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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하인
작품등록일 :
2011.12.18 16:42
최근연재일 :
2011.12.18 16:42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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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09

작성
10.08.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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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유협전기 제7장 - 호반상우(湖畔相遇) 1

DUMMY

제7장 호반상우(湖畔相遇)


사도운은 이심호와 인사를 나누자 좀 전에 언고흔이 왜 그렇게 어색한 유생 흉내를 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심호라는 젊은이는 묘한 기품이 있어서 사람에게 친밀감을 주면서도 예의를 차리게 하는 데가 있었던 것이다.

사도운이 얼핏 주루에서 보았던 녹수라는 궁장여인을 떠올렸다.

두 사람이 어쩐지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신과 언고흔의 이름을 듣고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것까지 두 사람은 닮은 꼴이었으니,

‘무림인이 아니란 말인가? 형님과 내 이름을 듣고도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것 같으니…’

사도운이 잠시 염두를 굴리는데 언고흔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왔다.

“하하하하, 이런 데서 소형제를 만나게 되니 이것도 인연이겠지. 그래, 소형제는 이 흉물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가?”

이심호가 맞잡았던 두 손을 천천히 내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낭패인이란 사악한 역천사령술(逆天邪靈術)의 하나인 사람을 짐승으로 둔갑시키는 점인화수(點人化獸)로 만들어진 늑대인간을 말합니다. 보아하니…”

이심호가 말을 끌면서 주위에 흩어져있는 흑의인과 이리괴인의 시체들의 수를 세었다.

“하나, 둘…, 네 쌍의 낭인(狼人)을 한 명의 패인(狽人)에게 귀속시켜서 족군(族群)의 방도로 속성시킨듯 한데, 방도가 불안정해서 제어가 깨진 것 같군요.”

말을 하면서 이리괴인의 시체 옆으로 다가가던 이심호가 문득 발을 멈추며 몸을 가볍게 털었다.

“이런 잔인한 짓을! 아무리 사법이라지만 이렇게 많은 생령을 상하게 하다니.”

이심호가 고개를 돌려 살아남은 두 명의 흑의인을 쳐다보는데, 청수하고 단아한 그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굳어져서 무척 화가 나 보였다.

이심호가 이리괴인의 시체에서 무수한 살생의 흔적을 느꼈던 것이다.

이심호가 한 쪽에 웅크리고 모여 있는 두 흑의인을 잠시 냉엄하게 바라보다가 얼굴을 풀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후. 사법이 깨졌지만 죄얼(罪孽)이 막심하니 생명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

언고흔과 사도운의 눈이 자연스럽게 그 말에 따라 두 흑의인을 바라보는데, 이심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흑의인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입에서 검은 피를 흘리며 두 눈을 까뒤집고서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두 흑의인까지 갑자기 죽어버리자 언고흔의 입에서 막막한 탄성이 터져나왔다.

“허! 이렇게 되면 내막을 알아낼 길이 없잖아.”

두 흑의인의 시체를 보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언고흔을 기이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이심호가 사도운에게 고개를 돌렸다.

“언대협은 무슨 일로 저리 아쉬워하십니까?”

사도운이 검을 검집에 넣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형님과 나는 원래 이놈들 중의 하나라도 생포하여 이런 괴상한 짓거리의 내막을 알아볼 작정이었소. 좀 전에 소형제가 잡아 준 두 놈이 사람꼴로 돌아오는듯 해서 기대를 했는데 다 죽어버리니, 지난 석 달 동안의 추적이 헛수고가 된 셈이라 허탈해서 저런다오.”

사도운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데 소형제는 이 사법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구료. 좀 전에 해준 말이 어려워서 나는 잘 못 알아듣겠던데, 좀 자세히 얘기해줄 수 있겠소?”

이심호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네. 점인화수는 사람을 짐승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점인화수는 사람에게 제혼(制魂)의 술법을 걸고 미망(迷忘)의 약물을 투여하여 인성(人性)을 마비시킨 후에 필요로 하는 짐승의 수성(獸性)을 주입시켜 부리는 방법으로 본래는 고대 노예사육의 비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소처럼 일하게 하고, 개처럼 시키는 대로 하며, 원숭이처럼 재롱을 부리게 하는 것이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서 보통은 갓난아이 때부터 시작되는 사법이었다.

주(周)가 건립되면서 금지시켜 사라졌다가 사문(邪門)에 흡수되어 더욱 괴악한 사술로 변형되었는데 주로 호랑이나 표범, 곰이나 늑대같은 맹수의 흉성(凶性)과 강한 힘을 부려 적을 공격하는 데 쓰였다.

후에 무림에 전해지면서 유명궁(幽冥宮)이란 사파(邪派)가 이를 자신들의 역천사령술에 흡수해서 무공을 지닌 괴인들을 제작하여 크게 세상을 어지럽혔던 적이 있었지만, 유명궁의 멸망과 함께 실전되었다.


길게 이어지는 이심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던 언고흔이 문득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유명궁이라고?”

사도운이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언고흔을 궁금하게 쳐다보았다.

“형님 들어본 적이 있어요?”

“한 삼백년 전 쯤에 무림을 크게 혼란에 빠지게 했던 사도문파라고 했다. 세상에 유전되는 모든 사도대법은 전부 그 유명궁에서 유출된 것이라고 해서, 사도를 따르는 자들은 유명궁을 조종(祖宗)으로 모신다더구나. 어렸을 때 집안 어른에게 들었던 얘기인데….”

사도운이 고개를 모로 꼬며 인상을 찌푸렸다.

“삼백년 전에 멸망한 문파라니 이것들과 연관지을 수는 없을 것이고, 이 사법을 도대체 어떻게 찾아서…”

말을 끌며 생각하던 사도운이 다시 이심호에게 물었다.

“그런데 소형제가 아까 말하던 무슨 속성의 방도란 건 또 뭐요?”

이심호가 두 사람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늑대가 가족무리를 이루는 성향을 이용하는 겁니다. 두 명을 한 쌍의 암수로 삼아 짝을 만들고 그 가족들을 한 명의 앞다리가 짧은 장로격 늑대인 패에게 귀속시켜서 무리 전체를 통솔하게 만드는 것인데, 빠르게 늑대의 수성을 기를 수는 있지만 중간에 짝이 깨지면 무리의 수성이 강해지면서 오히려 패를 죽이고 마음대로 살생을 저지르는 미친 늑대로 변해버리지요. 게다가…,”

이심호의 눈이 이리괴인의 짧은 양팔에 옮겨갔다.

“이 패라는 장로격 늑대인간은 만월(滿月)의 음공(陰功)으로 양팔을 강제로 퇴화시키는 과정을 겪으면서 아주 잔악한 심성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사도운이 가볍게 손을 휘둘러 이리괴인의 소매를 찢자 어린아이 손처럼 조그맣게 쪼그라든 두 팔이 드러났다.

“과연! 옛날 얘기에 나오는 낭패와 다를 바가 없군.”

이심호의 설명을 듣자 좀 전의 괴이한 변화도 이해가 되었다.

이심호는 피웅덩이에 잠겨있는 이리괴인의 시체를 보기가 역겨운지 눈살을 찌푸리며 오른 손을 휘둘러 바닥에 일장을 가했다.

비록 천일연공으로 심성을 단련했지만 본래 순후한 성품이라 참혹한 광경을 차마 오래 지켜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파앗.

흙이 솟구쳐 이리괴인의 시체를 덮어가는 걸 보는 언고흔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소형제의 수법이 정교하군. 그러고보니 좀 전에 숲에서 무슨 수를 써서 두 놈을 제압했는가? 단번에 그 사악한 수성이 사라진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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