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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의 모두가 원하는 세상

기억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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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다원.
작품등록일 :
2024.05.08 10:06
최근연재일 :
2024.05.14 19: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23
추천수 :
34
글자수 :
40,279

작성
24.05.08 10:08
조회
118
추천
7
글자
6쪽

기억 사냥꾼-프롤로그

DUMMY

프롤로그




주말 할로윈의 홍대 거리는 시끄러운 음악과 함께 수많은 이가 코스튬을 한 채 돌아다니며 웃고 떠들며 밤이 깊어갔다.

자정이 되기도 전에 술에 취해 골목 여기저기에는 토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들을 돌보는 이들도 있었다.


“웁.”

“잠깐 있어 봐. 숙취 해소제 사 올게.”


그나마 멀쩡한 정신의 간호사 복장의 정보미가 뛰어간 사이에 좀비 분장을 한 이해미는 건물 벽에 등을 기댄 채 가슴을 쓸어내렸다.

술을 먹으면 그 빌어먹을 놈에 대한 기억이 조금 지워질까 싶어서 친구의 부름을 받고 나왔지만, 너무 급하게 마셨다. 주량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이렇게 속이 부대낄 줄이야.

해미가 벽에 기대 숨을 고를 때 골목 안쪽 어둠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잊게 해줄까?”


해미가 무슨 소리가 싶어서 돌아보니 한 사내가 다가왔다. 순둥한 얼굴에 헐크 분장을 한 사내의 물음에 해미가 피식 웃으며 손을 휘휘 내저었다.


“됐어요. 소리 지르기 전에 그냥 가세요.”

“그놈 기억 지워줄 수 있는데.”

“예?”


해미가 무슨 말인가 싶어서 돌아보자 사내가 히죽 웃었다.


“그 빌어먹을 놈의 기억 지워줄 수 있다고.”


해미는 그 말에 벽에 등을 기댄 채 낮게 웃었다.

정말 그런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아니면 술 취한 자신에게 그냥 수작을 부리는 남자인 건가?


“어떻게 하면 되는 데요?”

“한 걸음만 이쪽으로 와.”


해미는 그 말에 사내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고작 한 걸음이었다. 골목의 그림자로 들어가는 한 걸음. 소리만 지르면 거리에 있는 이들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거리.

고민이 되었지만, 상대의 순박해 보이는 얼굴을 보면 뭔가 위험할 일은 없어 보였다.

해미가 한 걸음을 내디디려 할 때 불쑥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멈춰.”


해미가 돌아보니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술김에 봐도 잘생긴 얼굴. 하지만 냉기가 풀풀 날려서 맨정신에는 감히 말도 걸지 못할 그런 남자.


“헤~. 잘 생겼다.”


술이 취해서 그런지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해미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눈빛에 해미가 가슴을 움켜쥐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윽! 마상!”

“멈추라고.”


남자가 손을 내밀며 하는 말에 슬쩍 손목을 내밀어 잡히려던 해미는 물씬 풍기는 누린내에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싶었을 때 뒤통수에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뻑!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해미가 풀썩 쓰러지자 헐크 분장의 사내가 히죽거렸다. 그의 손에는 야구 배트가 들려 있었다.

쓰러진 해미의 뒤통수에서 뭔가가 툭 떨어져 나와 바닥을 굴렀다.

안에 뭔가가 비치는 푸른색 구슬.


“오! 대박!”


사내는 구슬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아저씨. 괜히 나대지 말고 가라. 기분 좋으니까 그냥 보내줄게.”


사내가 히죽이며 구슬을 집어 들 때 차갑고도 건조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각(無角) 도깨비인가?”


사내는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마치 고양이 앞에 선 쥐처럼 꼼짝도 못 하는 사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 사내의 눈동자에 골목 밖 조명을 등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등진 조명 때문에 얼굴을 또렷하게 볼 수 없는 남자.


남자가 눈을 감았다가 뜨자 그의 왼쪽 눈이 호박색으로 빛났다. 그늘진 곳에서도 선명하게 빛나는 요요(妖曜)로운 눈동자를 본 순간 사내는 불현듯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호안(虎眼)? 도깨비 사냥꾼?”


사내가 기겁하며 바닥을 짚고 있던 야구 배트를 휘두르려고 할 때 남자는 어느새 다가와 사내의 손목을 잡았다. 사내의 두꺼운 팔뚝이 꼼짝도 못 했다.

남자는 슈트 주머니에서 길이 30cm짜리 상아색 카람빗을 꺼냈다. 그리고 휘두르니 한줄기 선이 사내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꺼어억.”


사내의 몸이 푸른 불티가 되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흩어진 자리를 바라보던 남자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쓰러진 해미를 바라보았다.

침까지 헤 흘리며 자는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그녀의 옆에 굴러다니는 구슬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허리를 굽혀 그걸 집어 들었다.

남자가 이해미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 불쑥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잠깐 스톱!”


남자가 고개를 돌리니 간호사 복장의 정보미가 핸드폰의 버튼을 누르며 소리쳤다.


“112에 전화 걸 거예요. 허튼수작 하···.”


남자와 눈이 마주친 정보미가 말을 멈췄다. 남자는 잠시 정보미와 이해미를 돌아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에서 주운 구슬을 주머니에 넣은 남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골목길을 막아선 정보미를 지나쳐갔다.


“···세요.”


정보미가 남자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정보미를 바라보자 그녀가 빠르게 외쳤다.


“허튼수작해주세요!”


남자가 황당하다는 듯 정보미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손목을 털고는 멀어졌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정보미가 입맛을 다셨다.


“차가워. 으!”


부르르 몸을 떤 정보미는 바닥에 드러누운 좀비를 바라보았다. 침을 헤 흘리며 잠든 좀비를 보니 정보미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수작 부리고 싶다가도 마음이 싹 달아날 판이네.”


정보미가 얼른 다가가 쓰러진 해미의 어깨를 잡아 흔들며 소리쳤다.


“야! 야! 일어나 봐!”


해미는 정보미가 흔들자 그녀를 끌어안고는 얼굴을 그녀의 가슴에 비비며 말했다.


“보미 냄새. 흐음. 흠냐.”


정보미는 해미를 부축해 일어났다.


“기집애야. 네가 조금 전 계 탔던 건 기억하냐? 완전 초절정 미남이 옆에 있었거든?”

“미남 조아. 헤.”

“아휴. 이 얼빠를 어쩌면 좋냐.”


정보미는 한숨을 푹 내쉬고 헤롱거리는 해미를 부축한 채 시끄러운 할로윈 거리를 뒤로하고 떠났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골목 속 푸른 불티를 휘릭 날렸다. 시끄러운 거리의 상공으로 날아오른 불티가 점점 작아지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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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죄송합니다. 24.05.16 70 0 -
8 기억 사냥꾼-재능 24.05.14 19 3 11쪽
7 기억 사냥꾼-계약 24.05.13 27 4 12쪽
6 기억 사냥꾼-명장 24.05.12 37 3 12쪽
5 기억 사냥꾼-사냥 24.05.11 41 3 12쪽
4 기억 사냥꾼-미끼 24.05.10 45 5 12쪽
3 기억 사냥꾼-개소리 24.05.09 55 4 12쪽
2 기억 사냥꾼-이해미 24.05.08 81 5 12쪽
» 기억 사냥꾼-프롤로그 +1 24.05.08 119 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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