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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데스컴
작품등록일 :
2022.03.02 17:46
최근연재일 :
2022.03.20 08:36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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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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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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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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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zz

DUMMY

*2.


춥다.

그가 정신을 차린 뒤 처음 떠올린 감상이었다.


'윽... 이게 도대체 뭔...'


쓰러진 채 그대로 찬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꼼짝도 할 수 없다.

온 몸이 냉동한 생선처럼 단단히 굳어버린 것이었다.


'아니 어째서, 분명 조금 전까지 내 방이었을텐데...?'


얼어붙은 안구를 억지로 부릅뜬다.

성애가 낀 듯 뿌연 시야로 깊은 흙벽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일부러 파놓은 듯 커다란 흙구덩이.

그 안에는 자신 말고도 사람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단지 무리 중에서 숨을 쉬는 건 오직...


‘헉, 이것들 전부 시체잖아!’


얼어붙은 얼굴들이 소름 돋을 만큼 생생했다.

놀라 소리를 칠 뻔했으나 목이 잠긴 듯 그마저 불가했다.


그 때.


-쓸모 없는 시체는 이걸로 끝인가.

-그래. 얼른 마무리나 짓자고.


구덩이 바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쇠붙이가 부대끼는 듯한 공구 소리가 들렸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흐름이었다.


‘마무리라니, 설마?’


쏴아악, 쏴악


구덩이 위에서 흙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얼굴이며 팔 다리를 가리지 않고 흙덩어리로 덮여갔다.


말 그대로 생매장.

산 채로 파묻히기 직전이었다.


'이런 미친! 웃기지 마!'


"......으어...!!"


움직이지 않는 입술 사이로 고통 섞인 소리가 새 나왔다.

하지만 너무 작은 외침인지라 흙 무더기 소리에 파묻히고 말았다.

만약 이게 꿈이라면 빨리 포기하는 편이 나을 정도였지만.


‘씨발 못 죽어! 설사 꿈이라도 이딴 식으로는!’


얼굴 위까지 수면이, 아니 토면이 차올랐지만 흙을 삼켜가며 숨통을 틔었다.

뜬 눈 위로 흙가루가 떨어져도 구덩이 바깥만을 노려보았다.


최후의 마지막까지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 순간.


[!알림! 사용자의 의지가 숨겨진 재능을 각성시켰습니다.]

[칭호 《역대급 생존천재》가 개방됩니다.]


--------------------

역대급 생존천재


등급 : 전설

분류 : 칭호


아포칼립스 세계를 위해 태어난 듯한 생존의 천재.

생존과 연관된 모든 방면의 특혜를 부여받는다.

--------------------


‘뭐?’


푸른 빛의 글자들이 허공 위로 떠올랐다.

산소부족이 만든 환각인가 싶었으나 이내 현실이 증명하였다.


[──칭호 《역대급 생존천재》가 생존력을 발휘합니다.]

[신체 효과 《추위경감 (초급)》이 (5분) 동안 부여됩니다.]

[추위로 인한 속박이 다소 줄어듭니다. 몸이 편안해집니다.]


‘이건...!’


문자 그대로였다.

얼음덩어리 같던 근육이 조금이나마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적이자 기회였다.


‘수, 숨을!’


으드득


뻣뻣한 목을 힘껏 흙 밖으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먹이를 찾는 금붕어처럼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 공기! 제길 공기가 맛있어!’


폐 속 가득 삼킨 공기는 음료보다도 더 달콤했다.

감동해 얼어붙은 눈물샘을 찔끔거리자.


-이봐 덮는 건 나중에 하지. 서둘러 봤자 일거리만 더 늘어난다고.

-아아 하기야 그렇군.


구덩이 바깥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뿌려지던 흙도 그들의 발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전부 가버린 건가.’


자신을 빼고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것 같다.


‘아니 아직이야... 분위기를 봐선 금방 돌아오겠지.’


그리고 왠지 모르겠지만 들켜선 안 된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이 세계는 틀림없이...


‘...일단 몸 상태부터 확인해야겠군.’


물론 시체 무리에 끼어 있었던 만큼 몸도 엉망일 터.

단지 그에게는 달리 확인할 게 있었다.


예전보다 작아진 이 몸뚱이는 어찌 봐도 자신의 것이 아니니까.

게다가 조금 전 보았던 메시지는 그가 기억하는 그것과 똑같았다.

그렇다면 ‘정보’를 확인한 순간 의문도 전부 풀릴 것이다.


‘호출하는 방법은... 이렇게 인가.’


몸에 새겨진 직감을 따라 머릿속으로 명령했다.


-삐익


[현재 사용자의 건강 정보를 출력합니다.]

[한 번 사망했던 이력으로 인해 패널티가 존재합니다.]

[칭호의 특혜로 인해 버프가 부여됩니다.]


--------------------

이름 : 릭 하워드

나이 : 15세


피로 : 치명

공복 : 치명

체온 : 위험 (《추위경감 (초급)》 적용 중)


질환 : 감기(중), 영양실조(대), 수면장애(중), 수전증(약) ...

부상 : 동상(대), 골절(약), 약골(대), 소화불량(중) ...

정신 : 혼란(약), 사고둔화(중)

--------------------


‘......역시 그런가.’


상상 이상의 병자였지만 그보다 더 위협적인 사실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릭 하워드라는 이름.

그 이름은 어느 게임의 자동 생성으로 친숙한 작명이었다.

다시 말해 그 존재 자체가 절망적인 사실을 가리켰다.


‘그래 <멸망의 땅>... 틀림없이 그 작품이다!’


감각적으로는 방금 전까지 즐겼던 생존물 게임.

빙하기 아포칼립스를 테마로 내세웠던 바로 그 세계관이었다.


‘그래 틀림없는 생존물이었지. 그것도 아주 진짜배기.’


그 게임의 세계관은 전례가 없을 만큼 가혹했다.

평범한 RPG하곤 궤가 다른, 차라리 서바이벌에 더 가까운 물건이었다.

오죽하면 고인물조차 하루에 몇 번 죽었는지가 실력의 척도였으니까.


그런 배경에 종합병원 뺨치는 몸뚱이라니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조금 전 개방시켰던 칭호.

그 칭호는 분명 이전 세계에서...


‘잠깐, 당장 떠오르는 게 많지만 일단은.’


구덩이부터 탈출해야겠다.


으득 콰지직


‘크헉!’


굳어버린 사지를 억지로 움직였다.

전신이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꾀부릴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로 죽을 맛이군...!’


약 먹은 벌레처럼 느릿하게 흙벽을 타고 올라간다.

체온 버프 덕분에 근섬유가 풀리고 있긴 했으나 고통만은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1초가 1분처럼 느껴지는 고행 끝에 간신히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허억, 크하아...!”


눈 바닥 위로 기절하듯 쓰러진다.

새하얀 김을 내뿜으며 한참 들썩인 뒤에야 겨우 진정되었다.


‘휴 어찌 살았군. 그런데 여긴 도대체 어디... 흠?’


휘이이잉


희뿌연 눈발 너머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교도소처럼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무채색의 건물.

지붕 위 굴뚝에선 보랏빛의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저 빛깔은 분명 연금술 특유의... 설마.’


저벅 저벅


-망할 병사 놈들, 조금도 쉴 틈을 안 주는군.


멀리서 인부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전 그들이었다.


‘이런, 숨지 않으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자 탈것이 하나 있었다.

이 세계 특유의, 커다란 증기기관이 노출된 거친 생김새의 화물차였다.

그리고 뒤쪽의 짐칸에는 구덩이처럼 시체가 잔뜩 실려 있었다.


‘저거다.’


이를 악물고 기어가 짐칸으로 몸을 던졌다.

그 직후.


털썩, 털썩!


“휴. 이걸로 마지막인가.”


인부들은 들고 온 시체를 짐칸에 쌓아 올렸다.

그 사이에 누군가가 숨어든 것도 모른 채.


끼릭, 덜컹


작업을 마친 인부들이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뭔가 떠들기 시작해 귀를 기울였다.


“......뒤쪽에 쌓인 것들이 전부 실험체라니. 제길,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군.”

“요전 폭풍에 죽은 놈들이 많았으니까. 시체가 필요했던 연구소만 득을 본 셈이지”

“카악 망할 연금술사 놈! 결과도 못 내면서 제 뱃속만 불리잖아!”


불만에 가득 찬 대화.

그 가운데 낯익은 단어들이 들려왔다.


‘연금술사에 실험체라... 젠장 틀림 없군.’


푸쉬이익!


증기엔진의 시동소리가 귀를 울렸다.


“뭐 어쩌겠나 잘난 마법사님이신데. 우리는 우리 일에나 신경 써야지. 늦기 전에 그만 움직이자고.”

“그래야지... 자칫 밉보였다간 감자 한 조각도 못 먹을게야.”


승차감은 한 치도 고려치 않은 탈것이 덜컹거리며 나아갔다.

그리고 짐칸의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결론을 내렸다.


‘확실해. 이건 <적마법사>의 직업 획득 퀘스트다.’


미치광이 연금술사에게 사로잡혀 실험당하는 나날.

그 끝에 마법을 각성하여 직업을 손에 넣는다는 것이 퀘스트의 골자였다.

아포칼립스 배경인 만큼 그 내용도 하드코어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 상황이 게임이라면 그저 스토리로써 즐기고 끝내겠지만.


“──그래도 저놈들은 시체라서 다행이군.”


운전석의 인부가 입을 열었다.


“살아 있는 것들은 죽을 때까지 고통받으니 말야. 차라리 죽어서 당하는 게 더 낫지.”

“아무렴. 시체는 비명지를 일도 없구.”


인부들은 치가 떨린다는 듯 쓰게 웃었다.

그 모습이 연구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이건 현실이니까. 스토리를 내 몸으로 직접 겪어야 해.'


만약 실험체가 되었다간 십수년 동안 연금, 아니, 연구를 당할 것이다.

그러니 붙잡히는 것만은 피해야겠으나.


-삐이이익!

-차량 한 대 접근 중! 신원 확인 바람!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눈발 너머로 내다보자 연구소의 경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놈들은 소총을 든 채 삼엄한 얼굴로 경계하고 있었다.


‘제길, 무장까지 한 건가.’


멀쩡한 몸이라 해도 도망치기 어려운 상황.

이젠 릭 하워드가 된 그에게는 좌절할 법한 사태였다.


그러나.


[칭호 《역대급 생존천재》가 생존력을 발휘합니다.]

[정신 강화 《강철 심장 (초급)》이 (30분) 동안 부여됩니다.]

[상태 이상 《혼란 (약)》이 제거 됩니다. 기분이 상쾌해집니다.]


‘음.’


몰려오던 우울함이 깔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조바심으로 둔해졌던 사고가 막힘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훌륭하군. 정신계 버프까지 제대로 기능하는 건가.'


조금 전 《체온 경감》과 마찬가지로 칭호가 부여해주는 버프였다.

게임에선 정신 문제도 단순한 상태이상이지만 이건 현실인 만큼 더욱 쓸만해진 것이다.

여기서 스킬이라도 있었다면 지금 상황도 어떻게든......


‘음? 아니 잠깐 있어 봐.’


버프 덕분에 냉정해진 머리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린다.


‘그 칭호는 내가 게임에서 뽑은 것 아니었나. 그리고 직업도...!’


《역대급 생존천재》. 그리고 《적마법사》.

둘 다 그가 게임에서 손에 넣은 능력이었다.

다시 말해 그가 뽑기로 얻은 것들이 여러 형태로 재현된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세번째로 뽑은 전설급 스킬. 혹시 그것도?’


《대마법사의 지혜》.

먼저 각성시킨 칭호는 버프 계열이지만 이쪽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다.

그 스킬만 손에 있다면 어떻게든 활로가 열릴 터였다.

단지 문제는 어떻게 해야 스킬이 열리냐는 것인데.


‘칭호는 죽기 직전에 각성시켰지. 직업은 아마 퀘스트를 쫓는 과정에서 열릴 것 같고.’


그렇다면 짐작가는 바가 있다.

생존을 위한 능력은 죽음의 위기에서 각성 되었으니까.

마법 계열에 속하는 그 스킬이라면...


‘마나, 인가.’


그래 마나다.

이 세계에는 마도 공학과 함께 마나라는 특별한 힘이 존재했다.

즉 뭣이든 간에 마나에 접할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이 세계를 알고 있는 나라면 틀림없이.’


-끼이이익

-신원 확인 완료! 천천히 들어와라!


연구소의 입구가 열려 차량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비들이 손에 쥔 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증기 소총인가.’


경비들의 손에 들린 무기는 마도 공학으로 개발한 증기 소총(steam rifle)이었다.

게임에선 별것 아닌 장비였지만 아직 스킬조차 없는 그에게는 충분히 위협적이다.


‘저것도 마나만 다룰 수 있다면 수를 짜볼 텐데... 어라?’


경비들의 증기 소총을 응시하자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아지랑이 같은 무언가였는데 총의 구조를 따라 일렁이고 있었다.


‘마나로군.’


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으로 이해한다.

마치 체내의 신경망이 뻗어나간 것처럼 특별한 힘의 존재를 자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깨달았다.

《적마법사》의 스토리를 수행가능한 녀석이라면.


‘마나에 대한 소질 또한 지녔다는 이야기 아닌가.’


물론 지금은 마나의 기척만 느낄 뿐 직접 다룰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또한 마나에 재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

그럼 그 스킬을 각성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대마법사의 지혜》... 마법 계통의 스킬이니까.’


조금 전 개방시켰던 생존자 칭호.

그 능력은 분명 살고자 하는 의지 때문에 각성 되었을 터.

그렇다면 본래 마법의 소질을 지닌 이 몸이라면...


‘가능성은 충분해.’


덜컹


-실험체는 이게 전부인가?

-예. 쓸모없는 것들은 전부 구덩이에 묻었습니다.


경비들이 그가 숨어 있는 짐칸을 보며 대화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지만 버프 덕분에 그의 심장은 한없이 차분했다.


“후욱.”


그는 가볍게 심호흡한 뒤 총기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총의 내부를 흘러다니는 마나.

그 움직임을 관찰하며 원작의 지식을 떠올렸다.


‘......마나로 증기를 압축, 탄피에 마나를 주입해 가열, 마나의 힘으로 강화한 총열을 통해 열화탄(flame bullet)을 사출...’


증기 소총은 그 게임의 상징 같은 것이어서 설정도 자세했다.

덕분에 자신 또한 이해 가능한 몇 안 되는 마도공학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해내야 한다.’


이대로 들어가면 언제 또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으니까.

자칫하면 놈들에게 사로잡혀 실험 의자 위에서 십수년을 보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스킬만 개방시킨다면 어떻게든 길은 열릴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젖 먹던 집중력까지 끌어 모아 총기를 관찰했다.


‘그렇군... 실제로는 이렇게...’


집중해 관찰할수록 점차 그 구조가 이해되어갔다.

이 몸의 본능적인 감각에 본래 알고 있는 지식을 더해 마나의 성질을 파악해간다.

증기 소총의 구조 덕분에 마나라는 것이 어떻게 쓰이는지 감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 순간.


‘......찾았다.’


파아아앗


릭의 손바닥을 타고 푸른빛이 일렁였다.

완전하진 않지만 마나를 움직이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알림! 새로운 능력이 개방 되었습니다.]

[스킬 《대마법사의 지혜 (전설급)》를 각성하였습니다.]


‘흠!’


머릿속에서 불꽃이 튀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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