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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화보Zen 님의 서재입니다.

무위자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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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화보Zen
작품등록일 :
2022.12.21 20:45
최근연재일 :
2023.04.2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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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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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1,677

작성
22.12.2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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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억지로 화려함이 없는 짜장.3

DUMMY

약간의 소동이 있었지만 약속 시간에 지장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정각 8시.


놀랍게도 아직 백지원은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거 놀랍구만. 자기가 정한 시간도 못 맞추는 그런 여자였나······?



고요한은 어디에 앉아야 할지 갈등하면서 생각했다.



-이게 누구야? 용문반점의 미녀 요리사 아니신가?



대만반점0070 본점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니 백지원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히 미인이긴 한데 어딘지 고집이 느껴지는 요한 구석이 있는 외모.


분명히 작은 체구의 소유자인데 야무진 인상을 주는 갈색 단발머리의 여성.



-저 친구랑 할 말이 좀 있어서요.



지원은 요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제야 대만반점의 사장도 요한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남자친구야?



사장의 말에 지원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손사레를 쳤다.



-우리 요리사 중에 막내 식사장! 이자 제 조수!


-아, 그 친구가 저 친구야? 얘기를 들은지가 언젠데 이제야 얼굴을 보네!



껄껄 웃는 사장을 뒤로 하고 지원은 요한이 서있는 바로 옆 테이블에 냉큼 앉았다.



-앉아앉아.



앉아앉아?


요한은 냉큼 앉았다.



-조리장님이랑 이렇게 따로 보는 일도 다 있네요?


-그러게 말이야.


-무슨 일이에요?


-잠깐만, 요리부터 좀 시키고. 여긴 볶음밥에 간짜장, 군만두를 먹어봐야하는 곳이지.



지원은 날카로운 분석으로 메뉴 주문할 준비를 끝내버렸다.



-추가할 것 있니?


-요리도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럼 탕수육 하나 추가.


-······젠장.



뭔가 열받는 지원의 주문 방식에 요한은 분노를 삼켰다.


요리를 주문한 두 사람은 잠시 차를 마시며 홀내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이런 대중적인 프랜차이즈는 허접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튀는 부분이 있어서도 안 되는 편안함이 있어야했다.


대만반점0070은 그런 기본적인 인테리어에 충실한 곳이었다.



-호연을 봤다고? 어떻게?



지원은 갑자기 생각났는지 새삼스럽게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물었다.



-······집에 왔었는데요.


-몇 년 만에 본 것 아니니? 좀 변했디?


-삼 년 전보다 좀 더 예수처럼 생겼던데요.



요한의 말에 지원은 피식 웃었다.



-요즘 반가운 얼굴들이 많이 보이네. 요리대전에 수진이도 나왔던데?


-······괜히 거기 나가서 가게만 망했잖아요.


-그러게. 걔 이제 어떡하니? 너랑은 가끔 연락하는 사이 아니었니?


-그랬죠. 가끔 술도 마시고 그랬는데 자기 가게 준비할 무렵쯤부터는 잘 못봤네요.


-넌 그럼 걔 불······그 사실도 알고 있었니?


-전혀 몰랐죠.



지원도 보이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래 뭐. 남의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우리 이야기를 하자.


-좋죠, 이제 용건 나옵니까?


-앞으로는 너랑 내가 화수목을 전담하게 될 거야. 니 삼촌이자 내 사부님인 용문반점 4대 점주 고강렬씨는 스폐셜한 예약 손님을 맡으실 거고. 그러니까 너랑 한 번 얘기해봐야겠지? 그래서 저녁을 먹자고 생각했을 뿐이야.



지원의 말에 요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주말은요?


-니 삼촌이자 내 사부이자 용문반점 4대 점주 고강렬씨의 아들 고강준이 중국에 유학갔다가 죽은 건 친척인 니가 더 잘 알고 있지?


-네.


-그때 같이 갔던 니 삼촌이자 내 사부이자 용문반점 4대 점주 고강렬씨의 수제자 곽우진이라는 사람이 돌아오거든. 주말을 그 사람이 맡기로 했어.


-······조리장님은 주방장님의 결정에 뭔가 불만이 있으시죠?


-어떻게 알았니?


-그, 니 삼촌이자 내 사부이자······그 말을 자꾸 하니까요.


-······고강렬씨가 니 삼촌인 건 맞잖아.



지원의 입 주둥이가 잔뜩 튀어나온 것을 보니 뭔가 못마땅한 것이 분명했다.



-점심까지 요리하고 좀 쉬는데 곽우진이 나타나서 4대 점주 되시는 고강렬씨랑 대화를 하더라고.



지원은 뭔가 울컥한 말투로 말했다.



-그런데 오늘이 금요일이잖아? 당장 오늘 저녁부터 지가 하겠다네? 참나, 바로 나왔지 뭐······!



이번에는 요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구라도 띠꺼움을 느끼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아무튼 무슨 말인지 알겠지? 거기가 한팀, 우리 이렇게가 한팀이야.


-거기가 한팀? 우리가 한팀?


-응.


-오후형이 곽우진이라는 조리장님하고 일하게 된 거네요?


-박오후가 마침 오늘 있고 넌 없었으니 그냥 그렇게 된거야.



박오후라는 뚱뚱한 조리장은, 특징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간단하게 돼지라고 할 수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요리에 진심인 돼지였다.



-혹시 너도 그 사람이랑 일하고 싶니? 하긴, 나보단 많이 알 거야. 중국 유학도 갔다 왔고.



지원의 말에 요한은 손사래를 심하게 쳤다.



-전 지원 조리장님한테 배워서 삼 년 만에 불판에서 일하게 됐어요.



요한은 테이블까지 탕탕쳐가면서 격하게 말했다.



-다른 누가 이렇게 요리를 제대로 알려줍니까? 있다면 한번 말해보시죠!



요한의 말에 지원은 한숨을 쉬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 고민한이 죽고 할아버지 고강호가 보내주는 생활비로 홀로 지냈었다.


어머니는 그보다 훨씬 더 과거에 이혼을 하고 떠나서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


대학 전망이 안 보이는 과를 일년 다니다가 그만두고 방황하던 시절에 손 내밀어준 사람이 삼촌 고강렬이었다.


삼촌과 함께 요리를 가장 가까이서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백지원이었다.



-그건 니가 노력한 거지. 몇년간을 니 밥도 니가 만들어서 먹었잖니. 용문반점의 메뉴들로.


-어쨌든 지원 조리장님이 알려준대로 만든 것 아닙니까? 반복숙달했을 뿐 제 요리의 근본은 다 지원 조리장님한테서 나왔다 이 말입니다!


-······너가 빨리 배워서 올라온 덕분에 쉬는 날이 많아졌으니 윈윈했다고 치자. 됐지?



월요일은 가게 청결과 재료 준비를 위한 정기휴무일이므로 이제 4일을 쉬게 된 셈이었다.


좀 많이 쉬는 게 맞긴 하지만 일을 줄였다고 돈도 줄일 고강렬이 아니다!


직원 복지 부분에서 좋은 마인드를 가진 고강렬이므로 요한은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쓸지가 걱정이었다.



-돈을 줄이진 않을 테니 남는 시간에 공부나 하라는데 뭘 공부하란 건지······



마치 요한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지원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야 뭐, 요리에 살고 요리에 죽는 거죠. 한식도 공부해둘까요?


-얘 좀 봐. 이제 진짜 요리사인 척 하네?


-맞잖아요! 그런데 지원 조리장님이랑 곽우진 조리장님은 잘 아시는 사이죠?


-······한땐 같이 일했었으니까. 호연이도 왔는데 우진 선배까지······이게 무슨 우연이니?



지원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호연이 용문오요에 대해서 얘기하던데, 강준형빼고는 다시 모인 거네요.


-몰라, 그건 이젠 나하곤 상관없는 얘기고. 요한 너도 호연이 뭐라든 그쪽으론 빠지지 마.


-제가 그런 거에 왜 관심을 갖겠어요?


-하긴 넌 그런 거에 전혀 관심 없어 보이긴 해. 그래도 그냥 걱정이 돼서······.



요한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삼촌 고강렬과 성격이 비슷한 것인지 요한도 무공 같은 것엔 딱히 관심이 없었다.


그저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데 관심 있을 뿐이었다.



-모처럼 쉬는 날도 많이 생겼는데 술 한잔 할까?


-그러죠. 전 솔직히 너무 좋습니다 지금.



테이블에 놓이기 시작한 음식들을 보며 지원은 고량주도 한 병 주문했다.


대만반점0070 본점의 군만두만큼은 사장 진덕원이 직접 수제로 만드는 작품이었다.


중식에서 가장 흔한 것이 군만두이지만 가장 그 맛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것도 군만두라.


그곳이 어디건 직접 만든 군만두가 있다면 먹어볼 가치가 충분한 요리인 것이다.



-군만두가 참 오묘한 요리야. 배고플 때 몇 개 구워서 간식으로 먹을 수 있고 안주로도 좋고 심지어 밥반찬으로도 훌륭하지.


-찐만두로는 뭔가 부족한 게 있죠.


-너도 군만두의 훌륭함을 아니?


-가끔 강준형이 놀러와서 시간이 남는 날엔 맨날 군만두를 만들어 먹었었죠. 강준형도 군만두 예찬론자였거든요.


-맞아. 나도 그 사람한테 들었던 거야.


-강준형이랑 많이 친하셨잖아요?


-응, 친했어.


-사실 강준형한테 지원 조리장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죠.



요한의 말에 지원의 입이 쩍 벌어졌다.



-고강준이 뭐랬는데?


-당장은 아니지만 결혼할 거라고요.



지원의 쩍 벌어진 입이 좀 더 벌어졌다.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었어? 또 뭐래?


-······형이 수다스러운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사진을 보여줬었죠.



요한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어쩐지 처음 용문반점에서 봤을 때부터 뭔가 나한테 친숙하게 굴더라.


-그랬나요? 그렇게 느끼셨다는 것도 지금 알았네요.


-그동안 우리가 대화가 부족하긴 했어. 난 나대로 바빴고 너도 요리를 배우고 적응할 때까지 정신이 없었을 만도 해. 이제 여유가 생길 것 같으니 좀 다르게 지내보자.


-저야 잘 부탁드릴 뿐이죠.



요한의 대답을 들은 지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오늘 곽우진 때문에 있었던 일은 짜증나지만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그림은 나도 마음에 들어.


-오히려 좋아.


-요한이 넌 남는 시간에 뻘짓 좀 할 것 같은 느낌인데? 니가 수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저도 알아요. 수진이한테서 먼저 연락이 온다면 술이나 한 잔 하면서 얘기나 좀 들어볼게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요한의 대꾸에 지원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맛있는 군만두 맛을 본 다음 요한은 탕수육도 한 입 먹어보았다.


가운데에 양념이 잔뜩 묻어있고 변두리는 그냥 아무것도 묻지 않은 고기튀김이었다.


바로 이것을 먹어봐야하는 것이다!


요행 없는 순수한 고기튀김을 입에 넣은 요한은 그 맛을 음미해 보았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감칠맛이 난세에 태어났더라도 요리 솜씨 하나만으로 세상을 살아갈 만했다.



-이제 쉬기 전날 밤에 자주 이렇게 먹어도 되겠어요. 괜찮지 않습니까?



요한은 말하기 무섭게 간짜장을 비비기 시작했다.


보통 대만반점0070은 그저 대중의 입맛만을 노린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사실 그 말이 맞지만?


강남에 있는 이 대만반점의 본점만큼은 어느 정도 자신만의 맛이라는 게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아까 골드에서 플래티넘 오간다는 전승우의 발언은 틀린 것이다.


적어도 대만반점0070 본점만큼은 최소 마스터 티어 정도는 되는 맛임이 틀림없다.


간짜장조차도 본인의 꾸덕함을 증명하느라 제대로 비벼지지도 않는데.


이런 간짜장이 다른 대만반점의 프랜차이즈 분점에 있다고?


단호히 말하는데 그럴 리 없다.



-우린 팀이고 난 팀장인 셈이니까 자주건 가끔이건 이렇게 대화할 필요는 있지. 불만 사항이 있다면 나한테 얘기하고.



어느새 탕수육과 볶음밥까지 맛보면서 지원이 대꾸했다.


볶음밥은 짜장소스가 따로 나오지 않고도 간이 딱 맞는 바로 그 맛이며


밥알의 찰기와 볶아진 정도가 완벽하여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맵다기보다는 개운하게 입 안을 씻어주는 짬뽕 국물까지.



-먹다보니 여기 너무 맛있는데요? 남의 집 중식을 이렇게 맛있게 먹어도 되나······.


-넌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은 요리산데 견문을 넓혀야지. 여기저기 다니면서 먹어봐. 맛있는 데가 많아. 사천곡성도 맛있고······ 아무튼 많아.



지원은 말히면서 잔을 내밀었고, 술잔을 마주친 두 사람은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물론 때깔이 곱다고 꼭 맛있는 요리는 아니지만 때깔이 고운 요리에 백주 노주노교가 술술 들어가니 두 사람은 거하니 취해서 집으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Than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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