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봉황이나 기린이나, 결국 같은 대상의 암/수만을 나눈 것이므로 점차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굳어졌기 때문인 듯 합니다. 암수를 나눠 부르기보다 봉황은 봉황, 기린은 기린 하는 식으로 구분하지 않고 대상 그 자체를 지칭하게 되었습니다. 윗 다른 분들께서 하신 말씀처럼 단어의 의미를 나누지 않으면서 단어의 의미에 해당하는 존재의 이미지를 정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성별로 구분하는 의의가 퇴색되었다고 봄이 옳겠지요.
언어는 시간이 지날수록 결합과 해체를 반복하며 바뀌고 기표와 기의 역시 무수히 바뀝니다. 과거의 배경을 쓴다고 할지라도 현재 읽는 독자는 현재의 언어 체계에 맞춰 살아가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입니다. 일례로 '어여삐 여기다'는 말은 현대 언어로는 예쁘게 여기다, 소중히 여기다는 의미로 사용하지만 훈민정음에 나오는 '어여삐 여기다'는 불쌍히 여기다, 가여이 여기다는 의미로 통합니다.
시대상을 살린다는 전제에서 어느쪽을 사용할 지는 전적으로 작가의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겠습니다만, 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
Comment ' 13