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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탄두 님의 서재입니다.

자고 나면 인생역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백탄두
작품등록일 :
2017.09.18 11:27
최근연재일 :
2017.10.10 11:25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3,560
추천수 :
63
글자수 :
41,652

작성
17.10.06 12:23
조회
256
추천
3
글자
10쪽

나... 나도! 나도 만질 거야!

독자분들, 선작 추가 부탁드립니다.




DUMMY

'이따가?'

효정이는 반문하며 뜸을 들였다.

'응 내가 숙소로 데리러 갈게'

'오늘 스케줄 9시에 끝나는데'

'그럼 10시쯤 보면 되겠네'

1분 정도 기다리자 효정이로부터 답문이 왔다.

'그래'

'근데 숙소 주소가 뭐더라?'

'오빠 내 숙소도 몰라?'

꿈 주제에 깐깐하기도 하다.

'알지. 기자들 눈에 안 띄게 내비에 주소 찍어서 샛길로 가려고'

빨리 밤이 왔으면 좋겠다. 꿈속에서나마 효정이와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되다니 설렌다.


멍때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팀장이 대기실로 들어와 모두에게 말했다.

"자, 다들 이동합시다."

우리 일행은 팀장을 따라 어디론가 향했다. 통로를 지나자 음악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 왔고 무대 뒷편으로 보이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몇 분 뒤 음악이 끝나자 목에 사원증을 걸고 헤드셋을 낀 사람이 외쳤다.

"아이브로 들어오세요."

무대에 오르니 텅 빈 객석에 기획사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무리 지어 앉아 있었고 여기저기 대포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흩어져 있었다.

비록 꿈이지만 이렇게 무대에 서니 정말로 아이돌이 된 기분이다. 어린 시절, 톱스타가 돼 팬들의 환호성 속에 공연하는 것을 상상해 보곤 했는데 가슴이 벅차오른다.

멤버들이 각각 자기 자리에 섰고 나도 눈치를 보다가 요령껏 남는 자리에 섰다.

사실 난 몸치다. 이병 시절 선임들의 강요로 막춤을 춘 이후 한 번도 춤을 춰 본 적이 없다. 젊은 시절 클럽에 갔을 때도 여자 구경만 했지 춤을 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꿈이 극사실적인 만큼 나는 기억하지 못 하더라도 리키의 몸이 춤을 기억할 것이다.

피디의 손동작과 함께 어디서 들어 본 듯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난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자유로운 영혼이 돼 춤을 추었다.

춤이란 이런 것이다!

댄.스.지.존.

숨 막히는 그의 댄스가 시작했다!

십이지장을 관통하는 댄스 미학!

I need a dance!

이런 내 생각과 달리 몸은 오픈 행사 때에서나 볼 수 있는 춤추는 인형처럼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이놈의 꿈은 어째 내 의지대로 되는 게 한 개도 없냐?

다른 멤버들이 나를 흘끔거리기 시작했고 무대 위의 피디도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무대 맨 앞쪽에서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팀장은 눈을 크게 뜨고 '뭐 하는 거야'라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3분이 3시간처럼 느껴진 리허설이 끝나자 팀의 리더인 빨간 머리가 화난 어조로 소리쳤다.

"뭐 해, 병신아?

내가 변명을 하려는 순간 팀장이 헐레벌떡 뛰어와 물었다.

"야, 리키? 어떻게 된 거야? 왜 춤 안 춰?"

"저... 춤이 기억나지 않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이 사라졌어요."

"기억이 사라져? 또?"

팀장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려다가 주위의 눈치를 살피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여기 사람들 많으니까 대기실로 가서 얘기하자."

대기실로 돌아오자 팀장은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뒤 내게 물었다.

"어디까지 기억나는데?"

"팀장님이 제 방에서 옛날 사진과 영상들 보여 준 것까지요."

"뭐? 너 그날 낮잠 자고 나니까 기억 다 돌아왔잖아?"

"잠깐 졸았던 건 기억나는데 그 이후로는 필름이 끊겼어요."

"기억 돌아오고 나서는 기억상실증 걸렸던 사실 자체를 기억 못 하더니 이제는 반대야?"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오늘 일은 어디서부터 기억해?"

"영주 형이 깨워 준 것부터요."

"어? 영주 이름은 어떻게 알아?"

"그때 팀장님이 숙소 가는 차 안에서 가르쳐 주셨잖아요."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거야? 미치겠네."

팀장은 여기저기 전화를 걸더니 일행에게 말했다.

"난 리키랑 숙소로 갈 거니까 오늘 스케줄은 리키 없이 너희들끼리 해. 실장님 곧 오실 거야. 영주야, 카니발 대기 시켜."

팀장과 나는 그때처럼 영주가 모는 카니발을 타고 숙소로 향했다. 내가 폰을 꺼내 만지작거리자 팀장이 말했다.

"폰 보지 말고 한숨 자. 그때도 잠자고 나니 기억이 돌아왔잖아."

가만. 혹시 잠을 자면 이 자각몽이 끝나는 거 아냐?

"잠이 안 오는데요."

"잠 안 와도 눈 감고 있어."

난 눈을 감은 뒤 혹시라도 잠이 들까 봐 정신을 집중했다. 그 사이 누군가로부터 팀장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기자님 어쩐 일이세요? ... 아, 별거 아니고 리키가 어지럽다네요. ... 일단 쉬러 숙소 가는 길이에요. ... 병원 갈 만큼 심한 건 아니구요. ... 예. 잘 좀 써 주세요. ... 언제 식사나 한번 하시죠."


빈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6시. 노을이 지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팀장이 현관문을 닫으며 말했다.

"가서 씻고 한숨 자."

"오늘 늦게 일어났는데..."

"그래도 누워 있어. 기억 돌아올 때까지. 괜히 사고 칠 수 있으니까."

리키의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 위에 누웠다. 하지만 이러다 잠들면 꿈에서 깨어날 수도 있을 것 같아 폰을 꺼냈다. 대신 팀장이 보면 지랄할까 봐 이불을 뒤집어썼다.

네이버뉴스로 가서 이것저것 읽으며 시간을 때우는데 '여대생 납치 성폭행 미수 20대 집행유예'란 제목의 기사가 보였다. 난 정의심에 불타 무심결에 로그인한 뒤 아래의 댓글을 남겼다.

'집행유예가 뭐야. 저런 놈은 고추를 잘라 버려야지.'

잠깐만. 순간 꿈과 현실을 착각했다. 꿈속에서 난 리키인데 최강의 계정으로 댓글을 남긴 것이다. 에이 뭐, 꿈인데 어때.

잠시 후, 방문을 여는 소리에 잽싸게 폰을 집어넣으니 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냐?"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자 방문이 닫혔고 곧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난 그 틈을 노려 모자와 마스크를 쓴 뒤 기블리 키를 들고 숙소를 빠져나왔다. 어차피 꿈이라 변장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꿈속에서 마주치는 거의 모든 놈들이 사사건건 겐세이를 놓기 때문에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리키의 기블리를 타고 걸스트리트의 숙소로 향했다. 비록 꿈이지만 효정이와 데이트할 생각에 가슴이 설레였다.


30여분 후 숙소에 도착해 효정이에게 카톡을 보내자 긴 생머리의 여자가 야구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건물에서 나왔다.

효정이었다. 실제로 저런 건지, 아니면 나의 상상인지는 몰라도 사진보다 많이 말랐다. 내가 그녀의 몸매를 훑고 있는 사이, 그녀는 주위를 살피더니 나를 알아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앞좌석에 앉았다.

"왔어?"

나의 인사에 효정이가 안전벨트를 매면서 말했다.

"열린 콘서트 리허설 빠졌다면서? 무슨 일 있었어?"

"별 거 아냐.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

"난 또 기억 잃어 버린 줄 알았네."

난 인적이 드문 한강 변에 차를 댄 후 모자와 마스크를 벗으면서 효정이에게 말했다.

"효정아, 너도 벗어."

효정이가 모자와 마스크를 벗자 얼굴에서 빛이 났다. 실물이 더 작다는 것 외에는 사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나도 모르게 효정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수줍게 웃는 효정이의 얼굴을 보니 꿈이란 걸 알면서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손 줘 봐."

효정이 왼손을 내밀자 난 오른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잡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건 꿈이다. 운 좋게 꿈을 이어서 꾸게 됐지만 다시 같은 꿈을 꿀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꿈속에서 이렇게 효정이와 단둘이 있는 기회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

시계를 보니 밤 10시 30분이 좀 지났다. 꿈속에서 11시간 가까이 지난 만큼, 현실에서도 곧 잠에서 깰 시간일 것이다. 밀당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 한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난 생각을 바꿔 돌직구를 던졌다.

"효정아, 우리 호텔 갈까?"

변태 아니냐고? 많은 남자들이 자각몽을 꾸기 위해 훈련까지 하는데 목적은 단 하나, 바로 야한 꿈을 꾸기 위해서다. 자각몽에서 교미를 하면 그 흥분이 현실에 못지않으며 대부분 몽정을 한다고 한다.

나의 제안에 효정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텔? 왜?"

"왜긴 왜야. 너랑 사랑하고 싶어서지."

"사랑? 무슨 사랑?"

"야, 우리 사이에 내숭 떨어야겠냐? 침대에서 하는 사랑 말이야."

효정이는 당황한 말투로 말했다.

"응? 나 아직 준비 안 됐는데."

"준비할 거 뭐 있어? 지금도 충분히 이뻐. 그럼 호텔로 간다?"

"아니, 아니. 어딜 가? 나 오빠 좋아하지만 아직은 곤란해."

"아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좀 더 오빠에 대해 많이 알게 된 다음에 하고 싶어."

얘네들 넉 달 넘게 사귀었으면서 안 했다고? 정말로 안 한 건가, 아니면 나의 바람이 꿈에서 발현된 건가?

어찌 됐든 더 이상 실랑이할 이유가 없다. 곧 있으면 잠에서 깰 시간이고, 지금까지 꿈속에서 내 뜻대로 된 게 하나도 없는 걸로 봐 효정이가 내 요청을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그 얘기하려고 보자고 한 거야?"

난 말 없이 차를 출발시켰다.

10여분 뒤 내가 도착한 곳은 한강 변에서 15km 정도 떨어진 고급 호텔이었다. 호텔 정문 앞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리자 주차요원이 뛰어왔다. 효정이가 다급히 모자와 마스크를 쓰면서 물었다.

"여기 어디야? 왜 여기서 멈춰?"

난 대답 대신 명령조로 말했다.

"내려."




지금 잘 쓰고 있는지 도저히 감이 안 와서 그러니 댓글로 독자평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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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안내: 몸 좀 빌립시다 -> 자고 나면 인생역전 17.09.30 184 0 -
10 몽정기 17.10.10 176 4 8쪽
» 나... 나도! 나도 만질 거야! 17.10.06 257 3 10쪽
8 인셉션 17.10.05 264 3 10쪽
7 아시발꿈 17.10.03 267 6 9쪽
6 대리기사로 살기 vs 아이돌로 살기 +2 17.10.02 318 6 12쪽
5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2 17.09.29 358 6 10쪽
4 한밤의 회춘 +2 17.09.28 403 7 11쪽
3 현실은 시궁창 +4 17.09.26 395 11 13쪽
2 34살 걸그룹 빠돌이 +1 17.09.21 483 11 8쪽
1 프롤로그 +4 17.09.18 639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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