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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하제 님의 서재입니다.

단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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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하제
작품등록일 :
2014.01.02 09:14
최근연재일 :
2014.01.14 09:39
연재수 :
3 회
조회수 :
487
추천수 :
5
글자수 :
10,096

작성
14.01.14 09:39
조회
82
추천
3
글자
7쪽

라온하제의 문피아 첫 소설 [단무지]




DUMMY

"으..."


상의에 오바이트를 잔뜩 묻힌 채 잠들어 있던 정호가 제일 먼저 깨질듯 머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유일하게 제정신으로 잠이 든 창우를 제외한 나머지의 몰골은 아주 가관이였다. 집에서 잠을 자고 있을 뿐 모습들은 다들 노숙자나 다름이 없었다. 정호는 한껏 인상찌푸린 실눈으로 시계를 쳐다봤다. 시계는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씨X X댔다. 창우야, 상진아."


"음...아 왜?"


"12시다, 씨X놈아... 일어나."


"뭐?!!"


중국집에 나가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기 때문에 일단 같이 일하는 상진과 창우만 깨워 나갔다. 일단 자기들부터 살아야 했기 때문에 다른 애들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먼저 나간 셋은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쓰린 속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그나마 평일이라 일이 많이 없어서 다행이였다. 가는 길에 간간히 오바이트까지 하면서 가니 홍화루까지 20분만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모두가 예상했듯 정태에게 냅다 욕부터 먹었다.


"너거 씨X, 일하기 싫어?!!! 다음날 일이 있는데 술을 그리 쳐먹는 새끼들이 어딨어!!"


"죄송합니다..."


셋은 어색한 존댓말로 정태에게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정태가 욕 한마디할때마다 고개를 숙여 사과하니 오바이트가 계속 쏠렸다. 이런 상태로 오토바이를 탔다간 오늘 9시 뉴스에 교통사고로 이름을 올릴지도 몰랐다.


"느그가 안와서 씨X 오늘 내가 혼자 요리하고 배달하고... X빠지는 줄 알았다 새끼들

아! 배달이 띄엄띄엄 있어서 다행이지."


정태의 말을 듣고 정호는 평일에 몇개 없는 배달을 정태가 거의 다 해놨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미안함은 원래부터 없었고 고마운 마음이 조금 들었다. 정태의 화도 거의 수그러들고 있었다.


"오늘은 일 거의 다 했고 속도 안 좋으니까 일단 집에 가서 해장하고 자고 내일 와. 다음부터 이런 일 생기면 짤라빈다! 알긋나?"


"예.."


창우, 상진, 정호는 고개를 숙인채로 열고 줄줄이 홍화루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셋의 미안함에 쩔어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돌변했다. 목을 돌리고 짝다리를 짚으며 홍화루를 한 번씩 야렸다. 창우가 침을 찍 뱉더니 말했다.


"우리 정태, 마이 죽었네~키킬."


옆에 있던 상진도 담배를 한대 물고 창우를 거들었다.


"그니까. 옛날같았으면 재떨이가 날라댕기고 막... 완전히 살아있었을낀데."


마지막 정호는 그래도 동네형이라고 아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창우와 상진은 정호의 소개로 홍화루를 들어온 것이여서 정호만큼 정태와 친하진 않았다. 정호는 정태의 욕대신 화제를 돌려 말을 이었다.


"느그, 어데 가끼고?"


"집가서 라면이나 먹고 자야지. 이 컨디션으로는 오늘 아무것도 몬한다."


"내도."


그리곤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정호는 다시 세욱의 집이나 갈까하다 난장판일것이 뻔해서 결국 집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집으로 가는게 썩 내키지만은 않았다. 오토바이없이 발을 질질 끌며 집에 도착하니 벌써 2시가 다 되어갔다. 허름한 옥탑방의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 부서질듯 요란한 문소리에 정호의 엄마가 달려 나왔다.


"와 일은 안하고 벌써... 아고 술냄시야. 니 을메나 마신기고?"


정호는 엄마가 왜그렇게 작은 소리로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만 들었다. 그때 안방 문이 드르륵 열리고 정호의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나오자마자 정호를 째려봤다. 아버지가 인상을 짓자 안그래도 많은 얼굴의 주름들이 더욱 많아졌다. 아버지를 본 정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 아부지... 어떻게 오늘..."


"술마싯나?"


아버지는 정호의 말을 딱 자르고 자기 할 말을 했다. "술마싯나" 이 네 글자로 집안분위기가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정호는 고개를 푹 숙인채 아무 말하지 못했다.


"술마싯냐고!!"


"...네.."


아버지의 이마옆쪽에 핏줄이 울긋불긋 솟아올랐다. 아버지는 성큼성큼 걸어가 정호의 뺨을 후려쳤다. 얼마 강했던지 나름 성인이였던 정호가 뒤로 비틀거리며 밀려났다. 정호는 고개를 계속 숙인채로 얼얼한 뺨을 어루만지며 서있었다. 무서움에 속이 다 차려진 것 같았다.


"밖에서 중국집 배달하는 니같은 아들을 뭐라카는지 아나? 단무지라칸다, 단무지. 노래이 대가리 물들이가, 양아치새끼마냥 다니는데 동네사람들이 다 느그 욕하드라. 니가 그라고 다니믄 내가 얼마나 쪽팔리는지 아나? 나가 이 새끼야!!!"


아버지의 큰소리에 정호는 자동으로 옥탑방 계단을 내려갔다. 정호는 계단을 내려오며 화를 못이겨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정호엄마는 옆에 혼자 조용히 울고 있고 아버지는 정호가 내려간 계단을 쳐다보며 씩씩거리다 문을 탁! 닫고 다시 안방으로 들어갔다. 밖으로 나온 정호는 누가 볼까 눈물을 닦아내며 정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 씨X.....어, 행님. 문 안 닫았제? 내 글로 갈게."


"와? 집에 아부지계시드나?"


"어... 내 갈끼니까 짜짱면 하나만 해놔라."


정호는 전화를 끊고 작은 소리로 욕을 씹으며 걸어갔다. 가는길에 한번씩 울컥해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아버지는 원래 공장을 새벽에 나가 새벽에 들어와 1,2시간 자다가 다시 나가시기 때문에 정호와는 거의 마주칠 일이 없었다. 정호는 정호의 아버지가 무뚝뚝하고 무서워서 왠만하면 아버지와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홍화루에 도착한 정호는 혹시 운 티가 날까봐 폰으로 눈주위가 붉은지 확인하고 가게에 들어갔다.


"행님, 왔다."


정호가 들어오는 타이밍에 딱 맞춰 짜장면이 완성되어있었다. 정태는 낮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오히려 평소보다 더 정호를 반겨주었다. 정호의 아버지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는 정태도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자, 앉아라. 내도 어차피 점심 안 묵고 있었는데 잘 됐다."


둘은 앉아 묵묵히 짜장면을 먹었다. 배가 고팠는지 꾸역꾸역 짜장면을 입에 집어넣는 정호가 오늘은 매우 안쓰러워 보였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이였다. 정태는 그런 정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천천히 무라~ 단무지도 묵고... 아부지가 뭐라시드노?"


"내가 쪽팔린다드라. 단무지라고..."


"...."


정태는 왠지 정호를 단무지로 만든게 자신인 것 같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참을 아무 말 못해주고 짜장면만 삼키며 고민하다가 한 마디 했다.


"사람들 욕 신경쓰지마라. 글마들은 우리가 우리나름대로 을메나 힘든지 모른다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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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세 14.01.12 127 1 9쪽
1 홍화루 14.01.07 278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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