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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연랑 님의 서재입니다.

우물에 비친 달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오기연랑
작품등록일 :
2019.11.06 08:27
최근연재일 :
2020.01.16 12:0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6,161
추천수 :
91
글자수 :
418,616

작성
20.01.08 08:3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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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역습의 발판

DUMMY

박지언의 자택에서 나온 책자의 내용을 확인하라는 세자의 명에, 조세춘은 고민이 많았다.


그 내용을 어찌 확인해야 할지 방도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방안을 서성거리며 고민하던 조세춘은 결심한 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 도움을 좀 받아야겠구나."


방을 나선 조세춘은 그 길로 나가 발길을 재촉했다.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좌포청이었다.


좌포청에 도착하자마자 여학수 종사관을 찾은 그는, 이내 소식을 듣고 나온 여학수를 만날 수 있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학수가 묻는 말에, 조세춘이 억지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도움을 좀 받고자 왔습니다."


"제가 어떤 도움을 드리면 됩니까?"


"저와 함께 의금부로 가주십시오."


조세춘의 말에 여학수가 놀라 쳐다보았다.


"예? 제가요? 제가...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라, 지난번 사교도 토벌과 관련하여 조사를 진행 중인데, 확인을 할 것이 있어 왔다고 하면 될 듯합니다."


"확인이요?"


"예. 실은..."


조세춘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지언 대장의 집에서 나온 서책 내용을 확인해 보라는 저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조세춘이 작은 목소리로 사뭇 진지하게 이야기하자, 여학수의 표정도 과할 정도로 진지해졌다.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러니까 은밀히 의금부에서 보관 중인 서책의 내용을 확인하고자 하심입니까?"


"그렇습니다."


조세춘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학수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까딱 잘못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는 일입니다."


"좌포청에서 수사에 필요하여 확인만 하는 것인데, 설마 그리 뭐라 하겠습니까?"


사뭇 일리가 있는 듯하여 여학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같이 가시지요."


여학수의 말에 조세춘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고맙소. 고맙소. 내 이 일은 잊지 않고 갚으리다."


"됐습니다. 저하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 하니, 응당 도움을 드려야지요."


두 사람은 함께 의금부로 향하였다.


좌포청에서 의금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곧 의금부에 당도할 수 있었다.


의금부를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여학수를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고, 좀 더 안으로 들어서니 관리 한 사람이 다가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어찌 오셨습니까?"


관리의 물음에 여학수가 나서 대답했다.


"좌포청 종사관 여학수라 합니다. 얼마 전 있었던 사교도 토벌을 아시지요? 저희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사교도에 대해 조사해 오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사교도 토벌 과정에서 확보한 증좌들이 있다고 하는데, 저희도 도움을 좀 받고자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사교도 수사면... 홍석평 경력께서 담당하고 계신데... 마침 외부에 나가 계신 터라..."


그가 말끝을 흐리자, 옆에 있던 조세춘이 얼른 나서 말했다.


"저희가 뭘 가져가거나 할 일은 없습니다. 걱정이 되시면 저희와 함께 가셔도 좋습니다. 그저 어떤 증좌들이 확보되었는지, 저희는 그것만 확인하고자 합니다."


조세춘의 말에 관리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잠시 확인만 하시는겁니다... 이리, 안으로 드시지요."


그의 말에 조세춘과 여학수가 눈빛을 교환하며 관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사건의 증거들이 관리되고 있는 서재에서 두 사람은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관리를 따라 한쪽 구석으로 들어섰다.


"이번에 확보된 증좌는, 별다른 것은 그닥 없고... 이런 몇몇 것들과 이 책자 하나가 전부입니다."


조세춘은 관리의 말을 들으며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 이것이 그 박지언 대장 저택에서 나왔다는 그 서책입니까?"


그는 태연히 말을 하며 서책을 집어 들고 펼쳤다.


"예, 맞습니다."


조세춘이 책자의 내용을 확인하는 동안 여학수가 관리에게 물었다.


"저 증좌는 누가 가져온 것입니까? 자택 어디에 있었다고 합니까?"


관리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저는 현장에 가보지 못해 알지 못합니다. 다만 듣기로, 윤동지사께서 자택에 가서 발견한 것이라고만 들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여학수는 내용을 보고 있는 조세춘의 눈치를 살폈다.


내용을 살피고 있는 조세춘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여학수는 시간을 더 벌어야겠단 생각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건 무엇입니까?"


여학수가 다른 증좌 중에 있는 작은 옥구슬 꾸러미 같은 것을 집어 들자, 관리는 생각하는듯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쳐다보더니 대답했다.


"그건 죽은 사교도 중에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 들었습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종교적 의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여학수는 계속 조세춘의 눈치를 살피며, 이번에는 다른 물건을 집어 들었다.


"이건 뭐죠?"


이번에는 술병 같은 것을 집어 들었는데, 관리가 실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술병입니다. 사교도에게서 얻은 증좌가 아닙니다."


그의 대답에 여학수가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술병을 내려놓았다.


"아아, 미안합니다. 내 착각을 하였습니다."


다시금 조세춘의 눈치를 살피니, 조세춘은 어느새 딱딱히 굳은 표정으로 책자를 덮어 내려놓고 있었다.


"됐습니다."


조세춘의 말에 여학수는 조세춘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관리에게 말했다.


"예 도움 많이 됐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요."


두 사람이 서둘러 밖으로 걸음을 옮기자, 관리가 뒤따라 나왔다.


함께 입구로 걸어가던 중, 관리가 어딘가를 보고 살피는가 싶더니 여학수에게 말을 건네 왔다.


"마침 홍 경력 나리께서 돌아오신 듯한데, 말씀 올릴 테니 인사라도..."


관리가 말을 체 다 하기도 전에 여학수가 얼른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업무과 과중하여 바쁘실 텐데, 어찌 저희들이 그런 실례를... 저희는 필요한 것을 확인하였으니, 그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여학수가 그리 말하며, 조세춘을 이끌고 부랴부랴 의금부를 나섰다.


밖으로 나온 여학수는 조세춘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어찌 그리 넋을 놓고 계신 겁니까?"


답답한 듯 여학수의 타박에 조세춘이 굳은 표정으로 여학수를 쳐다보았다.


"그것이... 내용이..."


"내용이요? 내용이 왜요?"


"내용이... 역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여학수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아연실색한 표정이 되었다.


"여, 역모요?"


"예...."


"맙소사. 거기에 박지언 대장의 이름이 있었습니까?"


"예...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누가 있었습니까?"


잠시 말이 없이 멍한 표정으로 먼 곳을 응시하는 조세춘을 보며 여학수가 답답한 듯 물었다.


"아, 또 누가 있었길래 그러십니까?"


그러자 조세춘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세자 저하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조세춘의 말에 여학수는 발길을 멈춘 체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




상궁의 모습을 한 제신녀가, 동궁전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돌아가려 막 발길을 돌릴 때였다.


언제 나타났는지, 그녀 앞에 수현이 서 있었고, 그를 발견한 그녀는 흠칫 놀라더니 서둘러 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하려 하였다.


"과연. 너는 내가 보기에도 뭔가 좀 이상하구나."


수현의 말에 고개를 숙인 체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던 제신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무슨...."


그녀가 당황한 기색으로 되물으려 할 때, 돌연 등 뒤에서 소연이 나타나 벼락같이 그녀의 몸에 부적을 붙였다.


"헉!"


단말마의 신음소리와 함께 제신녀가 털썩 주저앉았고,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무... 무슨 짓이냐?"


제신녀의 물음에, 그녀 옆으로 다가선 소연이 몸을 낮춰 앉으며 말했다.


"권제귀부(眷諸鬼符)의 부적이다. 귀신을 부릴 때 쓰는 부적이지. 마음 같아서는 벽사부적으로 단번에 제거해 버리고 싶으나, 네게 물을 것이 있다."


제신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네년은 누구냐? 어찌 알고..."


이어 수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수현 등 뒤에서 수하들이 나타나 제신녀를 잡아 일으켰다.


"포박하여 데리고 있거라. 금방 따라가마."


수현의 명령에 수하들이 대답하고는 제신녀를 끌고 갔다.


제신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수현이 소연을 향해 물었다.


"어떠냐? 무언가 알아낼 수 있겠느냐?"


소연은 굳은 얼굴로 수현을 보며 답했다.


"무언가에 보호받고 있습니다. 시도는 해볼 수 있겠으나, 소멸시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녀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 일단 저하께 보고하여야겠다. 너는 저 여인을 잘 감시하고 있거라."


"예."


소연이 먼저 수하들이 사라진 곳으로 걸어갔고, 남아있던 수현은 이내 동궁전으로 향했다.


처소에 도착하자, 내관이 먼저 고하였다.


"저하, 도총부 부총관 겸 어영위장이 찾아왔사옵니다."


"들라하라."


안에서 세자의 목소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왔고, 문이 열리자 좌정하여 책을 보고 있는 세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수현이 들어서고, 문이 닫히자 세자가 수현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앉게."


수현이 고개를 숙여 보인 뒤, 조심스럽게 세자 앞에 앉자, 세자가 서둘러 물었다.


"어찌 되었는가?"


"일단 잡아두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실토하게 할지 걱정입니다."


세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겠지. 주기적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을 터이니, 정해진 시각에 보고가 없으면 천태호란 자가 눈치를 챌 것이다. 우리가 소멸시킬 수 있다면, 그 점을 이용해 위협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소연의 말에 의하면 보호받고 있기에, 확신할 수 없다 합니다. 더욱이 그 사실을 그녀 또한 알고 있다 했습니다."


세자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시간이 지나면 풀려날 것이요, 자신을 죽이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잡았다 한들 소용이 없구나."


세자는 고심에 빠졌다.


붙잡은 제신녀를 통해 어떻게든 무언가 알아내야만 했다.


한참을 고심하던 세자의 눈빛이 순간 반짝거렸다.


"우리가 그녀를 어찌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가 알고 있다 했느냐?"


세자의 물음에 수현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답했다.


"정확하게는, 자신이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했습니다."


"그렇다면... 연극을 한번 해야겠구나."


"연... 극이라뇨?"


"그녀에게 거짓 정보를 주는 것이다. 천태호란 작자가 놀라 무리수를 두게 만든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지는 못해도,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수현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럼... 거짓 정보를 주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 기필코, 그놈의 야심을 막을 것이다."


세자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낮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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