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우주전함 카나리온

왜 친환경인가?

빔프로젝터에서 쏘여진 빛은 스크린에 "왜 친환경인가?"라는 타이틀을 선명하게 비춰주고 있었다.

쿵푸판다호 함장 세일즈먼은 오른팔을 촤락하고 내뻗으며 청중인 카나리온 승무원들을 향해 일장 연설과도 같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브리핑룸에는 적막이 흘렀다.

세일즈먼은 계속 말을 이었다.

"범 우주적으로 환경문제는 아직까지도 큰 화두입니다.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에 관한 규제 법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우주의 모든 우주 전함에로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청중 중에 몇몇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 배의 승무원들의 60%가 아토피성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함 내장재 등에서 나오는 유독 물질이 인체의 피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 아토피 증상이 완화되며, 아름다운 피부, 투명한 피부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아름답고 멋진 승무원들과 함께 일하는 당신의 모습을!"

호오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카나리온의 승무원들은 세일즈먼의 설득력있는 연설에 점점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었다.

"피부가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이성에게 인기도 많아지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친환경 소재로 인하여 평생 여자친구가 없던 오타쿠 녀석이라도 여자친구가 생기며, 두뇌 활동이 촉진되어 머리도 좋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키도 커지고 탈모 예방에도 좋습니다 !!!"

응? 키... 키도 커져?

세일즈먼은 환경 오염의 심각성과 친환경이 가져다주는 인류의 행복에 대하여 한참 동안을 힘있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러한 모든 사실들에 입각하여, 저희 판다 상선 연합을 대표하는 쿵푸판다호의 일원들은 귀함에 '친환경' 리모델링 상품을 제안 드리는 바입니다 !"

그리고 그 설명의 끝부분을, 두 팔을 위로 뻗으며 강렬하고 드라마틱하게 마무리 했다.

그와 동시에!

처척!!

쿵푸판다호 전 승무원들이 일제히 차렷자세로 임했고, 전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철철 넘쳐 흐르고 있었다.

오오오오오!

그 모습에 카나리온의 승무원들은 함장을 포함해 모두 눈빛이 반짝거렸다.

"엇, 자..잠깐, 잠깐만요... 우리는 그냥 엔진 시동만 걸면 되는데요..."

에레크트라가 당황하며 진켄 함장에게 말했지만 이미 진켄의 귀에는 에레크트라의 말 따위는 들어오지 않았다.

세일즈먼 함장은 장표를 한장 한장 넘기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자신 있게 권해 드립니다!!

유해 물질 배출량을 현저히 감소시킨 배기 가스 정화 시스템!"

우오오오오오오오!! 정화 시스템!

덩달아 흥분하는 카나리온의 승무원들, 함장인 진켄이 가장 고무되어 있었다.

"친환경 페인트, 친환경 장판으로 쾌적하고 포근한 실내 환경 조성!"

우오오오오오오!! 실내 환경!

몇몇 카나리온의 승무원들은 기뻐하며 껑충 뛰었다.

"표백제나 화학 섬유를 사용하지 않은 오가닉 패션 승무원복!"

우오오오오오오 !! 승무원 복! 상상만해도 므흣해!

남자 승무원들은 지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해 댔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고휘도 LED 조명!"

우오오오오오오!! LED 조명! 밝을 거 같아!

카나리온의 승무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끊임 없이 질러댔다.

그 모습은 마치 광신도 소굴을 방불케 했다.

"열 효율이 좋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

우오오오오오오!! 보일러! 거꾸로 탄데!

"지렁이와 우렁이를 키우며 채소를 재배하는 유기농 텃밭!"

우오오오오오오 !! 상추를 길러서 우렁이를 같이 쌈싸먹고 싶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시간이 지나면 자연분해되는 갑판!"

오오오오! 자연분해....응?

"어이어이 이봐...갑판이 자연 분해되면 안되잖아..."

줄곧 신이났던 진켄 함장은 순간 멈칫했으나...

"뭐 어때! 친환경!!!"

세일즈먼과 쿵푸판다호의 승무원들이 목청껏 소리치는 바람에 덩달아 만세를 외치고 말았다.

"예이! 친환경!"

판다 상선 연합 소속 쿵푸판다호의 승무원들과 네오토끼당 소속 기함 카나리온의 승무원들은 모두 친환경이라는 이름 하에 하나가 되었다.

(다음 이 시간에...)

작가의말

Organ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