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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바의 서재 ]

영웅은 이세상에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하바
작품등록일 :
2021.07.27 09:22
최근연재일 :
2021.08.03 14:56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38
추천수 :
2
글자수 :
20,614

작성
21.08.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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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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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4 이곳을 버리세요.

DUMMY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진지한 말투와 눈빛에, 찬을 아니꼽게 보던 김대위 또한 당황한 듯 보였다. 사령관은 찬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찬의 말대로 가영의 말을 듣고 찬을 들쳐메고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임시 피난처 앞까지 가는데 위험이 없었던건 아니었다. 가영이 사라지자 어떻게 알았는지 괴생명체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잔해들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찬 때문이었을까 괴생명체들은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고 피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낙하 했던 잔해들은 속도가 느려져 웬만해선 피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지금의 찬의 말은 신뢰성이 높았다. 지금까지 이런말을 한적도 없었으며, 가영의 대한 이야기에 누구보다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찬이었기에 사령관은 지금 이 상황이 진지하다는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참을 아무말없이 서있던 사령관은 이내 결심했는지 찬에게 말했다.


" 아니다 싶으면 죽기 살기로 도망치겠다고 약속해. 그럼 보내주마. "


" 당연하지- 내가 죽고싶어하는 애도 아니고 당연히 죽겠다 싶으면 도망치지. "


" 장난치지말고. 자존심 세우지 말란 이야기다. "


" 아- 알았다고 알았어. "


다시 건방진 찬의 모습으로 돌아온 찬은 귀를 휘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여전히 걱정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령관을 보며 멋쩍게 웃고는 회의장을 나섰다. 김대위는 찬이 나가자 사령관에게 다가가 말했다.


" 이대로 보내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만일 하나.. "


" 괜찮을거야. 저 자식 가영 학생한테는 진지하니까. "


.

.


찬은 회의장을 나서자, 웃음기를 싹 빼고는 출구로 향했다.

일주일 전 부터 흉터에서 느껴져 오는 통증은 낯설지만서도 익숙했다. 1년 전 그날, 괴생명체들의 공격속에서 백색 머리를 흩날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가영을 보며 느꼈던 통증이었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그날의 기억까지. 어느것 하나 마음에 드는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찬은 작게 욕을 내뱉고는 바깥으로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이 정도의 고통과 느낌이라면 분명 얼마 못가 가영이 있을거라고 확신했다.


바깥은 어제보다 더욱더 최악이었다. 이곳에 임시 피난처가 있다고 어떻게들 알았는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쪽으로 몰려왔지만 이곳까지 아무 힘도, 아무런 보호도 없이 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처음에는 찬과 군인들, 그리고 민간 수색대들이 항상 보초를 서며 사람들이 오는지 안오는지 확인했고 이곳을 향해 뛰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나가, 괴생명체들에게서 최대한 보호했지만 그것도 이제는 역부족이 되었다. 김대위가 말한 것 처럼 수색대 인원들은 죽음과 포기로 인해 점점 줄어들었고 당연히 지원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나마 찬이가 있어 목숨을 부지하고는 있지만, 점점 더 강해지는 괴생명체들 앞에서 찬 또한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지금 가영의 기운이 느껴지는게 다행 중에 다행이었다.


찬은 바닥에 몸을 낮추고는 천천히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리에 예민한 괴생명체들에게 최대한 소리를 들려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천천히 앞으로 나가던 찬에게 갑자기 엄청난 두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정신줄을 놓았다간 그대로 쓰러질것처럼 아파오는 두통에 찬은 머리를 감싸곤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랫입술에 피가 나는지도 모르고 꽉 깨물며 신음소리를 참던 찬 앞에 누군가가 멈춰섰다. 발걸음소리 조차 들리지 않았었다. 두통때문인지 아님 찬 앞에 서있는 이 자가 소리없이 다가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이 느낌은 분명 가영이었다.


찬은 한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자신 앞에 선 사람을 보기위해 겨우 고개를 올리며 말했다.


" 윤가영. 너지 "


" 용케 알았네. "


가영은 찬의 물음에 나지막히 대답하더니 몸을 낮추며 쭈그려 앉아 찬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익숙하지만서도 낯선 가영의 손길에 얼어붙은것처럼 몸이 굳어졌지만 예전처럼 뿌리 칠 순 없었다. 가영의 손길이 닿으면 고통이 사라진다는것쯤은 저번에도 느꼈기 때문이었다.


" 나를 찾으러 나왔나봐? "


" 그래. 네가 오고 있다는걸 알고 있었어. "


단호하게 대답하는 찬의 목소리에 가영은 천천히 찬의 이마에서 손을 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 또한 사라진 두통에 몸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가영 앞에 섰다. 가영의 눈동자는 여전히 붉었지만 1년전보다 더욱더 붉어져있었다.


" 여긴 다시 왜 왔지? 길을 잃지 않았을거고. "


가영은 찬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찬을 지나쳐 임시피난처가 있는쪽으로 걸어갔다. 찬은 자신을 지나친 가영에게 어이가없는지 헛웃음을 치고는 가영에게 달려가 팔을 잡고 세웠다.


" 어디가는거야? "


" 그 유명한 임시피난처. "


" 그러니까 여길 왜.. "


가영은 찬의 팔을 세게 뿌리치고는 대답했다.


" 해야 할 말이 있어서. "


그말과 함께 찬은 느꼈다. 지금 이 주위에 자신이 나와 자신을 노리고 있던 괴생명체들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매번 굉음을 내던 잔해들과 하늘에서 우박처럼 떨어지는 잔해들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것을. 1년전과는 다르게 더욱더 강해져있는 가영의 모습에 찬은 더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영은 벙져 있는 찬을 보고는 실소를 터트리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찬 또한 멍하니 가영을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곤 가영의 뒤를 쫓았다. 잠시 후 임시피난처 안으로 들어 온 가영은 여기저기를 천천히 훑어보며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가영이 깊숙히 들어가자, 임시피난처 안쪽에 있던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보며 경계했지만 가영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런 가영의 등장에 눈시울을 붉히며 달려왔다.


" 가영님!! "


'님'이라는 호칭과 함께 사람들은 가영에게 달려가 연신 인사를 해댔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때에 나타나는 가영은 그저 신급이었다. 하물며 이미 이곳에서 신이라고 불리는 찬보다 더욱더 강한 가영이었으니 이런 대접은 당연한것이었다. 그러나 가영은 그런 사람들에게 눈길하나 주지 않은 채 계속해서 안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홍해 갈라지 듯 가영이 걷는 길을 터주며 계속해서 따라다녔다.


갑작스러운 소란소리에 회의장에 아직 머물고 있던 사령관과 김대위, 그리고 복구팀 ' 소 랑 '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가영을 보고는 가영에게로 빠르게 달려갔다. 제일 먼저 달려간건 사령관이었다. 사령관은 가영앞에 서서 입을 떼려고 하자 가영이 먼저 입을 뗐다.


" 제안할게 있어서 왔어요. "


1년 전과는 다르게 존댓말을 하는 가영에 모습에 조금은 낯설었지만 더욱더 살기가 가득해진 가영을 보며 사령관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곤 회의장으로 안내했다. 김대위 또한 가영을 보며 경례를 했고 가영을 알지 못하는 소랑은 그저 멀뚱멀뚱 바라보다 김대위의 손짓에 복구팀으로 복귀했다.


찬까지 포함해 회의장에 다시 모인 네사람은 한동안 아무말 없이 앉아있었다. 가영 앞에는 연기가 모락모락나는 녹차가 놓여있었으며 가영은 그 녹차를 조심스레 마셔댔다. 찬은 다리를 빠르게 떨면서 답답해했지만 함부로 입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여전히 가영앞에선 작아지는 찬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가영은 녹차를 다 먹었는지 차를 내려놓고는 조심스레 입을 뗐다. 나지막한 가영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사령관과 김대위는 가영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돌려말하지 않고 바로 말할게요. "


무거운 침묵이 네사람 사이에 흐르고 가영은 사령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 이곳을 버리세요. "


가영의 말에 사령관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김대위 또한 말문이 막혔는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가영을 바라봤다. 찬은 가영의 말이 어이가없었는지 실소를 터트리며 화를 냈다.


" 이곳을 버리라니? 이곳을 우리가 어떻게 일궈냈는데!! "


" 내 말 아직 안끝났어. "


가영은 차갑게 찬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찬은 또 다시 느껴지는 가영의 기운에 멋쩍은 듯 알았다며 뒤로 물러났다. 가영은 작은 한숨과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 이곳 말고도 다른곳에도 피난처가 있어요. "


사령관을 제외한 나머지는 가영의 말을 듣고는 놀랐는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사령관은 알고 있었는지 놀라기는 커녕 고개를 끄덕이며 가영을 바라보며 다음말들을 기다렸다.


"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피난처를 합치기 위함이에요. 그래야 이런 위험에서도 조금 더 사람들을 지킬 수 있거든요. "


지킨다는말이 가영의 입에서 나오자, 찬은 무심코 또다시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찬의 헛웃음에 분위기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한동안 아무말 없이 가만히 앉아있던 가영은 찬을 가볍게 무시하곤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 저희의 목표는 피난처를 한곳으로 합쳐, 저들과 맞서 싸우는게 목적이에요. 저희가 확인한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피난처를 찾지 못해 바깥에서 목숨을 내놓고 생활하고 있어요. "


" 저희라면.. "


" 저와 같은 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여기보다 더 안전할거예요. 저희들이 지키고 있으니까요. "


" 너와 같다면, 너처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


사령관의 질문에 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가운 소리였다. 가영 뿐 아니라 가영과 같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 더 있다는건 바깥에서 혈안이 되어 사람들을 공격하는 괴생명체들을 없앨 수 있는 자들이 많다는 뜻이었다. 사령관은 결심 한 듯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김대위에게 단호히 말했다.


" 지금 바로 사람들 모아 여길 떠날 준비를 해. "


" 다른거 챙길 필욘 없어요. 그곳에 가면 이것보다 더 많이 있으니 지금은 몸만 가는게 제일 안전해요. "


김대위는 사령관과 가영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하곤 곧장 밖으로 향했다.


.

.


가영과 찬은 회의장에서 나와 사람들이 없는곳으로 향했다. 사령관과 김대위가 회의장을 나가고 둘만 남은 두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을 깬건 다름아닌 가영이었다.


" 따라와. "


따라오라는 말에 찬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그대로 가영을 따랐다. 한참을 사람이 없는곳으로 향하던 가영은 이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는지 발걸음을 멈추었다. 찬 또한 멈춘 가영을 보곤 세발자국 먼곳에 자리를 잡고 털썩 앉았다.


가영은 그런 찬을 보다, 이내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나지막이 찬에게 말했다.


" 사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야. "


가영의 말에 찬은 무심히 가영을 올려다보았다. 가영의 표정은 쓸쓸해보였다. 그리고 간절해보였다.


" 내 가족들을 데려와 줘. "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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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4 이곳을 버리세요. 21.08.03 27 0 11쪽
3 003 1년 후 21.07.30 29 0 11쪽
2 002. 가만히 있어. 21.07.27 33 0 12쪽
1 001 도와줘. 구해줘. 살려줘. 21.07.27 5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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