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승달

표지

빌런회사 회장님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십이랑
작품등록일 :
2020.06.23 16:04
최근연재일 :
2020.06.23 16:07
연재수 :
1 회
조회수 :
38
추천수 :
0
글자수 :
8,361

작성
20.06.23 16:07
조회
38
추천
0
글자
18쪽

0-0 던전오픈 21분전

DUMMY

물이 툭 툭 떨어진다.


하주는 눈을 뜬다.






















염색한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금빛이 흘러나오는 여자애가 고개를 든다. 흰 얼굴의 콧잔등위에 물이 툭 떨어진다.




"어,"




여자애가 그런다.




"선배님, 비와요."




그리고 옆을 보자 갈색 머리카락의 여자는 미동없이 길을 보고있다. 여자애와 마찬가지로 검은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약간 피곤한 얼굴이지만 눈은 똑바로 도로 아래쪽을 내려다보고있다.




"집중하자, 하리야."




갈색머리 여자가 말한다. 시선은 여전히 도로 아래쪽에 가있다. 그 말에 금발머리 여자애는 얼굴을 삐쭉이면서도 얌전히 도로 서서 도로 아래쪽을 본다.




그들이 서있는곳은 차 한대조차 얼씬거리지 않는 팔차선의 도로 가운데다. 약간 경사진 언덕 저 아래편까지 내려다보이도록 쭉 뻗어나간 도로위에는 하리와 여자와 마찬가지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일정간격으로 배치되어있다.




길 곁에는 도로막과 보호대원들에게 밀려난 도보의 사람들이 고개를 쭉 빼들거나 카메라와 핸드폰을 든 채 이쪽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보고있다. 메이저 방송사의 카메라와 기자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쏟아지는 그 시선에 하리는 으흠 하고 괜히 목을 한번 빼들며 옷깃을 가다듬지만 여자는 여전히 미동조차 않는다.




멋진척을 하는것도 잠시, 금세 다시 좀이 쑤신 하리의 눈은 다시 삐죽삐죽 돌아간다.




"멋진 유니폼 입는것도 좋고, 티비에 나올거라고 친구들한테 자랑하는것도 좋았는데, 이렇게 하루종일 길바닥위에 서있어야 하는 일인줄은 몰랐어요 선배님."




하리가 그런다.




선배, 소영은 여전히 장군처럼 꼿꼿한 자세이지만, 입가에는 조그만 미소가 걸려있다.




"저희 오빠가 어얼마나 꼬장꼬장하게 굴었는지 몰라요. 아직 B급이면서 무슨 활영회사에 들어가려고하느냐, 거기가 뭐하는데인줄은 아냐, 히어로가 아무나 하는건줄 아느냐, 그래서 그럼 빌런 컴퍼니는 괜찮아?하고 물었더니 또 노발대발----"




소영이 제지하지 않자 신난 하리가 조잘조잘 떠든다.




"하여튼 자기도 투잡 뛰면서 왜 제가 회사 들어간다고 하니까 그렇게 말이많은지. 요즘은 고등학생들도 회사 취직 많이 하잖아요. 활영 회사가 무슨 어중이떠중이 회사도 아니고. 학생복지 시스템도 꽉 짜여져있고 학생회사원한테는 시간도 많이 뺏는것도 아니고. 좋은점이 얼마나 많다고해도 위험하다고 그냥---"




하리가 과장되게 한숨을 푹푹 쉬어가며 말한다. 소영은 결국 미소지으며 하리를 돌아본다.




"오빠랑 많이 친한가보네."


"그냥 한지붕 아래 있으니까 어쩔수없이 사는거죠."




하리가 말한다. 그 말에 소영이 웃는다. 하리는 지켜보는 인파들 몰래 쥐가 날것같은 다리를 최대한 쭉 피며 한숨을 쉰다.




"그건그렇고 이건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그러나 하리가 말을 마치기도 전, 쿵 하고 공기가 한순간에 내려앉는다. 나팔거렸던 표정도 잠시, 하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긴장하여 빠드득 거린다. 육차선 양측에서는 민간인들의 머리위로 충격보호막을 가동시킨 보호요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돈다.




연예인이라도 보러온듯 시끌벅적 축제분위기이던 사람들의 머리위에 침묵이 내려앉고, 하리는 제일 먼저 뜨겁게 내리쬐던 햇살아래 첫 한기를 느낀다. 한기는 삐죽삐죽 수십미터를 순식간에 내달려와, 하리와 여자가 서있는 발밑의 도로까지 하얗게 어루만진다.




'미친, 이게 겨우 한사람의 위압감이라고...?'




하리는 도로 끝 저편에 나타난 여자애를 보며 얼굴을 찡그린다.




한여름에 흰 코트를 입고 나타난 여자애의 모습은 그러나 보는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질정도로 시리다. 히어로 등급 S클래스의 이자경. 유튜브나 티비에서나 봤지 활영회사에 들어온지는 두달밖에 안된 하리로서도 실물로는 처음 보는 클래스의 히어로다.




같은 히어로 체면 없어지게 이렇게 차이나는 등급이라니...




기가막힌 하리의 시선 위에서 다시한번 쿵, 하고 공기가 내려앉고, 하리는 이번에는 두번째로 무릎이 살짝 떨리는것을 느끼며 여자애의 옆에 나타난 검은 인영을 본다.




"이런 미친..."




이미터에 육박하는 거대한 흰 낫을 아무렇지않게 뒤로하고 나타난것은 소우연으로, 역시나 S클래스의 빌런이다. 사람들은 히어로의 바로 옆에 나타난 빌런의 등장에 잠시 숨을 죽이지만, 이자경은 곁으로 시선한번 주지 않은채 계속 걸어나가고 소우연은 깔깔 웃으며 이자경을 쫓아 달려오더니 마치 오랜 친구라도 만난 양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한다.






그뒤로 다시 펑. 이번엔 A클래스 히어로 윤지철. 다시 쿵. 도로를 뒤흔들며 나타난 AA급 클래스 빌런 지상훈. 별빛 오로라와 함께 나타난 A급 클래스 히어로 유다영.




긴장했던 사람들은 유명한 히어로와 빌런들이 하나둘씩 연달아 모습을 드러내자 점점 환호가 커져가고, 다시 카메라 플래시와 환성소리와 함께 거리는 축제분위기로 순식간에 떠들썩해진다.




"여기봐주세요, 히어로님!!"




"지상훈님! 팬이에요! 사진좀 찍어주세요!"




"소우연님!!!"




히어로와 빌런들은 각각 사람들에게 응하거나 무시한채로, 도로를 걸어 점점 하리와 여자쪽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한다. 하리는 이제 슬슬 식은땀이 날 지경이다.




하리는 B클래스 히어로, 그와 함께 있는 소영 역시 B클래스의 히어로이다. 다른말로 하자면, 하리와 소영이 보고있는건 다가오는 한무리의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의 탈을 쓴 거대한 쓰나미와도 같다.




'다리야 제발 가만히 있어라...'




달달 떨리려는 자신의 다리를 몰래 꾸짖으면서, 하리는 이를 악물고 이제 얼굴 하나하나가 보일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히어로와 빌런들의 무리를 바라본다. 이런걸 행사랍시고 활영회사와 회사장님이 나서서 주최했다니, 정말 할수만 있다면 입사지원서를 냈을때의 과거로 돌아가 면접장에서 스스로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고싶은 심정이다.




무리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손이 벌벌 떨린다. A급 클래스야 어찌 눈 똑바로 쳐다보고 버틸수야 있다쳐도, 저 가운데 군데군데 끼어있는 몇몇의 S급 능력자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뿜는 위압감은 한걸음 한걸음씩 다가올수록 숨이 막힐 지경이다. 옆을 힐끔 보자, 소영 역시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리는 심호흡을 하기위해 숨을 들이킨다. 그순간,




콰르르르르




하고 도로 양 옆의 고층건물들에서 천둥소리를 내며 무언가 거대한것이 떨어져내린다.




"피해--!"




하리는 저도 깨닫기 전에 사람들 쪽을 향해서 손을 뻗으며 소리친다. 양측의 고층건물들의 유리창들을 박살내며 떨어진것을 따라 수천개의 유리조각들이 수십미터 허공에서부터 아래로 강철의 비처럼 내리꽂히기 시작한다.




저 높이에 저 강도라면, 그 밑에 있는것들은 순식간에 전멸이다. 하리는 손을 뻗으며 자신의 능력인 바람을 불러 일으키지만, 손을 뻗으면서도 자신이 막을 수 있는 범위는 고작 팔 뻗은 공간 안의 십미터 남짓한 공간안의 민간인들 뿐이라는것을 깨닫는다.




하리의 눈앞으로 양측의 수십미터 거리의 수백명의 민간인들의 머리위로 쏟아지는 재앙이 드리우는 순간,





".... ...."





하리는 눈을 깜박인다.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천천히 주먹을 쥐고 고개를 들자, 마치 공기가 멈춘것처럼 고요하다.




하리와 마찬가지로 자신 앞의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킬을 쓰고있던 소영도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방금전까지 아비규환이었던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무너지는 건물들의 소리는 모두 멎고, 하나 둘씩 의아하게 고개를 든 사람들의 머리위에서 건물들의 파편들과 수천개의 유리조각 파편들은 마치 허공에 박힌 별들처럼 공중에 멈춘채 빛나고 있다.



하리는 입을 벌린다.




"... 오빠??"




하리 옆의 소영 역시 입을 벌린채 하리의 앞에 나타난 남자를 보고있다. 남자는 한숨을 돌리며 하리를 내려다본다. 그제야 하리는 자기와 소영의 머리위에 쏟아지던 유리조각들이 아슬아슬하게 머리 위 공중위에 떠있는것을 본다. 소영은 눈을 깜박인다.




"히어로라서 시민을 구하는건 좋은데, 본인들을 안구하면 어떡하냐."




남자가 말한다. 머리위로는 사람 몸통만한 유리조각들이 비현실적으로 허공에 정지한채 내려다보고있다. 남자의 손 끝에서 타오른 열기의 장막이 세사람 주변을 감싸며 거대한 유리조각들이 머리위로 떨어지는것을 막고있다.




하리는 입을 벌린채 오빠를 쳐다본다.




"이거 오빠가 다 한거야??"




하리의 말에 등장한 남자, 하주는 얼굴을 찡그린다.




"뭐? 아니 그건--"




"오빤 B급이잖아! 어떻게...??"




경악하는 하리를 보며 하주가 한숨을 쉰다.




"나야 당연히 너를 구하러---"




그때 구경하던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한다.




"아, 저기...!"




그 민간인들중 한명이 손으로 하리를 가리킨다. 하리는 눈을 깜박인다.




나...? 하지만 자신은 한게 없는데?




아니면 이 넓은 공간의 사람들을 정말 오빠가 다 구했다고?




"안심하십시오, 여러분."




그때 하주의 어깨너머로 민간인들을 향해 내뻗은 하리의 손을 다정히 잡아내리며, 하주의 옆에서 남자가 나타난다. 하리는 저도모르게 입을 벌리고 남자를 쳐다본다. ... 뭐?




하지만 남자의 등장에 사람들은 순식간에 폭발하듯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유지훈님!!"




"활영 회장님!!"




하리의 시선을 따라 하주는 고개를 돌려 등 뒤의 남자를 보려한다. 하지만 그전에 손에 의해 고개가 가로막히고, 눈만 돌린 하주의 시선 아래에는 자신의 뺨 바로 옆 허공에 떠있는 어른 주먹만한 유리조각의 빛이 반짝인다.




"조심."




유지훈이 말하며 손을 뻗어 하주 뺨 옆의 유리조각을 옆으로 밀어낸다. 하주는 유지훈을 본다.




유지훈. 히어로회사 활영의 회장. 국내 단 둘뿐인 SS급 히어로중 한명이며, 다른 S급 히어로들과 달리 중압감을 스스로 완전히 상쇄시킨채 서있는데도 그 존재만으로 압도적인 자.




7년전 최초의 셧다운데이때 화려하게 등장하여 전국민적인 찬사와 지지를 얻었으며, 국내 최대규모의 히어로회사인 활영에서 승승장구해 올라가 2년전에는 최연소의 나이로 SS급 클래스의 획득과 함께 활영의 회장에 등극하며 다시한번 전국규모로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렀다.


그야말로 천재중의 천재이자, 괴물중의 괴물.




".... ...."




하리는 이를 악다문다. 분명 다른 S급과는 다르게 일부러 스스로의 중압감을 지웠을텐데도, 그 존재가 눈앞에 있다는것 만으로도 본능적인 경고가 새빨간 사이렌처럼 온 신경에 울려퍼진다.




하리는 본능적으로 숨을 죽인채 솜털까지 긴장한 피부를 느끼며 자신의 오빠를 바라본다. 그의 오빠는 눈앞에 SS급이 뺨에서 멈춘 유리조각을 치워내며 등장했는데도, 고집스럽게 한치도 움직이지 않은채 하리와 SS급의 사이에 버티고 있다.




오빠가 앞에 서있다고해도 SS급 앞의 B급의 존재감은 없는것이나 다름없지만, 손에 닿는 오빠의 온기는 급수와는 다른 안정감을 준다.




유지훈은 눈앞의 남매를 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뜬다. 아직 학생임이 분명한 당돌한 눈빛의 C급 신입사원 여자애와, 자신과 이렇게 근접해있는데도 저절로 고개를 내리거나 눈을 피하는 다른 히어로나 빌런들과는 다르게 똑바로 자신을 보고있는 B급으로 추정되는 남자.




짧은 순간이지만, 유지훈은 자신과 동급이 아닌데도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녹갈색 눈이 생소하다.




유지훈의 회갈색 눈이 잠시 호기심으로 동하려할때, 그의 어깨에 다른 손이 내려앉는다.




"유지훈."




다시한번 사람들의 환호가 귀를 먹먹하게 울려터지고, 유지훈은 자신을 향해 부드럽게 웃고있는 갈색머리의 청년을 향해 돌아선다.




"... 여하령."




유지훈과 함께 국내에 존재하는 유일한 SS급 클래스의 빌런이자, 빌런 회사 하여가의 회장이다. 새카만 머리카락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옷의 유지훈에 비하면, 하령의 모습은 방금 신선도에서 그려낸것같은 도포에 연청색 두루마기 차림으로, 그림체부터 다르지만 묘하게 주변과 조화되는 그림같은 느낌을 준다.




하령은 유지훈을 향해 반갑게 미소짓는다.




"늦어서 미안. 그래도 아직 놓친건 없지?"




하령이 묻는다. 유지훈은 뒤를 힐끔 본다. 하령의 등장으로 완전히 달아오른 무대에, 하주와 그의 동생과 소영은 어느새 팔차선 도로 끝쪽 뒤로 물러나있다.




유지훈은 곁눈질로 새파란 고양이처럼 눈을 뜨고 이쪽을 보고있는 하리와, 여전히 그에게 등을 돌린채 여동생에게 뭐라고 말하고 있는 하주의 뒷모습을 잠시 스쳐본다.




"뭐 글쎄, 이제 우리한테 재미있는게 남긴했나."




유지훈이 말한다. 그의 회갈색 눈은 이제 미련없이 완전히 돌아서, 하령과 그 뒤의 소리치는 인파를 돌아본다. 군중에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보이는 유지훈을 보며, 하령은 어깨를 으쓱인다.




"글쎄, 계속 살다보면 삶은 우릴 계속 놀라게 하니까."




하령이 말한다. 유지훈은 그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하령의 옆에 선 유지훈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려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좀더 커지고, 유지훈은 군중을 향해 미소짓는 하령의 어깨뒤로 이자경의 눈을 마주친다. 자경은 미동없이 앞을 본채로 보일듯 말듯하게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자경이 뒤로 슬쩍 사라지고, 지상훈 역시 그 뒤를 따른다. 두사람의 빈자리를 A급 히어로 두명이 소리없이 채운다.




방송사 카메라와 기자들이 앞으로 몰려들어 도로 한복판에 모여든 히어로와 빌런들의 수장을 담기 시작하자 눈이 아플정도의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것도 결국 비즈니스의 일환이다. 결국 세계를 구하기 위한, 히어로와 빌런들의 세계.




마이크를 든 오늘의 사회자가 상기된 표정으로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하령은 살짝 고개를 틀어 유지훈에게 속삭인다.




"... 네가 내 친구라서 다행이야, 지훈아."




하령이 말한다. 그가 손짓하자, 하늘에서 쏟아져내린 거대한 구름운이 탄성을 지르는 사람들을 한번 감싸며 돌아와 두 사람 앞에 의자를 만들어낸다. 하령이 미소짓고, 유지훈은 의자에 걸터앉으며 사회자와 함께 몰려드는 카메라와 조명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인다.




"나도 마찬가지야. 여하령."




유지훈이 말한다.




"오늘 이자리에 SS 클래스 능력자가 한분이 아니라 두분이나 모이셨는데요, 히어로와 빌런이라는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세간에서 알아주는 두분의 우정이--"




열의에 넘치는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는 방송이 시작된다.


















"... 어우 살떨려."




팔차선 바깥으로 물러선채 하주의 재킷을 어깨에 걸친 하리가 그런다.




"이래도 저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어?"




하주가 그런다. 하리는 입을 삐쭉 내민다.




"뭐야, 맨 앞줄 맡아둔다더니 왜 맨 뒤로 밀려났어?"




인파를 헤치고 겨우 두사람을 발견한 하민이 겨우 사람들 사이로 다가와서 묻는다. 그리고 하주의 재킷을 꽉 쥐고있는 하리를 향해 눈썹을 올린다.




"내가 너 한달도 못갈거라 그랬지?"




"좀 닥쳐줄래. 나 안그만둘거거든. 신입사원 주제에 회장님 얼굴을 일미터 앞에서 볼줄은 몰라서 심장이 좀 널뛰어서 그래."




하리가 그런다. 그 말에 하민의 눈썹이 아예 이마를 넘어갈듯 치켜올라간다.




"유지훈을 만났어?? 일미터 앞에서???"




"우리 바로 앞에 계셨거든. 오빠 뺨에서 유리조각도 떼어줬어. 백미터 거리 근방의 모든 건물파편들을 허공에서 치워내면서."




하리가 그런다. 그 말에 하민이 입을 벌린다.




"아 나도 봤어야하는데, 내가 봤어야하는데!"




하민이 소리치고, 하주는 가볍게 동생의 외침을 무시하고 두 동생들을 인파를 피해 양 옆으로 당긴다. 두 동생들은 궁시렁거리면서도 하주의 양 옆에서 이십여미터 전방의 조명들의 가운데서 방송중인 두 히어로와 빌런을 본다.




"73빌딩 던전 히어로빌런 합작 준공식이라니. 살다보니 별걸 다 보네."




하민이 그런다. 하주는 8차선 도로 끝의 높은 건물을 올려다본다. 강을 내려다보는 은빛 빌딩은 노을에 비쳐 황금빛으로 활활 타오르는듯하다.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쿵쿵거리는 음악소리, 어둑해지는 거리의 축제분위기는 금방 전염되어 세 형제들은 거대한 스크린화면 옆에서 진행되고있는 방송을 지켜본다. 하민이 어느새 길거리에서 파는 맥주 두개와 사이다, 구운오징어까지 구해와 세 형제는 나란히 랜치소스에 찍은 오징어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든다.




이제 슬슬 인터뷰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기공식과 함께 최초던전 입성식이 시작될 무렵,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디엠을 하며 사이다를 마시던 하리가 악! 하고 소리를 지른다.




"나 뱃지 반납 안하고왔다. 팀장님이 알면 뭐라고 할텐데. 나 이것좀 들고있어봐."




그리고 얼떨결에 하리가 들고있던 사이다와 감자꼬치 접시, 사이다까지 한아름 받아든 하주와 하민이 보는 사이에 자기 재킷 주머니를 팍팍 더듬어 뱃지를 찾아낸 하리는 저만치 손을 흔들며 달려가고있다.




"여기 나무 앞에서 만나! 금방 갔다올게!"




하리가 그런다. 순식간에 손에 한가득 음식들이 쌓인채 둘만 남은 하주와 하민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머리위에는 히어로 유다영이 만들어낸 별빛이 하늘에 거대한 카운트다운을 소환해내고있다.




던전오픈까지 21분.




73빌딩 겉면에는 각기각색의 히어로들과 빌런들이 만들어낸 스킬들과 조명들이 번쩍인다.




"...어우 저거 돈 바른거 봐. 무슨 역사라도 바뀌는줄 알겠네."




오징어 다리 하나를 이빨로 새로 뜯으며 하민이 그런다. 하주는 동생의 그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웃는다.




두 사람과 거리에 모여든 수십만명의 인파들 중, 그 말이 사실이 될것이라는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둘 뿐이었다.




하주는 사람들의 열기띤 분위기가 자신의 심장까지 쿵쿵 울리는것을 느끼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대와 흥분에 찬 기분으로 하늘위를 수놓은 금빛의 카운트다운을 올려다본다.






... 던전 오픈까지 19분.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빌런회사 회장님으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0-0 던전오픈 21분전 20.06.23 39 0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십이랑'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