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예원북스 님의 서재입니다.

사냥 후 맥주 한잔, 위하여!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악의무뤼
작품등록일 :
2018.09.03 10:42
최근연재일 :
2018.09.07 17: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17
추천수 :
2
글자수 :
27,897

작성
18.09.07 17:00
조회
44
추천
0
글자
11쪽

002. 찜찜한 각성(4)

DUMMY



‘아!’


촌스럽다.


요즘 무협 소설에서도 대형이란 호칭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걸 경의를 담아 부르라니. 때려죽여도 못 하겠다.


[왠지 굉장히 무엄한 상상을 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데?]


깜짝이야. 생각을 읽는 건가. 비록 완벽하진 않아 보였지만.


순간 깨달았다. 여태껏 입으로 직접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는 걸. 무슨 방법으로 대화를 해왔더라. 일단 머릿속에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확실히 인지했다.


상념은 길지 못했다.


"꺄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성이 들려서다.


강정성은 문쪽으로 시선을 훽 돌렸다.


끼이이익.


살짝 열려 있던 방문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 뒤로 사람 반만한 모기 요괴가 보였다. 문을 연 다리 외에 다른 다리들은 간호사 한 명을 단단히 결박중이었다. 간호사의 배에는 주둥이가 푹 꽂혀 있었다.


쭉쭉!


"꺄아아아악!"


산 채로 죽어가는 고통과 공포로 잔뜩 얼룩진 비명성. 눈물, 콧물, 침을 줄줄 흘리며 간호사는 몸을 바둥거렸다.


"사, 살려......"


강정성과 눈이 마주친 간호사는 목숨을 구걸하려다 바로 포기했다.


검은 쫄쫄이를 입은 채 푸른 안광을 번뜩이는 상대라. 마치 헐리웃 계열의 악역 거미맨 같은 용모다. 요괴와 동급으로 치기에 하등 무리가 없지 않나.


“흑흑......”


절망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쭉쭉!


“꺄악! 끄아악!”


모기 요괴는 흉성을 강하게 드러냈다. 먹잇감이 발산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말도 못하게 감미로워서다. 희열감에 흡혈의 강도를 더 높였다.


금새 쪼글쪼글해진 간호사는 외마디 신음성을 남기며 사망했다.


그동안에도 요괴의 시선은 강정성에게 닿은 채 떨어질 줄 몰랐다. 다음 먹잇감으로 낙점한 것이다.


강정성은 부득 이를 갈았다.


아주 놀고 자빠졌다.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어디 각성한 힘을 한번 개봉박두...


덜덜덜덜.


이상하다. 왜 멋대로 다리가 떨리고 난리일까. 가슴도 이상할 정도로 심하게 쿵쾅거린다.


설마 그건가. 트라우마. 얼마 전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던 도살괴한테서의.


물론 도살괴와 눈 앞의 상대는 전혀 다른 존재다. 공통 분모라곤 요괴라는 점 밖에 없다.


문제는 머리는 알아도 몸이 멋대로 반응한다는 데 있었다.


‘멍청아! 정신차려!’


나름 기합으로 극복하려 했으나.


덜덜덜덜.


효과는 제로. 하긴 기합 한 방으로 대충 해결될 정도면 세상에 정신과 의사는 필요없었을 것이다.


요괴는 씨익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상대가 고양의 앞의 쥐마냥 옴짝달싹 못 하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할까.


이때 보다 못해 뚜껑이 날아가 버린 이가 있었으니.


[야! 이 망할 중생아! 꼬라지가 그게 뭐냐! 어쭈구리! 잘도 비루 먹은 개새끼처럼 꼬랑지를 말고 있네?]


‘오, 오해다.’


[오해고 육해고! 좀 전까지 본신 앞에선 잘도 깝쭉대지 않았냐! 근데 저딴 요괴 앞에선 벌벌 떨어? 이게 말이 돼?]


‘오해라니까......’


[설마 본신의 선택이 틀렸나? 그럴 리 없는데! 혹시 잠깐 눈이 삐었었나? 너무 오랫만에 강림해서 감을 잃었다거나 해서?]


발끈.


아무리 맞는 말도 계속 들으면 짜증이 솟구친다.


[어휴! 아무리 덜 떨어져도 유분수지. 아직 개화가 덜 됐다곤 해도 본신의 권능을 이은 상황 아니냐. 저딴 건 열이건 백이건 상대가 안 될 텐데...... 괜히 자괴감 드네.]


발끈발끈.


하물며 비난과 비꼼을 계속 당하면 어떨까.


[현상태에서 신급이나 악마급이면 몰라, 저딴 잡스러운 요괴한테 덜덜 떨고 앉았어? 옛날이었으면 새까맣게 몰려들었어도 눈길 한번 안 줬을, 그런 찌끄랭이한테......]


발끈발끈발끈!


[진짜 본신이...]


'시발! 거 진짜! 드럽게 뭐라 그러네에에에!'


결국 터졌다.


콰콰콰콰콰!


목소리가 안 터지는 대신 강렬한 기운이 외부로 뿜어졌다.


풍압에 열렸던 문이 되로 닫히며 요괴의 면상을 후려쳤다.


꽝!


문이 부서졌다.


요괴의 안면이 부서진 문 사이에 끼었다. 곤충형의 안면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 단지 강정성이 봤을 때 요괴의 얼굴 아랫쪽으로 낙서 하나가 떡하니 그려져 있었다. 삐뚤빼뚤 성기 모양을 한 낙서다. 짖궂은 어떤 환자가 그려놓은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작품이었다.


왠지 공기가 바뀌었다.


강정성은 몸의 떨림이 완벽히 멈췄음을 깨달았다.


꾸욱!


주먹을 그려쥐었다. 손끝에서부터 강대한 힘이 사지백해로 퍼져나갔다.


콰직! 콰직!


분노한 요괴는 문을 산산조각냈다.


엉성하게 매달려 있던 간호사의 잔해가 바닥에 철퍽 떨어졌다.


뼈와 가죽 밖에 안 남은 몰골. 그럼에도 얼굴 가득 공포가 엿보인다. 죽기 직전까지 얼마나 고통스러웠길래.


강정성은 이를 부득 갈았다. 아랫배에서 열이 살살 올라왔다.


[규규규규!]


시위해듯 요괴는 낫 손을 양옆으로 쫙 펼쳤다. 대단한 위압감. 주둥이 옆으로 튀어나온 날카로운 이빨들이 딱딱거렸다. 거품침 사이로 지렁이 같은 것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망할 중생! 가라! 저딴 건 일수에 개박살을 내는 거다!]


‘시끄러우니까 좀 찌그러져 있으라고!’


[어이구야!]


뒤로 넘어가는 소리가 나던 말던.


강정성은 눈앞의 상대에게만 집중했다. 두 눈에서 푸른 안광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강정성의 변화를 감지한 모기 요괴의 표정이 달라졌다.


[규아앗!]


모기 요괴가 포효하기 무섭게 강정성은 지면을 박찼다.


콰앙!


어마무지한 각력에 바닥의 타일이 폭발하듯 튀어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속도에 강정성은 두눈을 크게 치떴다.


뭐가 이렇게 빨라. 진짜 스스로 만들어낸 돌격이 맞긴 하나.


우드득!


그때 양관자놀이쪽에서 무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시신경이 한껏 수축되며 난 소리다.


눈 앞에 번쩍 스파크가 한 차례 튀었다. 직후 풍경이 확 바뀌었다. 주변의 상이 점점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득! 우드득!


계속된 시신경의 수축 이완에 관자놀이 부근에 쥐가 날 듯. 이제 아예 주변 시간이 느릿하게 느껴졌다. 신기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었다.


그동안에도 한번 총알처럼 튀어나간 몸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날아갔다.


곧 요괴와 정면으로 부딪히겠다. 뻔히 보이긴 했으나 딱 거기까지. 볼 수만 있을 뿐 통제에서 벗어나 있었으니까.


그렇게 강정성의 어깨와 요괴의 가슴이 부딪혔다.


퍼엉!


폭발한 요괴의 육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첫격돌은 생각보다 허무했다.


아직도 여력이 남은 강정성은 하염없이 날아갔다. 그 궤도에 마침 어슬렁대던 요괴 두 마리가 딱 걸렸다.


퍼버벅!


그 둘도 피떡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그제서야 강정성은 지면으로 떨어졌다. 데굴데굴 구르다 복도 벽면에 닿고서야 멈춰섰다.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상당히 불편해 보이는 자세. 강정성은 잠시 일어날 생각을 못 했다.


고작 몸통 박치기 따위로 요괴 여럿을 살해했다고. 이거 진짜 실화냐.


왜 요괴가 공포스러운 존재로 여겨지는가. 바로 육체의 우수성 때문이다. 질긴 피부는 도검은커녕 왠만한 총탄도 안 먹힌다. 힘은 또 어떻고. 별로 힘 안 들여도 인간을 두쪽으로 찢는 게 가능하다.


그런 요괴가 좀 부딪혔다고 폭죽 터지듯 빵 터지면 쓰나. 실감이 안 들 수밖에 없다.


쿵쿵쿵쿵!


[뭘 넋 빼고 있어? 당장 안 일어나!]


무게감 넘치는 진동과 대형의 버럭에 강정성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 거꾸로 등진 몸을 힘껏 튕겼더니.


쾅! 쿵!


천장에 부딪혔다 도로 바닥에 처박히는 게 아닌가.


힘조절이 잘 안 되는 건 둘째 치고 상당히 쪽팔렸다.


벌떡 일어나자마자 커다란 그림자가 느껴졌다.


덩치가 거의 2미터에 육박하는 모기요괴다. 대체 얼마나 처먹었길래 이정도로 성장한 거람.


쐐액!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양쪽에서 낫들이 떨어지며 낸 바람 소리다.


놀라 심장이 철렁했다. 반사적으로 대뜸 주먹이 튀어나갔다.


낫들이 와장장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기세가 죽지 않은 주먹이 동체에 닿았다.


퍼엉!


또 터졌다. 상체가 다 날아갔다. 남은 하체는 부들대다 이내 뒤로 풀썩 넘어갔다.


안도한 강정성이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때.


츠츠츠츠.


방금 박살난 사체 조각들이 꿈틀꿈틀 다가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최초의 태클로 작살낸 것들도 마찬가지였다.


피, 살점, 뼛조각을 가리지 않고 이동은 일사분란했다. 피떡이 돼 죽은 놈들은 몸뚱이째로 질질 끌려왔다.


대체 뭔 일이다냐. 절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광경이랄까. 일단 냅다 튀고 봐야겠다.


[동작 그만!]


'아! 왜?'


[잔말 말고 저걸 받아들이기나 해라.]


'잉? 저거? 설마 저기 기어오고 있는 저거?'


[그렇다, 망할 중생아. 네놈의 실낱 같은 목숨줄을 계속 연명하고 싶다면 본신의 말에 절대복종하는 게 좋을 거다.]


'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야?'


아차. 너무 흥분했나 보다.


[갈!]


'꽥!'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나. 기합성에 잠시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때다 싶었는지 사체 조각들은 꾸역꾸역 잘도 밀려들었다. 검은 쫄쫄이에 툭 닿자마자 주륵 녹아내리는 꼴이라니. 야릿꾸릿한 빛을 띈 액체는 그대로 쫄쫄이에 흡수됐다.


강정성은 기겁하며 펄쩍 뛰었다.


'으악! 끄악! 드러워! 드럽다고!'


[어허! 앙탈은! 거 움직이지 말라니까!]


앙탈이고 나발이고, 눈 깜박할 사이에 흡수가 거의 다 끝났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깨끗하긴 또 얼마나 깨끗한지 주변에 요괴의 흔적이 일도 안 보일 지경.


다 어디로 갔을까. 과연 쫄쫄이에만 흡수되고 끝났을까. 그럴 리 없다.


불끈불끈!


과연 미증유의 힘이 샘솟는다. 짜릿함이 척추를 타고 올라온다. 고작 몇 번 움직였다고 슬슬 몰려오던 피로감이 금세 씻은 듯 사라졌다.


불끈불끈!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눈 뜬 뒤 계속 죽어있던 분신에서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럴수가. 용의 재림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충족감이 장난 아니다.


이래서 정력제 정력제 하나 보다. 아저씨들이 왠 환장하는지 이해가 된달까.


[우매한 중생이여. 느껴지나?]


'예, 대박. 완전 인정.'


[훗! 드디어 본신의 위대함을 깨달았나. 허나 진짜 놀라려면 아직 멀었다.]


'그럼 이건... 맞네, 맞아. 그지? 글치?'


[음? 뭔가 상당히 제대로 못 알아 먹은 듯한 느낌인데?]


'나, 정말로 초인이 된 게 맞지? 글치? 제발 그렇다고 말해 줘!'


요괴쯤 그냥 찜쪄먹을 만한 괴력에.


시간을 지배하는 듯한 동체시력과.


피로회복에 탁월한 특수능력까지.


이게 초인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인가.


[초인? 인간을 초월했다 이건가?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 무슨 문제라도?'


[그냥 호칭이 좀 거시기하군. 매우 저질이야. 그깟 인간 좀 초월한 게 뭐 그리 유세라고. 쯔쯔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냥 후 맥주 한잔, 위하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18.09.10 105 0 -
» 002. 찜찜한 각성(4) 18.09.07 45 0 11쪽
6 002. 찜찜한 각성(3) 18.09.06 66 1 10쪽
5 002. 찜찜한 각성(2) 18.09.05 53 0 9쪽
4 002. 찜찜한 각성(1) 18.09.04 66 0 9쪽
3 001. 강정성(2) 18.09.03 89 0 13쪽
2 001. 강정성(1) 18.09.03 109 0 9쪽
1 프롤로그 18.09.03 187 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