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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煇) 님의 서재입니다.

곤륜재건기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휘(煇)
작품등록일 :
2013.05.10 01:14
최근연재일 :
2014.05.16 17:1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553,327
추천수 :
21,577
글자수 :
145,013

작성
14.05.05 17:02
조회
16,804
추천
753
글자
9쪽

제7장. 말괄량이 길들이기(2)

DUMMY

담혁건의 서슬 퍼런 시선을 받은 단목연지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그녀가 멍하게 서 있는 틈을 타 그는 다시금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오싹한 기분이 겨우 가시자, 방금 전에 언뜻 들었던 ‘낭자’라는 단어로 그녀의 주의가 모아졌다.


이에 그녀는 종종걸음으로 그의 뒤를 바짝 따라붙으며 질문했다.


“잠깐만요. 지금 낭자라고 했나요?”


“…….”


“얼른 말해봐요. 조금 전에 분명히 낭자라고 했죠?”


단목연지가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해오자 담혁건도 마지못해 대꾸했다.


“그렇소만?”


“내가 여자인 건 어떻게 알았죠? 여태껏 남장했을 때는 아무도 못 알아봤었는데 말이에요.”


“그냥 기척으로 알았을 뿐이오.”


“기척만으로 알았다고요? 아니, 어떻게요? 남자랑 여자의 기척이 그렇게나 확연히 구분된단 말인가요?”


일순간 담혁건의 미간에 주름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그의 발걸음도 이윽고 멈추어졌다.


치미는 노기를 재차 가라앉힌 그는 고개를 돌려 단목연지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는 순간, 그녀는 다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것 같은 그의 불꽃같은 눈빛에 완전히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이것 봐! 보아하니 귀하게만 자라난 철부지 규수인 듯한데, 냉큼 집으로 돌아가거라.


괜한 호기심 때문에 그렇게 쏘다니다간 아까처럼 또다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테니까.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목숨을 건졌을 뿐이다. 여자의 몸으로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기 전에 얼른 돌아가란 말이다.”


눈치가 빠른 단목연지는 비록 무뚝뚝하기는 했으나 진심으로 염려해주는 담혁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자신감을 회복한 그녀는 언제 위축되었느냐는 듯, 금세 특유의 활달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오라버닌 역시 좋은 사람이었군요.”


“뭐라고?”


그녀에게는 무려 스물일곱 명의 손위 형제가 있었다. 그러니 그녀에게 있어서 ‘오라버니’라는 호칭은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반면, 담혁건으로서는 백 년 이상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단 한 차례도 들어본 적 없는 호칭이었다.


그 때문에 온몸에서 닭살이 돋는 것 같은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에는 아랑곳없이 그녀는 다소 새치름한 태도로 말을 계속했다.


“이래 봬도 소녀는 올해로 열아홉 살이나 된 어엿한 성인이라고요.


보아하니 오라버니도 뭐 그렇게 나이가 썩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너무 노티를 내고 그러진 말아요.


뭐, 그것도 나름대로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단목연지의 거침없는 너스레에 담혁건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태산은 저 멀리 산동성에 있다고 들었어요. 여긴 기련산 근처라고요. 아무래도 오빤 이곳 지리에 어두운 듯한데, 앞으론 걱정하지 말아요.


이제부턴 소녀가 길잡이 역할을 하며 돈황까지 안내해줄 테니까요.”


“…….”


“별도의 사례비도 요구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말고요.


대신 도중에 숙식 정도는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주어야 해요. 이미 말했다시피 전낭을 잃어버려서 지금은 빈털터리거든요.”


“…….”


“자, 이제 얼른 출발하죠. 조금 있으면 날이 저물 텐데, 이런 곳에 계속 서 있을 수는 없잖아요?”


이러며 그녀는 앞장섰다. 하지만 담혁건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자 그녀는 뒤돌아보며 천진난만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뭐해요? 얼른 안 따라오고.”


“지금 나하고 장난치려는 것이냐?”


담혁건이 황망한 표정을 지우고 다시금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을 노려보자 단목연지는 움찔했다.


곧이어 그녀는 갑자기 애절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의 말대로 철없이 집을 뛰쳐나오기는 했지만 이제는 정말 후회가 돼요. 그리고 솔직히 너무 무서워요.


사람들이 그렇게 끔찍한 모습으로 눈앞에서 죽는 건 정말 처음 봤거든요. 애당초 거기에 간 것도 전낭을 도둑맞아서 여비를 구하려고 그랬던 것뿐이에요.


오라버니가 간단히 해치운 그 살인마들의 목에 상당한 포상금이 걸려 있었거든요.”


담혁건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진 것을 확인한 단목연지는 급기야 눈물까지 글썽이며 하소연했다.


“소녀의 집도 돈황 쪽에 있어요. 그러니 부디 동행을 허락해주시면 안 될까요? 오라버니의 말대로 이 험난한 강호에서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요.


설마 이 가녀린 여인을 이대로 내팽개치고서 훌쩍 떠나버리실 건 아니죠?”


잠시 단목연지를 뚫어지게 응시하던 담혁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비에 젖은 새끼 고양이처럼 한없이 처량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단목연지의 곁을 지나쳐 그대로 걸어가 버렸다.


이쯤 되자, 끈질기던 그녀의 얼굴에도 체념의 빛이 감돌았다. 바로 그때였다.


“뭐하냐? 얼른 안 따라오고.”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였으나 그것은 분명히 동행을 허락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시무룩한 얼굴로 눈물을 훔치던 단목연지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오라버니! 같이 가요!”


***


인근에는 고을이 없는 관계로 담혁건은 단목연지와 함께 야숙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불을 피우고 잠자리를 마련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쉴 새 없이 수다를 늘어놓았다.


반면, 그는 별다른 대꾸 없이 그저 할 일만 할 따름이었다.


이처럼 무심하고 까칠한 반응이 오히려 그에 대한 그녀의 호감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애당초 그녀의 말괄량이 성향이 짙어진 것도 부친을 비롯한 주변의 지나친 관심 때문이었다.


이로 인한 갑갑함을 떨쳐내고자 왈가닥 행보를 보여 왔던 것이다.


그런 단목연지에게 있어서 담혁건처럼 까칠하게 대하는 사람은 난생처음이었다. 더욱이 그는 두 번씩이나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비록 여자의 몸일지라도 난황염라의 핏줄답게 강함을 숭상하는 그녀는 압도적인 무위를 뿜어내던 그의 모습에 이미 제대로 매료된 상태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그녀는 그와 함께 있는 것 자체가 그저 즐거웠다. 물론 그는 성가시기가 이를 데 없었지만.


“오라버니! 우리 이제 뭐 먹어요?”


담혁건은 건량과 육포를 단목연지에게 내밀었다.


“이거면 충분히 요기가 될 거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단목연지가 자신에게 ‘오라버니’라고 부를 때마다 담혁건은 거북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이에 참다못한 그가 그 부분을 지적했다.


“왜 자꾸 나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냐?”


“그렇게라니요?”


“호칭 말이다, 호칭!”


“아, 오라버니요?”


“…그래.”


“그게 뭐 어때서요?”


그녀는 생글거리며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이에 담혁건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생겼다.


“넌 괜찮을지 몰라도 난 안 괜찮다.”


“그럼 뭐라고 불러요?”


“그냥 부르지 마.”


“히잉, 같이 지내게 됐는데 어떻게 안 불러요?”


“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몰라도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이가 많다.”


“푸훗! 나이 같은 건 전혀 신경 쓸 것 없어요. 소녀의 큰 오라버니는 쉰다섯 살인걸요.”


“…….”


“거짓말 아녜요. 소녀가 늦둥이라서 큰 오라버니와는 정말로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난단 말이에요.”


표정으로 봐서 거짓말은 아닌 듯했다. 이쯤 되자, 나이 가지고 호칭을 바꾸라고 요구할 수도 없었다.


넉살이 좋아도 너무 좋은 단목연지를 어떤 식으로 대할지 몰라 난감해하던 담혁건은 일단 화제를 바꾸었다.


“한데 대체 너는 무슨 연유로 가출을 한 것이냐?”


“그건…….”


“보나 마나 심심하다든지 갑갑하다든지, 그런 시답잖은 이유 때문일 테지.”


담혁건의 힐난에 단목연지는 뾰로통하게 항변했다.


“오라버니가 소녀의 마음을 어떻게 안다고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거죠?”


“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철부지의 마음 따위를 내가 일일이 헤아려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


“뭐라고요?”


“내 말이 듣기 싫으면 그만 헤어지든가.”


이 한마디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대들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단목연지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갑자기 그녀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담혁건은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갑자기 왜 질질 짜고 그러는 것이냐?”


기세 좋게 집을 박차고 나왔으나 여비를 모두 도둑맞았을 뿐만 아니라 죽을 고비를 두 차례나 넘긴 마당이었다.


특히 기련삼괴의 끔찍한 살행을 바로 앞에서 목격한 충격은 아직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당차기는 했지만, 아직 앳된 여인이 감당하기에는 가혹한 현실이었다.


그나마 담혁건을 만나 그를 의지하며 그녀는 간신히 마음을 붙들고 있었다.


이미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친 그녀로서는 담혁건마저 놓쳐버리면 당장 눈앞이 캄캄할 터였다.


그런데 그가 그만 헤어지자고 말하니 그만 설움이 북받쳐 오른 것이다.


“으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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