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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Nov 님의 서재입니다.

그 용사 F급 네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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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Nov
작품등록일 :
2022.10.31 20:29
최근연재일 :
2022.11.30 23:59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2,262
추천수 :
278
글자수 :
107,642

작성
22.11.2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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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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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9쪽

자그마한 단서(1)

DUMMY

은기는 정장 입은 사내들과 함께 검은 세단에 올라 협회 건물에 도착했다.


차가 멈추어 서고 은기가 차에서 내리자 김가영 팀장이 은기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근래 들어 꽤 자주 보는 얼굴이었다.


가영이 먼저 정중하게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김은기 씨.”

“네, 안녕하세요.”


은기가 고개를 숙이며 마주 인사했다.


가영이 그런 은기의 곁으로 다가왔다.


“또 뵙는군요.”

“어쩌다 보니...”


몇 번의 만남으로 이미 안면을 튼 사이였지만,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는 여전했다.


그나마 둘 사이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던 지영도 없어서 괜히 더더욱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

“...”


잠시간 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서로 멀뚱히 바라보다 가영이 퍼뜩 정신을 차리며 은기에게 얼른 말했다.


“아, 이쪽입니다. 협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세요.”


가영이 앞장서며 은기를 안내했다.


* * *


은기는 가영을 뒤따라 협회장실 앞에 도착했다.


비서실은 딱히 없었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가영의 집무실을 지나치는 외길 안쪽에 협회장실이 자리해 있다는 점이었다.


‘신기한 구조네.’


은기를 주위를 슬쩍슬쩍 둘러보며 생각했다.


그때 가영이 협회장실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똑똑.


“협회장님. 김은기 헌터님 오셨습니다.”

“들어와.”


협회장실 안으로부터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영이 문을 열고 은기를 돌아보았다.


“들어가시죠.”


가영이 몸을 살짝 비켜서며 은기에게 길을 열어줬다.


은기가 몸을 움직였다.


가영의 옆을 지나쳐 협회장실 안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은기가 협회장실 안으로 발을 들인 순간이었다.

중후한 목소리의 협회장이 은기를 반겨 왔다.


협회장실의 내부는 의외로 단출했는데, 협회장실 문을 기준으로 정면에 응접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좌우와 안쪽에 응접 소파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집무 책상이 우두커니 자리하고 있었다.


협회장은 응접 소파에 앉아 들어오는 은기를 정면으로 맞이했다.


순간 은기가 멈추어 섰다.


“...”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협회장의 뒤로 거대한 기세가 느껴졌다.


“왜 그러시죠?”

“...”

“편하게 와서 앉으셔도 됩니다.”

“...”

“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


부드러운 목소리로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협회장이었지만, 은기는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일단은 어제 일으킨 문제로 이곳에 불려 왔다.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이렇게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은기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협회장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응접 소파에 앉았다.


“그만 경계 하셔도 됩니다.”


은기의 행동을 보며 협회장이 부드럽게 웃었다.


“어제 일 때문에 부른 것은 사실이나,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


사실 은기도 그 정도는 눈치채고 있었다.


은기를 데리러 온 협회 직원들의 태도와 은기를 맞이한 가영의 태도에서부터 얼핏 느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사의 눈으로 본 협회장의 기운이 밝았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었으나 은기에게 나쁜 의도가 없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기가 입을 꾹 닫은 채 협회장에 대한 경계심을 쉬이 거두지 못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어제 한 일을 알고서도 그냥 넘어간다?’


이 부분에서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은기가 저지른 일은 분명히 큰 문제가 있는 일이었다.


헌터가 일반인 수십 명을 폭행해 큰 중상을 입혀놨다.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다면 온갖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질 것이었다.


은기를 향한 온갖 비난이 빗발쳐댈 커다란 문제였다.


몰랐다면 또 모를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것도 협회장이란 직책을 가진 사람이 은기를 부드럽게 대한다?


은기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


은기가 협회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무슨 이유로 저를...”

“다름이 아니라 서로에게 좋을 만한 거래를 하나 제안하려고 합니다.”


‘역시나.’


은기가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


협회장이 말을 이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치 은기의 속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협회장의 표정이 의미심장했다.


은기는 내심 놀란 마음을 애써 감추려 노력하며 차분하게 말했다.


“방금 제안할 거래가 있으시다고...”

“아, 제 말뜻을 오해하셨군요. 확실히 거래는 맞습니다.”


“...”


“저희가 김은기 헌터님께 부탁드릴 일이 있고, 그걸 위해서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어쨌든 부탁하는 입장에서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어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깔끔하게 정리해 드린 겁니다.”


은기가 협회장의 말을 잠시 곱씹었다.


“... 뭐가 다른 거죠?”


“일단 순서가 다릅니다. 저희는 이미 김은기 헌터님께 부탁을 드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때마침 그런 일이 벌어졌고 작게나마 도움을 드린 겁니다.”


“음...”


은기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니까. 사고를 빌미로 부탁을 하는 게 아니고, 부탁을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사고가 일어났다. 이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협회장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저희가 부탁드릴 일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어디까지나 이 일은 김은기 헌터님을 위한 일입니다.”


“...”


“저희가 부탁을 드리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저희에게 부수적인 이익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은기가 표정을 잔뜩 굳힌 채 물었다.


“저 말고도 부탁할 헌터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요.”

“아니요. 이 일은 오직 김은기 헌터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협회장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은기가 재차 질문을 하려고 할 때였다.

협회장이 은기의 말을 가로막으며 먼저 말했다.


“혹시 이게 무엇인지 아시나요?”


턱.


협회장이 어떤 물건 하나를 테이블 위에 꺼내 놓았다.


그걸 바라본 은기의 눈이 순식간에 커다래졌다.


“이, 이건?”


은기의 목소리가 크게 떨려왔다.

그만큼 크게 당황했단 뜻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협회장이 꺼낸 물건.


그것은 한 개의 만년필이었다.


은기가 가지고 있는 아버지의 만년필과 똑 닮은 또 하나의 만년필.


“이, 이게 어떻게... 아니 이게 뭐...”


은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만지자 다행히도 안에 있는 만년필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차분해진 은기가 협회장에게 물었다.


“이게 뭐죠? 어떻게 이걸 가지고 계신 거죠?”


협회장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걸 설명하기에 앞서 제 소개를 먼저 하도록 하죠. 소개가 늦었습니다. 부친이신 김이신 작가의 동료이자 친구, 감인환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협회의 장을 맡고 있습니다.”


감인환 협회장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폭탄 발언으로 인해 은기의 넋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커다란 충격이 은기를 휩쓸었다.


감인환 협회장이 그런 은기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은기가 정신을 회복할 시간을 차분히 기다려줬다.


잠시 후.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은 은기가 감인환 협회장에게 물었다.


“저, 저희 아버지는 살아계신가요?”

“그건...”


감인환 협회장이 고개를 저었다.


“... 저도 잘 모릅니다.”


“...”


은기의 말문이 탁 막혔다.


그동안 전혀 알 수 없었던 아버지의 행방이었다.


이제야 겨우 자그마한 실마리 하나를 잡나 했었는데, 그 기대가 바로 무너졌다.


자연스레 몸의 힘이 쭈욱 빠졌다.


그런 은기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감인환 협회장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은기에게 말했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셔야죠.”


그 말과 동시였다.

은기의 표정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감인환 협회장이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김이신 작가, 그 친구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네? ‘살아 있다’가 아니고 ‘살아 있을 가능성’이요?”

“사실 저희가 김은기 헌터님께 부탁드리려고 했던 것도 그것에 관련된 것입니다.”

“어떤...?”


은기가 의문 가득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감인환 협회장의 눈빛이 강하게 빛났다.


“혹시 ‘세계수’라고 아시나요?”

“세계수요?”


은기의 고개가 옆으로 살짝 기울어졌다.


감인환 협회장이 풍기는 기세에 비해 그가 던진 질문의 내용이 너무나도 뜬금없다고 느낀 탓이었다.

은기가 미심쩍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소설에 나오는 그 세계수요?”


“아니요. 아닙니다. ‘세계수’는 이 세상에 실제로 존재합니다. 김이신 그 친구가 사라지기 전에 제게 이것을 건네주며 말해주었죠.”


감인환 협회장이 테이블 위의 만년필을 가리켰다.


“자신은 아내와 함께 ‘세계수’를 발견했고, 그 모습이 너무나도 경이로웠다고. 특별한 힘이 그 주변에 넘쳐흘렀고 자신은 ‘세계수’ 앞에 떨어진 ‘세계수’의 나뭇가지를 주워 세 개의 만년필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고요.”


작가의말

부족한 글입니다. 재밌게 읽으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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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빚 청산은 깔끔하게!(1) +2 22.11.22 59 8 9쪽
18 새로운 성검(4) 22.11.21 53 5 9쪽
17 새로운 성검(3) 22.11.19 56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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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새로운 성검(1) 22.11.17 68 9 10쪽
14 레벨 업! 힐링팩터!(4) +1 22.11.16 73 8 9쪽
13 레벨 업! 힐링팩터!(3) 22.11.15 71 9 10쪽
12 레벨 업! 힐링팩터!(2) +1 22.11.14 82 7 9쪽
11 레벨 업! 힐링팩터!(1) +2 22.11.12 106 10 9쪽
10 능력 강화.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야?(2) +1 22.11.11 84 10 10쪽
9 능력 강화.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야?(1) 22.11.10 104 10 9쪽
8 원래 큰돈 만지려면 힘든 법입니다.(4) +1 22.11.09 96 10 9쪽
7 원래 큰돈 만지려면 힘든 법입니다.(3) 22.11.08 109 10 9쪽
6 원래 큰돈 만지려면 힘든 법입니다.(2) 22.11.07 110 10 9쪽
5 원래 큰돈 만지려면 힘든 법입니다.(1) +1 22.11.05 129 12 10쪽
4 그 용사 F급 네가 해야겠습니다.(4) 22.11.04 128 11 9쪽
3 그 용사 F급 네가 해야겠습니다.(3) +6 22.11.03 148 19 9쪽
2 그 용사 F급 네가 해야겠습니다.(2) +4 22.11.02 155 17 9쪽
1 그 용사 F급 네가 해야겠습니다.(1) +17 22.11.01 250 3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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