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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입니다.

신 잡으러 탑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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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새벽
작품등록일 :
2020.05.12 00:31
최근연재일 :
2020.05.23 17:31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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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58

작성
20.05.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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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최후의 던전

DUMMY

사람들은 모두 탑을 오르길 바랬다.

티비 속에 나오는 헌터(혹은 각성자라 불리는)들을 보며 자신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바랬다.

그러나 헌터가 되기 위해서는 탑으로의 입장을 허가하는 초대장이 필요했다.

초대장은 1년에 한 번, 1월 1일. 사람들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초대장을 받지 못한 이들이 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초대장을 받은 이들 모두가 탑에 들어가길 바라는 것은 아니었으니 돈이 있으면 초대장을 구매하면 되는 것이었다.

탑에 들어갈 마음따위 없는 이들에게 초대장이란 마치 새벽에 몰래 찾아오는 복권과도 같았다.


그렇게 점점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가는 탑과는 정반대되는 지하던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지난 번 자신이 지하던전에서 귀환했다고 밝힌 A씨의 말이 거짓임을 밝혀져··]

[던전실종자로 추정되는 인원이 올해 3000여명 가까이···]


던전이 발생하고 30년이 지난 현재까지, 던전에서 돌아온 사람은 전무했다. 비단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지하로 향한 모두가 죽은 것인지, 아니면 한 번 입장하면 다시 나오는 것이 불가능한 것인지 무엇 하나 불분명한 장소.

그러한 던전의 위험성에 정부는 사람들에게 실수로라도 던전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경고했으며 언제나 던전의 입구에는 경비병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던전으로 향하는 이들 모두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던전의 입구는 세계 곳곳에 퍼져있다. 즉, 그 모든 입구를 찾아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던전을 향한 괴소문들만이 인터넷상에서 퍼져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상황들이 쌓여 지하라는 곳은 악마들이 도사리는 복마전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갔다.

그러나 그것은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지상인들만의 이야기일뿐.


·

·

·


모두가 기피하는 지하의 가장 깊숙한 곳.

“드디어 여기만 공략하면 바깥으로 갈 수 있어.”

총 50명으로 구성된 지하공략대.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이었다. 고등학생 정도 나이의 아이들부터 50세가 넘은 중년노인들까지. 그러나 이들은 모두 공통된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너는 밖에 나가면 뭐하고 싶어?”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남자아이였다. 바깥이었다면 지금쯤 저런 다 낡아떨어진 괴물의 가죽이 아니라 교복을 입고 있었을 나이다.

“나는 게임! 게임이랑 만화라는 걸 보고 싶어!”

“치킨··”

“나도 치킨! 어른들 10명이면 10명이 맛있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음식일까?”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청소년들. 그들은 이곳 지하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지상에 대해서는 바깥에서 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로 알고 있는 정보들이 다였고 상상으로나마 간접체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기대에 부풀어 장미빛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한 남자의 호통에 아이들은 금방 기가 죽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들 조용! 마지막 공략인만큼 긴장을 늦추지 마라!”

이번 공략대의 대장인 황우석은 무뚝뚝한 성격이었으나 지하던전의 비정상적인 혼돈을 안정화 시키는 데에 가장 앞장선 인물이었다. 여기 모인 이들 중 저 아저씨한테 목숨빚 안 져본 사람이 없을 거다. 당연히 나도 그렇고.

그러니 그의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다시 한 번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잠시 천장에 매달린 횃불들을 보았다.

거대하고 어두운 지하에는 벽에 걸려있는 횃불들만이 이 새까만 지하를 비추는 유일한 빛이었다. 누가 저런 곳에다 횃불을 설치했는지, 어째서 저 불은 오랜 시간동안 꺼지지 않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은 유일한 불빛인 횃불에 대해 감사하게 여겼는데 어쩐지 나는 저 횃불들이 꺼림칙했다.

'어차피 나가면 상관없을텐데 뭐.'

아마 체감상으로는 몇 달 전이었을 것이다. 우리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냥을 하고 있었다. 난데없는 목소리가 지하던전에 울려퍼졌었다.


[지하의 끝으로 오라. 그대들이 바라는 지상으로 향하는 빛이 있을지니.]


이제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지상으로 향하는 방법들을 찾았고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말은 지하에 갇힌 우리들의 유일한 희망이 되었다.

‘바깥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오래 전, 아버지의 빚을 받으러 온 깡패놈들을 피하다보니 이곳까지 오고 말았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만 하면 치가 떨릴 지경이지만 갓 지하에 들어왔을 때와 비교하자면 그 경중을 따지기 힘들었다.

“5분 뒤에 진입한다.”

마지막 대화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를 시간. 나가면 뭐부터 하고 싶은지 서로 상상하던 아이들 몇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아저씨!”

중학생이었던 나는 어느새 고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에게 아저씨라 불릴 정도의 나이가 되어 있었다.

해맑게 다가오는 이지윤. 태어날 때부터 봐왔던 애가 괴물들이나 잡으며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은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저씨 같다며 놀림 받을지도 모를 생각을 한다.

아이들은 영악하였으나 해맑았다.

누구보다 잔혹해질 수 있었으나 그 누구보다 순수했다.

지하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이 모순이 당연한 것이엇다. 그렇기에 순수함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왜.”

나는 이 아이들이 가여웠으면서도 기특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얼굴 좀 보여줘요!”

나는 얼굴에 예전에 잡았던 괴물의 가죽을 잘라 만든 가면 비스무리한 것을 쓰고 있었다. 잠을 잘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절대 벗는 일은 없었다.

“쉭쉭, 저리 가.”

당연히 보여줄 맘 따위는 없었기에 허공에 손을 저으니 물으러 왔던 아이는 자기가 화났다는 걸 표현하려는지 눈썹을 찡그렸다.

“치, 우리가 무슨 날파리도 아니고. 나경이 언니한테는 잘만 보여줬.”

실컷 따지더니 그제야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황급히 입을 막았다.

"야, 누나 얘기는."

"아, 아저씨 그게·· 제가 정말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괜찮다 말해주었다.

"죄송해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이지윤을 보며 끝까지 괜찮다 말해주며 잠시 그 이름을 곱씹어보았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마지막까지 웃던 미소가 머릿속에 아른거렸고 후회와 그리움이 씁쓸하게 입안을 휘저었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생각을 애써 떨쳐내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하나같이 이제는 익숙해진 얼굴들.

정이라는 것은 무서운 감정이다.

그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속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왔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저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이, 우리들은 어느새 함께 있는 것이 당연해져 있었다.

“우리가 성공할 수 있을까.”

어느새 옆에 다가온 신하준이 재수없는 소리를 한다.

10년 넘게 친하게 지냈으니 이게 그저 불안감에 기인한 습관같은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출발한다!”

황우석 아재의 말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들어가기 전 신하준을 보며 질문 아닌 질문에 답했다.


“성공해야지.”


목울대가 출렁인다. 이윽고 문이 열리는 울림만이 어둠을 휘감았다.







쿠웅- 쿠웅─! 단순히 소리만으로 머리가 울린다.

“크흡 커헉!”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어느새 정신을 잃었던 모양이다. 현기증에 희뿌얘진 눈은 핏빛이었다.

“씨발 뭐야 이거! 이딴 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누군가가 소리쳤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분명 오래 지나지는 않았으리라.

문을 연 50명의 동료들 절반이 죽는 데에 걸린 시간은 불과 10초 남짓이었으니.

“씨발 씨바아─!!”

들어줄 리 없는 누군가에게 성토하듯 고함을 토해내던 그가 거대한 무언가에 짓눌려 뼈도 추리지 못하고 으깨진다.

누구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으나 그곳에는 그저 피와 살점이 땅에 흩뿌려진 고깃덩이가 된 무언가가 있을 뿐이었다.

“쿨럭!”

나는 그 모습을 그저 허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피는 멈추지도 않고 목구멍에 쌓이고만 있다. 씁쓸한 맛이 울컥울컥 목구멍을 두드려대는 탓에 숨조차 편하게 쉬기 어려웠다.

심장? 폐? 모르겠다, 이미 팔과 다리는 움직여지지 않는다. 주변을 살폈다. 아저씨라면서 말을 걸던 여자아이가 바닥에 쓰러져있다. 두 다리가 없는 채로.

끝까지 재수없는 말이나 하던 친구가 죽어있다. 머리만 남은 채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다. 언제나 딱딱하게 굳어있던 그의 얼굴은 피와 절망으로 더렵혀져있다.

‘황우석 아재··’

그러나 손에 든 방패만은 놓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살피더니 눈만 꿈뻑꿈뻑 뜨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발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다가왔다.

“···”

아재,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네. 20년동안 보면서 한 번도 못 봤는데.

“미안하다, 정말·· 정말로···”

아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흐느꼈고 그것도 얼마 가지않았다. 털썩 땅바닥으로 쓰러진 아재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어째서 이 순간에 사과 따위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쓰러져있는 그의 표정은 너무나 비통해보였다. 모든 걸 자기 탓이라 여긴 걸까.

그러면 정말이지 멍청한 짓이다. 누구 하나 탓할 이는 없는데.

나는 항거할 수 없는 절망에 빠졌다.

예전에 이 중 누군가가 말했었지 이곳에는 절벽의 끝에 다다른 이들이 살고 있다고.

그리고 오늘은 그 절벽의 끝을 본 날일 것이다.

‘나도 이제··’

깊은 수마가 나를 끌어당기려는 찰나 머릿속으로 무언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작 이 정도였나.〗

“뭐?”

괴물이·· 말을 한다고?

그런 나의 의문에 대한 답은 견디기 힘든 고통으로 돌아왔다.

〖감히 그딴 찌꺼기 같은 놈들괴 비교하다니.〗

“아윽!”

머릿속을 번개로 내리치는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뇌가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에 신음했다.

〖미천한 인간의 영역으로는 그 정도가 한계인가 보군.〗

‘대체 뭔’

사람들의 위에 군림하듯 한없이 오만한 말투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듯 했다.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꼴이구나.〗

그러나 기억을 떠올릴 시간도 없이 머리를 타고 흐르는 스산한 목소리.

〖이 몸은 명계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왕이며 죽은 자들의 신 그리고 이 지하던전의 주인 플루토다.〗

설명을 들은 순간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씨발 그런 새끼가 여기에 왜 있어!’

이런 놈들은 보통 구경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사기다, 터무니 없는 사기극이었다.

〖그야 그대들을 살려보낼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으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개자식의 말은 마치 용암과도 같았다. 머릿속을 태울 듯한 분노가 나를 뜨겁게 달궈대고 있었다.

“이런 개- 커헉.”

이번에도 녀석이 무언가를 한 게 아니었다. 그저 말하는 것만으로도 피가 토해져 나올 뿐이었다.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씨발, 다 죽이고는 배려하는 척이라도 하는 거냐.’

참으로 뭣같은 배려였다.

〖글쎄, 이몸이 특별히 눈여겨보는 이들중 한 명을 위한 자그마한 선물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군.〗

‘좆나게 감사하네 이 개새꺄.’

〖이해가 가지 않는군 어째서 이몸을 원망하는가?〗

‘그럼 씨발 안 하게 생겼냐? 네가 여기 주인이라면서. 그러면 이 좆같은 지하던전을 만든 것도 너란 말이잖아.’

애초에 이딴 장소 존재하지만 않았어도 사람들이 여기까지 들어올 일도 없었고 거기다

〖그만.〗

뭔가 더 묻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목소리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설마 이제까지의 모든일들이 나의 잘못이라고 하는 건가?〗

‘당연하지 이 새꺄!’

〖허어, 인간들이란 참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걸 좋아하는구나. 내가 직접적으로 손을 댄 것에는 무엇이 있는가. 이 지하에 발을 들인 것은 너희들의 선택이요 최후의 문을 연 것도 너희 인간들의 선택이 아니었나.〗

툭. 발치로 무언가가 부딪혔다. 그것이 눈에 들어오자 나는 속에서 피 대신 구역질이 올라왔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

그리 크지 않은 크기의 원과 비슷한 형태의 물체.

〖말해봐라, 이 자는 내가 죽였더냐? 아니지, 그대의 앞에 있는 그 검과 이제는 움직이지 못하는 그 손으로! 직접 목을 도륙 내었다.〗

‘닥쳐, 닥치라고!!’

아주 오래 전 지하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나를 죽이려던 놈의 머리였다.

또 다른 머리가 굴러와 내 손을 건드린다.

조금 전까지 나를 향해 사과하던 중년의 남자. 머리에는 새치가 자라있고 무뚝뚝한 성격을 닮은 주름이 짙게 새겨진 얼굴.

황우석의 머리가 혀를 빼물고는 비참하게 땅바닥을 쓸고 있었다.

“아, 아아··”

〖그러면 이 자는?〗

그곳에는 이미 죽었을 이나경의 머리가 있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그러나 다시는 볼 수 없는 얼굴.

“이 개새끼! 죽여버리겠어!! 네 새끼만큼은 내가 어떻게든!”

툭 끊어져버린 무언가에 나는 피를 토하는지도 모르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이 씹어죽일새끼의 목소리는 참으로 한결같았다.

〖쯧, 이렇게나 나약할 줄이야.〗

마치 실험실 속 실험체를 보는 듯한 말투.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고래고래 악을 써가며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우리들은 그저 사회에서 도망쳐나왔을 뿐이다.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절벽의 끝에서 지하로 도망친 사람들.

저마다의 사연 하나쯤은 가진 놈들.

‘씨발, 씨발!’

저 새끼가 그랬나. 이 문을 연 것은 우리들의 선택이라고. 이제야 지금 들리는 이 목소리가 그 날 들었던 그놈의 목소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망쳐 온 놈들이 정신 차리고 마지막으로 붙잡으려 한 실날같은 희망. 그러나 그것은 거짓된 희망이었으며 누군가의 농간일 뿐이라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피에 젖은 두 눈은 현실은 부정하지 말라는 듯이 사람들의 허무하게 죽어나간 동료들을 보고 있었다.

'대체, 대체 왜!'

말이라는 것은 입 밖으로 나올수록 그 감정을 짙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아니면 그저 속았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만큼 짙은 감정들이 뒤섞이며 울컥 솟아오른다.

우리들을 가지고 논 저 빌어먹을 새끼를 죽이고 싶다.

“으아아아!!!”

그러나 팔과 다리는 멍청한 짓 말라며 축 처진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인간의 몰락이란 더없이 추하군.〗

더 이상 못봐주겠다는 듯이 건조한 목소리.

“아아아───!!!”

〖쯧, 모처럼 기대를 했었거늘. 아깝구나 아까워. 그러나 그대 정도면 나름 쓸만한 보스 몬스터로 재창조할 수 있으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목소리는 마치 선의라도 베푸는 양 말을 이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그대에게는 이곳의 비밀 한 가지를 알려주지. 이곳 지하의 인간들 중 일부는 영혼을 가공시킨 다음 몬스터로 만들어 탑으로 보내진다.〗

“뭐야··”

〖몬스터가 된 영혼들은 이지를 잃고 그저 머릿속에 각인된 명령만을 따를 뿐이지. 몬스터가 된 이들은 육체가 죽어도 영혼은 죽지 못하며 살아도 산 게 아닐 것이니, 그대는 죽어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씨발·· 뭐냐고, 그게···”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속에서 웅얼거려진다. 이제는 억울해 하는 것도 지쳤다. 막힌 목을 넘어 피가 눈을 타고 흐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뺨을 타고 흐르는 액체는 화상을 입을 듯이 뜨거웠다.

울기에도 지친 나머지 헛헛한 웃음만이 피를 타고 흘렀다.

〖그래도 그대는 꽤 보는 재미가 있는 인간이었다.〗

한결같이 재수없는 목소리.

“쿨럭, 조··ㅈ··· ㄲㅏ 이 ㄱㅐ ㅅㅏㅣ ㄱㄱ··”

〖참고로 말하지만 나에게 성기는 없기에 그대의 소망은 들어줄 수가 없겠군.〗

마지막까지 참으로 재수 없는 새끼였다.


그렇게 나는 숨을 거두었다.


작가의말

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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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새로운 육체 20.05.13 64 1 10쪽
» 1화-최후의 던전 20.05.12 73 2 16쪽
1 0화-프롤로그 20.05.12 88 7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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