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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오입니다.

퇴마열전 - 回歸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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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오
작품등록일 :
2023.07.19 09:09
최근연재일 :
2023.07.19 20:00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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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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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4,984

작성
23.07.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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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日, 서문(序文) : 은발의 소년 (2)

DUMMY

아주 평범하고도 평화로운 아침 출근길.

사실 거짓말이다. 내가 했던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거짓말이었다. 이 복잡하고 번잡스러운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회 초년생에게 평화로운 출근길은 정말 꿈만 같은 일.

방금도 지하철에서 죽음의 출근길을 맞이하고 나오는 중이니까. 특히 1호선에는 미친 인간들이 넘쳐나니 지루하고도 조용한 출근은 있을 수가 없었다.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미친 인간은 장소 구분하지 않고 어디서든지 존재하지...."


라고 말했던 내 직장 동료 연주임의 말이 기억났다.

그게 정말이었냐고....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고 체념한 표정으로 멍을 때리고 있던 그때, 지하철 안내 방송이 들리기 시작했다.


[...내 말씀드리겠습니다. 복잡한 열차 내에서 승객에게 불편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맙시다.]


지하철 안내 방송에서 하는 말과 정반대로 행위하고 있는 이 남자가 정말 아이러니하다.

오히려 이 경멸이 가득 담긴 채 바라보는 눈들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잠시 의심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이 정도로 태연할 수가 없지.


"일어나시라고요."

"시끄럿! 조용히 안 해?"

"아저씨가 더 시끄럽거든요."


시끄러운 말소리들과 섞여 지하철 안내 방송이 이어 들리기 시작했다.


[열차 내에서 옆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불쾌한 행위는 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띠리리-


안내 방송을 끝마쳐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굳이 찾아본다면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저들의 언성이지 않을까.

그 소리에 세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아저씨, 안내 방송 들으셨죠. 여기서 누워계시면 안 된다고요."

"으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나는 모르겠네에."

"혼자서 자리를 다 차지하시면 어떡해요."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잖아요."

'어디서 으른한테 말대답을 따박따박하는거야? 쯔읏, 쯧. 요즘 어린 것들이란."


고등학교 정도는 되어 보이는 여학생과 막무가내로 소리치는 아저씨의 실랑이는 10분째 지속되고 있었다.

이 정도로 못 알아먹으면 포기할 법도 한데, 여학생을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어째 8년 정도 담뱃재에 찌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그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치졸한 냄새도 같이 나는 듯했다.


"어어, 암튼 나는 모르겠으니까. 더 이상 말 걸지 마!"


그는 침이 튀길 정도의 큰 소리로 그 여학생에게 한소리를 했으며, 이어 바로 숙면에 들어가셨다. 참 단세포적인 행동이었다.

그건 그렇고, 무슨 침이 분수처럼 쏟아지는지.

그는 이 지하철에서 세상 더러운 짓은 다 하려는 것 같았다.


"흐윽...."


여학생은 그의 치졸한 행동과 태도에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정확히 나에게로 향한 시선이었다. 천천히 그녀의 입 모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와주세요.'

라고 애처로운 눈빛과 함께 말이다.

선택지가 정녕 그것뿐이었나,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여기 사람들이 넘쳐나는 데 하필 왜 나를 택했는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안되겠지.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부탁을 마지못해 수락하고는 코를 골며 깊은 숙면에 취하는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




아직도 귀에서 욕지거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내 귀 주변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건 아닌지 손을 갖다 대어 보았지만, 이건 그냥 식은땀이었다.

하아, 정말 아찔했지.



'야이, 새끼야. 네가 뭔데 나보고 비키라 마라야. 너 몇 살 처먹었어!'


'네? 아니, 저는 그냥 도와주려고.'


'뭘 도와줘! 아주 영웅 납셨네. 네가 그리 대단한 것 같지? 하아, 오늘 너 죽고 나 죽어보자...!'


'어어-?'


'아저씨, 그만 하세요!!'



그 정도로 달려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나는 그에게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담배 찌든 내, 나의 얼굴로 튀기는 침,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싸움을 말리는 그 여학생까지 한 채널의 시트콤이라도 찍는 것처럼 정말 소란스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절대 저런 인간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 정도면 그나마 양호한 상태네."


흐트러진 넥타이, 누가 열심히 헝클인 것만 같은 머리, 영혼이 빠져나온 얼굴.

이게 어딜 봐서 양호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어제 같은 경우는 기껏 열심히 다린 정장이 사람들 사이에 껴 잔뜩 구겨진 상태로 오지 않나, 그저께는 한 여자가 내 앞에서 화장하다 넘어져 셔츠에 립스틱이 일자로 그어진 상태로 출근해 원하지 않은 아주 유니크한 셔츠 스타일이 완성되었다.

회사 여직원들이 정 대리님 외박하고 온 것이 아니냐고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는 소리까지 들었다.


내가 아무 여자나 만나고 다니며, 외박을 즐긴다는 소문으로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안 맞은 게 어디야. 아저씨 덩치도 꽤 있더만."


오늘은 셔츠에 오렌지 주스 자국도, 립스틱 흔적도 없는 괜찮은 편이라고 합리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이 사회를 살아갈 힘이 사라진다.


"아, 날씨 좋네."


그러니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하루의 시작이다.


분명 그랬는데.


"도, 도망치세요."

"허억, 사람 살려...."

"끄아아악-!"


쿠과앙-! 우드득.


나쁘지 않다는 말을 꺼낸 지 몇 초 지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방금 한 말을 즉시 철회하게 생겼다.


쿠어어-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이상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내 평화로운 출근길이, 평범한 일상이 아주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였다.

사람들이 모당치고 있는 저기 어딘가에서 이상한 형태의 무언가가 보인다. 너무나 거대한 몸집에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했다.

아, 이제야 온전히 보인다. 양쪽 팔에 한 사람씩 쥐어 들고 곧장 그들을 한꺼번에 입으로 욱여넣는 괴생명체가.


"씨발, 저게 뭐야.


평소에 속으로만 하던 육두문자가 절로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욕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는 비주얼을 하고 있지 않은가.


띠리리 띠리리-


휴대전화에 <차단하고 싶은 박 팀장 개새끼>라는 이름으로 진동이 울려댔다.

타이밍 참 개 같지.


"네, 팀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어어, 정대리. 올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 좀 사 오겠나? 유 부장님은 카페 라테로 부탁하네."


오늘도 커피 심부름... 이 인간들은 정말 손, 발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분명 내 직위는 대리인데, 김 사원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 맞나?

아, 김 사원은 유 부장 조카였지.

하아, 지겨운 권력 덩어리들 같으니라고.

웃고 있는 저 얼굴들이 상상이 가서 지금 당장이라도 뭉개버리고 싶은 지경이다.


"저...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카페 갔다 오면 좀 늦을 수 있지. 괜찮아, 괜찮아."

"아니, 그게 아니라... 괴물이......."

"뭐? 광물?"


내가 제대로 설명한다고 해도 이 사람이 내 말을 믿을까?

나는 절대로 믿지 않고 되레 화를 내는 쪽에 전 재산을 걸겠다.


"갑자기 괴물이 나타나서 사람들이 죽어···. 갑니다. 아무래도 회사에 출근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

"박팀장님?"

"정대리, 지금 정대리가 나랑 장난칠 짬밥인가? 자네가 드디어 미쳤구만. 커피는 필요 없네. 지금 당장 회사에 들어와! 제시간 안에 오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고."

"티···. 팀장님? 여보세요?"


뚜뚜뚜-


그러면 그렇지. 나 같아도 못 믿겠다.

그래도 전 재산을 지켰으니 다행인가?

아니지, 지금 당장 죽게 생겼는데 뭐가 다행이야.


정체 모를 괴생명체를 본 사람들은 죄다 혼비백산이 된 상태.


비명을 지르고, 거품을 문 채로 쓰러져 있는 이도 봤다.

아니, 그 정도면 약과지.

달려가다 넘어져 몸 곳곳에 피가 철철 흐르고, 한쪽 팔이 절단되거나 무너진 건물에 끼어 있는, 사태는 점점 심각해져만 갔다.


그중 한 여자도 그 괴생명체에서 도망치고 있었는데.


"아, 안돼."


하지만, 그것의 시선 손엔 이미 그녀가 들어온 뒤였다.


"까아아악-!"


여자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어찌나 높은 소리로 질러 대는지 귀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다.

그녀는 괴물을 향해 돌을 던져 보기도 하고, 열심히 도망치려고 몸부림쳤으나.

그래봤자 그것의 손아귀에 있었다.


그렇게 괴물이 여자를 짓뭉개려 엄청나게 몸집을 키운 그 순간.


퍼억-


나는 그녀를 밀치고 그것의 시선에 대신 들어왔다.

그녀는 나를 본 순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멈춰있었다.

당황한 그녀에게 다소 퉁명스럽지만, 차분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뭐하세요. 빨리 도망치지 않고."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괴물에게서 벗어났다. 그 와중에 작은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리며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대단한 정의감으로 그녀를 구한 것은 아니었다.

구했다고도 할 수가 없는 것이.

그래봤자 똑같은 인간인 내가 괴물에 잡아먹히기 직전인 그녀 대신 희생양이 된 것이었으니까, 내가 죽고 나면 그다음은 나 때문에 놓쳤던 그녀를 다시 목표로 달려들지도 모르는 것이다.


"최대한 멀리 도망가세요."

"...네, 진짜 감사···. 합니다."


태연한 태도로 그녀를 진정시키는 겉모습과 달리, 나는 그녀가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내가 대신 희생양이 되자마자 미친 듯이 후회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쥐어뜯고,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도 보았다.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두 다리 멀쩡하게 살아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 그냥 모른 척하고 도망쳤어야 했나?


아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인생이 개인주의라도.

내가 성격이 글러 먹었어도 말이다.


무엇보다 내가 구한 저 여자는 임산부였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끼긴 싫었다.


근데 그건 그때 했던 생각이고.


"내가 미쳤지. 왜 그랬지? 왜 그런 멍청한 짓을."


두려움에 온몸이 덜덜 떨린다. 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듯한 공포가 밀려온다.

이미 그 공포에 침식되어 가고 있었다.

5층 건물만 한 크기의 그 괴물은 나를 향해 닥쳐오기 시작했다.

덩치에 맞지 않은 아주 빠른 속도로, 그러니까 나는 저것에 붙잡혀 먹히기 일보 직전이란 소리다.

눈이 파르르 떨린다.

생전 나오지 않던 눈물도 약간씩 쥐어 짜내는 중이었다.

괴물에겐 동정표 같은 건 통하지 않겠지만.


"어머, 어떡해."

"우리도 빨리 도망치자고!"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지."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에 이해는 되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내가 곧 있으면 저것에 잡아먹혀 죽겠다고 생각하는, 아니 정정하겠다.

그들은 확신한 것 같았다.


"하하, 이제 침까지 흘리는 거야?"


그래, 그렇겠지.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크르르-


"...이럴거면 어제 박 팀장 뺨이라도 때리고 나올걸."


내 나름의 유머였는데, 이런 상황이라 하나도 재밌지 않았다.

아직 30세인데, 인생의 절반도 못 살았는데, 내 인생이 벌써 끝나다니 웃음이 나올 수 있는 상황 자체가 되질 못했다.

나는 마지막 발버둥인 셈으로 눈물을 머금은 채 저것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죽일 테면 죽여보라는 눈빛으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운명이라면.

저것의 목표가 나라면.

끝까지 버티다가 죽는 것이 모양새가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으으읍!"


나는 숨을 참고 눈을 질끈 감았다.


휘이이-


그때, 갑자기 저 멀리서 세찬 칼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변화라도 일어날 것 같이, 갑자기 암울한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내 머리 위에서 <한심하다>를 기본으로 장착한 말투로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아저씨···. 숨은 왜 참는 거야."


뭐라고?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나는 눈을 벌떡 뜨고는 위를 쳐다보았다.

내 앞의 건물 옥상에서 은발의 소년이 화살촉을 당겨 자세를 잡고 있었다.


화살? 화살이라고?

21세기에 화살이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는 내 생각이 들리기라도 하듯이 다시 또 나를 보며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휘저었다.

나는 그의 모습이 진짜인지 구별이 되질 않아, 눈을 질끈 감아 벅벅 비벼댔다.

나에게 화를 내던 그는 다시 또 큰 소리를 내며 나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살고 싶으면 고개 숙여. 괜히 방해하지 말고."

"그게 무슨...."

"아, 좀! 숙이라고. 그리고 눈은 왜 자꾸 감는 거야. 눈! 뜨라고!"


나는 다시 눈을 뜨고 주춤거리다가 고래를 힘껏 숙였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저 멀리서 휘이이 거리며 화살 하나가 괴물의 머리 정중앙에 꽂혔다.


쿠에에엑!


"쯔읏, 좀 더 빨리 숙였으면 머리가 아니라 심장에 맞힐 수 있었는데. 아오, 말을 안 들어요."


그 은발의 소년은 예쁘장한 얼굴로 아주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원인은 나였던 모양이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괴물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아이씨, 아까운 내 화살. 아저씨,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알아?"


나한테 버럭 화를 내면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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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日, 서문(序文) : 은발의 소년 (2) 23.07.19 11 0 13쪽
2 1日, 서문(序文) : 은발의 소년 (1) 23.07.19 14 0 16쪽
1 1日, 서문(序文) : 푸른빛의 주산 23.07.19 15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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