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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천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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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2.11.18 10:55
최근연재일 :
2014.01.29 22:12
연재수 :
2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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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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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9
글자수 :
756,981

작성
13.03.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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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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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8쪽

범천록(犯天錄) - Chapter39. 장야혼원 (張夜昏遠) (2)

DUMMY

이 글에는 실존했던 인물이 등장하나 사건은 허구입니다.

잔인한 장면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

chapter185.


-사각!


낙원신사 서쪽 봉우리에 있는 암자는 산길이 끊겨 세인의 출입이 아주 드문 곳이었다. 그러나 여기도 사람이 살고는 있었는데, 바로 가끔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그리도 용하다고 소문이 난 아기보살이 기거하는 곳이었다.

지금 그 아기보살은 암자 바닥에 구부리고 앉아 허리를 있는 대로 숙이고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밖에서 새어들어오는 옅은 빛이 손톱에 부딪혀 하얗게 빛났다.

"흐아암, 어디 손님 안 오나?"

아기보살이 손톱을 다듬다 말고 문 밖으로 눈을 돌렸다. 암자의 좁은 마당에는 사람 그림자는커녕 발자국 하나도 없었다. 이런 구석진 곳은 한창 뛰어놀 나이인 이 소년에게는 너무도 좁아터진 곳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이런 곳에 처박혀서 호시절(?)을 다 보내고 있다니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영위!"

소년은 울상을 지으며 불단 쪽을 돌아보았다. 불단 위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울긋불긋한 탱화를 뒤로 하고 연화 불단 위에 올라앉아 있는 것은 으레 있어야 할 불상이 아니라 하얀 마의 차림을 한 사내다. 천왕부의 영위 라토르 칸, 그는 하도 오랫동안 구석진 데 앉아 있었더니 좀이 쑤셔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자리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캬악!

암자의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사람 몸뚱이만한 새가 날개를 퍼득이며 내려앉았다. 라토르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그가 하다못해 대도 안으로도 들어가지 못하고 이 두메산골에 처박혀 있는 이유, 그것이 이 새대가리 때문이니 말이다.

연신 키익대며 기름기 흐르는 깃털을 정리하는 새는 거만하게 한쪽 발을 내밀었다. 소년은 서슴없이 새발을 낚아챘다.

-캬악! 캭! 캭!

화들짝 놀란 새가 푸드덕대며 기성을 내질렀지만 소년은 새발에 단단히 묶인 종이서한을 풀어내고서야 놈을 놓아주었다.

"시끄러워, 이 새대가리!"

소년이 낚아챈 서한은 저절로 허공에 둥실 뜨더니 불단으로 빨려들어갔다. 오만하게도 부처의 자리에 앉아 있는 라토르가 서한을 붙잡자마자 사방의 촛대에 불꽃이 일었다. 새와 한창 실랑이를 벌이던 소년도 불단으로 통통 뛰어올라 라토르가 펼쳐든 서한을 같이 읽었다. 라토르의 표정이 희미하게 밝아졌다.

"칠위는 지금 어딨나?"

오늘 처음으로 입을 떼고는 하는 소리가 칠위 찾는 소리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니 신내림받은 아기박수 흉내나 내는 것이다. 가끔은 자신이 낙원십위의 일원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영위가 말이다.

"요새 일...사사회주 옆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으니 어디 사사회 지부에서 놀고먹고 있겠죠."

"사사회라... 거기에서는 칠위가 상당히 재미를 볼 수 있겠군. 그러면 다른 포석을 움직여 볼까."

라토르의 말에 소년의 표정이 확 피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데 영위, 아직 강호 놈들의 싸움은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포석을 움직여요?"

"강호의 싸움은 이미 끝났다."

"그럴 리가. 서한에는 영웅회가 총공세를 시작했다는 말뿐인데요."

"영웅회는 총공세를 하지 않는다. 전운이 물러났으니 무슨 싸움을 하겠느냐. 싸움은 무림맹이 이겼다. 그리고..."

일단의 무사들이 암자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붉은 피풍의 차림인 천왕부 위사들. 소년은 새삼스레 여기까지 온 수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라토르의 입이 슬그머니 호선을 그렸다.

"무림맹은 고수를 하나도 잃지 않았을 거다. 군문(軍門)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


-쿠웅!

배가 크게 출렁였다.

영웅회의 백 인 무사들은 하나같이 노끈을 잡고 신형을 유지했지만 얼굴에는 불안감 내지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장삼풍의 발이 닿지 않은 배를 찾아서 달린 것이 어언 일 각이다. 자신들이 딛고 서 있는 곳은 배, 그리고 장가계의 시리도록 맑은 물 위였다. 육지는 까마득히 멀어 보이지도 않았다.

배는 한번 덜컹거리고 나더니 다시 적막 속으로 잦아들었다. 무사들 중 하나가 백무호에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뭔가가 잘못된 거 아니오?"

백무호는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소. 그리고 설사 우리가 진법에 빠져들었다 해도..."

백무호의 앞에 있던 풍왕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아주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적어도 이들 백 인 무사들은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진법은 환술이다. 제대로 움직여서 생문을 찾아낼 수 있다면 결코 사람을 해칠 수 없다. 다들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백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 명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실이니까. 진은 움직여야만 발동되고, 사람을 가둬놓거나 사지로 걸어들어가게 하는 것 외에 스스로 생명을 빼앗지 못한다.

그러나 동료들을 다독이기 위한 풍왕의 말은 그다지 오래 가지 못했다.


-키르르륵, 쿵!


배가 다시 덜컹거리는가 싶더니 무언가 아주 섬뜩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귀를 자극했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소리다.

"카, 칼 가는 소리 같군."

누군가 농담이라고 내뱉은 말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아무도 웃지 않았다. 배가 다시 멈추고 조용해지는 순간, 풍왕은 벼락같이 외쳤다.

"모두 뛰어내려!"

아마 다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이 배는 불길하다. 계속 있다가는 죽을 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무사들 사이에 역병처럼 돌아다녔다.

"다들 멈춰! 진은 가만히 있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소!"

뒤늦게 백무호가 소리쳤지만 이미 다들 난간에서 발이 떨어진 이후였다. 백무호는 불길하게 눈을 데록데록 굴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확신이 된 것은 머리통이 곤죽이 된 무사 하나가 갑판 위로 도로 튕겨나온 직후였다.

"크아악!"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여기저기서 비명성이 속출했다. 축축한 것이 허공에서 비산했다. 넋이 나간 채 갑판에 서 있던 백무호는 무언가 뜨거운 것이 볼따구니를 후려치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이래선 안 돼!"

저도 모르게 볼을 주섬주섬 만져 보니 뜨끈하고 비릿한 액체가 만져졌다. 사방에 불빛 한 점 없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풍왕! 풍왕! 어디에 있소!"

"여, 여길세..."

사방에 신음성과 비명성밖에 들리지 않는 가운데 아주 가느다란 소리가 들렸다. 용케 그 소리를 들은 백무호가 갑판을 날듯이 달렸다.

"어두워서 찾을 수가 없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오?"

"그, 그게..."

순간 눈앞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네 눈으로 보라."


쏟아져 들어온 빛 때문에 무심코 눈을 질끈 감았던 백무호가 슬며시 다시 눈을 떴다. 붕새처럼 거대한 배의 끝에 사람 그림자 같은 것들이 보였다. 그들 중 선미루 꼭대기에 올라서 있는 자의 눈에서 새파란 빛 같은 것이 움직이는 듯했다.


작가의말

허헉, 너무 바빠서 후기는 다음에...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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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범천록(犯天錄) - Chapter40. 괴력난신 (怪力亂神) (2) +3 13.04.18 1,749 1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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