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성건 님의 서재입니다.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sunggun
작품등록일 :
2019.04.01 23:38
최근연재일 :
2019.05.07 19:13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145
추천수 :
3
글자수 :
178,651

작성
19.04.02 10:41
조회
87
추천
1
글자
13쪽

1장 아레아리스 - 1

DUMMY

별빛이 구름에 가려져 한치앞도 불빛없이는 나아가기 힘든 어두운 밤에, 발소리를 죽인 한 사람이 조심조심 걸어가고있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않아도 그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않는 듯, 익숙한 발걸음으로 더욱 나아가자, 곧 그의 앞에서 하나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이봐 롬, 자네 맞아?”

“그, 그래. 마틴인가?”

“당연하지. 서둘러, 시간이 없어, 대장한테는 내가 확실하게 전해줄테니까 빨리 넘겨.”


마틴이라고 불린 남자가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중간중간 특정한 위치로 눈짓을 하기도 하며 다가왔다. 미리 와있던 남자의 어깨를 두들기며 재촉하자, 그는 불안하기라도 한지 연신 몸을 떨면서 등에 메고있던 가방에서 한 개의 봉투를 꺼내들었다.


“전에 말해줬던 양대로야. 자, 여기 있···”

“아닌 밤중에 실례~.”


마틴이 그 봉투를 잽싸게 받아들어 감촉을 확인하듯 주물러보던 그때, 갑자기 두 남자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시야가 확 밝아졌다.


“뭐야?!”


말이 들려온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공포와 눈을 자극하는 불빛에 깜짝 놀란 마틴이 뒤로 물러서면서 두 눈을 깜빡거리자, 광량자체는 생각보다 약했던 듯 이내 눈이 익숙해지면서 목소리의 주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둘째치고, 야밤에 살금살금 움직이길래 쫒아와 봤더니만, 죄수랑 간수가 사이좋게 한데모여서 이게 뭐하는 짓이지?”

“아, 저, 저기. 이건 그, 그게···”


봉투를 마틴에게 건넨 롬이 당황해하며 횡설수설하자, 불빛에 드러난 거구의 남성이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마틴은 그 사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기위해 잔머리를 굴리는 한편, 갑자기 말을 걸어온 남성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열심히 눈을 굴렸다.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광원이 허리부근에 있기때문인지 얼굴은 그림자가 져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척 보기에도 뒤숭숭하게 생긴 중장갑을 목부터 발끝까지 갖춰입고 가슴께에 제국군 문장이 박혀있는 것을 본 마틴은 무심코 침을 삼키며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이래서는 대화가 성립조차 안돼잖아. 우선 이게 뭔지부터 봐야겠네.”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지며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낀 마틴은, 거구의 남성이 고개를 돌리고는 빠르게 손을 움직여 봉투를 빼앗을 떄까지 꿈쩍도 하지못했다. 남성은 봉투안에 들어있던 대량의 가루들을 손위에 조금 올려놓고는 불빛에 비춰보더니, 대담하게도 가루를 살짝 집어 혀에 가져다댔다.


“으아··· 퉷. 그럼 그렇지. 많이 익숙한 맛이다 싶었더니만, 이거 위법약물이잖아? 이건 당연히 압수할거고, 너희들도 얌전히 따라오라고. 간수! 너도 마찬가지야, 빨리 와.”

“자, 잠깐만!”


남성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요동치기 시작하는 감정을 참기위해 얼굴을 잔뜩 찌뿌린채 마틴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 걸어나갔지만, 그의 말 중에 어떤 사실을 눈치챈 마틴은 급하게 말을 걸었다. 여전히 짜증난다는 듯 얼굴을 향하며 턱을 치켜든 남성을 향해 마틴은 기회를 놓치지않기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빠르게 말을 늘어놓았다.


“너도 알고있는 것 같은데, 이건 제국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구하기 어려운 거란 말이야. 구하려면 엄청난 수고를 들여야하는데, 익숙할 정도로 맛을 본 너라면 알겠지? 이것도 말이야 구하는 데서부터 들여오기까지 시간도 엄청나게 잡아먹고 수고도 무진장 들였단 말이야. 그런 것을 반, 아니 원한다면 전부 넘겨줄테니까 이번건 그냥 넘어가 줘. 응? 너는 희귀한 물건이 공짜를 들어와서 좋은거고, 우리는 얌전히 자숙하면서 얌전히 있을테니까. 서로 좋게 해결하면 최고잖아? 그러니까 제발 부탁 좀 하자. 그냥 좀 넘어가줘라, 제발.”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빠르게 쏟아낸 후 남성의 등 뒤를 곁눈질을 슬쩍 확인한 마틴은, 눈앞의 남성이 금방이라도 사람 한 명은 죽일 듯한 얼굴을 코앞에 들이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직되기는 했으나 오히려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남성은 그런 뻔뻔한 태도에 아랑곳조차 하지않고 잡고있던 마틴의 팔을 놓더니 순식간에 그대로 손을 올려 멱살을 세게 쥔채 그를 들어올렸다.


“잘 들어라, 뇌가 썩어빠진 약쟁이놈아. 이딴 좁아터진 세상에서 만족한채 그깟 보잘 것 없는 쾌락을 얻기위해 대가리 굴리는 동안, 바깥에서 자기의사랑은 상관없이 그걸 쳐먹어야하는 놈들도 있단 말이다. 싫어도 질릴때까지 먹고, 당할만큼 당하고, 정신이 너덜너덜 해질 것같은 순간에도 어떻게든 잘 좀 살아보려고 하는데! 네놈들은 지금 이딴!”


표정은 여전히 사나웠지만, 분노를 억누르려는 듯 차분히 단어를 늘어놓던 그는, 점점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몸을 거세게 뒤로 돌리면서 한 손에 들고있던 마틴을 등 뒤쪽으로 휘둘렀다.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뒤로 날려진 마틴은 무언가에 부딪혔다.


“크헉!!”


남성의 배후로 발소리를 죽이고 몰래 접근하던 한 사람은 마틴의 어깨에 상반신을 제대로 맞았는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굴러갔고, 마틴은 어깨뼈가 부러지기라도 했는지 어깨를 부여잡은채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남성은 거기서 멈추지않고 배후에서 함께 다가오던 또 다른 사람의 배를 주먹으로 강렬하게 때려날렸다. 그 후 남성이 자세를 바로 잡고보니 어느 새 주변에는 마틴과 같이 죄수복을 입은 대여섯명의 사람들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남성을 에워싸고있었다. 다만 조금 전의 일을 본 직후라 다가오는 사람은 없고 허리를 뒤로 뺀채 눈치를 살피고 있는 듯 했다.


“빌어먹을. 감옥의 관리가 이정도로 엉망일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 당장이라도 수사관을 불러서 조사해야될 판이야. 우선은 이놈들부터...읔!”


심히 귀찮다는 듯 한 손을 이마에 대고 말을 중얼거리던 남성이 돌연,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을 중간에 놓치고는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뒤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피가 묻은 각목을 덜덜 떨리는 손에서 놓치고, 다리를 후들거리고있는 간수의 모습이 보였다.


“아, 젠장. 개같은 녀석. 미칠듯이 아프네··· 그나저나 잘했다 롬.”


비틀거리면서 일어난 마틴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온갖 인상을 쓰면서도 쓰러진 남성에게 가까이 다가와 눈을 한번 뒤집어보더니, 일어서서 간수를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뭐야, 정신줄 잘 잡고있으라고. 야! 빨리 와 이놈부터 어서 처리하자고.”


하지만 간수가 얼굴이 굳은채 말이 없자 한숨을 한번 쉬고는 절묘하게 언성을 조절해 주변에 있던 동료들을 가까이로 불렀다.”


“이거 아주 정통으로 맞았군. 피는 안나지만 뼈도 무너진 것 같고, 이정도면 한방에 갔겠어. 그나저나 정말 보통 갑옷이 아닌데 이거···”


세 명정도의 남자가 힘을 합쳐 옆으로 누워있던 몸을 천천히 내리자, 아직까지 꺼지지않고 빛나고있는 광원을 통해 그 모습이 어느 정도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틴은 시간이 없기에 서둘러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호기심을 억누르지못하고 남성이 입고있던 전신갑옷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겉으로 드러난 얼굴을 빼고는 목부터 발끝까지 검은 갑옷으로 뒤덮여있었고, 갑옷전체에는 마치 용의 비늘처럼 물결치듯 정교한 각인이 새겨져있었다. 약간 주저하면서도 갑옷표면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가, 갑옷 곳곳에 박힌 동그란 장치같은 것을 발견하고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가까워질수록 손끝에 전해지는 이상한 압박감에 깜짝놀라며 재빨리 손을 털고 일어섰다.


“뭐지 이건··· 갑옷자체는 품질좋은 마철합금같아 보이는데. 이봐 롬, 정신차리고 이리 좀 와보라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않고 멍하니 서있는 간수를 보다못했는지 마틴의 동료가 등을 몇 차레 두들겨 마틴에게로 데려왔다. 몸을 떨면서 땀을 주륵주륵 흘리는 간수의 머리를 마틴이 멀쩡한 팔로 잡아끌어 쓰러진 남성쪽으로 시선을 향하게 했다.


“이녀석, 누군지 알겠어? 제국군인같기는 해도 보통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아, 아마 특수부대원일거야··· 입고있는 것도 용린갑으로 보이는데에에···! 으아, 진짜 내가 미쳤지!! 어, 어쩌자고 이런 짓을··· 죽을 거야··· 우리 분명 다 죽을···!”

“아 됐어. 저리 치워놔.”


말을 하다가 흥분했는지 말소리가 커지고 난동을 피우려는 간수의 입을 틀어막은 마틴은 동료들을 시켜 그를 붙잡아둔뒤 다시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끄는 법을 몰라 천쪼가리로 덮어둔 광원으로 인해 어둠을 되찾은 주변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전히 고요했고 누군가가 소란을 듣고 달려오는 기색도 전혀없이 적막하기만 했다.


“좋아, 이틈에 갱도안에다가 버려놓자고.”


조용히 수긍하는 동료들은 남성이 혹여나 살아일어나지는 않을까 조심조심 전신을 나눠들어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갱도로 향했다. 마틴은 어깨를 치료받으러 돌아갈지 잠시 고민했지만, 마땅한 변명거리가 생각나지도 않았을 뿐더러 어쩐지 고통도 조금 수그러진듯 했기에 동료들보다 앞장서서 갱도안으로 들어갔다. 거의 밀폐되어 더욱 어두워진 갱도안을 걸어가자 자연스레 빛이 필요해졌기에, 광원을 덮고있던 천을 치웠다. 마틴은 예전에 작업했을 때 반장이 세워두었던 출입금지 표지판을 옆으로 치운 뒤 더욱 안으로 들어갔다.


“이쯤이면 되겠지. 붕괴위험지역이니까 잘하면 시체도 파묻힐거야.”

“자, 잠깐만.”

“롬? 뭐야 이놈은 또 왜 따라왔어? 빨리 돌아가서 문이 아직 제대로 열려있는지 확인해야 될거 아니야!”


돌부스러기가 이따금 흘러내리고, 금이 가있는 갱도안 벽을 슬쩍 둘러본 마틴이 고개를 끄덕인 후 동료들이 남성을 내려놓는 것을 확인하고 서둘러 나가려했을 때, 말이 걸려왔다. 진작에 돌아갔을 거라 생각했던 간수의 얼굴을 확인한 마틴이 누적된 고통으로 인한 피로와 초조함에 소리를 질러 갱도안에 그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간수는 몸을 계속해서 부들부들거리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다.


“요, 용린갑은 특수부대 중에서도 공수부대아니면 마, 마족사냥꾼들만 입는단 말이야··· 그저께 마족사냥꾼들이 몇 명 이곳에 온다고해서 간수장들이 화, 환영식을 한다고 들었...거든.”

“하··· 그럼 이게 그 마족사냥꾼이라치고, 뭐 어쨌는데? 너한테 당할 정도면 말 다했지.”

“지, 진짜 마족사냥꾼이라면, 아, 아직 안 죽었을 수도 있어. 그 사, 사람들이 인체개조를 받아서 인간을 포, 포기했다는 건 유명한 소문이거든.”


간수의 말이 은근히 흥미를 돋구었는지 짜증을 조금 가라앉힌 마틴은, 널부러져있는 남성의 모습을 한번 흘겨보고는 다시 간수를 쳐다보았다.


“흐음··· 그래서,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으니까 살려주자고?”


간수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그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마틴과 그의 동료들은 한번 크게 웃더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까까지 빌빌대던 놈이 자기 목숨이랑 연관되려하니깐 남의 목숨하나 쯤은 아무렇지도 않아졌나보네.”


마틴과 간수의 대화에 딱히 반대할 생각도 없었던 동료들은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맹이를 하나둘 찾아냈다. 인간을 포기했다면서 이 정도로 떠들어댔는데도 못 깨어날 정도면 진짜로 죽은건 아닐까. 싶었던 마틴은 의문을 품으면서 다시한번 얼굴을 들여다 보았을 때, 남성의 허리춤에 달린 광원이 작게 흔들리면서 그림자들도 함께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갱도전체에서 불길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어이 마틴!”

“그래! 빨랑 뛰어!”


당황한 마틴과 동료들, 그리고 간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속력으로 달려 갱도를 빠져나왔고, 이윽고 커다란 굉음이 갱도를 타고 나와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다량으로 넘쳐흘러나온 먼지에 정신이 없던 도중, 저 멀리서 불빛이 산발적으로 켜지는 모습을 발견한 그들은 근처에 서있던 광차에 황급히 몸을 숨겼다. 곧이어 손전등을 손에 든 여러 사람들이 몰려왔고, 그들이 한밤중에 죄수들을 소집할지 말지에 대해 고민하는 동안 마틴일행은 롬의 안내를 받아 조용히 감방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쥬베 -다시 만날 그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 0.프롤로그 19.04.01 157 1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