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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천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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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2.11.18 10:55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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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03.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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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범천록(犯天錄) - Chapter38. 강호지계 (江湖之計) (5)

DUMMY

이 글에는 실존했던 인물이 등장하나 사건은 허구입니다.

잔인한 장면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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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83.


"으하하하! 아니 그 대단하신 무당파의 삼풍도장이 그래, 빚에 쫓겨다닌단 말인가?"

"고작 백 금 빚에 쪼들리는 걸 보니 무당파라는 문파의 수준도 알만하군. 하기야 불혹도 넘어서지 않은 젊은 사람이 장문이라니 그런 것도 무림문파라 할 수 있나?"

영웅회의 무사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이들 대부분은 강호에 명망 높은 대문파의 제자들, 하나같이 중원 제일의 전장들만을 이용하고, 하다못해 전장 주인에게서 우러름을 받았으면 받았지 툇박을 받은 적이 없는 자들이었다. 부유한 강호문파의 장문이 백 금이 없어 전장의 경고를 받는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순간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왁자지껄하던 사방이 적막해져 바윗물이 치직 하고 말라붙는 소리조차 울렸다. 몇몇 무사들은 입을 손으로 막았다. 풍왕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 그렇지. 하긴 무사에게 돈이란 게 뭐 그리 중요한 것이겠는가?"

녹림의 산채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천하를 쫓으며 무공을 구걸한 지 이십여 년. 배를 곪다 못해 굶어죽을 위기조차 숱하게 넘긴 풍왕으로서는 스물 남짓한 젊은 나이에 강호문파의 장문이면서도 돈이 없어 전장주에게 독촉이나 받는 장삼풍의 모습은 묘하게 동질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동질감은 동질감이고 남은 남이다.

"무공은 익힌 세월과 각오에 따라 그 성취가 달라지는 법이지. 무당파의 장문인도 그것을 모를 리는 없을 터."

-타타탕!

단순히 힘을 주어 주먹을 거머쥐는 행동 뿐이었지만 강력한 공력이 맞부딪혀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을 냈다. 사람은 감당하기 힘든 힘, 감당하기 힘든 맹독의 향기, 감당하기 힘든 빛을 마주했을 때 공포를 느낀다. 그것은 감당하기 힘든 기파(氣派)의 소리 역시 마찬가지다. 느닷없이 터져나온 소리에 자지러지게 놀라며 귀를 틀어막은 무사들은 일말의 두려움이 깃든 눈으로 풍왕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런 차원을 넘어선 자들은 별달리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런 자 중에는 장삼풍도 있었다.

"적을 마주하고서 쓸데없는 데 공력을 소비하다니. 그게 네놈이 오랜 세월 무공을 익히며 얻은 경험이냐?"

"아주 맹탕은 아닌 모양이군. 하기야 강호에 무당장문 장삼풍의 이름이 후기지수 제일로 알려졌으니 뜬구름 잡는 소문만은 아니겠지."

장삼풍이 길게 이어지는 대화가 지루하다는 듯 거칠거칠한 턱수염을 어루만졌다. 그 모양새에 풍왕은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쿠웅!

풍왕은 강호에 각법(脚法)으로 유명한 고수다.

장삼풍의 이름이 강호에 널리 알려졌지만 애초에 그의 손속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았고, 후기지수 제일이라는 이름만으로 강호를 떨칠 정도라면 풍왕은 근 이십여년을 걸쳐 명성과 실력을 쌓았다. 지저분한 산적 애송이에서 심부름 정도는 시킬 만한 놈, 무공 한 자락 하는 놈, 마두 때려잡는 추살대를 꾸미면 대원 정도는 낄 수 있는 놈, 제법 괜찮은 놈, 만만치 않은 놈, 그리고 어지간한 고수도 비무요청이 들어오면 꽁무니 뺄 생각부터 한다는 강자가 될 때까지 차근차근 강호에 그 입지를 다졌다. 열 일곱 때부터 그 짓을 하고 다녔으니 나이가 서른 다섯이 될 때까지 이십 년을 강호에서 굴러먹었다. 영웅회 백인 무사들 중 최고로 꼽힐 정도라면 강호의 불혹 이하 젊은 무사들 중 엄지손가락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공수를 먼저 시작했다.


발을 쿵 딛는가 싶더니 하늘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하늘에 붕 뜬 채 일순 멈춘 듯한 풍왕을 바라보며, 무사들은 꼭 솔개 우는 소리 같다고 생각했다.

"과연 풍왕이야. 발 한번 구른 것 만으로 허공을 제집처럼 누비는 자가 강호에 몇이나 되겠어?"

"이미 사람의 범주를 넘었군. 나이는 서른 정돈데 정말 대단해."

-퍼엉!

그 순간 허공에서 파공음 한 번이 더 울렸다.

발 디딜 곳 없는 하늘에서 발을 굴러 몸을 움직히는 경신법. 그것은 과거 신주오패 중 한 곳이었던 곤륜파의 운룡대구식(雲龍大九式)이다.

"저게 풍왕이 곤륜 영산진인에게서 직접 사사받았다는 운룡대구식이로군."

"남의 문파 절기를 전수받았다고 해서 반신반의했는데 정말이었어."

무사들의 말이 무색하게 그대로 유성처럼 떨어져 내린 풍왕은 용천혈 뒤쪽 발바닥에서 가장 단단한 곳에 공력을 실었다. 활활 불타는 듯한 공력이 흘러넘치며, 바닥으로 내리꽂히는 속도에 의해 한 줄기 매의 부리처럼 변한 풍왕의 한 수는 끄트머리가 환하게 빛났다.

공력이 약한 무사는 그 강대한 내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 속의 내공이 죽 끓듯 끓어올랐다. 사방의 공력을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팅,


장삼풍의 군청색 피풍의가 커다랗게 펄럭였다. 그것이 무사들의 눈을 가려버린 통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피풍의가 한 번 활짝 펼쳐졌다 다시 가라앉는 그 짧은 시간, 풍왕은 무력하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한 번 부딪히면 장삼풍이 피한다 할지라도 성벽 잔재를 완전히 박살낼 것 같던 풍왕의 한 수는 그렇게 물을 끼얹은 불꽃처럼 훅 사그러들어버렸다.

"이, 이게 무슨...!"

정작 당사자인 풍왕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치켜떴다. 장삼풍은 자세를 잡아 일어서려는 그의 가슴께를 손바닥으로 슬쩍 밀었다.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풍왕이 나뭇단 아래로 미끄러져 자빠졌다.

"이런 개 같은 일이! 더러운 산도적의 피를 씻어내려고 피를 쏟으며 강호를 붙들었던 내가!"

엎어지며 절규하는 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무공 익힌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저런 새파란 놈에게..."

오만하고 자신감에 넘치던 그, 이름 대신 별호로 불릴 정도로 이름높은 고수였던 그가 나뭇단 아래로 넘어지면서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태극(太極)이다. 재미난 무리(武理)지?"

장삼풍의 말은 풍왕에게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았고 설명도 되지 않았다.

"무공은 익힌 세월과 각오에 따라 성취가 달라진다. 아주 좋은 말이군."

그의 머릿속에 맹주 한시영의 모습이 얼핏 스쳐갔다.

"그런 사람도 있고 말이지. 하지만 난 그런 것과 관계없어."

느물느물하게 웃으며 말하는 장삼풍의 모습을 올려보고 있자니, 풍왕은 심장에서 뜨거운 피가 울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풍 들린 것처럼 벌떡 일어서더니 한 걸음에 장삼풍 앞에 이르러 번개처럼 발을 내뻗었다.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공수였지만 확연히 안정된 공력까지 깃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탄성을 지를 만큼 깔끔한 수련도다.

그러나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니,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마치 장삼풍이 한수 한수 물 흐르듯이 흘러넘길 때마다 실었던 공력이 허공으로 도로 퍼져버리는 느낌이다. 얼굴이 벌겋게 달구어진 풍왕은 씹듯이 한 마디 주워삼켰다.

"빌어먹을 사술 같으니...!"

장삼풍이 싸늘하게 웃으며 그를 다시 밀쳐냈다. 마치 사부가 제자를 가르치듯 하는 대결에 풍왕은 이미 제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패도(覇道)가 자신있는 모양이로군."

-콰앙!

"우아아악!"

다시금 풍왕이 달려들었다. 장삼풍은 손바닥을 척 들었다. 이번에는 흘러넘길 생각이 없었다. 오랫동안 공력을 쏟은 것 치고는 강맹한 기운을 담은 풍왕의 발꿈치가 짓쳐들었다.


-펑!


마지막 한 수까지, 풍왕은 마치 철벽을 향해 무공을 시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저만치나 튕겨졌다. 장삼풍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허허롭게 웃었다.

"세월도, 각오도 좋은 것이지. 그리고 재능이라는 것도."


작가의말

일요일 밤 열시까지 일하고 월요일 8시에 개강이라니 무슨 이런ㅠㅠ

그럼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하루동안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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