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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사이즈 님의 서재입니다.

둠 : 이계로 간 반도의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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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사이즈
작품등록일 :
2022.05.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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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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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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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둠에서 태동한 빛이 더 밝다는 걸

DUMMY

저벅-


선혈이 흥건하고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연무장 위에 '야수권' 알렉토가 서있었고, 둠은 수 많은 사람을 지나쳐 그의 앞에 섰다.


"당신에게 도전하겠습니다."


다른 선택지는 있을 수 없었다. 그가 무려 니케의 죽음을 언급했으니.


"받아들이지. 지금 듣겠나, 끝나고 듣겠나."

"지금 말해주시죠."

"내 말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 있나?"

"알리오 클라이페와 겨룬 당신은 정당했습니다. 그런 당신이 제게 치졸한 짓을 할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그렇더라도 제 앞가림은 제가 합니다. 말하십시오."


알렉토는 자신의 앞에서 당당하게 요구하는 둠을 바라봤다.


나이도 지위도 세간의 명성도 한참 뒤떨어지는 후배지만, 망설임 없는 패기와 철혈의 의지는 알렉토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 때부터 보석인지, 원석을 잘 가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니케가 정말 제대로 키웠군."

"그 니케가 죽었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마 그렇겠지. 죽으러 들어갔으니."


알렉토는 시간을 몇 달 전으로 돌렸다.


"'마법사들의 은거지'로 오려던 날, 자네가 니케의 계획으로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들었네. 맞나?"

"다음을 기약하며, 가야 할 곳을 일러주긴 했습니다."

"그래. 그 다음부터 말하면 되겠군. 니케는 데칸을 인질로 잡고 은거지로 돌아왔네."


'노스 홀로 갔다고? 데칸을 인질로 잡고? 왜?'


알렉토는 그날의 일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니케는 음지의 마법사들 중에 자네에게 해가 되는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자네를 밖으로 내돌리고, 홀로 은거지로 와서 일을 벌였지. 그 흉수로 '젤로스' 장로를 지목했네."


젤로스. 니케가 화를 내며 그 이름을 언급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일을 벌이다니, 둠으로선 처음 듣는 얘기였다.


"니케는 여러 정황을 증거로 젤로스를 몰아세웠고, 젤로스는 무죄를 입증하지 못했어. 그래서 젤로스의 제자인 데칸을 처벌하고, 곧바로 젤로스의 목숨을 취했네. 그 탓에 젤로스와 뜻을 같이 했던 본 스쿼드 마법사들에게 죽기 직전까지 몰렸지."

"그들이 니케를 죽인 겁니까?"

"아니. 그들이 니케를 죽이기 직전, 니케의 스승인 아카티 장로가 그들을 전부 죽였네."


니케는 제자인 둠을 위해 사지로 들어갔고, 니케의 스승인 아카티는 죽음 직전의 니케를 구해냈다.


여기나 저기나 표현은 거친 사제관계였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 가장 믿을만한 관계라는 건 변치않았다.


"그 후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 가까스로 살아난 데칸은 목소리는 잃었지만 본 스쿼드를 이끌 장로가 됐고, 아카티 장로는 장로직을 내려놨네. 장로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음지의 마법사들도 변하고 있어."

"그런 건 궁금하지 않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건 니케의 생사입니다."


단호한 둠의 태도에 알렉토는 목을 긁적였다.


"흠, 음지의 마법사들에게 애정이 없는 건 아쉽군. 니케의 영향인가. 어쨌든 장로 살해 죄를 저지른 그는 성국으로 파견되는 임무를 자청했네. 젤로스의 목숨 값은 자기 목숨으로 대신하겠다며. 때마침 그의 사제가 성국에 붙잡혀있기도 했고."


'니케답네.'


니케는 자신의 사형인 '데이모스'의 죽음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평생을 후회하며 살았으니까.


근데 하필 사제가 또 성국에 잡혔으니, 이제는 나서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목숨 값은 목숨 값으로 치러야 한다며 성국으로 향한 게, 죄를 용서받기 위한 얄팍한 언행이나 사제를 찾기 위한 구실로 들리지 않았다.


평소 껄렁거리긴 했어도, 신의와 결기를 중시하는 그가 진정으로 내릴법한 결정이었다.


니케는 그런 사람이니까.


"하지만 성국으로 갔다는 거지, 죽었다고 단정할 순 없는 거 아닙니까."

"맞네. 그가 죽었다는 말은 못 들었어. 그래도 성국과 우리가 어떤 관계인지 익히 잘 알 테니, 내 말이 틀렸다하진 않겠지."


죽음과 사지로 들어간 게 같은 뜻일까.


알렉토는 니케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했고, 둠은 전혀 동의할 수 없었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죽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대화할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허나 니케의 정확한 향방을 알게된 것과 별개로,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세 달 전, 둠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던 니케.


[세상을 다 지리게 만들면, 그때 다시 보자.]


어디가서 술이나 마시며 한가롭게 지낼 거라 생각했던 니케는, 홀로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둠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목숨 건 도박을 감행했다.


지금도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었고.


'아직도 니케의 도움을 받고 있었구나.'


마력 운용법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대련으로 그를 꺾었다는 이유로, 니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한없이 오만한 생각이었다.


니케는 말없이 둠을 위해 몸을 내던졌고, 또 그런 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아-


둠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알렉토가 화제를 바꿨다.


"자네가 궁금해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한 가지 더 알아둘 게 있네."

"... 뭡니까."

"콥스 마리오네트의 장로 자리가 계속 비어있네. 그들은 적임자를 내세웠는데, 그 당사자에게 답을 들을 수가 없더군."


당연히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자네를 장로로 추대했네."

"하아- 그딴 거. 관심 없습니다."

"자네는 고민할 수 밖에 없어. 아니, 고민해야 해."


알렉토의 목소리가 조금은 강경해졌다.


"오늘 이 타이틀 매치는 분기점이네. 제국 내 힘의 균형을 완전히 뒤집는."

"네?"

"철권가가 공식적으로 마스터 하나를 잃은 날이니까."

"음!"

"마스터 네 명을 보유했던 신창가는 숨었고, 마스터 셋을 보유한 철검가가 날뛰는데, 그나마 그들을 견제하던 철권가는 오늘부로 마스터가 둘 밖에 남지 않았지. 철권가가 과연 이전의 중립적인 철권가로 대접받을 수 있을까?"


알렉토가 짚어낸 사실에 둠보다 철권가의 사람들이 훨씬 크게 충격을 받았다.


워낙 큰 이벤트여서, 또는 알리오가 질 거란 생각을 안해서 잠시 놓치고 있었지만, 알렉토의 말대로 마스터를 하나 잃었으니, 제국 내 그들의 위상은 떨어질 일만 남았다.


"게다가 성국은 흔들리는 제국을 공격할 시기만 재고있고, 철검은 성국과 아주 긴밀한 사이지. 전쟁이 일어나면, 제국이 이길 수 있겠나? 철권가는? 살 수 있을까?"


누가 봐도 그 답은 '아니오'였다.


"솔직히 철권가가 무너지는 게 나와 무슨 상관있겠나. 하지만 걱정되는 건, 이로써 제국이 넘어갈 첫 번째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것이지."


알렉토는 단언했다. 도미노가 무너지듯 계속해서 무너질 거라고.


"놈들이 제국을 차지하면, 마법 연방까지 노릴 테고, 결국엔 연방도 무너질 거야. 곧 자네나 나는 물론 모든 음지의 마법사가 이 대륙 위에 발 붙일 수 없을 걸세."


알렉토가 언급하진 않았지만, 성국이 음지의 마법사들을 해충 잡듯이 집요하게 잡아죽일 거라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데, 문제는 누구도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는 거야. 단 한 명만 빼고."


알렉토의 말에 둠의 혀끝이 썼다.


"저 혼자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네가 그렇게 생각해도 뭐라 할 말이 없네. 그게 우리의 문제였지. 자네한테 모든 걸 떠넘기려 했으니까."


알렉토는 인정했다. 음지의 마법사들이 비겁했다는 것을. 자신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음을.


"하지만 음지의 마법사들은 자네한테만 의지하려던 지난 날을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네. 데칸과 니케, 아카티를 중심으로 성국과 싸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나 역시 같은 뜻이고."


'자넨 혼자가 아니야.'


알렉토가 하고 싶은 말이 이거였다.


그런 의미에서 장로직을 권유하는 지도 몰랐다. 둠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아니면 최소한 연대감을 주기 위해서라도.


"성국이 활개치는 건 저도 원치 않습니다. 어차피 놈들과 같이 살 수도 없구요. 하지만 직위는 여전히 관심 없습니다."

"다행이군, 적어도 같은 현실을 마주하고 있어서. 난 그래도 자네가 장로직을 수락했으면 좋겠네. 우린 자네라는 깃발 아래 모여, 예정된 고난을 함께 넘어서고 싶으니까."


알렉토는 어떻게든 끝까지 함께하자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 진정성에, 둠은 전율을 느꼈다.


전장의 지배자라는 마스터조차도 자신에게 기대려고 한다는 것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었다는 것을.


'이게 운명인가.'


신창가가 1년 안에 거병할 예정이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음지의 마법사들도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두 개의 거대 집단은 둠이라는 고리로 모이려 든다.


둠이 가는 길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고, 그 기대들이 어깨를 누르는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흔들렸나?"

"... 아뇨."


그럼에도 둠의 눈은 변함없이 단단했고, 둠을 바라보는 알렉토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자리했다.


"그럼 이제 보여주게. 어둠에서 태동한 빛이 더 밝다는 걸."


알렉토는 '하이드라'의 힘이 깃든 주먹을 휘둘렀고, 둠의 주먹에선 반투명한 마력이 치솟았다.


쾅-



***



쾅-

콰쾅-


둠과 알렉토가 연무장을 박살내는 사이, 관중석의 분위기는 연무장보다 더 박살나있었다.


"저게 다 무슨 소리여?"

"제국 전쟁이 임박했다는 말인가?"

"국지전보다 더 큰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누구 뭐 아는 사람 없어?"


정보에 어두운 세인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답을 해줄 사람을 찾았고.


"'야수권'이 말한 게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럼 철권가는 어떻게 해야되는 거지?"

"뭘 어떡해. 성국이 날뛰도록 방치하자는 거야?"

"아니- 현실적으로 어떻게 막냐고. 수적으로 열세인데."

"그럼 뭐, 항복이라도 하자는 거야?"

"누가 그러쟤? 방법을 묻는 거잖아, 방법을!"


철권가의 기사들은 보다 현실적으로 상황을 직시하며 그 답을 찾았다.


그 답안을 가지고 있고 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


연무장을 박살내는 둠과 관중석에 있는 둠의 일행들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자, 카이스트가 소리쳤다.


"뭘 쳐다봐- 이 병신들아. 눈이 없어, 뇌가 없어? 왜 니들 판단을 남한테 떠넘겨."


카이스트의 일갈에 몇몇의 얼굴은 붉어졌다.


하지만 부끄러움보다도 알고자하는 욕구가 더 강했다. 어찌보면 이것도 생존 욕구였으니까.


"그래도 좀 말해주시오. 뭐가 어떻게 되는지."

"하- 뭘 들은 거야? 알렉토의 말대로라면, 전쟁은 피할 수 없어. 대륙 전체가 위험하대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하오?"

"시펄- 뭘 어떡해, 선택해야지. 등신처럼 가만히 숨죽이며 나만은 살길 바라든가, 죽더라도 니네가 지켜야할 세상을 위해 움직이든가."

"당신들은 어쩔 셈이오!"

"븅신이냐. 남이 칼들고 죽이려드는데 가만히 맞아주게?"


들으나 마나한, 지극히 원론적인 말.


그나마 알 수 있는 건, 이들도 제국 전쟁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전쟁의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카이스트 경, 저분이 성국을 이길 수 있을까요?"


모두가 하고 싶었던 질문을 대신해주는 이지스 라가르드.


카이스트는 곁에 있는 리아에게 물었다.


"리아, 둠이 이기나?"

"당연하지."

"칼라일, 둠이 이겨?"

"물론입니다. 바람은 그치지 않고, 벼락은 멈추지 않습니다. 주군께선 절대 지지 않으실 겁니다."


두 사람의 믿음에는 한 치의 빈틈도 찾을 수 없었다.


둘의 대답을 들은 카이스트는 이지스를 바라봤다.


"둠이 이길 거 같애?"

"... 네."

"정말로?"

"믿고는 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카이스트는 이지스를 나무라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지금 그녀가 뭘 해야할 지 알려줬다.


"봐. 니 두 눈으로 직접. 쟤가 너한테 믿음을 줄 수 있는지 니가 직접 확인하라고. 믿음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야."


카이스트의 충고에 이지스와 세인들의 시선이 연무장으로 쏠렸다.


딸칵-


그때, 수세에 몰렸던 '야수권' 알렉토가 세 번째 물약을 입에 털어 넣었다.




여러분의 선작과 추천,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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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함께 합시다 22.08.02 47 5 13쪽
92 #시대의 분기점, 둠이라는 전환점 +1 22.08.01 53 4 13쪽
91 #다 발린다고 했잖아 22.07.29 46 4 14쪽
90 #나의 리더가 흔들리지 않길 바라니까 +1 22.07.28 44 4 12쪽
89 #이름이 곧 존재다 22.07.27 50 5 14쪽
88 #함께 하시겠습니까 +1 22.07.26 54 5 13쪽
87 #보고도 막을 수가 없다 22.07.25 55 5 13쪽
» #어둠에서 태동한 빛이 더 밝다는 걸 +1 22.07.22 71 5 12쪽
85 #도전하라 22.07.21 64 5 12쪽
8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지 +1 22.07.20 68 5 12쪽
83 #저 팔 뽑아버려 22.07.19 75 4 12쪽
82 #그럼 내가 대신 참가할까? +1 22.07.18 65 4 12쪽
81 #은사의 손주, 이지스 라가르드. 22.07.15 75 4 13쪽
80 #1년 후, 거병할 것이오. +3 22.07.14 88 4 13쪽
79 #폭풍이 되어주시오 22.07.13 79 4 15쪽
78 #신창가 위에 폭풍의 필립스 +1 22.07.12 82 5 16쪽
77 #준비하세요, 난세가 옵니다. 22.07.11 79 4 15쪽
76 #필립스 가가 걸었던 길 22.07.10 91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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