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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조선타임트래블 Re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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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8.03 10:03
최근연재일 :
2021.09.20 19:42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7,788
추천수 :
105
글자수 :
311,603

작성
21.08.03 22:50
조회
206
추천
3
글자
11쪽

궁녀4 (5)

DUMMY

"으악!"


지하철 역사 한가운데 서있는 소영이 소리를 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 쳐다보듯 힐끔거리고 지나간다. 소영은 잠시 무슨일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현대옷을 입고 있다. 위에서 들리는 지하철 역 특유의 소음과 모습도 똑같다.


"여기가 어디야...?"


소영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보라색 안내판과 함께 반대방향으로 가는 지침 표들이 양옆에 쓰여 있다.


‘오목교역’


옆에서 이현이 슥 하고 튀어나온다. 소영이 뒤로 물러서며 이현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이현이 눈을 으쓱하면서 쳐다본다.


"왜 그렇게 쳐다봐?"


그러자 소영이 손을 머리에 짚는다.


"갑자기 사라져서 내가 또 미친 건가 했잖아요!"

"네가 언제 미쳤었어?"


이현이 그런다. 소영이 노려보자 이현이 슥 시선을 피한다. 소영이 후 하고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돌아서서 휘적휘적 걷기 시작하는 이현을 따라 걸으며 소영이 주변을 둘러본다. 말을 듣고 보니 옛날에 가보았던 오목교역과 똑같다.

아직도 생경한 기분이 드는 소영은 둘러보면서 이현을 따라간다.


"그거 시간여행 말고 공간 여행도 되는 거예요?"


그러자 이현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여긴 시자철의 즐겨찾기 같은거거든. 시자철이 완전히 열리지 않아서 맘대로 조종은 불가능하지만 여기같이 평소에 자주 쓰던 곳들로는 이정도 틈만 있어도 갈 수 있어."

"오목교역이 그쪽 즐겨찾기라고요?"


소영이 둘러보면서 그런다.


이현은 코너를 돌아서 칸들로 채워진 벽을 쳐다본다. 소영이 쳐다본다.


"이거 택배 보관함이잖아요."


그러자 이현이 비밀번호 입력칸에 번호를 누르며 그런다.


"시간여행자용 사물함이지."

"15세기면 대충 두루마기 정도 입으면 되겠지."


그리고 안쪽으로 팔을 넣어서 뒤적거리더니 두루마기를 꺼낸다.


"자 이제 내건 됐고. 궁녀복, 궁녀복이라.."


그러면서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하는데 찾지 못한 듯 이현이 물건들을 마구잡이로 꺼내기 시작한다.


"허."


이현이 내려다보면서 그런다.


"15세기 궁녀복이 어디 있더라."


그리고 사물함을 있는 대로 다 따기 시작한다. 소영이 눈앞에서 마구 휘날리는 물건들과 옷가지들을 쳐다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소리친다.


"뭐하는거예요?"

"말했잖아. 전용이라고."


이현이 그러더니 문 하나를 열고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아하! 찾았다!"


그리고 궁녀복을 소영에게 던져준다. 움푸 하고 받은 소영이 궁녀 복을 쳐다보고 이현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왜? 66 입는거 맞지?"


그러면서 소영을 쳐다본다. 소영은 기가막힌 얼굴로 이현을 쳐다본다.


"그거 말구요! 지금 그쪽 사물함에서 궁녀복 공주복 다홍치마 저고리가 튀어 나온 거 알죠?"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왜, 부러워?"


소영이 이현을 마구 노려본다. 대충 바닥에 끌러놓은 것들을 다시 사물함들에 집어넣은 이현이 탕탕탕탕 하고 문을 닫는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이 사물함을 못쓰는거예요?

"시간여행 전용칸!"


이현이 소리친다. 그리고 다른 번호를 입력하더니 아까 궁인복을 집어넣었던 칸을 열어 보인다.

소영이 안을 들여다본다. 칸은 텅 비어있다. 소영이 이현을 쳐다본다.


"마술상자 같은거네요."


그러자 이현이 활짝 웃으며 문을 탕 닫는다.


"좋은데."


소영도 씩 웃는다.


"자 그럼 얼른 옷을 갈아입고 돌아가자고. 소현세자가 함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가 다시 갖다놓기 전에 조사해야 할 게 있거든."


소영이 불안하게 쳐다본다.


"조사해야할게 뭔데요"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너는 각시들에 의해서 원래 네 시간에서 찢겨 나온 거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함안에 들어 있는 게 뭐든간에 네가 찢겨난 그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야지."


이현이 잠시 생각하더니 덧붙인다.


"널 제자리로 돌려놓기도 해야하고."


허, 하고 소영이 팔짱을 낀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원래 15세기 궁녀4였던 '진짜' 내가, 시간의 괴물이 쫓아올 정도로 강력한 순간을 맞는 15세기 조선에 가서 당신이랑 조선시대 궁녀 옷을 입고 경복궁에서 소현세자랑 괴물들을 쫓아가고 싶으냐는 말이에요?"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재밌겠지?"


어느새 푸른빛이 도는 두루마기로 갈아입은 이현은 사실 꽤 근사하지만 그 얼굴에 떠있는 미소는 불길하기 짝이 없다.

소영은 이현을 노려보다가 그의 얼굴에 갈아입은 옷을 퍽 던진다.

이현이 소영이 던진 옷을 가뿐히 받아들고 씩 웃는다.





**





소영은 주변을 둘러본다.

이현이 뒷문이라고 소개한 경복궁의 뒷문으로 들어오고 난 뒤에 소영은 최대한 궁녀처럼 보이도록 머리를 숙이고 눈에 띄지 않게 이현의 뒤를 따른다.

반대편 길로 궁녀들이 사사삭 하고 치마 스치는 소리를 내며 지나가자 소영은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괜찮아. 궁녀인척 해. 넌 정말 궁녀4였다고."


소영이 이현의 뒤통수를 뚫을 듯이 노려본다.

저는 들킬까봐 무서워 죽겠는데 이현은 선비행세를 하면서 유유자적하게 걷고 있다.

이현은 소영 모르게 싱글 생글 웃는다.

그때 궁녀 하나가 이현을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소영이 당황한다.


"뭐예요, 쟤 이쪽으로 오잖아요?"

"쉿, 쿨하게 행동해 쿨하게. 넌 지금 궁녀라니까! 그냥 옆에 가만히 서있어."


소영이 그 말에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서있다.

그때 궁녀의 얼굴을 본 이현이 힉 하고 소영을 퍽 하고 옆쪽 벽 안을 밀어 넣는다.


"아야! 뭐예요?"


항의하려던 소영은 이현을 향해 다가오는 궁녀의 얼굴을 확인하고 화들짝 이현이 밀어 넣은 벽안으로 도로 뛰어든다.

얇은 벽 반대편에는 소영이 서있다.


진짜 궁녀 소영.

과거 소영과 눈이 마주치자 이현이 씩 웃는다.

선비의 모습을 한 이현을 보자 소영이 황급히 고개를 숙인다. 소영은 이현을 향해있는 과거 소영의 옆얼굴을 몰래 살핀다.

거울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소영은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똑같이 생겼지만 이 김소영은 왠지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인다.

가느스름한 얼굴에 맑은 눈망울위의 갈색 속눈썹이 피부위에 비칠듯한 인상이다. 이게 남들이 봤을 때의 내 모습이겠거니 하니 또 느낌이 생경하다.

이현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소영은 아마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자신의 얼굴을 쳐다본다.

오늘밤 자신에게는 이현의 말마따나 엄청난 일이 일어나서 시간의 괴물들이 달려들 정도로 감정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궁녀에게 몇 마디 말을 속닥이던 이현이 고개를 숙이고 안쪽의 궁으로 향하는 소영의 뒷모습을 본다.

소영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벽 뒤에서 고개만 빼 꼼 내밀고 소영의 총총 사라지는 뒷모습을 쳐다본다.

생소하고 묘한 느낌이 뭐라고 설명할 수 없다.


"뭐라고 한 거예요?"


소영이 그런다. 이현이 어깨를 으쓱한다.


"세자저하의 약속으로 왔으니 먼저 가서 알려드리라고 했지."


이현은 소영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러더니 이현을 쳐다보고 어깨를 퍽 친다.


“뭐야?”


하고 내려다보자 소영이 얼굴을 찡 그린다 .


"내 뒷모습 그만 쳐다봐요!"


그러자 이현이 씩 웃는다.


"너 아니라며?"


소영이 흘겨보자 이현이 씩 웃더니 소영의 손목을 잡아끈다.


"따라가 보자. 세자한테 가는 길이라는데 그게 맞으면 오늘밤이거든."

"뭐가요?"


소영이 묻는다. 물으면서도 대답을 듣기 전부터 가슴이 뛴다. 이미 한번 다 본 답지를 다시 뒤집는 것 같은 느낌이다. 왜 그런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오늘 하루의 한꺼풀 벗긴 모습을 소영은 알고 있었다.

소영이 뭐라고 대답하려 했을 때, 열린 궁 문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소영은 순간 속이 뒤집혔지만 한 박자 뒤에 왜 그런지 알게 된 느낌이다.

열린 수정전의 문 안쪽에는 온통 피칠갑을 한 열댓 명의 궁녀들이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다. 그 피웅덩이 한가운데에 아직 숨이 붙어있는 궁녀가 소영과 눈이 마주친다. 소영은 손이 덜덜 떨린다.


"이 사람 아직 죽지않았어."


소영이 달려가 궁녀의 머리를 부축하면서 들여다본다.

사방이 숨 막힐 듯한 비린내로 가득한 것은 이미 기절하지 않은 지경에서 나중의 문제로 넘어가 있다.

숨이 붙어있는 궁녀는 몸이 차갑고 창백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자신의 손을 꽉 잡은 궁녀의 앙상하고 차가운 손을 마주잡으며 소영이 머리를 흔든다.


"피를 가져 간 거야."

"... 왜?"


소영이 내려다보며 중얼거린다. 그때 소영의 등 뒤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목 뒤에서 솟구치는 한기를 느끼며 소영은 돌아보지도 않고 손이먼저 덜덜 떨린다.

천천히 돌아본 소영은 희고 붉은 각시탈의 얼굴과 마주한다.

괴물이 끼야야야야야야야야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

으으으 하고 소영의 목에서는 비명소리도 신음소리도 아닌 것이 새어나온다.

흰 각시탈의 뻥 뚫린 검은 눈 코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천천히 뚝 뚝 바닥으로 떨어진다. 주저앉은 채 뒷걸음질치려하는 소영은 다리가 온통 축축한 것을 깨닫고 떨리는 고개를 아래로 향한다.


"... ....."


각시가 떨어뜨린 피웅덩이에 제 발이 온통 젖은것을 깨닫고 소영은 숨이 목까지 차오른다.


"소영!"


각시에 의해 수정전 밖으로 휙 날아간 이현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이현은 쓰러진 군관의 칼을 집어다 팔을 치켜들고 쌕 하고 주저 없이 제 팔을 쐑 긋는다. 이현의 팔에서 붉은 피가 주륵주륵 흘러내린다.


"여기 봐!"


이현이 각시를 향해 피를 뿌리는 팔을 흔든다. 각시의 고개가 잠시 이현을 향해 돌아가지만 다시 소영으로 향한다.

이현이 뭐라고 욕을 하는 게 들리고 소영은 각시의 얼굴이 점점 자신에게 가까이 기울어오는 것을 느낀다.


"김소영! 눈은 보지 마!"


하지만 소영은 마치 이끌리듯이 저도 모르게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리고 각시의 검은눈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끊기는 듯한 느낌에 헉 하고 고개를 젖힌다.


모든 것이 가시 같다.

모든것이 빨려 들어갈듯 무겁고 마음이 조각조각 짓눌리는 것처럼 참담하다.

소영은 자신이 이렇게 참담하게 느꼈을 때가 마지막으로 언제였는지 기억하려고 노력하지만 무거운 것이 머리를 짓누르는 것처럼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다.

소영의 눈에서 눈물이 투두둑 투두둑 떨어진다.

왜 우는 건지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슬프지도 않은데 서러워 견딜 수가 없는 것처럼 목이 메 이고 가슴이 막막하다.

각시의 손톱이 자신의 목을 긁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소영은 자신이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도 공포의 감각도 모두 마비 된듯 넋을 놓고 있다.

이현이 뭐라고 숨을 뱉으면서 달려오는 것이 시야 바깥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두 너무 늦을 것이다-----



각시의 날 이선 손이 칼처럼 내려오는 것을 보는 순간 소영은 환영처럼 각시 뒤에 서있는 남자의 그림자를 본다.


"어이."


각시가 홱 돌아본다.

그리고 각시의 열린 입으로 남자가 피를 한바가지 촥 뿌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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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녀4 (5) 21.08.03 207 3 11쪽
4 궁녀4 (4) 21.08.03 293 4 9쪽
3 궁녀4 (3) 21.08.03 424 3 14쪽
2 궁녀4 (2) 21.08.03 826 5 10쪽
1 궁녀4 (1) +2 21.08.03 2,26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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