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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하인 님의 서재입니다.

유협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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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하인
작품등록일 :
2011.12.18 16:42
최근연재일 :
2011.12.18 16:42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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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2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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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판타지 습작품-환상전기 신대 서

DUMMY

날은 이미 저물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지기 전의 태양은 아직 눈부시게 세상을 비출 때였다.

하지만, 이곳만은 태양의 은총에서 일찌감치 제외된 곳이었다.

빛이 오지 않는 곳.

흐릿한 어둠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그저 어둠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지만, 분명히 나름의 색을 가지고 있는 이것은 마치 생물처럼 주위를 더듬는 것 같았다.

불쾌한 기분.

노여움과 피곤함에 더하여 이 어둠은 기분을 몹시 나쁘게 만드는 것이었다.

“휘이-----------”

그는 마치 휘파람을 불듯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몸 안에 고였던 탁한 기운들이 빠져나가며 다시 생명의 기운이 돌아온다.

분노와 더불어 스멀스멀 일어났던 불쾌한 감정이 고요히 가라앉으면서 조식(調息)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 호흡의 조절은 다시 새로운 기운을 생성한다.

긴장되었던 근육이 차분히 풀려나감과 동시에 손끝과 발끝까지 온화한 기운이 자연스럽게 뻗어 가기 시작했다.

온 전신을 괴롭히는 어둠의 무게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그는 문득 생각했다.

‘벌써 며칠째 싸우고 있는 거지? 마지막 날이라 그런 것인가? 쉽게 끝내주지 않는군.’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시간. 잠시의 휴식도 없이 거쳐 온 처절한 과정이 얼핏 생각이 날 것 같았지만 그다지 의미를 둘 일도 아니었다.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별반 특별한 기분이 드는 것도 아니었고, 그는 그래서 좀 빨리 끝내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분신과 같은 오른손의 검을 가만히 느끼면서 기운을 다시 가슴으로 모아 올렸다.

여기까지 어떤 혈로를 뚫고 왔느냐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에게 이런 싸움은 이미 일상의 일이었고 별반 감상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지난 백 년 동안.


그때, 일렁이던 어둠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말을 건네었다.

“기어이 끝을 봐야만 하겠는가?”

거칠고 혼탁한 목소리. 전혀 사람이라고 여길 수 없는 그런 소리로 그 어둠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의 고요한 얼굴에 문득 엷은 선이 그어졌다.

“호오∼, 인제 와서 대화라니?”

오른손에 쥐고 있던 검을 가볍게 휘둘러 검신에 엉긴 검은 피를 털어내면서 그는 의외의 대화에 꽤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지난 백 년 간 흔하지 않던 일이었다.

그는 대화를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나 이런 ‘물건’들과의 대화는 절대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이 ‘물건’들이 말을 건네는 경우는 대부분 다른 의도로 꾸미거나 포장하는 경우임에야.

아무래도 마지막 날이란 조금이라도 다른 법이다.


“사괴요마(邪怪妖魔)나 흉신악살(凶神惡煞)따위와 사람의 말을 나누는 것을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아. 더구나 네 일족을 다 처리하고 난 지금에 와서 오직 하나 남은 일족의 머리가 건네는 말을 무슨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주위를 가득 채운 어둠의 한 자락이 꿈틀하는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것은 짙은 회색을 전신에서 윤기처럼 흘리고 있었다.

“사괴요마… 흉신악살이라…. 그것도 결국은 인간들이 멋대로 붙인 것이 아닌가? 이렇게 우리가 멸절되어야 하는 이유가 오직 그런 이름 때문이라는 건가?”

짙은 회색이 좀 더 선명한 윤곽을 드러내었다.

“우리 일족이 인간과 얽혀 문제를 일으켰던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야. 그것도 어린 인간들이 자기들 멋대로 우리를 숭배해서 그랬다는 것은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비록 사람의 말소리는 아니었지만, 자못 은근한 말투였다.

이 ‘물건’은 꽤 인간적인 대화법을 아는 듯하다.

그는 가볍게 코웃음 치며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땀과 검은 피에 엉긴 긴 머리칼이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좌우로 물결 쳤다.

“흥, 나를 잘 아는 듯한 말투로군. 너 따위한테 자네라고 불리는 것도 유쾌하지는 않은데 말이야.”

굳이 조롱하려는 의미는 없었다. 그는 그저 사실대로 얘기해 줄 뿐이었다.

짙은 회색의 어둠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떠는 것 같았다.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습게 보지 마라!나도 신대(神代)와 시간을 같이 한 몸이란 말이다.”

머리를 흔들던 그가 짙은 회색의 어둠을 향해 오른손의 검을 겨누며 천천히 왼손을 활짝 펴서 지상으로 뻗었다.

검은 외투와 검정 바지에 검은 가죽신 차림이라 온통 검게만 보이던 모습이었지만, 이렇게 어둠 속에서 두 팔을 펼치니 양쪽 소매 끝이 하얗게 색이 바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다니…’

그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검을 힘주어 쥐었다.

역시 마지막 날이란 무엇인가 다른가 보다.

그도 전과 다른 자신의 모습에 얼핏 짜증이 날 것 같았다.

“그만 떠들고 가라.”

냉엄한 목소리.

그의 검에서 거대한 기운이 좍하고 회색의 어둠으로 뻗어 나갔다.

동시에 그의 전신이 그 기운으로 이루어져 그의 키만큼이나 커다란 소용돌이를 이루면서 검을 따라 뻗는 것이었다.

그의 장검이 순식간에 회전하는 거인의 창으로 변한 듯하였다.

그 기운은 어둠을 비단폭 자르듯 가르며 짙은 회색의 어둠을 관통하였다.

콰쾅!

폭발음과 함께 윤기가 흐르던 짙은 회색 덩어리가 흩어지며 주위의 어둠이 함께 출렁였다.

대단한 파괴력인듯했지만 사방이 온통 어둠이라 어떻게 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런, 정말 듣던 대로 성질이 급하군.”

사람 같지 않은 거칠고 혼탁한 목소리가 비아냥대듯 울려 나왔다.

“대단한 검기(劍氣)지만 그 정도로는 나를 어쩔 수 없지.”

그의 엄청난 공격이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한 듯하다.

조금 전의 검기는 정말 웬만한 산 하나를 날릴듯한 위력을 품고 있었음에도 이 어둠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겨누었던 검을 거두면서 별로 놀라지도 않은 듯 그가 가볍게 중얼거렸다.

“그냥 일족의 머리가 아니군. 일족을 낳은 자…소시모리인가?”

어둠이 갑자기 회오리치듯 뒤흔들렸다.

“크하하하하… 역시 모르는 것이 없구먼. 소시모리라, 정말 오랜만에 듣는 이름인걸? 그 이름을 안다면 내 존재의 가치도 인정해야 할 텐데?”

어둠은 꽤나 즐거운 목소리로 떠들어대었다. 자신을 알아주어 기쁘다는 듯.

그는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이 오른손을 들어보았다.

조금 전의 공격의 영향인지 장검에 남아 있던 검은 흔적들이 깨끗이 사라지고 장검은 서리같이 흰빛을 토하고 있었다.

백 년.

언제나 그의 곁에 함께 한 장검이었다.

순백의 맑은 빛을 발하는 검은 오래전에 처음 태어났을 때를 떠오르게 하였다.

더는 검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잠시 장검을 물끄러미 보더니 왼쪽 허리에 달린 검집으로 천천히 집어넣었다. 손잡이에 달린 붉고 푸른 수실이 조용히 흔들렸다.

어둠이 그의 돌연한 행동에 의아한 목소리를 내었다.

“검을 거둔 것은 무슨 뜻인가?”

역시 어둠은 계속해서 그의 행동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천천히 앉았다. 그는 줄곧 모호한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일 점의 두려움도 찾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서 있을 때도 장대한 체구였지만 가부좌를 틀고 앉은 지금도 전혀 작아 보이지 않고 오히려 거대한 산악이 웅크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굳이 이 ‘물건’에게 검을 거둔 이유를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대충 대답해주면서 잠시 쉬기로 했다.

“흐음. 이렇게까지 말이 많은 놈은 처음이군. 오늘은 나도 기념할 만한 날이니 특별히 들어주도록 하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공간을 가득 채운 어둠은 그 자체로도 소름 끼치는 위협을 주고 있었지만 기이하게도 그의 몸 가까이로는 접근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가부좌한 그의 정면으로 다시 짙은 회색이 뭉치기 시작했다.

“대화를 하겠다니 기쁘군. 자네 말투가 매우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니 내가 이해하도록 하지. 그리고 자네가 대화 중에 공격하지 않겠다면 나도 이 어둠을 거둘 용의가 있네만, 어떤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해 봄이.”

그가 피식 웃었다.

짙은 눈썹 밑의 봉황같은 눈에 오랜만에 감정이 비쳐 보였다.

“차원단열(次元斷裂)의 암흑공간(暗黑空間)은 능량(能量)의 소비가 대단하지. 내가 뜻대로 찢기지 않으니 유지하기도 어렵던가?”

거칠고 혼탁한 어둠의 목소리가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자못 침울한 느낌의 목소리였다.

이 어둠은 감정의 기복이 급격한 것 같았다.

“과연 알고 있었군. 단열은커녕 전위(轉位)도 거부하면서 좌표를 고정할 수 있다니? 게다가 그 상태에서 자신의 공간처럼 일상의 공격을 날릴 수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지만, 자네는 격외품위(格外品位)를 받은 자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군. 상식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자네의 특권일 테니. 하여간 내 제의를 받아들이겠는가?”

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불쾌한 어둠이 슬며시 물러가며 시야가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이제야 빛이 공간으로 들어와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족히 만 명을 수용할 만한 거대한 대전(大殿)이었다. 사방에는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은 거창한 기둥들이 늘어서 있고 그 기둥 위에는 반구형의 지붕이 투명한 유리로 얹혀 있었다.

바닥은 손바닥만 한 옥판을 짜맞추어 깔렸고, 사방 벽도 화려한 보석을 박아서 호화로운 문양을 구성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대전의 북쪽은 또한 황금판을 다섯 겹으로 깔아 댓돌을 만들고 그 위에 호박(琥珀)을 녹여 만든 보좌를 안치하였는데, 유리지붕을 통해 들어오는 석양빛에 온통 금벽(金碧)의 휘황한 빛이 줄기줄기 뻗고 있었다.

그 휘황찬란한 보좌 위에 한 인물이 앉아 있었다.

가슴팍에 해와 달을 수놓고 양쪽 소매에 산과 강을 그려넣은 황금 도포를 입고서, 머리에는 사각진 금관을 쓰고 발에는 금실로 수놓은 흰 가죽신을 신고 있었다.

150세, 혹은 200세,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데 짙은 회색빛 머리칼이 어깨까지 늘어져 있고, 각진 얼굴에 단정한 외모를 가진 노인이었다. 노인답지 않은 장대한 체구였지만 황금 도포를 걸친 자태에는 위풍이 당당하였고 두 눈에서는 신광(神光)이 번쩍거렸다.

제왕의 풍모!

그저 쳐다보기만 해도 위압 당할 것 같은 제왕의 기태를 보이는 노인이었다.

“흠. 아무래도 이런 모습이라야 대화가 편하겠지.”

노인이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다. 제왕의 모습을 가진 노인의 목소리는 바로 좀 전에 회색 어둠이 울려대던 그 목소리였다.

이 제왕과 같은 풍모를 보이는 노인이 조금 전의 그 어둠이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깨끗하군. 일족의 사령(死靈)까지 청소해버렸어. 전이시켰나, 아니면 환원했는가?”

이 거대하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대전의 바닥 중앙에 그가 앉아 있었다.

그는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았다.

헝클어진 긴 머리, 진한 눈썹에 그윽한 눈, 수척해진 얼굴 아래에는 깎지 않은 수염이 짙게 자라고 있었고, 검정 옷차림은 수수하기 이를 데 없어서 화려한 대전의 중앙에 앉은 모습은 마치 백옥의 들판에 검은 먹물을 떨어뜨린 것 같았다.

그러나 성광(星光)이 빛나는 그윽한 눈빛에 장중한 자태는 극히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호화로운 금벽의 치장이 싸구려 모조품처럼 느껴지게 하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 일단 너 소시모리의 이름은 무엇이냐?”

제왕같은 노인이 회색 눈썹을 찌푸렸다.

“세월을 무시하는 무례함이란. 할 수 없군. 나는 지장선(地長仙) 개임(凱壬)이라고 한다.”

편안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그가 천천히 팔짱을 끼며 오연한 자세로 지장선 개임이라고 자신을 밝힌 노인을 쳐다보았다.

“좋아. 개임.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개임은 상당히 불쾌하다는 듯 오만상을 찌푸렸지만, 곧 인상을 펴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자네도 알았겠지만 나는 소시모리야. 이 세상에 있어서 나의 존재는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어 있지 않은가? 자네가 비록 명(命)을 받아 하는 일일지라도 내 존재를 멸절할 수는 없는 법. 내 일족이야 자네에게 소멸할지라도 나만은 예외라는 거지.”

픽하는 웃음이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뭐야? 결국은 소시모리라고 살려달라는 얘기인가?”

개임은 그에게 말이 중간에 잘렸지만, 얼른 입을 열었다.“창세(創世)의 약속을 어길 셈인가? 자네가 비록 빛의 대행자라 해도 나나 자네나 모두 일신(一神)의 세상에 속해있거늘…”

“시끄럽다!”

그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마치 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이 엄청난 호통소리에 대전이 가볍게 흔들거렸다. 개임도 놀란 모습으로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의 눈에서 정기가 번쩍이면서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왔다.

“개임 잘 들어라. 네 더러운 입으로 창세지약(創世之約)을 떠들지 마라. 사백력(斯白力)의 하늘에 계시는 우리 하느님이 들으실까 걱정이다. 네가 소시모리로 세상에 와서 신대에서부터 내려왔으니 세계의 변역(變易)과 조화의 율법을 짐작할 것이다. 천주(天主)의 뜻을 거스르고 스스로의 욕심으로 망령된 길을 걸은 주제에 소시모리라고 할 수 있겠느냐? 지금 너 스스로 모습을 보아라. 세상에 올 때에 받은 하늘의 가르침은 다 어디로 갔는가?”

엄청난 꾸짖음이었다.

개임의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마에 솟는 땀.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그는 말을 마치고는 별빛처럼 빛나는 눈으로 개임을 쏘아보았다.

산악과 같은 그의 모습에 위엄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의 위엄에 커다란 대전이 짓눌리는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개임이 지고 싶지 않다는 듯이 어깨를 추켜세우며 호박 보좌에 등을 기대어갔다.

나름대로 자신의 기세를 다시 회복하려는 안간힘이었다.

개임의 창백해진 얼굴이 실룩거리면서 악 다문 입 사이로 말이 새어나왔다.

“흐흐흐…나를 이렇게 보는 앞에서 모욕할 수 있나? 세상이 창조될 때 소임을 맡아 신대의 그 영원할 것 같은 시간 속에서 생명의 길을 쉼 없이 걸어온 나야. 갖가지 생명을 배육(培育)하면서 세상의 조화를 위한 역할을 했단 말일세.”

개임은 말을 하면서 차츰 안정되어 가는지 원래의 기태를 되찾아가기 시작하였다.

개임은 뒤로 기대었던 몸을 앞으로 당기며 두 손으로 깍지를 끼고는 그를 응시하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근원을 잊고 주어진 힘에 도취해서 지배를 꿈꾸던 녀석들도 있지. 그건 인간의 세상에 너무 가까이하면서 물들어버린 탓이기도 해. 하여간 인간과 교류하면 본질을 잃기가 쉽거든. 우리 소시모리가 신께서 세상을 지탱하게 하신 기둥이라는 고귀한 신분임에도 그 하찮은 인간들 때문에 골치 아픈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저 천손(天孫)이시라면 될 텐데 신께서는 왜 그 하찮은 인간들을 또 세상에 놓으셨는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거든?”

개임이 슬며시 그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이제 개임에게서는 고뇌하는 제왕의 괴로움이 묻어나고 있어서 연민의 위로라도 건네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서는 추호의 변화도 없었다. 조금 전의 꾸짖음 이후로는 그저 위엄 있는 모습으로 개임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특히 이 사람이라는 생명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연진(演進)하면서 신대의 조화를 깨고 있단 말이야. 자네가 조금 전에 말했지만, 세계의 변역과 조화의 율법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알고 있지. 세계의 변역은 우리 소시모리들에 의해 생육이 결정되는 만물의 점진적인 흐름이고, 조화란 세상이 있는 그대로 틈 없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이하여 그 인간 따위에게 세상의 길라잡이를 맡겨야 한단 말인가? 이게 말이 안 되는…”

“입 다물어!”

이번에는 그다지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형언하기 어려운 무서운 힘을 실은 말이었다.

그가 개임의 입을 봉해 놓고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누가 너더러 일신의 뜻을 헤아리라 했느냐? 네가 오래 살았다고 하면서 아직 편(偏)과 전(全)의 의미도 못 깨달았단 말이냐? 사람에게 신의 뜻이 남겨져 있음도 보지 못했는가?”

꾸짖음도 조롱도 아니었다.

그저 담담히 내뱉는 말투였지만, 어쩐지 은은히 안타까움이 배어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저 잠시 쉬어 가려 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이 ‘물건’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인지 가장 기본적인 깨달음이 결여되어 있음을 진작부터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는 빨리 일을 마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개임이 뒤통수를 맞은 듯 멍청하게 입을 벌렸다.

조금 전의 창백했던 얼굴이 완전히 검은빛으로 변해갔다.

경악이 지나쳐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

찬란한 사각 금관도, 호화로운 황금 도포도 문득 빛을 잃었다.

그는 개임을 바라보며 천천히 팔짱을 풀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산악이 해일처럼 일어서는 것 같았다.

“개임 네가 지금 사람의 모습을 하고서 사람의 말을 지껄이며, 사람의 부귀를 탐내는 것도 다 전일(全一)의 뜻이 어디 있음을 알고 있는 증거다. 곱게 소멸을 받아들여라.”

마지막 판결과 같은 말투였다.

경악과 두려움에 질린 개임이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파아앙!

그가 앉았던 호박 보좌가 폭발하며 부서져 나갔다.

개임의 회색빛 머리칼이 마치 해초처럼 너울대며 황금 도포가 태풍을 만난 듯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개임이 광소를 터뜨리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오랜 세월에 걸친 행공(行功)으로 내 진성(眞性)을 얻었거늘, 나를 세상에서 내몰려 하다니? 내가 이를 용납할 것 같으냐? 설사 신의 뜻이라 해도 난 받아들일 수 없어.”

개임의 눈빛은 이미 흉악한 살기로 가득 차 있었고, 치켜든 두 손 위로 소름 끼치는 기운이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아쉬움이 밴 작은 목소리로 그가 중얼거렸다.

“이래서 사마요괴따위와는 말을 섞는 것이 아닌데.”

개임의 거칠고 혼탁한 목소리가 불을 뿜을듯한 분노로 터져 나왔다.

“네 이놈. 빛의 대행자인 네놈을 기어이 암흑 속에 쳐넣어 주마! 그렇게 되면 신의 의지도 다시 해석할 수 있겠지.”

개임의 두 손 위에 있던 소름 끼치는 기운이 이제 전신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커다란 대전의 사방에서 음습하고도 악랄한 느낌들이 몰려나오고, 공기까지 답답하고 매캐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개임이 존재하는 공간 모두가 개임의 손끝에 휘둘리는 것만 같았다.

죽음이다.

공간 전체에서 표현하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다.

누구라도 이 공간에 있다면 즉시 생명을 잃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우뚝 선 자세 그대로 물끄러미 개임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이 모습이 오히려 개임을 애처롭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서 개임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흐흐흐. 네놈 정말 오만하기 이를 데 없군.”

개임이 치켜든 두 손을 그에게 겨누며 이를 갈아붙이듯이 지껄여대었다.

“지금은 해가 지고 달이 뜨기 전의 어둠의 시간. 네가 비록 격외품위를 받은 자라 할지라도 암흑공간의 차원유폐(次元幽閉)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차원단열이 소용없다지만 네놈이 있는 공간 전체를 이 세상에서 격리시켜버릴 테니까! 별세계로 보내줄 테니까 돌아올 생각도 하지 마라. 네가 날 소멸시키겠다고 하지만 누가 이 세상에서 내몰리는지 보아라!”

뭉클.

개임을 중심으로 어둠의 공간이 폭장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과 같은 살아 있는 듯한 불쾌한 어둠이 대전을 메우며 그에게 몰려들었다.

다른 점이라면 그 어둠이 대전 전체를 뒤엎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우우우웅!

마치 벌떼가 몰려드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둠이 그의 전신을 난도질하듯 미친 듯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가 딛고 서 있는 옥돌 바닥이 움푹 내려앉으며 미세하게 갈라지고 있었다.

“크흐흐흐흐흐.”

개임이 흉물스럽게 웃으며 양손을 묘하게 움직였다.

미친 듯이 꿈틀대던 어둠이 윤기를 흘리며 수없이 많은 다면체로 고형화되기 시작했다.

어울리지 않는 육면체, 원뿔, 구 등이 흉악하게 뒤엉켜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느 별세계로 갈지, 머리와 몸뚱이가 따로 갈지, 손과 발이 따로 갈지 모르지만 이제 떠나라구…. 흐흐흐.”

개임의 득의양양한 말소리와 함께 각 다면체가 굳어지면서 천천히 어긋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게 뻔하였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다면중첩(多面重疊)의 응축암흑장(凝縮暗黑場)이라…”

오히려 그 고형화되는 어둠 속에서 감탄했다는 듯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굳어져 가는 다면체 속에서 허리춤의 검에는 손도 대지 않고 왼손을 품에 넣어 한 물건을 꺼내어 들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커 보이는 구리거울이었다. 검푸른 빛이 도는 거울은 테두리에 정묘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고, 매끄러운 거울 면에는 언뜻 기묘한 문양이 비추어 보였다.

상당히 위험한 지경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그의 동작은 하나하나 여유 있는 기품을 가지고 자연스럽기만 하였다.

별빛 같은 봉황의 눈이 구리거울을 바라보자 알 수 없는 감정이 떠올랐다.

“이 정도의 능력을 갖춘 소시모리는 오랜만이군.”

그는 그 거울을 그윽한 눈으로 보더니 개임 쪽으로 거울 면을 비추었다.

파앗!

쾅!

고형화된 어둠이 폭발하여 사방으로 비산하면서, 폭장하던 불쾌한 어둠이 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크악!”

소름 끼치는 기운을 두 손으로 내뻗던 개임이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가 비명을 질러대었다.

황금 도포에서 내밀어 진 두 손, 사각 금관 밑의 얼굴이 순식간에 질척한 진흙처럼 변해버렸다.

조금 전까지 승리를 확신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되어버린 것이다.

흉악한 어둠은 흔적도 없이 스러지고 오직 알 수 없는 무형의 맑은 기운이 개임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으윽, 이것은 보, 보경지력(寶鏡之力)!”

개임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자신의 녹아내리는 진흙같은 두 손을 흔들어대었다.

“말, 말도 안돼. 인(印)이 새겨진 수정대제(水精大帝)의 고경(古鏡)이라니? 이미 사라진 물건일 텐데? 안돼! 원형이 드러난다…”

개임이 처절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비척비척 뒤로 물러났다.

그 거울이 한 번 나타나자 온 대전에 가득하던 불길한 기운들이 모조리 사라져 버린 것이다.

처참한 개임의 꼴을 쳐다보던 그는 거울을 다시 품 속에 넣고 허리의 검을 뽑아들었다.

어쩐지 조금 전의 검을 더럽히기 싫다는 느낌도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일이란 바르고 빠르게 해야 하는 법.


거울이 사라지자 무형의 맑은 기운이 사라지고, 찬란한 검기가 빛나기 시작했다.

“인제 그만 소멸해라.”

그는 조용히 개임을 겨누면서 검을 크게 위에서 아래로 휘저었다.

엄청난 빛이었다.

그를 중심으로 천지를 잇는 듯이 거대한 빛의 기둥이 대전을 통째로 갈라버렸다.

콰쾅!

유리지붕이 반으로 갈라지고 옥돌 바닥이 쪼개지는 연장선 위에 개암의 전신이 황금 댓돌과 함께 무너져내렸다.

“으악!”

댕그렁.

부서진 사각 금관이 황금 댓돌 위로 굴러떨어졌다.

한 무더기의 짓이겨진 진흙 덩어리가 황금 도포와 같이 나뒹굴고 있었다.

무서운 파괴력이었다. 대전이 반 조각이 나버리고 기둥과 벽이 쩍쩍 금이 가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크윽. 이, 이럴 수가… 수백 년의 행공이…”

진흙 덩어리로 변한 개임에게서 혼탁한 목소리가 가늘게 흘러나왔다.

검을 수납하던 그가 처음으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가 놀라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극히 드믄 일이었다.

“아직도 살아 있는가? 대단한 생명력인데?”

이미 한 무더기의 진흙 덩어리가 되어버린 개임의 목소리가 다시 새어나왔다.

“이렇게나 허무하게 당할 줄이야…이건 태백검(太白劍)이겠군?”

“그래.”

“정녕 신이 내려준 빛의 검이로군… 보경과 태백이라니, 수천 년 행공도 아무 소용이 없구나…”

탄식에 뒤섞인 목소리였다.

그런 소리를 내는 진흙 덩어리를 바라보던 그가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열었다.

“보경과 태백까지 알아보다니, 백 년 동안 사괴요마와 흉신악살들을 처리했지만, 너처럼 박학다식한 놈은 처음이다.”

개임의 원형이던 진흙 덩어리가 차츰 말라가기 시작했다.

“그건 칭찬인가? 고맙군.”

도저히 못 견디겠다는 듯이 개임이 얼른 말을 이어갔다.

“그 상으로 라면 좀 뭐하지만, 완전소멸되기 전에 마지막 한마디만 들어주게.”

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진흙 덩어리가 뿜어대는 증기를 쳐다보았다.

“아는 게 많은 놈이 말도 많다는 말이 딱 맞는군. 무슨 말인지 해 봐.”

말라서 푸석해지는 진흙 속에서 다시 거친 소리가 새어나왔다.

“아까는 두려움과 분노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했어. 백 년 간 자네에게 소멸당한 많은 소시모리와 그 일족들이 제일 궁금했던 것은 바로 한 가지였네.”

그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가 어떤 반응을 하든 개임은 상관없이 말을 이어갔다.

“도대체 그렇게까지 백민(白民)을 수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천손(天孫)의 환(桓)도 이미 희미한 기억인데…”

묵묵부답.

그는 눈조차 깜박거리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던 개임이 다시 말소리를 내었다.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인가? 할 수 없군. 그러나 자네가 그렇게 사람들을 지켜주어도 결국은 사람들에게 버림받을 걸세. 내가 비록 사람을 부러워하긴 해도 그 수많은 세월 동안 지켜본 사람의 본성이란 그런 거니까. 자신들을 지켜준 자네라 할지라도 자기들과 너무나 다른, 너무나 뛰어난 자네는 결국 사람들 속에 용납되지 않을 거야. 사람들 눈에는 자네나 나나 별 차이 없이 보일 테니까.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서 자네한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묵묵부답.

그는 그저 물끄러미 개임의 원형을 쳐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의 표정이나 눈빛에서는 어떠한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이제 거의 마른 흙덩어리로 변해가는 개임이 계속 떠들어대었다.

“내가 지켜본 시간을 기초로 추측해보건대, 인간은 무한히 발전할 거야. 신을 위협할 정도로. 그러나 그 때문에 하나(一)라는 신의 가르침을 잊고 말겠지. 자네가 조금 전에 나를 꾸짖었던 것이 그대로 사람들 사이에 나타날걸? 우리 사괴요마들이야 전이든 환원이든, 어떤 형태로도 다시 세상에 존재할 방법이 있지만, 그때는 우리만이 사람의 위해요소는 아닐 거야. 오히려 조화의 율법을 깨트리는 것은 인간일 수도 있지. 그때 자멸의 길을 가는 백민을 자네가 수호할 수 있을까?”

아무 말이 없던 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

“태백검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모르나?”

개임의 마른 흙덩어리가 갈라지며 부서져 나갔다.

“흐윽…그, 그렇군.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군. 아아, 이젠 시간이 없어. 한 가지만 더 알려주게, 오늘이 기념할 만한 날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 난 궁금하면 결코 눈을 못 감아.”

그에게서 또 감정의 빛이 드러났다.

꽤나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해야만 하는 상황이 조금 짜증이 나는 듯했다.

“오늘이 명을 받은 백년지행(百年之行)의 마지막 날이다.”

“그렇다면 오늘만 넘겼다면 나도…이런, 정말 재수가 없었군.”

“인제 그만 가라.”

부서지던 흙덩이가 이제는 먼지로 변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래. 건곤천지(乾坤天地)에 가장 위대한 자, 풍백(風伯) 석제라(釋提羅)! 정말 알고 싶군, 신대를 끝내는 자네가 수많은 시간의 흐름 뒤에 어떤 결말을 맞을지…”

파스스.

그 말을 마지막으로 개임은 흙먼지로 바스러져 버렸다.

그, 건곤천지에 가장 위대한 자 풍백 석제라라고 불린 그는 여전히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은 얼굴로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부서진 대전을 훑어보고는 조용하고도 장중한 걸음걸이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대전을 빠져나가 떠오르는 달빛 속으로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궁금했다면 어찌 명을 받았겠는가. 나의 결말은 너무나 멀리 있고, 공업(功業)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백 년의 일을 끝낸 자, 풍백 석제라.

오랜 과업을 완수했음에도 그에게서는 일말의 편안함도 찾기 어려웠다.

오히려 해야 할 큰일을 앞에 둔 사람처럼 침착하고도 신중한 모습만이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와 함께 할 뿐이었다.

폐허처럼 부서져 버린 거대한 대전만이 그의 침중한 뒷모습을 배웅하고 있었다.

그렇게 신대는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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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1

  • 작성자
    Lv.1 sy*****
    작성일
    11.01.09 21:17
    No. 31

    역시 좋은 글입니다.
    좋은 글은 흥을 돋구죠.....
    아울러 사무실에서의 농땡이까지도.......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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