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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개장.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부동산 헌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육개장.
그림/삽화
DDD
작품등록일 :
2024.09.02 17:46
최근연재일 :
2024.09.17 14:2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2,613
추천수 :
133
글자수 :
60,416

작성
24.09.10 14:20
조회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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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3쪽

상경(2)

DUMMY

2


감회. 오래 젖어있을 시간은 없었다.


- 에에에엥···!


사이렌이 울었다. 공습경보였다. 강한성은 습관처럼 총을 확인했다. 탄창이 세 개. 박씨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아저씨.”

“···오야.”


확인이 길 필요는 없었다. 몸에 인처럼 박힌 일이었으니까. 각성? 원래 머릿속에 없었던 일들은 썰물처럼 두 사람 머릿속을 빠져나갔다. 원래 머리가 그렇게 좋지 않기도 했다.


- 타다다닥!


다섯 층계를 빠져나가는데 든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등허리에 차고 있었던 총기는 이미 손에 들려 있었고, 강한성과 박씨 아저씨는 노지에 나선 순간부터 시선을 확인했다.


“좌측.”

“오케이.”


합을 맞추기론 벌써 오 년이 넘었다. 두 사람은 단지 건물을 엄폐 삼아 흩어졌다. 폐허 같던 단지 건물에선 짧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아직도 이 개 같은 땅에 사람이 산다는 증거였다.


- 탕, 타앙···!


강한성은 습관처럼 사격했다. 지금껏 살게 해준 습관이요, 박씨 아저씨가 목숨 빚을 말한 이유였다. 총구 겨누는 곳마다 몬스터가 있었고, 각도는 버러지 같은 것들의 목줄기였다.


“크라아윽!”

“키샤아아각!”


게이트 진원지는 어디인가. 방아쇠를 당기며 강한성은 고개를 여러 번 휘저었다. 저긴가? 시선이 가닿는 곳엔 단지 중앙에 놓인 공터가 있었다.


“아, 위치 진짜.”


짧은 욕설이 한성의 입에 맺혔다. 지형이 기가 막혔다. 퇴로가 완전히 봉쇄되었고, 해묵은 기억이 떠올랐다. 


저기가 어디였지? 우습게도 매주 토요일마다 단지 내 장터가 서던 진입로 근처였다.


‘돈까스가 만원에 여덟 장.’


이젠 돌아오지 않는 가격.


한성은 장소를 공교로워했으나 총알엔 공교로움이 없었다. 멈추지 않고 쏘아대는 중엔 약간의 위화감을 발견한다. 많이 버틴 것 같은데 왜 이리 진압이 더디지? 생각한 순간 답을 깨달았다.


‘아···.’


엿같은 거. 생각해보니 여긴 대전이 아니었다. 게이트 하나에 헌터 팀 하나? 대전에서나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사일렌은 울려서 뭐하나? 서울엔 진압 팀조차 마땅치 않다는데.


“한성아!”


108동 모서리에 숨은 박씨 아저씨 또한 그 사실을 알아챈 듯 보였다. 저 아저씨야 뭐 베테랑이지. 표정을 보면 처음부터 진압팀 따윈 기대 안 한 것 같았다.


“야야, 튀자!”


박씨 아저씨가 이야기했다. 상식적인 이야기였다. 교전을 시작하고 십 분이 넘었는데 아직도 진압 팀이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강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그립긴 했다. 서울에서 죽고 싶단 이야긴 아니었다. 


몸놀림은 빨랐다. 문제는 아까 그들을 태워줬던 인력거꾼이 아직도 이 단지를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 아!!”


저 인간은 도대체 왜?


강한성은 보너스, 표현을 빌리자면 ‘뽀~나스’로 담배 두 개비 받아갔던 아저씨를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이 너무도 순수한 환희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여기 짬 때리고 있었나. 강한성이 시선을 돌렸다. 박씨 아저씨의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아 이해는 하는데 아, 설마?’ 그런 표정에서 강한성은 알 수 있었다.


‘아, 우리 가는거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럴··· 만도 했다. 서울 사정은 잘 모른다. 그래도 통빡 때려보면 일목요연했다. 행정기관이 모여있는 것도 아니요, 이젠 빈민만 사는 동네로 달려왔으면 교통편이 편할 리 없으니까. 


‘왕복 운임까지 야무지게 먹으려고 생각했겠지.’


그건 좋다. 그런데 다리가 굳어 있었다. 왜 길 한복판에 멍때리고 서 있나.


“하···.”


강한성이 욕설을 찌끄렸다. 왜 사람을 힘들게 하지? 대전에선 사이렌 울린 순간부터 개미 한 마리 조차 찾아볼 수 없었는데.


서울 시민의 한심스러운 재난 대책 능력을 탓하며, 강한성은 엄폐물 너머로 달려나갔다.


사실 그렇게 착한 놈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담배 두 개비에 활짝 웃던 얼굴이 눈에 밟혔다. 이게 다 누나 때문에 괜히 울적해진 탓이었다.


- 타, 타탕!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강한성은 인력거꾼 아저씨의 목덜미를 잡고 아파트 반지하로 슬라이딩했다. 그 너머론 고블린 네 마리와 오크 두 마리를 쏴죽였다. 목줄기가 정확히 터져나갔다.


- 탕, 타탕!


놀라울 건 없었다. 대전에서도 이 정도는 했으니까. 최 헌터가 계약 조항 들먹이며 잡은 이유가 있었고, 강한성은 솔직히 비각성자 중에선 자길 웃도는 전투원을 본 적 없었다.


딱 봐도 하급 게이트다. 잡몹까지는 솔직히 두려울 게 없다. 문제는 그 너머였다.


“저, 젊은 양반···.”


인력거꾼 아저씨가 강한성을 불렀다. 마음 같아선 한 대 걷어차고 싶었으나, 찬다고 나아질 게 있나? 일단 탄창부터 바꿨다.


카칵! 날카로운 금속음 너머로 전황은 더 불리해져 있었다.


“아, 개같네.”


강한성이 중얼거렸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지만 108동 모서리 너머 엄폐한 박씨 아저씨도 비슷한 말을 중얼거리고 있을 것이었다. 대전-세종 라인에선 이런 상황이었으면 이미 후퇴했다.


강한성의 눈이 날카롭게 전황을 살폈다. 게이트는 돈까스-8장-만원-대로 근처에 펼쳐져 있었다. 너머로 적은 계속 충원되고 있었고, 일단 오크가 여섯 마리에 고블린이··· 이 새끼들은 밥 먹고 떡만 치나?


“아저씨.”


강한성이 인력거꾼에게 말을 걸었다. 히익 히익! 하던 인력거꾼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 진압팀 출동까지 얼마 걸려요?”

“출, 동···?”

“헌터팀. 사이렌도 울렸잖아요. 공습 경보. 몇 분 더 끌어야 합니까?”

“몇 분··· 아니 몇 분은 무슨···.”


강한성이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 사정 엿 같단 소린 정말 많이도 들었지만 민간인까지 이리 띨띨한진 생각도 못했다.


“말 좀 빨리!”


인력거꾼이 말을 꺼낸 건 인내심이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나 총 있는데. 총을 못 보나?


인력거 아저씨는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남한테 이야기한다기보단 자기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그런 게, 그런 게 올 리가···.”

“예?”

“안 온다고요···.”

“아 안 들려요! 똑바로 말해요!”


- 두두두두!


사격을 멈출 순 없었다. 그 사이로 인력거꾼이 소리질렀다.


“안 온다고요! 여기 거지 동네라!”

“···하.”


강한성은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게 역전 세곈가? 노원구. 누나랑 살 때는 거지 동네라 오히려 보조금 받았는데. 


“야, 야! 한성아!”


108동 언저리에 엄폐하고 있던 박씨 아저씨는 그 즈음 합류했다. 옛날에 아마 야구를 좀 했다더니 도루하는 솜씨가 대단했다.


- 스으윽!


슬라이딩해서 반지하 수전 펌프 층으로 들어오더니, 엄호하던 강한성에게 소리질렀다.


“야야! 여기 답 없다야!”

“알아요, 방금 들었어!”

“튀자!”

“저도 튀고 싶은데!”


- 투두두두!


강한성이 방아쇠를 당겼다. 5미터 앞까지 다가왔던 오크가 목줄기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진압팀도 없다는데 어떻게 튀어요!”

“왜 못 튀어!”

“아니, 우리 튀면 여기 사람들 다 뒈···!”

“니가 대신 디질끼가!!”


말이 옳았다. 강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튀는 게 맞았다. 당장 챙겨온 탄창이 세 개였다. 그게 전부는 아니고 서울역 업체에 좀 맡기긴 했지. 아무튼 지금은 세 개뿐이고, 이제 두 개를 다 써간다.


- 터억!


아니, 다 썼다.


“···튀죠!”

“생각 잘했다!”


박씨 아저씨가 그리 말하더니 품 속을 뒤적거렸다. 끌려나온 손엔 수류탄이 들려 있었다.


“그것도 쌔볐어요?!”

“오야!!”


지금쯤 최 헌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 강한성의 머릿속을 잠시 스쳤다.


뭐, 괜찮았다. 강한성은 박씨 아저씨의 손에 들린 수류탄이 제식 딱콩탄이 아닌 걸 확인했다. 대 몬스터 제압용 마석함유탄. 저거면 진압팀이 없어도 퇴로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간다!”


박씨 아저씨가 수류탄을 던졌다. 


- 퍼어어엉!


폭탄이 터져나갔다. 돈까스-8장-만원-대로도 터져나갔다. 게이트도 박살났나? 자욱한 연기 너머론 보이는 게 없었다.


“아재요.”


박씨 아저씨가 인력거꾼에게 말했다.


“자전거 잡으면 뒤지게 밟으쇼.”

“예, 예···.”

“뭐해! 지금 뛰어!”


인력거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폴짝 뛰어 자전거 방향으로 뛰어나갔다. 강한성과 박씨 아저씨도 반지하층을 빠져나왔다.


- 두두두두!


위협 사격으로 거리를 벌리며 뒷걸음질치는 중엔, 마석탄이 불러모은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아.”


강한성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섬뜩한 직감 때문이었다.


원래 감은 좋았다. 죽을 자리 매번 도망쳐 나오게 한 감이었으니까.


“···뭔데?”


박씨 아저씨가 물었다. 한성의 감에 목숨을 빚진 사람답게, 짧은 탄성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강한성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뜬 거 같은데요, 게이트 보스.”

“···설마.”

“귀쟁이에요.”


- 사악!


안개 너머로 휘둘러지는 검이 있었다.


냉병기, 시대착오적인 무기다. 휘두르는 것들이 시대를 개무시해서 문제지. 강한성은 서서히 걷혀가는 안개 너머로 기다린 귀를 발견했다. 


“···하필 떠도 쟤네가 뜨네. 개같은 깐프새끼들.”


강한성이 중얼거렸다. 그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박씨 아저씨 또한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죽일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다.


- 타타타!


다만 인력거꾼이 자전거를 붙들 때까지만, 시간을 벌 따름이었다.


“아재요! 아직 멀었능교!”


박씨 아저씨가 소리질렀다. 강한성이 고개를 돌려 인력거꾼을 확인했다.


“뭔···!”


입에선 순간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격발음이 우두두두 쏟아지는 와중에도, 자전거 바퀴 돌아가는 고철 소리가 아주 선명했으니까.


- 끼릭, 끼릭!!


인력거꾼이 도망가고 있었다. 


강한성과 박씨 아저씨가 만들어준 틈을 타, 미친 듯 페달 밟아 달려나가고 있었다.


“저 잡놈의 새끼가!”



박씨 아저씨가 소리 질렀다. 들었던지 인력거꾼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마음은 모르지 않았다. 장정 둘 태우는 것보단 자기 혼자 밟는 게 빠르겠지.


“···이해는 하는데.”



용서한단 뜻은 아니었다.


강한성이 총구를 뒤로 돌렸다.


- 탕!


여러 발 필요도 없었다. 방아쇠는 한 번이 끝이었다.


“클린 샷.”


박씨 아저씨가 따봉을 들어보였다. 인력거 자전거가 아파트 화단을 밟고 비틀거리더니 모로 쓰러졌다. 아마도 여기 주민이 키우던 콩엔 오늘 피맛이 돌 것이다.


“자, 그러면 이제 어찌 튈까 고민해볼 차롄데.”


강한성이 중얼거렸다.


박씨 아저씨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그가 깜빡 잊었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한성아.”

“예.”

“헌터팀 기다릴 필요가 있냐?”

“예? 뭔 말이에요.”

“너 각성하지 않았냐?”

“···아.”


깜박 잊고 있었다.


강한성은 아까 전신에 퍼져나갔던 힘을 떠올렸다. 심장이 두세 개쯤 더 달린 듯하던 전능감. 그에 맞춰 피어오르던 고양감. 아까 비각성자들 중에선 내가 제일 잘 싸운다고 생각했지. 의미없는 비교였다.


‘이젠···.’


내가 하늘 위에 설테니까.

강한성의 자세가 웅장해졌다.


똥폼 잡는 강한성 곁으로, 박씨 아저씨는 생각했다.


‘누나도 멍청하고 자기도 멍청하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각성한 걸 까먹는 놈이 여기 있었다. 


‘뭐 그래도.’


상관 없었다. 박씨 아저씨는 웃음 지었다.


마석함유탄은 아직 지지직거리며 중화역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 너머로 어지러이 쓰러진 시체의 수가 박씨 아저씨의 눈에 밟혔다.


대강 보아도 서른이 넘는다. 비각성자 둘이서 처리했노라 말하면 뭔 헛소리냐고 타박이나 먹을 성과다.


‘그런데 한성이 점마는···.’


저 믿기지도 않는 성과를 매 전장마다 올려댔다. 최 헌터가 붙잡는 이유가 있지.


애가 띨빡해서 그렇지 마음도 착하고 전투 실력은 솔직히 어지간한 각성 헌터보다 나았다. 서울로 간다고 할 때 따라붙은 건 측은함도 있었지만, 박씨도 사람이었다.


대충 망해버린 이 세계 안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실력주의였다. 예컨대 비각성자면서 게이트 잡몹 정도는 다섯 명 소대로 전부 소각하고, 헌터에겐 게이트 보스만 떠먹여주는 그런 정신나간 실력.


‘···그런 아가 각성을 했다?’


볼 필요도 없었다.


- 타아앗···!


박씨 아저씨는 튀어나가는 강한성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중화역장에 쇄도하는 등짝은 차라리 아름다웠다. 


그 뒤 내려앉은 일격은 말조차 필요없었다.


귀쟁이가 터져나갔다. 돈까스는 두들겨서 만든다. 


강한성은 여덟 장 만원 돈까스의 추억을 이 가난한 동네에 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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