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꺔냥꺔냥 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숲에서 귀농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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꺔냥꺔냥
작품등록일 :
2021.05.21 21:47
최근연재일 :
2021.06.16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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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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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8화

DUMMY

거북이는 다시 등껍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근처에 지후는 주저앉았다. 거북이가 아픈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당장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거북이에 대해 아는 몬스터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며 시선을 멀리 두었다.


그 옆에서 뭉치는 답답함을 참지 못해 통통거리며 근처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평화로워 보이는 순간, 가만히 있던 거북이 몸체가 흔들렸다. 그 흔들림이 점점 심해지고 거북이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놀라 몸을 일으킨 지후의 품으로 뭉치가 뛰어들었다. 지후는 뭉치를 안고 급변한 거북이의 상태에 조심히 다가갔다.


"왜 그래? 어디 가 아파?"


휘익.


거북이의 다리가 머리 위를 덮친다. 지후는 간발의 차이로 뒤로 물러나 피했다. 거북이의 다리가 땅에 닿으며 큰 소리와 함께 자국을 남겼다. 지후는 바닥에 푹 들어간 발자국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제대로 맞았다면 무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게 다 뭉치 덕에 발달된 제6의 감각 덕분인지 몰랐다. 그 뒤로는 거북이의 곁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멀찍이 떨어져 상태를 살폈지만 거북이의 고통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땅에 새겨지는 발자국이 늘어나고 있었다.


거북이가 느끼고 있는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아 지후는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뭉치도 옆에서 이리저리 튀어 다니는 게 어쩔 줄 모르는 게 보였다. 그때 뭉치의 시야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이리저리 몸을 버둥거리는 거북이의 배 쪽에 살짝살짝 그림자같이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뀨우우!"


뭉치는 지후의 배로 돌진해 거북이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눈높이가 낮은 뭉치의 시야에서 보이는 게 지후에게 보일 리 없었다. 지후는 뭉치와 눈을 맞추며 냉정하게 말했다.


"뭉치, 지금은 장난칠 때가 아냐, 얌전히 있어."


그리고 뭉치를 내려놓고 다시 거북이에게 집중했다. 뭉치는 한숨을 폭 내쉬며 지후에게 알리는 건 포기했다. 대신 거북이의 곁으로 다가갔다.

몸부림치는 거북이의 발에 한대라도 맞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뒤늦게 거북이의 근처에 통통 튀어 다니는 뭉치를 발견한 지후는 놀라 소리쳤다.


"뭉치! 이리로 와!"


애타게 부르는 지후의 소리에도 뭉치는 거북이 곁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다. 이리저리 휘둘러지는 거북이의 발을 재빠르게 피하며 말이다. 뭉치는 기회를 살피고 있었다. 한방이 필요한 때였다. 잠깐 사이 거북이의 밑으로 가는 길이 뚫렸다. 뭉치는 그대로 몸을 날리며 돌진했다.


"뭉치!"


놀란 지후도 뛰어나갔다. 그 순간 거북이의 몸 아래로 들어간 뭉치는 몸을 키우며 배를 향해 온 힘을 다해 점프했다.

막 거북이의 오른쪽 다리가 들린 상황에서 뭉치의 공격이 타이밍 좋게 들어갔다. 그대로 거북이의 몸이 뒤집혔다.


등껍질이 바닥에 닿으며 큰 소리가 났다. 다행히 단단한 등껍질이 쿠션 역할을 해 거북이에게 큰 타격은 없었다. 단지 갑자기 시야가 뒤집힌 상황에 놀라 짧은 다리를 허우적대며 버둥거렸다.


뭉치를 구하기 위해 뛰어간 지후는 갑자기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픈 거북이에게 뭉치가 왜 공격을 한 건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간 지후는 뭉치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배를 보며 자연스럽게 말이다. 거북이의 매끈한 배 껍질에 또 다른 생명체가 자리해 있었다. 배 정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데, 얼마나 피를 빨아먹었는지 1m는 되어 보이게 자라있는 시커멓고 동그란 진드기였다.


거북이가 바닥에 배를 붙이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아 알아차리지 못했다. 거기에 한 마리가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각 다리에도 진드기들이 붙어 있었다. 검붉은 색의 광택이 도는 껍질이 보이고 거북이의 살을 파고들어 있는 입과 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달라붙어있는 다리가 보인다. 징그러운 겉모습에 오래 보고 있기도 힘들었다.


이 진드기들이 거북이를 고통스럽게 했던 원흉이었다.


어느새 옆으로 돌아와 있는 뭉치를 보며 잠시 진드기 때문에 받은 정신적 대미지를 회복했다. 그리고 통통거리며 뛰고 있는 뭉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뭉치의 눈썰미와 빠른 행동력 덕분에 발견한 것이다.

원인을 알게 되어 다행이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지후는 뭉치를 보고 말했다.


"뭉치, 저 진드기들을 떼어낼 수 있을까, 좋은 방법 넌 알고 있니."


"뀨우뀨우!"


뭉치에게 물어보면서도 이미 지후의 머릿속엔 삽을 가져와 쳐내는 시뮬레이션까지 하고 있었다. 버둥거리는 거북이의 위로 올라가는 것부터 쉽지 않겠지만,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삽을 가지러 가려는 지후보다 앞서 뭉치가 나섰다. 지후의 말을 듣고는 고민할 것도 없이 곧바로 거북이의 배 위로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말릴새가 없었다. 그리고 뭉치는 통통 튀어 진드기를 향해 다가갔다. 버둥거리는 거북이 위에서 흔들리지 않는 균형감각을 보여주면서. 통통 튈수록 뭉치의 크기가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진드기보다 배는 커다란 크기가 됐을 때 뭉치의 커다란 입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지후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뭉치의 다음 행동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생각이 틀리길 바랐지만 뭉치의 날카로운 치아가 그대로 진드기를 삼켜버렸다. 저런 걸 먹어도 괜찮은 건가. 지후는 걱정스레 뭉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불식시키게 삼킨 줄 알았던 진드기를 뭉치는 곧바로 뱉어냈다.


진드기가 지후의 옆에 뒤집혀 떨어졌다. 식사를 방해한 게 불만이라는 듯이 가느다란 다리들이 거칠게 버둥거리는 진드기를 향해 지후는 급히 옆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들어 집어던졌다. 징그러운 진드기의 모습에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순간적으로 솟구친 화가 바위 정도는 가뿐히 들어 올리게 했다.


퍽! 터지는 소리와 함께 바위 아래서 꿈틀거리는 진드기의 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다음은 다리에 붙어있는 진드기들에게 향하는 뭉치였다. 이번에도 뭉치가 입으로 떼어내 뱉어내면 지후가 기다리고 있다가 바위를 던져 마무리했다. 그렇게 진드기 박멸 작전은 둘의 합동 공격으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거북이는 진드기들이 떨어지지 마 자 고통이 사라져 버둥거림을 멈추고 얌전해졌다. 그대로 뒤집어진 채로 말이다. 아직 그 위에 서있는 뭉치를 향해 지후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뀨우!"


거북이의 배 위에서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는 뭉치였다.




진드기 독이 온몸에 퍼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거북이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몸을 움직일 정도로 회복되었다. 움직일 수 있게 되자마자 거북이는 먼저 개울가에 물로 목을 축였다. 건조해 보이는 등껍질을 향해 지후가 전체적으로 물을 뿌려주자 기분 좋은 듯 가만히 있었다.


그다음엔 지후가 주는 먹이를 잘 받아먹었다. 그동안 얼마나 굶었는지 앞에 한가득 쌓인 상추에 머리를 박고 먹어대기 시작했다. 부채보다 커다란 상추를 빠르게 먹어치우는 거북이를 보고 지후는 저장고에서 남은 상추를 더 꺼내와야 했다. 거북이가 다른 수확물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거북이가 마지막 상추를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 걸 확인하고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좀 괜찮아?"


먹을 때 방해되지 않게 식사가 끝나고 나서야 거북이에게 말을 걸어보는 지후였다. 하지만 거북이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대로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 거북이를 보고 지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어디 가 또 안 좋아?"


거북이의 얼굴 앞으로 손을 흔들어 보고 가볍게 몸을 흔들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순간 드는 생각은.


"혹시 자는 거야?"


"뀨우!"


옆에 있던 뭉치가 그렇다고 대신 대답하는 듯하다.

거북이는 신기하게도 눈도 감지 않고 그대로 잠들었다. 배를 채울 정도의 먹이만 먹고 몸의 회복을 위해서였다.

마치 그대로 돌이 된 거 같이 굳어있는 거북이를 보고 어이없어 한숨을 내쉰 지후는 몸을 돌렸다.


수면에 방해가 되지 않게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제일 고생한 뭉치를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뭉치가 좋아하는 수확물들을 구워서 특별식을 차려줬다. 오늘은 뭉치의 활약이 돋보인 하루였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지후와 뭉치는 공터로 나갔다. 거북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향하는데, 마침 공터를 여유롭게 거늘고 있는 거북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느릿이 움직이던 거북이와 지후의 눈이 마주쳤다.


거북이의 눈이 반짝인다 싶었는데, 어느새 지후의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공터 끝에서 중간까지 잔상을 남기며 뛰어온 거북이였다. 빠른 움직임에 놀라기도 전에 지후는 거북이의 달라진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까이서 본 거북이는 하얀색이 아닌 파란색 몸체로 변해있었다. 마치 바다를 보는 것 같은 진한 파란색의 등껍질은 뾰족뾰족한 가시들이 서 있어 더 위협적으로 보였다.


원래라면 진드기 독에 빨린 피가 회복되기까지 하루라는 시간으론 부족했다. 하지만 지후가 준 마력이 담긴 먹이들 덕에 거북이는 빠른 회복이 가능했다. 아픈 와중에도 지후와 뭉치가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한 행동들을 알고 있었다.


거북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고맙다."


중저음의 근엄한 목소리다. 어제의 걱정이 무색하게 완전히 회복된 거북이의 상태를 보고 지후는 다시 물었다.


"이제 괜찮아?"


"괜찮다. 인간 너랑 작은 친구 덕에 살았다."


"뀨우!"


거북이의 인사에 앞으로 나서며 대답하는 뭉치였다.


"바로 떠나도 괜찮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


그 말대로 거북이의 등껍질이 반질반질하게 광택을 보이고 있었다. 지후는 그럼에도 걱정스레 다시 물었다.


"다행이다. 더 쉬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미 다 회복했다. 인사만 하고 떠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거북이는 몸을 움직이며 걱정하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 쿵쿵 땅을 굴렀다.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다가 지후는 말했다.


"그럼, 아침이라도 먹고 가."


"... 어쩔 수 없군. 먹고 가지."


다시 그 맛있는 먹이를 먹는다는 생각에 거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먹었던 상추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하지만 거북이의 기대와 다르게 거북이 앞에 준비된 먹이는 배추였다. 한가득 쌓인 배추의 탑을 보고 거북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쉬워하면서 한입 베어먹고 감탄했다.


"네가 주는 먹이들은 다 맛있군."


"그렇지? 내가 키우는 농작물을 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고."


"인정한다."


거북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몇 백 년을 산 자신이 먹은 것 중 제일 맛있었다.


상추를 어제 다 먹어치운 거북이의 먹성을 보면 배추도 오늘로 끝이 날 것 같지만 어제 죽을 것 같은 모습을 보인 거북이가 회복해서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아깝지 않았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보다가 지후는 문득 일의 원인이 궁금해졌다.


"그런데 어쩌다 그런 진드기에게 물린 거야?"


거북이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이미 붙어 있어서 떼낼 수가 없었다."


"그래?"


하필 거북이가 잠시 쉬기 위해 눈을 붙인 장소가 진드기가 살고 있는 서식처였다. 한 번 잠들면 일주일은 자는 거북이로선 무방비할 때 당한 거라 운이 나빴다. 진드기에게 물리고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날짜 세는 것도 포기하고 지난 나날들이었다. 거북이는 지후와 뭉치를 향해 다시 한번 말했다.


"꼼짝없이 거기서 죽나 했는데, 너희 덕분에 살았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군."


"무슨 말을. 당연히 할 일을 한 거야, 그리고 은혜는 나 말고 뭉치에게 갚아야 돼. 사실 널 살린 건 뭉치가 거의 다했어."


"뀨뀨우."


뭉치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뻣뻣이 들고 울음소리를 냈다. 거북이는 뭉치에게 다시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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