지 않았더라면, 다빈의 팔 힘만으로 상반신을 굽히려 했다면 조금 전의 무언가에 반으로 잘렸을 것이다.


사신의 그림자가, 거대한 낫이 목덜미까지 드리워졌다가 지나간 셈이다.


"컥......."


나도 모르게 단말마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테러리스트가 당겼던 것은 남자의 목에 박혔던 단검이었다.


손으로 틀어막아 지혈해 보지만, 쏟아지는 핏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술사는, 한 때 마술사였던 것으로 변해서 옆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목을 중심으로 새빨간 피가 지면을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절명했다.


"......어?"


마술사들 중 하나가 황망한 단말마를 냈다.


다빈은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고도 동요 없이 적을 경계했다.


왜 구하지 않는 거지.


타인을 치유하는 마술은 극도로 적은 마술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다빈은 치유 마술을 쓸 수 없는 건가.


쓸 수 있는데도, 목을 베인 마술사를 치유하기 위해 마력과 정신력을 낭비하는 것이 손해라고 계산한 건가. 어느 쪽인지 모르겠다.


나는 분명 평범한 학생이었고. 평범하게 졸업여행을 즐기러 왔을 뿐인데. 대체 왜 죽음의 가능성이 제시되는 싸움터에 들어와 있는 거야.


일상의 풍경이 바뀌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


경악과 초조함을 담아 마음속으로 불평하는 동시에.


──저 테러리스트. 운이 좋았어.

──맞았으면, 죽여야 했을 텐데.


진득한 피 냄새. 죽음의, 전장의 공기에 묘한 익숙함과 그리움을 느끼는 내가 있었다.


"겨우 한 명 죽고 끝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다빈의 십자가들이 만들어낸 자욱한 흙먼지 속에서, 양손에 단검을 든 테러리스트가 쇄도해 온다.


다빈이 다시 한 번 황금 묵주의 마력을 발동시켜서 십자가를 쐈다.


조금 전에 있었던 진동과 파괴의 흔적이, 십자가 하나하나의 파괴력이 전차의 포격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그런 것을 수십 발이나 앞두고도, 테러리스트는 위축되기는커녕 더욱 가열차게 전진한다.


몸을 비튼다.


단검으로 때려서 궤도를 바꾼다.


허벅지를 스친 십자가를 무시하며 터프하게 거리를 좁혀 온다.


십자가만으로는 테러리스트를 저지할 수 없었다.


검을 뻗으면 다빈의 목이 베일 거리까지 한 걸음.


그 최후의 한 걸음보다 빠르게, 다빈의 손가락이 묵주의 보라색 보석에 닿았다.


금색 마력이 다빈의 주위에서 폭발하듯 빛났다. 테러리스트는 다빈의 정면에 구축된 보라색 방패에 부딪혀서 균형을 잃었다.


완벽한 빈틈이다.


하지만 그 틈을 찌를 수단이 부족했다.


나는 다빈의 뒤에서 한 발짝 물러선 곳에서 생각했다.


놀이공원의 다른 마술사들이 패닉에 빠져 있던 시간이 조금만 짧았더라도.


다빈을 원호하러 온 마술사가 단 한 명만 있었더라도,이 시점에서 싸움을 끝낼 수 있었으리라고.


하지만 원군은 없었다. 다빈이 손에 쥔 묵주알을 바꾸는 것보다는 테러리스트가 흐트러진 균형을 바로잡는 쪽이 빨랐다.


붉은 보석이 빛나고, 단두대의 그것처럼 우변이 넓은 금색 칼날이 테러리스트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칼날이 완성된 시점에 표적은 이미 공격 지점을 벗어나 있었다.


"역시 멍청하다니까! 뭘 얼타고 있어! 빨리 좀 움직여 봐!"


테러리스트가 칼날을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뒤늦게나마 패닉에서 벗어난 마술사들이 물러나는 테러리스트를 들개처럼 뒤쫓았다.


"이 개 같은 년이이이!"


마술사들은, 마치 학익진을 펴듯 넓게 상대를 에워쌌다. 순간 직감했다.


그 전법으로는 안 돼.


"무리 지어 덤비는 너희들이 사냥개에 가깝지. 안 그래?"


도주로가 없어진 시점에서, 테러리스트가 도약의 방향을 바꿨다.


뒤로 물러나ㄱ다가 갑자기 앞으로 달린다. 일점 돌파를 노리는 것이다.


다빈의 앞쪽에 있던 마술사 들과 테러리스트가 충돌한다.


"붙들어 놓으세요!"


다빈의 손가락은 아직 붉은 보석에 닿아 있었다.


아군 두 명을 서포팅하지 않고, 공격을 골랐다. 너무나 뼈아픈 실책이었다.


테러리스트가 일순간이나마 균형을 잃었던 것은 다빈의 수준을 얕보았기 때문이다.


다빈도 똑같이, 테러리스트를 얕보는 실수를 저질렀다.


아니── 얕봤다고 하면 억울하겠지. 그녀는 한순간도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단지, 상대의 역량이 다빈의 예상을 아득히 웃돌았을 뿐.


"죽어!"


"죽여 봐. 목 없는 시체 씨."


테러리스트와 충돌한 마술사 두 명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마력을 써서 압도적인 속도를 낸 게 아니다. 다빈의 마술로 강화된 눈은 테러리스트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마술사들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대응하지 못했다. 힘의 크기가 아닌, 기술의 정교함으로 적을 찍어누른 것이었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둘을 처치한 테러리스트는 다빈의 단두대가 떨어지기 전에 간단히 회피했다. 벡스텝으로 물러나고는.


"사람을 베는 재주가 없다니까. 마술사들은."


너무나 태연스레 마술사들의 포위망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거짓말이라도 흘려들을 수 없다고? 그랬으면 냅다 들이박았어야지. 뭘 느긋하게 취조하고 앉았어? 전술도 엉망이잖아. 그런 큰 포위망은 덩치 큰 신비종한테나 써먹는 거야. 좀 더 콤팩트하게 덤볐어야지."


두 자루였던 단검은 어느새 하나가 되어 있었다.


테러리스트는 검의 손잡이 밑에 달린 둥근 고리에 손가락을 끼우고, 빙글빙글 검을 돌리고 있었다.


격투의 문외한이 보기에도 빈틈투성이인 자세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 달려들지 못했다.


순식간에 마술사 셋을 죽인 테러리스트의 강함에. 빈틈을 찌르는 전술에 위축되어 버렸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목적이 뭐죠?"


"주문 장전하면서 말로 시간 벌기 있어? 바보도 안 낚여. ......난 너희 상대로 낚여줄 거긴 하지만."


테러리스트는 아예 맨땅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격할 수 없다. 멍청하다고 욕할 수는 없었다.


내가 마술사들의 입장이었더라도, 저 괴물을 향해 달려들지는 못했을 것 같았으니까.


"목적이라...... 우리의 목적은 반군의 부활을 화려하게 알리는 거야. 너희 인류보안위원회가 역사에서 치워 버린 그림자가, 다시 한 번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 나타났다고, 전 세계에 광고하는 거지! 뭐, 난 그런 거엔 관심없고, 그냥 사람을 죽이러 나온 거지만."


"......뭐라고?"


"좋아하거든. 살인 말이야. 고상한 취미라고 생각하지 않아?"


다빈의 질문에, 테러리스트는 유열로 답했다.


"대부분은 말이야, 특히 마술사라는 놈들은 자기 잘난 맛에 살아.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면서, 자기는 행복하게 늙어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산단 말이야."


"그 꿈을 부수는 게 즐겁다는 뜻입니까?"


"이해가 빠르네. 죽기 직전의 바보 같은 얼굴을 보면 무지무지 웃기거든! 절망하는 모습도 좌절하는 모습도 하나같이 재밌어. 이걸 모르고 살면 인생 절반은 손해 보는 거지. 너도 한 번 맛을 들이면 중독될걸."


테러리스트를 포위하고 있던 마술사들이 질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미친년."


"식당 '바나다'앞에 추정 S랭크 테러리스트 단기가 있다. 증원을 요청한다."


"증원 좋지! 빨리 좀 불러 봐. 원래 광장에 모여 있는 민간인들을 싹 다 죽여야 하는데, 특별히 그냥 넘어가 주는 거야. 아. 혹시 마도성이란 놈이 있으면 데려오고."


다빈이 말했다.


"마도성?"


"그래. 세계에서 가장 강한 주문술사. 신탁에 따르면 여기 나타날 수도 있다더라고."


테러리스트가 단검을 빙글빙글 돌리며, 똑바로 내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놈이 여기 나타나 준다면 다른 사람들은 안 건드려 줄 수도 있으니까, 데려오려면 빨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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