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작가 살곶이다리입니다.
다른 모든 것에 앞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이 200화가 넘도록 올 수 있었던 건 모두 독자님들 덕입니다.
봐주시는 분들이 없었다면 제 수많은 습작들처럼 주인공은 30, 40화 즈음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사실 저는 이 글이나 이 다음 글 정도에서 작가 데뷔를 하지 못하면 얌전히 취업이나 하려고 생각 중이었습니다. 웹소설을 쓰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니 어쩌면 인생의 기점이 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글은 제 첫 유료작입니다. 그리고 100화가 넘도록 써본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부족한 점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습니다. 스스로도 많이 느꼈습니다.
위원회나 용마교라는 설정을 좀 더 매끄럽게 풀어내지 못한 점, 주변 인물들을 좀 더 살리지 못한 점, 주인공에게 너무 편의적인 전개가 되어버린 점, 신비로운 아이템들을 좀 더 등장시키지 못한 점, 작품 전체적인 기승전결 등...
그러나 한번 연재를 시작한 이상 그것들을 도중에 고치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했습니다.
50화, 100화가 넘어갈수록 걸리는 부분들이 더욱 늘어나는데 설정은 이미 초반부에 거의 다 풀어둔 상태니까요. 도중에 고치면 이것들은 반드시 상충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배운 건 작품을 구상할 때 어떤 설정들이 나중에도 써먹을 만큼 널널한지와 같은 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건 반드시 100화, 150화에 이르도록 써본 이후에나 깨달을 수 있는 부분들이었으므로, 저 스스로도 아쉽게 생각합니다.
결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독자님들의 댓글을 거의 읽지 못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화는 읽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작가는 글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독자님들이 설득력을 느끼지 못하신 부분들은 모두 제 능력 부족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결말을 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드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제가 생각한 알마라의 존재는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우주적 재앙이었습니다. 그래야 무수한 세계가 박살났으며, 주인공이 셀 수 없이 많은 루프를 반복하면서도 이겨내지 못한 이유가 되니까요.
진이란 놈을 알마라 대신 내세운 것도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이세계에 온지 고작 3, 4년 차인데 그런 우주적 재앙을 죽이게 둘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빌드업의 부족으로 진이 충분히 최종보스처럼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쟤가 죽었을 때 독자님들도 특별히 대단한 감상을 느끼지는 못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6차 승급이나 알마라와의 전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은 건 또 다른 이유입니다.
저는 그 정도의 신적인 의식이나 전투를 제대로 표현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렴풋하게 6차를 진정한 신의 영역이라고 정해두고 있었는데, 이미 5차의 조건을 구상하고 그걸 어떻게든 주인공이 힘겹게 깨도록 만드는 것만 해도 한계였습니다.
또 그 정도 수준이 된 존재들 간의 전투는 제가 생각하기에, 그저 빛이 폭발하고 시간이 돌아가고 땅과 하늘이 갈라지는 게 수십, 수백 일 동안 반복되는 광경이었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그 수준에서는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하고 어쩌고 할 게 없어 보였습니다. 그건 핵폭탄 대 핵폭탄의 대결이었으니까요.
물론 그럼에도 귀한 돈을 써주신 독자님들이 아쉬워하고 저를 욕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초보 작가로서 그저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다음 작은 아마 조금이나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막연한 기대입니다.
구구절절 변명이 끝났으니 진짜 후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다시 한 번, 함께해 주신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늘 돌파구를 마련해 주신 PD님과 응원해 주신 동료 작가분들께도 감사 인사 올립니다.
끝까지 한 번도 연참을 못한 건 제 불찰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쉬지 않기로 한 날에 쉬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저는 당분간 쉬면서 책 좀 읽고 게임도 하고 운동도 하고 머리고 깎고 여행도 다녀올 계획입니다.
차기작을 쓴다면 지금보다 좀 더 부드럽고 편하고 활기찬 분위기의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주인공에게 러브라인도 만들어주고요(이번 작품에서도 몇몇 소심한 시도가 있었지만 불발됐습니다. 주인공 성격에 연애를 한다는 상상이 잘 안 돼서...).
저는 열심히 준비를 하겠지만, 아마 다음 작이라고 해도 많은 분들께 거슬리는 부분들이 있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어쩌면 유료화를 가는 것부터가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계속 읽고, 생각하고, 쓰겠습니다.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에 기대 이상의 성과 거두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살곶이다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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